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에게 본격적으로 매를 때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매를 때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채윤이가 매 한 쪽을 잡고 울면서...

'엄마! 맞기는 정말 싫어요. 말로 하세요. 매를 내려 놓고 말로 하세요' 한다.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서 '정말 잘못했다니까요' 한다.

'딸이 말을 안 들었다고 매를 때리고 그러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라고 한다.


결정적으로,

'알아요. 알아....내가 잘못한 걸 왜 모르겠어요.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화가 났다는 걸 내가 왜 모르겠냐구요? 내가 한 살이예요? 나를 한 살로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일곱 살이 됐어요. 나도 이제 엄마 마음도 알고....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구요. 내가 알고 잘못을 했다는데 이렇게 매를 때리고 나를 돌봐주지 않으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라고 말할 때는 너무 충격이 돼서 현기증이 났다.


요즘들어 채윤이와 논쟁이 많아졌다. 일단 맞을 때 빌고 나서는 너무 그럴듯한 논리로 일방적인 체벌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것이다. 워낙 그런 애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오늘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채윤이를 아이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그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충격이 되고 당황도 됐지만 나 스스로 템포를 늦추면서 타협의 방법을 모색했다.

'채윤아! 엄마가 이럴 때 쓰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줄께. 이럴 때는 자꾸 엄마가 잘못한 걸 생각해내고 말하지 말고....채윤이가 맨 처음 잘못했다는 거 안다고 했잖아. 엄마가 나중에 화내고 매를 때린 것만 생각하지 말고 맨 처음 채윤이가 잘못했다는 걸 먼저 생각해. 그리고 엄마한테 '엄마!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그러니까 나를 돌봐주세요. 내가 말할 때 대답해주지 않고 돌봐주지 않으면 너무 슬퍼요. 잘못했어요'이렇게 말해. 그러면 엄마는 마음이 금방 풀려서 채윤이 매 때린 것, 화낸 것 미안하게 생각하고 엄마도 사과할 수 있게돼' 라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아까 내가 맞을 때 무릎 꿇고 손을 이렇게 빌면서 잘못했다고 했잖아요. 그게 나는 용서해 달라는 뜻이예요. 나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는 지 몰랐어요' 했다.


'엄마는 그렇게 무릎꿇고 막 빌기만 하면 채윤이가 맞지 않으려고 괜히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엄마는 비는 거 안 좋아해'했다.


그렇게 맘을 대충 풀어주고 안아줘서 재웠지만....



막 자신이 없어진다. 여전히 채윤이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이젠 마구 매를 때린다고 아이를 승복시킬 수도 없을 것 같고,


이럴 때가 정말 양육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기를 위한 길을 잃었을 때,

이 때가 기도할 때인 것 같다.

2006/01/06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득도한 채윤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  (0) 2007.07.13
합뿌드 뻬이빨  (0) 2007.07.13
남매  (0) 2007.07.04
너무 길었던 오전  (0) 2007.07.03
정의의 사자 채윤2  (0) 2007.06.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