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랫만에 대학가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공부하러 가는 건데도 공부와 멀어진 일상을 살다보니 '공부하러' 가는 것이  '나들이' 가듯 설레더라구요. 한양대에서 하워드 가드너란 분이 오셔서 다중지능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어요. 책으로만 보던 분이라 직접 보고 강의 듣는다는 것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루 일을 다 비우고 부푼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한양대로 갔죠.
그런데 이게 웬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전접수한 사람들도 자리도 못 앉고 교재도 못 받고 심지어 영상강의를 듣는 교실조차 미어 터집니다. 삐집고 들어볼려다가 도저히 강의가 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게다가 통역도 없는 강의ㅜㅜ) 세미나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끝나고 들러보려고 했던 구내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만난 책 <남한산성>. 소설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아마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도 김훈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요. 책도 끌리지만 책 디자인 또한 눈을 사로잡아 버리네요.

책을 사서 들고 점심으로 김밥을 한 줄 먹은 후에 캠퍼스에 있는 커피집 창가에 앉았습니다. 창 바로 앞 벤치에서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있는 커플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큰 아쉬움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워드 가드너를 만나러 갔다가 슬쩍 얼굴만 보고 돌아선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연히 김훈을 다시 만난 것 또한 기쁨이었으니까요. 날이 갈수록 이렇게 계획되지 않는 만남 또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따지고보면 계획대로 된 만남이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런지...

우연히 만난 사람 때문에 진로가 바뀌고, 우연히 만난 후배가 남편이 되고, 우연히 만나 몇 마디 주고받던 사람과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김훈님을 통해서 몇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조를 만나고 남한산성의 사람들을 만나느라 며칠이 행복했습니다.

어떤 만남인들 우연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돼지 잡아 사자 보러가다  (7) 2007.08.12
放學이 아니구?  (6) 2007.08.03
이사했습니다  (7) 2007.07.14
낯선 많은 모습들  (2) 2007.07.14
몸 공부, 마음 공부  (0) 2007.07.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