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15


채윤이 키우면서 내 여러 번 엉덩이를 때렸으나....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침착해지고 가장 차분해진 상태로 마음을 정돈하여 거사를 치뤘건만...
오늘은 이성을 잃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야말로 분풀이로 엉덩이 세 대를 때렸다.
이성을 잃고 애를 때린 건 처음 일인 것 같다.

목장모임 가려고 준비하는데 옷 입는 거 부터 시작해서 계속 찡찡이.
옷도 양말도 전혀 타협 없이 지가 원하는대로만.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다. 무엇보다 계속 징징징...
한바탕 난리 치고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핀이 아니라 머리띠를 해야 한다고 울기 시작. 다른 층에서 사람들이 탔는데 더 크게 운다.
속이 부글부글.
가뜩이나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해서 참고 참고 도 닦고 있는데 너 잘 만났다.
차 안에 들어가서 아빠랑 현승이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완전 내 분풀이용으로 세 대를 때렸다.
포효하는 짐승처럼.

그렇게 맞은 채윤이 더 서러워 계속 운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머리띠 하게 해 주세요. 엉엉엉......엉엉엉.......엄마! 핀은 안 예뻐요. 머리띠가 예뻐요 네? 엉엉엉...'
여기서 머리띠냐 머리핀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채윤이 떼를 쓰고 싶은 것이다. 대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만 울어라는 약간의 협박은 간간이 하면서.

그러다 그러다 나중엔 헷갈리는 채윤이
'엄마! 핀 한 번만 하게 해 주세요. 예? 하고 싶어요..엉엉엉....징징징.......'

목장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데리고 차분하게 대.화.를 하려고 했더니 아빠가 먼저 채윤이 데리고 놀이터로 사라졌다. 가서 그랬단다.
그네에 채윤이를 앉히니 '아빠! 대화를 할 건데 왜 그네에 앉혀요?'
'채윤아! 왜 그래? 니 생각을 말해봐'
'졸려서 그랬어요'
끝. 상황종료.
단지 졸려서 이 에미 속을 그렇게 뒤집어 놨단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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