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것을 봤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 하며 

관계를 맺으면 괜한 에너지 소모가 덜할 것 같은데.


이 놈의 SNS 세상은 

보고도 안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은 기본이고.

몰래 보고, 못 본 척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게임판 같기도 하고.

뭘 그렇게 사람이 베베 꼬여 있느냐, 쿨하게 보고 넘기고 하면 되지,

라고 말하지 마시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시라.

나는 태생이 쿨하지 못한데다 마음 바닥이 좁은 편이다.


나의 페북 사용법은 '그것은 알기 싫다'이다.

일일이 축하 하거나, 찬사를 보내거나, 아픔에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개인사를 알고만 있기가 싫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를 이해하려는 태도 없이,

그와 얼굴을 대면하고 물을 수 없는 바를 은밀히 캐기 위해 

훔쳐보고는 불행한 SNS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면서도, 페북에서 유명한 싸움 구경은 꼭꼭 찾아본다. 큐큐)


친구 요청이 와 수락하고 친구가 된 후에는

진심 존중의 마음을 담아 팔로우를 취소를 누른다.

누군지 모르는 분의 일상을 눈팅 눈팅 눈팅, 하다

혼자 좋고 싫음의 투사 드라마나 쓰며 논평하는 게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블로그의 보이지 않는 독자를 사랑한다.

일등 칸에는 본 것을 봤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 하는 분을 모신다.

댓글을 남기거나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프에서 나누는 한 마디 대화, 눈짓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 주에 갔던 청년부 수련회의 포스터이다.

처음 뵙는 목사님, 청년부였다.

본 것을 봤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 하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숨통이 트인다.


이틀 만나고 온 담당 목사님과 청년부는 살아 있는 만남으로 마음에 심겨진다.

강사를 치켜 세우는 포스터에 으쓱해져서 이러는 건 아니다.

나야 이제 어쩔 수 없이 책으로 블로그로 내 패를 다 보여준, 

상대가 어디까지 봤는지 모른 체 홀랑홀랑 벗어 제끼는 게 주특기인,

그걸 밑천으로 글쓰는 사람이다.

숨어 훔쳐 보는 사람이 몇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저 여기까지 봤어요' 하며 다가오는 만남은 얼마나 고마운가.


강사로 산다는 건, 딱 한 번 보고 말 사람을 끊임없이 만나는 일인데.

딱 한 번 만남을 진정한 만남으로 간직하게 되는 일이 있다.

아는 만큼, 본 만큼 이해하고 표현하는 투명함이 주는 선물일 터.

헛헛함과 슬픈 헤아림만 남기는 에너지 소진의 만남은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하고 싶으나,

살아간다는 것은 이것을 견디는 것일지도. 

100 번의 가면 쓴 만남에 단 한 번의 생기 있는 만남,

홍수 속의 목마름에 생수 한 병 같은 만남이 있으니 살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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