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센터에 20여일 짐을 맡기면서 못내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이 화분들이었다. 처음 견적받을 때부터 화분 때문에 징징거렸더니 따로 사무실에 보관해주겠단다. 마지막 짐을 보낼 때까지도 '가끔 들여다 봐 주세요. 물 좀 가끔 주세요' 하면서 노심초사...


수 년 간 그렇게나 애지중지 키웠던 내 분신같은 것들. 화분 하나 하나 다 사연이 있고 나름대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이 놈들. 그걸 유독 내게만 드러내고 보여줬던 놈들이었다.
20여일 지나고 가슴 졸이며 만나보니! 가장 아끼던 놈들부터 사망, 사망, 사망.... 부검결과 사인은 동사(凍死)다. 짐정리 하는 내내 창가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라가는 이 놈들을 보면서 누굴 원망도 못하고, 화분 몇 개 시들었다고 울기도 뭣한 며칠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먹고... 오늘 저녁 주먹만한 놈들 입양해서 옮겨 심고 다시 줄을 세웠다. 해놓고 보니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본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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