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어머님 생신이 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앞당겨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고 축하해드렸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어머니 생신날에 낮에 가서 점심 사드리고 함께 시간 보내고 올까 봐.
했더니,
채윤, 현승 둘이 입을 모아서 저녁에 다 같이 가서 케이크를 다시 한 번 하잖다.
생신날에 혼자 계시면 얼마나 쓸쓸하시겠느냐면서 다같이 가야 한단다.
아빠가 시간도 안 되고, 평일이라 학교 갔다 오면 늦는다고 했더니
그래도 갈 수 있다며 이러쿵저러쿵 같이 가야 할 이유를 댔다.
아빠가 바쁘면 아빠 빼놓고 셋이서만 가자면서 결정적으로 현승이가.


엄마, 한 번 생각을 해봐.
엄마가 이다음에 늙은 다음을 생각해 보라구.
자, 엄마가 늙었어. 그리고 아빠는 죽고 엄마가 혼자 있어.
그리고 생일날이 됐어.
혼자 쓸쓸하게 있어야 돼.
그런데 내 색시가 애들을 데리고 축하하러 왔어.
좋겠어, 안 좋겠어.

(음..... 좋겠어. 좋겠네. 뭐)


이런 아이들에게 고맙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하라는 게 부모 마음이고,
나는 옆걸음질 쳐도 너는 앞을 향해 걸으라는 엄마 게의 마음도 같은 것이다.
고부관계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상처 많은 세월을 살아오신 탓에 잘 섬기고 들어드리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어머님을,
내게는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진심을 전하기가 어려운 어머님을,
아이들이 이렇게 천진하게 사랑하고 있으니 고맙다.
나는 바담풍 하는데 바람풍 해주는 느낌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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