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고부간 이야기로 썰을 푼다해도 그다지 빠지진 않는다
.
보통의 며느리들이 겪은 '완전 어이 없는' 에피소드도 있고,
보통보다 센 쩌는 에피소드도 있다.


특별한 고부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어머님이 나를 며느리 이상으로 생각하시고,
나 역시 단지 시어머니로 어머니를 대해 오지는 않았다.
한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결심 하나로 오랜 시간 어머니와 관계 맺어왔다.
그러나 사랑이 늘 그렇듯 껌씹으면서 대충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할수록 아픈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랑이 늘 그렇듯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기로 결심한 나 스스로에게 '자아확장'을 요구해야 하는 일이다.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보아야했다.
두려움으로 했던 일들을 사랑이라 우기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 몸 불사르도록 내어준다해도
사랑이 없으면 결국 '번 아웃' 되어 나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보통의 고부간에 머물기보다 특별한 고부간으로 지내온 편이다.
'두려움'과 '자기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날이 많았지만 어머니를 사랑했다.
내 사랑이 어머니를 구할 줄 알고 애쓰고 노력했지만
결코 어머니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많이 좌절했다. 포기했다.


오늘 성탄절.
저녁식사 준비를 해서 어머니 댁에 다녀왔다.
어머닌 여전히 그러하시다.
외로움과 오래된 분노로 긴장된 그런 모습이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요즘 이걸 여러 번 읽고 외운다." 하시며 성경구절 하나를 꺼내셨다.
어머니의 상처 많은 과거를 돌아보나 지금을 떠올리나
이보다 더 적절한 말씀이 없는 듯하다. 
사실 어머님이 이 말씀을 가슴으로 알아들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피정도, 상담도 모시고 다녔다.
물론 크고 작은 신경과와 통증 클리닉, 한의원을 전전하던 시간은 더 길었었다. 
상담까지 모시고 가서는 "이젠 됐다. 답을 찾았다!" 했을 때, 그때 어머니가 돌아서셨다. 
내가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나 역시 손을 놓았었다.



"전에 성경 읽을 때는 보이지도 않았던 말씀인데 이게 이렇게 눈에 들어오냐."

하시는데 속에서 울컹울컹했다.
하나님께서 어머니가 잉태되시는 그때부터 노인이 되신 지금까지 안고 업고 계신다니까요.
그래요. 어머니. 그렇다니까요.


어머님도 어머님 방식대로 여전히 자라고 계신다.

어머님 방식대로 당신의 하나님을 만나가고 계시며,
그분의 사랑을 배워가고 계신다.
어머님도,
또 나도,
그도,
그녀도,
각자 나름대로 사랑의 여정을 걷고 있다.
진정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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