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하는 게 많지만요.

제일 잘하는 건 아이들 꼬시기거든요.

아무리 시크한 아기도 몇 번만 찝적거리면 다 넘어오곤 하는데요.

치료는 몰라도 수업에서는 첫 시간에 담판을 짓곤 하지요.

어린이집에 처음 와서 '엄마, 엄마'하며 울던 아기들도

암말 안 하고 기타 줄 한 번 튕겨주고 '반짝 반짝 작은 별' 해주면

'저건 뭔 처음 보는 시끄러운 장난감인가?' 울음 뚝 하고 쳐다보곤 하죠.

그리고 기타 좀 만지게 해주고 몇 번 웃겨주면 끄읕!

처음 보는 아기 꼬시는 게 제일 쉬었어요.

 

그른데, 그른데~에,

3월이 되어 새로 만난 아기들이 20년 넘은 음악 션샘미 핵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네요.

 

두번 째 수업이었던 오늘.

 

음악 션샘미가 노래를 하는데도 계속 우는 아이가 있어요. ㅜㅜ

잘 들리라고 크게 불렀더니 더 크게 울어요.

내가 무슨 노래를 해도 다 복음성가가 되는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기들 귀에는 딱 꽂히는 소리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애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 션샘미인데 애들이 내 노래도, 내 말도 안 들어요.ㅜㅜ

지난 주 첫 시간에 빼앗았어야 하는 마음인데..... 더 어려워진 거죠.

아, 정신실 이제 이 바닥을 떠날 때가 된 건가? 패배감과 무능감이 밀려옵니다.

그 찰나 복도에서 완전 천진난폭한 녀석을 만나 확인사살 당합니다.

네 살, 다섯 살 때 내 음악수업을 들었던, 이제 일곱 살 형님이 된 녀석이 절 보자마자 그럽니다. 

어, 음악 션샘미다. 그런데 음악 션샘미 왜 할머니 됐어요?

야!!!!!!!!!!!!!!!!!!!!!!!!!!!!!!!!!!!!!!

 

음악 션샘미, 정신실.

이렇게 중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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