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 구석구석에 대한 묵상을 글로 한 번 써보지' 하는 뜬금없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풉, 그게 모야?' 라고 시큰둥한 대답을 했지만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아니, 당신 예전에 오픈홈 서평 쓴 것도 있고 정말 당신만의 오픈홈에 대한 걸 정리해 보라고'
'그래? 재밌겠네' 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 했습니다.
아침식사 준비로 국을 끓이고 있었는데 마늘을 넣고 국자로 국을 휘휘 젓다가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
꺼꾸로!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이 패러디 카피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번에 이사하면서 집에 대한 생각이 참 많았지.
5년 가까이 목장모임을 하면서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전환도 많았어.
마음에 그리스도를 모실 수 있지만 내 집 구석구석이 그리스도의 마음이 될 수도 있겠네.
그래, 우리 집은 구석구석 그리스도의 마음이닷'

채 아침식탁을 다 차리기 전, 그러니까 남편이 '여보 당신 집에 대한 묵상을 한 번 써보지' 하는 제안을
한 지 한 10여 분도 안돼서 컨셉은 잡혔습니다.

'연애의 달인'에서 고미숙은 외로움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면 '원자'이고, 사회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개인'이라고  했습니다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고 대충 이런 뜻이었다. 현관문을 닫아걸고 네 식구가 알콩달콩, 때론 으르렁 으르렁 사는 '집'은 또 하나의 외로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 사는데 무신 외로움이냐고 물으신다면 가족이기주의라는 뻔한 대답을 올리겠습니다. 개인이 고립되면 외로움이듯 한 가족이 저네 끼리만 잘 먹고 잘 살면서 친척, 친구, 교회, 사회이 더 큰 공동체와 소통하지 못한다면 것도 보통 외로움이 아닐거라는 생각입니다.

먼저 현관문을 열어 제끼고, 궁극적으로 집을 집 되게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벽과 울타리 마저 허물어 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때로 가족 모두의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하고,
거기에만 그치지 않고 그 안식이 누구에게나 가감없이 나눠져야할 공간으로서의 집을 그려보려 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오픈홈' 인데 이 식상한 표현을 피하고 좀 있어보일려고 하다보니 말이 많아집니다.

집에 대해서 유난히 생각이 많은 이유는 갑작스럽게 남편과 내가 40여 평생 가장 좋은 집에 아주 짧은 기간 살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일로 복잡했던 마음들이 차분해졌고 10개월을 살아도 한 달을 살아도 지금 여기서 나를 편안히 쉬게할 만큼 편안해졌다. 내가 여기서 편안하지 못하면 이 집에 드나드는 그 누구인들 잠시라도 편안히 머물러 갈 수 있을까요?

내 집 구석구석이 그리스도의 마음, 즉 사랑의 공간이 되는 그 날 까지.
또 하나의 글쓰기 놀이 스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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