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시작한 개소식이 ‘계속식’으로 변신했습니다. 어렵사리 시간 잡아 찾아주시는 분들과 드문드문 계속식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찾으시는 분, 연구소 형편 때문에 약속 한 번 잡기는 정말로 어렵지만요. 개소식이라고 와서 시루떡 먹는 대신 잠시라도 일상에서 물러나 나로 머무는 시간을 기획했었지요. 반복하다보니 개소식의 편하지만 가볍지 않은 수다 주제는 '나에게도 마음이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녀가서 전해주시는 말씀이 짧지만 ‘힐링’의 시간이었다고들 하시니 보람이 있습니다. 실은, 맞이하는 저희에게 힐링의 시간입니다. 더욱 특별한 힐링타임 계속식이 있었습니다.

연구소의 시작은 길게 잡으면 2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리쌤이라 불리는 정신실 소장, 별쌤이라 불리는 김하정 연구원이 스물 몇이던 시절에 씨앗이 심겨졌던 것 같습니다. 한 교회 청년부에서 만났습니다. 둘 다 학부 전공 버리고 사람 돕는 일을 직접적으로 하고 싶어 대학원 준비하던 시절에 만났거든요. 가난하고 지질하고, 가진 꿈이란 것이 막연하고 허황되게만 보이던 시절이었지요.

나이 오십 즈음에 문득 돌아보니 그 시절 꾸던 막연하던 꿈이 외형적으론 이루어져 있군요. 꿈은★이루어진다. 심리치료와 상담으로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 수 있었던 두 사람이 마음성장연구소까지 차리게 된 사연에는 ‘신앙 사춘기’가 있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몸을 불사르던 교회, 그 교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목마름에 힘겨워진 것입니다. 별쌤의 고백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예배에 가는데 설교를 듣다보면 그저 ‘혼나는 느낌’인 그런 느낌. 나리쌤의 고백처럼 일상에선 하나님이 보이는데 예배에만 가면 그 하나님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막막함. 둘 다 교회를 떠나왔습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한 사람은 몸으로, 한 사람은 마음으로. 

마음의 고향 같은 교회는 떠났지만 하나님을 떠날 순 없어서 둘은 영성 공부에 매진했지요. 자기 하나님을 찾는 지난한 시간이었습니다. 공부한 것에, 경험을 더하고, 거기에 하나님을 찾는 갈망을 더하여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심리’와 ‘영성’에 다리 놓는 연구소를 꿈꾸게 된 것이지요. 꿈은★이루어진다.

이러는 중에도 떠나온 교회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픈 마음으로 떠나와 상실감으로 남았지만 우리의 젊은 날 신앙과 열정의 기억이 머무르는 곳이지요. 한때 마음을 나누며 함께 울고 웃었던 이들이 남아 있고요. 바로! 그분들이 연구소에 찾아주셨습니다. 교회 가는 기쁨이 있었고, 공동체의 소망을 맛보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분들이죠. 10년을 훌쩍 뛰어 넘는 시간이 무색하게 즐겁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연결됨! 못과 못 사이를 가로지르는 저 빨간 실처럼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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