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한 신의 작은 피리.


나는 대체로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다.

ESFP들은 16가지 유형 중에서 가장 낙천적인 유형이라고 하거니와,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면 느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지만 '예수님 때문에' 늘 행복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행복'이라는 말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12월 초,

그 가을에 목사관이 새로 지어서 새집으로 이사를 했고,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었다.

무엇보다 그 때 철이 들어갈 무렵이라서 '이 정도면 나는 행복한 아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 12월1일로 기억된다. 우리 시골교회를 다니다가 인천으로 이사간 친구 하나가 가출을 해서 우리집으로 왔다. 그 애는 자신이 가출했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우리 식구는 다 알고 있었다. 그 애랑 같이자고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아이구나.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보름이 지난 12월 16일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주 행복한 사춘기를 시작하려던 시기였다.

그 때부터 나는 생각했다.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을 잃게 돼' 사춘기의 왜곡된 감수성이 이 생각을 더 심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철이 들고 예수님을 마음으로 만나면서부터 '나는 행복했다' 진심으로 행복했다.

결혼 전 친정에서, 엄마랑 동생으로 인해서 행복했고...

곡절이 많았지만 진로를 선택하고 소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했다.

일 때문에 행복했고 많은 사람 때문에 행복했다.


결혼을 해서는 좋은 남편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만나서 한 결혼으로 행복했다.

둘이 함께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일이 행복했다. 두 아이 때문에도 행복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아~ 진짜 행복하다'고 느낀다.

깨끗하게 정돈된 냉장고를 보면서, 내 방식대로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설겆이 하고 걸레질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토요일 오전시간 두 녀석 지들끼리 놀고, 혼자 피아노도 쳐보고, 찬양대 곡 선정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면서...

'아~ 진짜 행복하다'라고 느낀다.

그러니까 이런 걸 두고 일상의 행복이라고 하나?


당장 다음 주부터 주말부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기는 하지만 행복할 때 마음껏 행복하자. 다잡아 먹는다. 그 때가 되면 또 그 때의 방식으로 행복하면 될테니까.


아~~~ 참으로 행복하다.

20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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