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forest님



황혼의 어머님과 하루 데이트를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어머니랑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해드려야지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님들이 고생없이 살아오신 분 많지 않을테지만....
사실 결혼 전에 세상에 우리 엄마처럼 고생하신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런게 아니었다. 시어머님을 알면 알수록 '고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삶을 살아오셨던 것이다. 그런 삶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감내해 오시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신 것 같다.
늘 호소하시는 건 두통이지만 나는 확신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두통이 아니라 메말라 갈라진 마음이시라는걸. 물론 수 년 동안 두통을 잘 본다는 병원이란 병원, 한의원이란 한의원, 검사란 검사, 건강보조식품 내지는 의료기 까지 두루 섭렵하셨고, 그 때마다 늘 동행해 드리면서 얻은 결론이다.



얼마 전 에니어그램 연수를 보내 드리고, 두어 권 책을 사다 드렸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신데 늘 하루에 30분 씩 통화하는 것으론 아쉬움 그 자체. '어머니, 수요일날 시간 비워 두세요. 저랑 데이트예요. 제가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릴 거예요' 하고 전격 통고.
수요일에 뫼시러 가서는 '어디 가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거기 있잖냐. 양수리에 우리 그전에 갔던 연꽃 있고, 그 옆에 멋있는데...'  눼에, 정기사 두물머리로 갑니다~~~








그리고 나서 커피는 봉쥬르카페에서....
대추차와 커피를 사이에 두고 기나긴 얘기를 풀었다. 뭐, 딱히 주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정도 내 맘에서는 치료적 상담의 저의가 없지 않았지만 아주 편한 수다와 수다를 풀어놨다. 얼마 전 현승이가 '엄마, 고부간의 갈등이 뭐야? 하고 물어온 적이 있었는데 고부간스럽지 않은 대화라고나 할까?








아주 오래 전 이런 저런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미리 계획한 것이 없었는데 돌아보니 내적여정의 먼길을 떠나온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이 길은 내게 은총의 길이었다.
이 은총의 길을 어느 새 나는 아프고 외로운 60평생의 삶을 살을 살아오신 어머님께 조금 씩 나눠드리고 있다. 이것 역시 예상에 없던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어머니의 상처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기운으로 힘들었고, 요즘도 가끔 그렇다. 그럴 때마다 원망도 하고, 불평도 하고 비난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러해야 하듯이 '어머니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소극적 태도였다.



어머니 편에서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얘기를 할 수 있고, 가장 힘들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채윤이 에미인 것이다. 기분좋을 정도의 무게로 책임감을 느낀다. 아니 가끔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나마 어머니를 궁극적으로 책임지실 그 분이 하실 일임을 안다. 



맨 위의 사진은 '해질녘의 두물머리'라는 이름으로 forest님이 찍으신 것이다. 저 사진의 나무처럼 황혼의 어머니의 마음은 메마른 가지를 앙상히 드러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잉잉 울고 계시는 듯하다.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드려야 하지 않겠나.


뱀의 발)
지난 번 아버님 생신상 이후로 포스팅이 본의 아니게 어두워~워워워~   한데다가,
바로 기도하러 떠나는 등 잠수타는 분위기가 돼서 그게 시어머님 때문이었나 걱정하신 분들 계신가효? ㅎㅎㅎ 그렇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기도하러 떠난 건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었고요.
그럼에도 걱정해주시는 말씀만 들어도 그게 사랑인 줄 알아 마음에 감동과 위로가 되었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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