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시간에 부른 찬송 한 장이 구구절절 지금 여기와 맞닿아 마음 속에 살아왔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1. 이 세상 끝날까지 주 섬겨 살리니 내 친구되신 주여 늘 함께 하소서
주 나와 함께 하면 전쟁도 겁없고 주 나를 인도하면 늘 안심하리라.


예수님 아니면 내 삶은 의미가 없다. 평생 주님만 섬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종이 주인을 섬기는 태도가 아니라 감히 나 그분의 친구로 초대되었기에 그에 대한 수락의 의미이다. 찬송 시작부터 울컥했다. 그러다 '전쟁'에서 켁하고 제대로 목이 메이고 말았다. 왜? 요즘 전쟁같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탓이다. 세월호 40여 일. 꽃같은 아이들을 수장시키고 피멍든 가슴으로 깊은 바닷속을 헤매고 있을 부모들. 남일 같지 않아 함께 울어주고 행동하겠다는 사람들에 빨간 표딱지가 붙었다. 빨간 잠바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향해서 빨갱이라고 하니 우스운 일인데다, 어째됐든 말이고 막걸리고 간에 뻥긋하면 색깔을 내세워 전쟁을 치르는 기세다. 막 잡아간다. 내 새끼 시신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 카톡으로 메지시 주고받으며 눈 앞에서 배가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도 어떻게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는지 속시원히 답해달라는 달라는 요구가 무슨 이적행위라도 된단 말인가. 4월 16일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이 일을 당했다면....' 가정해보지 않는 날이 없다.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라면..... 이 억울함을 안고 어떻게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전쟁같은 나날이다. 대한 민국에서 엄마로, 국민으로 사는 것이.

 

2. 나 주를 따를 때에 주 약속하신 것 그 영광 중에 모두 이루어주소서.
나 주의 뒤를 따라 섬기며 살리니 그 크신 은혜 속에 날 인도하소서.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암담해도 난 주님을 소망한다. '주님의 시간에 그의 뜻이뤄지길 기다'리고, '주의 뜻 이뤄질 때 우리들의 모든 것 아름답게 변하'리라 믿기에 믿음으로 기다린다. 주님의 약속을 믿는다.

 




지지난 주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본, 어디서 본 듯한 광경이다. 어디서 봤더라? 아, 성경! 아니 찬송가에서. '헛되이 지키네 예수 내 구주, 헛되이 봉하네 예수 내 주' 감신대 학생들의 시위 후에 저러고 지키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나. 여하튼, 감신대 학생들에게 배후를 추궁했더니 드디어 그 배후를 불었다고 한다. 그 배후는...........

"경찰들도 자꾸 우리의 배후를 묻는데, 굳이 배후를 밝히라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하나님 말씀이다." - 감신대생 이종건 전도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분의 말씀은 또한 약속임이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죄 잡혀가고 또 빨간 잠바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릴지라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3. 이 세상 온갖 시험 내 맘을 흔들고 저 악한 원수들이 안팎에 있으나
주 나를 돌보시사 내 방패되시고 내 옆에 계신 것을 늘 알게 하소서


지난 한 주간 동안 온갖 시험이 내 맘을 흔들고 악한 원수들이 안팎에서 나를 공격하였다. 주님께서 내 맘을 돌보시지 않았다면 분노와 슬픔으로 마음을 잃었을지 모른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인다는 한기총 임원회에서 조광작 목사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백정"






 

사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하늘의 사랑은 커녕 인간적인 상식조차 읽어낼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종교지도자들에게서 확인하는 건 서울 하늘에 십자가 찾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그런데, 난 정말 시험들 것 같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그 자리에 참석해서 "전교조 문제만큼은 무슨 수를 쓰든 조처할 계획'이다.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학교 신우회 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보도되고 반향이 커지자 참석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진도 있는데. 그리고 여전히 고승덕 후보는 지지율 1위 이다. OTL 조희연 교수와 고승덕 변호사를  '교육'이라는 링 위에 같이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행여 조희연 교수 대신 고승덕 변호사가 교육감이 된 서울시에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난 정말 시험들 것만 같다. 전문가/비전문가 중 선택, 진실/거짓의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 믿음 아직 연약하여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통해서 주님께서 내 곁에 계시고 방패되심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간절히 기도한다.



4. 저 영광 빛난 곳을 주 허락했으니 그 허락하신 곳을 늘 사모합니다.
끝까지 쉬지 않고 주 따라가리니 주 넗은 사랑으로 늘 인도하소서.


저 영광 빛난 곳, 주님 계신 그 나라, 우리 아버지도 아버님도 가 계신, 한솔이도 가 있는 그 나라. 정말 그리고 소망한다. 물론 지금 여기의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더욱 그리게 된다. 세월호 침몰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고. 두려움 가운데 하나님을 찾으며 기도했던 그 아이의 기도를 왜 안 들어주셨냐고.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나도 수없이 따져 물었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이럴 수가 있냐고, 당신의 자녀들 고통받을 때 어디 계셨냐고.

공교롭게도 고난주간 한복판에 세월호 사고가 났다. 그 한 주간 내내 새벽 설교를 통해서 만난 예수님은 처절할 정도로 모멸당하고 배신당하며 싫어 버린 바 되신 모습이었다. 사실 난 가슴으로 고백할 수 있다. 꽃다운 아이들이 당신 이름으로 기도할 때 그분은 그 아이 곁에 계셨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구명조끼를 함께 묶어 나란히 수장되셨다. 2014년의 골고다 언덕이다.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계셨던 3년 동안 한 번도 상석이 앉지 않으셨고, 가난하고 미천하고 쫓기는 자리에 계시지 않았던가. '당신 도대체 어디 계세요?' 라는 빗발치는 비난을 자처하시며 힘없고 가난한 아이들 곁에 계셨다.



 


비록 말 뿐인 삶이지만, 끝까지 쉬지 않고 예수님 따라 살 것이다. 우는 자와 더불어 울고, 거짓에 대적하고 돈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악이 비록 성하여도 진리 더욱 강하다' 찬송 부르며 소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비오는 밤, 잠 못 들고 있을 단원고 엄마들께 우리 주님이 따뜻한 손으로 덮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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