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식사는 어차피 시간차 공격이려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일어나는 대로, 식탁에 앉는 대로 각자 먹게 하는 것으로.

남편은 새벽회의 마치고 밖에서 먹을 테고,

꽃다운 채윤이 산발을 하고 나와 앉아 한술 뜨고 들어가고,

나는 친정에서 올케가 준 얼갈이배추 겉절이에 여유로운 혼밥이었다.

변성기 초입 현승이가 머리에 제비집 짓고 나온다.

실실 웃으며 나온다.


아놔, 엄마 내가 지금 어떻게 깼는줄 알아? 엄마 김치 씹는 소리에 깼어.

촥촥촥촥, 아주 그냥 리듬이 딱딱 맞아요.


아, 진짜?(부끄부끄. 무슨 생각이었던가? 암튼 밥이고 김치고 꼭꼭 씹으며 뭔가에 골똘했던 것 같다)


그런데 좋았어. 흐흐흐. 아, 우리 엄마가 참, 사람답게 사는구나!

뭐 이런 생각? 큭큭큭. 이런 생각이 들었어.

김치를 촥촥촥촥 씹는 소리가 뭔가 인간적인 어떤 느낌, 뭐랄까 그렇게 좋았다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큭큭큭.


그러더니 저녁 준비하는데 옆에 와서 다시.

큭큭큭. 엄마 아까 아침에 김치 씹는 소리..... 큭큭큭.

인생을 씹는 소리랄까?

참, 사람다운 소리였어. 큭큭큭큭.


(무식하게 쫙쫙 겉절이 씹는 소리에서 인생을 발견하는 너란 중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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