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 유치원비가 월 이십몇만원 한다. 거기에 이러저런 교육비까지 합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째 채윤이는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 교육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가장 나은 교육이라는 부모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윤이가 내년에 7살이 된다. 이사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좋은 시설, 좋은 교사, 국가 지원, 저렴한 교육비... 지난주에 접수하고 오늘 추첨하는 날이었다. 35명 뽑는데, 140여명이 신청을 했다. 근 4대1이다.


여기저기 기도부탁 하고, 내심 하나님께서 '복' 주시리라 믿었다.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었다. 주의 말씀을 순종하면 천대까지 그 은혜를 주시마 약속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양 할머니 권사님들도 금식하며 기도하시고, 목원들도 기도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모 편에선 완벽했다. 되야할 논리적, 환경적 근거들은 잘 구비된 듯 싶었고, 또 그리 되리라 굳게 믿었다.


나는 통속에 손을 넣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 안 됐다 ...


집까지 걸어 들어오는 길에 무척 허무하고 속상했다. 이렇게 낙담이 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하나님께 믿음의 테스트를 받는 거야 큰 문제 아니다. 다만, 부모 때문에 자녀가 손해를 보는 건, 도무지 마음을 쓸어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깟 일로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하며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확율상 발생한 일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선한, 원더풀 플랜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내 감정이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할 뿐이다. 허나 내 이성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논리적인 원인 추적은 무의미하다. 내가 갖춘 조건에 따라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겠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따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허망한 마음은 있는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런 일로 하나님의 선대하심을 오해말자.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지 말자. 이런 일로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자. 7살 채윤이가 가야 할 유치원은 부모된 우리가 또 기도하며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집에 들어오니 할아버지와 채윤이가 TV를 보고 있다. "어떻게 됐냐", "안 됐어요. 4대1이었어요". 채윤 왈 "4대1이 뭐야?"...생고구마를 연신 아작거리며 먹고 있는 채윤이... 사랑스러운 내 딸...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당신의 형상을 닮은 자녀... 잘 기르겠습니다. 주님, 하나님 마음에 합한 아이로 양육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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