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이야기

떠나 보내기

larinari 2013. 5. 29. 09:21

 

엄마, 중학생이 되면 원래 재미가 없어져?
아니~이, 누나가 그래 보여서.
웃기는 웃는데 즐거워 보이지가 않아.
맞아. 누나는 원래 진짜 즐거운 사람인데....
너무 안타까워.
나중에 다시 즐거움이 돌아와?
누나가 학교 갔다 집에 올 때.... 모습이 쫌 그래.
그런가? 기운이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피곤해서? 그래서 이러~어케 하고 들어오는 거야?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했더니, 갑자기 눈가가 빨개지면서)
내가 그걸 어떻게 물어봐?
(뭘 어떻게 물어보냐고, 그냥 물어보면 되지 했더니, 왈칵 울음이 터지면서)
엄마는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내가 물어보면 누나가 대답을 해줄 것 같애?

 

 

현승이, 태어나보니 채윤이 누나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밌을 수 없는 놀이의 신을 누나로 두다니 말이다.
내향성이 강한 현승이가 가진 상상력과 표현력은 누나님 인도하신 놀이의 힘일런지도.




베개를 보면 쌀차 놀이,
책상 위 스탠드를 보면 치과놀이,
음악 틀고 춤놀이,
A4 가득 메뉴를 적어서 식당놀이, 카페놀이,
물감놀이,
박스를 보면 택배놀이,
돼지저금통을 보면 돼지몰기 놀이,
그 많은 놀이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랬던 누나가 '청소년기'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떠나려 한다.

게다가 딱히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은가보다.
누나가 웃어도 그 웃음에서 즐거움을 읽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

(채윤이 떠나보내는 것이 엄마 아빠만의 숙제가 아닌 것 같다.
현승이 역시 나름대로의 상실감을 겪어야 하는 것임을 오늘 문득 깨달았다.
왜 아니겠는가. 가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