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라
무엇인가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다면 시작도 하지 마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이것은 여자 친구와 아내와 친척들과 직장과
어쩌면 너의 마음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3~4일 동안 먹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당하고
고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립은 선물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네가 얼마나 진정으로
그것을 하길 원하는가에 대한
인내력 시험이다
그리고 너는 거절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것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좋을 것이다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것만 한 기분은 없다
너는 혼자이지만 신과 함께할 것이고,
밤은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그것을 하라, 그것을 하라
하고 또 하라
끝까지
끝까지 가라
너는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 찰스 부코스키 <끝까지 가라> (류시화 옮김)
포기해라. 여기서 포기해라. 더는 못 갈 길이다. 네 깜냥에 여기만큼 온 것이 기적이지.
늘 내 안에 울리는 소리이다. 작아졌다 커졌다, 들렸다 안 들렸다, 하지만 아예 사라지진 않는다. 이 목소리로부터 나를 떼어낸 것은 얼마나 위대한 진보인가. 목소리가 나인 줄 알았고, 심지어 목소리가 하나님인 줄 알았지만 이제 나는 거리 두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들을 수 있지만 잘 대처하진 못한다. 크게 들리든, 작게 들리든 그 소리는 나를 통째로 쥐어 흔들고, 나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나도 하나님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인내할 수 있다. 멱살을 내어주고 흔들 만큼 흔들다 제 자리에만 갖다 놓기를. 아니 결국 제 풀에 지쳐 놓아 주고야 말 것임을 안다. 흔들리는 그 순간 영혼의 울렁거림, 토할 것 같은 느낌, 항복하고 싶은 고통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길 것임을 알기에 견딜 수 있다. 내 멱살을 놓아준 목소리는 말간 얼굴을 하고 "아윌 비 백" 하며 웃는다.
바이러스를 닮은 이 목소리는 변종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 가장 취약한 구석을 재빨리 파악하여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돌아온다. 진심으로 나를 위하는 모습을 하고. 포기해, 포기해, 포기해. 나는 천사이고, 네 편이고, 너를 도우려는 것임을 알지? 내 소리가 듣기 싫다면 너 어쩌면 악마 일지 몰라. 천사이고 싶다면 내 말을 들어. 포기해, 포기해, 포기해.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어 진다. 끝까지 갈 필요 없다! 갈 수도 없다! 그만 두자! 그러면 그렇지! 내가 이렇지. 이런 꼬락서니로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지! 천사의 말이잖아. 천사의 목소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내 무릎을 꺾어 놓을 셈이다. 까만 하늘, 별 하나를 의지해 기약 없는 여행을 하는 동방박사로 살고 싶은 마음은 어리석음이 된다. 별 따위를 이정표 삼는 것은 이상주의일 뿐이니, 실용적이 되라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나를 흔든다. 부드러운 흔들림은 또 새로운 울렁거림으로, 악마인 나를 토해내고 나를 혐오하는 고통으로 끌고간다.
착한 사람들에게 멱살을 내어주고 두들겨 맞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나는 한 문단의 글을 썼는데, '고립과 고독'에 관한 내용이었다. 얼마나 위안이 되고 마음에 드는지 꼭 기억했다 꿈에서 깨어나면 그대로 옮겨 적어야지 했는데, 눈을 뜨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저 시를 듣게 되었다. 언제든 도망가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것은 내 고질병이다. 그것을 부추기는 목소리를 분별해야 한다고, 분별하기 위해선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꿈이 말해주는 것 같다. 시가 말해준 것인가? 내 안의 다른 세미한 목소리가 들려주시는 지혜의 말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