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엔 여유가 있고, 냉장고엔 재료가 없고, 집에는 여자만 있고, 두 여자의 욕구는 항상 뚜렷하며 충만하다. 그런 날 둘이 먹는 점심은 이렇듯 만족스럽다. 최근 먹은 음식을 짚어보고, 그와 비슷한 메뉴는 싹 지우고, 두 사람의 욕구는 양보할 것 양보하고, 지킬 것은 지켜내며 조정한 끝에 메뉴를 정했다.

 

 

떡볶이 좋은데, 한 사람 매워야 하고 다른 사람은 케첩 떡볶이 같은 것은 어떻겠냐 하고. 단호박에 치즈를 올리고 싶기도 하고. 결론은 반조리 짜장 떡볶이에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소라 한 줌, 곤약 조금, 깻잎 몇 장을 넣어 우리만의 취향저격 떡볶이다. 매운 걸 먹고 싶은 엄마는 청양고추를 다져 따로 섞어 먹는 걸로.  

 

 

최초 욕구가 볶음밥이었던 딸의 욕구를 감안하여 낙찰을 본 것은 날치알 주먹밥. 이 역시 추석에 마끼를 해먹고 한 줌 남은 날치알을 활용하는 것으로! 다진 야채와 김, 마요네즈까지 넣어 만든 주먹밥이다.

 

 

그리고 딸 최애 소스인 새우젓!으로 간을 해 간단하게 끓인 계란국. 분식집 점심 장사는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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