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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일찍부터 동생 현승이에 대한 그 막연한 미움과 질투를 '이름짓기'로 풀어왔으니...
태어나자마자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꿰찬 현승이.
이 아이를 이름 그대로 불러줄 수는 없었다.
왜곡시키고, 풍자하고, 희화하는 것은 예로부터 힘 없는 민중의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었던가. 사설시조가 그렇고, 판소리가 그렇다.
채윤이는 이름을 뒤틀어버리는 것. 이것으로 마음의 한을 풀곤하였다.

몇 년 전, 채윤이가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현승이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까꿍을 하고 잼잼을 하면서 재롱을 떨기 시작할 때.

채윤이는 현승이를 이렇게 불렀다.
면승이.
현망이.
그것으로도 마음의 질투가 풀어내지지 않으면 파열음을 강하게 써서.
'김형팡!'

이제는 채윤이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엄마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대놓고
'야! 김미워. 니 이름을 김미워야. 너는 어쩜 그렇게 밉게 생겼니?' 한다.

날이 갈수록 이름 왜곡시키기는 세련된다.
은근이 이름을 촌스럽게 만들어버리기.
'야! 김현덕! 너는 이제부터 김현덕이야' 라고 했다가.
'현덕'의 '덕' 자가 지닌 뉘앙스가 맘에 들었는지...
엊그저께는 '야! 덕산아! 너는 이제부터 김덕산이야' 하신다.

그 날 이후로 우리 집에 현승이는 없고 덕산이만 있다.
엄마빠도 '덕산아! 일어나. 김덕산! 일어나라고 했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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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울만도 하다.
지는 멋지게 사진 찍어놓고,
누나가 석상에 목걸이 까지 해놓고 촬영하는데 꼭 저렇게 이빨에 고추가루 끼듯이 껴주는 동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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