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 늠, 찬 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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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따순 늠, 찬 늠

lari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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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일 자 포스팅이었다. 매년 7월 마지막 주는 동생 네 휴가 주간이고, 엄마는 우리 집으로 휴가를 왔다. 가장 더운 때 땀을 뻘뻘 흘리며 밥을 하곤 했었다. 오늘 동생네는 오늘 휴가를 갔다. 하루 종일 마음이 이유없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뭔가 허전하고 우울했다. 밤에 산책하다 알게 됐다. 엄마가 집에 와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꽃게찜을 하고, 갈치조림을 하고, 팥을 삶에 팥밥을 하고. 무더위에도 따순 커피를 찾는 엄마랑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이 모든 게 힘이 들어 조금 짜증이 나고. 그래야 하는 시간이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오전 내 밥 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면서 사우나하는 셈 치자, 생각하며 참았다. 일을 다 마쳤으니 사우나에서 나온 셈 치고 딱 20분 에어컨 켜고, 커피 마시려고 한다. 동생네 휴가로 일 주일 우리 집에 맡겨진 엄마가 있다. 
"엄마, 더운데 커피 시원하게 마셔. 시원하게 줄게" 하니까,
"아녀~어, 나는 따순 늠이루 줘"
그래서 커피 따순 늠 하나, 찬 늠 하나. (따순 늠, 찬 늠. 이토록 찰진 말의 맛)

우리 엄마 최고령 커피 광고모델.
"나 커피 마시믄 잠 못 자는디....." 하면서 한 잔 쭉 들이켜셨다.
조용해서 봤더니 커피 잔 내려놓고 졸고 계신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주무시고 나와서는 화장실 들어가려 불을 켰는데 안에서 나는 인기척을 감지.

주방으로 (지팡이 짚은 채로) 빛의 속도로 도망 오셨다.
"얼라, 화장실이 김 서방 있내비다. 내가 불을 껐내벼." 떨고 계신다.
화장실 앞으로 가서 김 서방을 불렀더니 역시 어둠에 떨고 있던 김 서방은 당황했으나 당황하지 않은 목소리로,
"불 좀 켜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위 앞에서 장모님 놀리기.

"엄마, 왜 김 서방 똥 싸는데 불 끄고 도망 와?"
"얼라, 나 부끄럽게 왜 자꾸 이런댜"

장모님 앞에서 사위 놀리기.

"여보, 일 보는데 장모님이 불 끄고 도망가서 당황했쪄요?  말도 못 하고 깜깜한데 앉아 있었쪄요? 장모님 오셨는데 사위가 맛있는 것도 안 사 오니까 엄마가 그러지"
"어머니, 저녁때 맛있는 거 사 올게요" 하고 서둘러 출근하였다.

팥이 익어가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줬던 찰밥을 하려고 전에 사둔 국산 팥 삶고 있다.

원고 좀 써보려고 "나 이제 원고 써야 하니까 말 걸지 마" 했더니,
엄마랑 현승이가 동시에 "알았어" 한다.
엄마가 와 계시니 하루하루 비상시국이다.
아기 하나 키우는 느낌이니,
올케 선영이의 노고에 새삼 깊이깊이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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