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천 명씩 교인이 늘고 있는 교회에 다닌다. 총동원 주일이 있는 것도, 축복을 보장하는 설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는다.  교회가 이것을 딱히 반기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저 조용히 예배 공간을 마련할 뿐 이다.


개신교인이 수가 줄고 있다는 통계에 역행하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새가족 환영회에 가보면 천 명의 사람들의 천 개의 이야기 그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목회자의 전횡에, 복음에 위배되는 설교에 다칠 만큼 다치고 상처받을 만큼 상처받은 분들이다. 오랜 시간 방황하며 그나마 인터넷 설교로 위로받으며 지내오신 분들. 목사를 대적한다는, 교회를 분열에 빠뜨린다는 오명을 뒤로 하고 오신 분들이 다수이다. 그러니 이분들을 수평이동이란 잣대 하나로 비난해서도, 이들을 아프게 품는 교회를 향해서 대형교회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도매금으로 넘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의 아픔과 위로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주일 씁쓸한 마음 어쩔 수 없다.



예배를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교인들이 지하철을 내려 환승을 위해 움직이는 무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옆 사람 누군지 모른다. 예배 마치고 나온 교우들로 가득 찬 교회 앞 파리바게뜨. 구역원의 생일을 챙기려는 것으로 보이는 청년 구역장이 좁은 구석에서 케잌을 들고 어쩔 줄 모른다. 아이 간식을 사는 젊은 부부 역시 방금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우. 그리고 나. 우리 모
두에게 서로는 모르는 사람이다. 서로의 눈 속에 환대의 빛은 찾을 수 없다. 빨리 비키기나 하라는 듯한 태도와 눈빛. 한없이 쓸쓸해졌다. 교회란 무엇일까.




올해 단풍은 희한하다.
붉은잎과 초록잎이 저러고 공존할 수 있다니.
이 낯설도록 분열적인 나무에 자꾸 눈이 간다.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망과 사랑과 자유  (0) 2013.11.25
동기의 무게를 재신다  (4) 2013.11.22
가을 _ 릴케  (0) 2013.11.09
한 고개를 넘고  (4) 2013.11.05
비 오는 날 참 좋아하는데요  (6) 2013.11.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