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 (폰)게임하는 표정이 하나도 재미가 없는 것 같이 보여.

하기 싫은 게임을 하는 것 같애.

 

(독심술 쓰나?) 맞아. 재미 없는데 하는 거야.

 

왜? 포인트 받으려고? 그게 아니지? 비어있는 느낌 때문에 그러는 거지.

마음이 쓸쓸해?

 

('공허감'이란 말을 모르는구나) 그래. 괜히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어.

이런다고 비어있는 느낌이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 머리가 비어 있어. 아니면 마음이 비어 있어?

 

어? 어.... 음..... 마음이?

 

그렇지? 마음은 텅 비어있는데 머리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엄마 지금 머리로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

왜애? 무슨 힘든 일이 있어?

 

힘든 일이 딱히 있는 건 아냐.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올 때가 있지.

 

엄마, 그렇다고 자살을 할 건 아니지?

 

야!

 

아니, 난 사람들이 멍 때리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걱정이 돼.

엄마, 지금 그냥 비어있는 느낌이야? 아니면 무슨 힘든 생각이 있어?

 

괜찮아.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엄마가 애쓰는 것들이 소용없이 느껴지고  그러네. 다들 그럴 때가 있는 거야.

 

밥하고 그러는 게 힘들어? 원고도 써야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외할머니 걱정도 되지?

 

아냐, 그런 건 별로 안 힘들어. 음.... 사람관계가 힘들지.

 

그러면 게임 그만 해. 나라면 그냥 차라리 씻고 자겠다.

하기 싫으면서 뭐하러 그러고 있어.

 

맞어.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는 거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도 않을텐데 이런다.

 

(이 대화에 2048 게임을 시작하던 아빠가 슬그머니 폰을 내려놓는다.)

 

아무튼, 엄마 빨리 자.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훨씬 더 좋아져.

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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