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비우는 일은 일상을 비우는 일이네요.
생각해보니 블로그는 저의 일상이예요.
적어도 블로그에 임하는 저의 자세는 할 수 있는 한 일상을 그대로 녹여내려고 하고 있지요.


그래서 때론 다중인격자의 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하루는 개그맨,
하루는 믿음 좋은 사모님,
하루는 요리를 좋아하는 주부,
하루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고민하는 엄마,
하루는 애써 본색을 숨기려 하지만 그래도 숨기지 못하는 좌파 아줌마,
하루는 고뇌에 찬 영적 순례자.


그러나 그  다중인격적인 일상을 떼놓고는 나라는 존재를 설명한 방법이 없고,
다중인격적인 내가 담긴 일상이 없이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할 길이 없기에
저는 일상에 목숨을 겁니다.
아주 깜찍한 꿈이 하나 있다면,
그리고 제 평생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저의 일상이 매 순간 영원에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목숨거는 일상을 며칠 간 에미 없는 자식처럼 풀어놓고 저는 잠시 떠납니다.
목숨같은 일상이기에 가끔은 한 발 물러서야 두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마음으로 여러 번 계획했던 기도여행인데 참으로 기가막힌 찰나에 이루어지는군요.
남편은 멀리 네팔에 비젼트립으로 떠나있습니다.
이렇게 멀리, 오래 아빠를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 매순간 그리워하는데,
엄마까지 며칠 비우려니 마음이 놓이질 않아 자꾸만 신경이 날카로와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준비해왔는데도 정작 마음이 많이 쓰이네요.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며 재울걸.... 할아버지 댁에서 어떻게 지낼 지 계획을 세우다 아이들은 잠이
들었어요.


암튼, 일상에서 한 발 물러서 그 분과 깊은 데이트를 위해 갑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한 젊은이가 암이라는 파도에 휘말려 위태로운
지경에 있는 걸 바라보며, 그 한 젊은이를 마음에 품고 기도하러 갑니다.
정직하게 기도하며 며칠을 보내겠습니다.
어찌하여 선한 이들이 고통을 받으며,
어찌하여 교만하고 악한 자들이 끝도 없이 하늘로 치솟으며 약한 자들의 눈에 피눈물을 내는 세상인지,
그 분께 물으며 답을 구하겠습니다.


그러다....
그러다....
저의 삶을 고치라고,
저의 악함을 지금 당장 돌이키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에 숨어 자라고 있던 저의 악함을 보여주시면 눈물로 회개하며 돌이키겠습니다.


제가 돌아오면 네팔에 간 남편이 돌아오고,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길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겠지요.
저는 압니다.
그 분은 저의 삶에, 남편의 삶에, 새벽이슬 같은 한 청년의 삶에도 결국 가장 빛나는 봄의 햇살을 주실
분임을요. '사랑'이라는 성품을 가지신 분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이신 분이라는 것을요.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보시는 분마다 잠시 기도해 주세요.
새벽이슬 같은 그 청년의 몸이 이슬처럼 맑은 몸으로 회복되어 그의 나라와 교회와 조국을 섬기도록요.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도 찾아 온 봄  (10) 2011.04.08
내 생애 최고의 득템  (10) 2011.02.25
꽃자리  (6) 2010.12.11
베드로와 예수님과 나  (15) 2010.12.05
기도  (2) 2010.11.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