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들어가며 심장 뛰며 설레기는 처음 일이다. 이게 다 알바 때문이다. 아무 살 것이 없는데도 자꾸 들어가고 싶어진다. 운전하며 그 앞을 지나면서도 심박수가 상승한다. 이게 다 알바 때문이다. 내가 들어가면 환하게 웃으면 맞아주는, 환한 웃음 끝, 입꼬리 부분에 부끄러움이 걸려 있는 알바 때문이다. 

   

대학생 된 채윤이가 단지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두어 달. 난생 처음 돈 만져보는 설렘에 월급도 받지 않았는데 '엄마, 이제 용돈 주지 마' 셀프로 용돈을 끊으려 하기에 워워, 말렸다. 알바를 시작도 하기 전에 셀프 용돈을 끊으려 하질 않나, 그렇게 목을 매던 마라탕을 '일일 일마라탕' 먹질 않나. 애가 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꿈에 그리던 판매원이 되는 순간이니! 정말 놀려고 태어난, 세상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들 수 있는 신공을 가졌던 아이 채윤이. '오소 오세요옹' 띡, 띡, 띡(포스기 찍는 소리_가 입에서 나옴) '네, 이천 팔만 원입니다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거실에서 팔지 않은 것이 없다.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현실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으니 놀짱을 가사에 활용하는 이런 맛도 있었다(클릭!).

 

그 판매대 옆에는 꼭 어리바리한 직원이 하나 있는데 일에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침을 흘리거나, 행동은 한 템포 씩 늦는, 장사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오직 귀여움만 장착한 직원이다. 

 

이것은 그 시절, 거실의 한 장면. 

당시 업종은 쌀가게 였고, 

배달 업무까지 겸하고 있어서 배달 차에 쌀을 싣는 중이었다. 

 

우리 집 거실의 남매, 현실 남매가 어린 시절 그 많은 놀이를 뒤로 하고 중딩이 되고, 사춘기를 겪고, 청소년 안식년을 갖고(갖는 중이고)... 하더니 같은 회사 아니고, 같은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꾸준히 먹고 있는 현승이가 사장님과 친분을 쌓고, 신뢰를 얻더니 누나의 뒤를 이어 알바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첫 근무 하는 날 사수는 현실 누나였다. 

 

엄마는 이유 없이 자꾸 알짱거려, 밤늦게 퇴근하던 아빠는 들어와 물건 던지며 "야, 계산해!" 진상 고객 꽁트를 해. 온 가족이 들떠 있었다. 알바하고 밤을 보낸 아침, "엄마, 밤새 악몽을 꿨어. 어제 알바 하면서 편의점 문여는 소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엘리제를 위하여) 그 소리만 들리면 갑자기 긴장 되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자는데 밤새 그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는 "엄마, 알바할 때는 상대의 태도에 상관 없이 해야겠지? 인사를 안 받아주는 손님은 그냥 안 받는 거겠지? 그럴 땐 너무 일일이 마음을 담아서 인사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 말을 듣고 보니, 이건 정말 꿀알바다! 머쓱타드(지금 꽃친에서 쓰고 있는 별칭. 설명 필요 없이 현승이 그 자체이다) 현승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 내어 인사하기는 성격개조 훈련이다. 돈 내고도 시킬 일이다. 게다가 행동 하나, 마음 하나에 영혼을 담는 (장점이지만 과할 때는 자기를 힘들게 하는) 민감성도 조절해 보는 기회.

 

현승이, 태어나 보니 김채윤의 동생이라 세상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런 누나를 사춘기로 떠나 보내며 이렇듯 아쉬워 한 적도 있었는데(클릭!). 어느 새 제가 사춘기가 되어 오만 지랄을 다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 아빠 인내심 테스트를 수도 없이 했다. 한 해 쉬는 '꽃친' 덕인지, 사춘기 끝나가는 덕인지. 둘의 시너지인지, 원조 티슈남의 기백이 살아나고 있다. 

 

채윤이 사춘기 진입 직전까지 온 집안이 미친 놀이터였는데(클릭!)... 그 아이들 어디 가고 집에는 성인 넷이 바글거리고 있다. 아, 넷이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 잘 논 덕에 잘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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