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성탄절을 앞두고 내 무의식을 아는 유튜브 알고리즘 귀신이 영상을 하나 띄웠다. 성탄 파티에서 선물 뽑기 하는 것이었는데, 이거다! 올해 성탄절엔 이거야! 교회의 아기들에게 성탄절에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릉드릉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 모임에서는 해마다 마니또를 하고, 알뜰 바자회로 파티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일 수가 없다. 헤아려보니 이들 중에 여럿은 결혼도 하지 않았던 때, "결혼 학교"라는 이름으로 만났었다. 그 사이 결혼들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매 주일 교회 가는 기쁨은 이 아이들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탄절 앞두고 이사도 있고, 써야 할 글에 치어 있는 상황이라 무의식에서만 드릉거리고 있었는데, 이 영상을 보는 순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사한 다음 날에 연구소 내적 여정으로 종일 나가 있었고, 그 사이 남편과 채윤이가 끙끙거리며 집 정리를 했는데. 이제 내가 할 일만 남겨둔 상태였는데, 이 시급한 임무를 놔두고 파티 준비를 하러 다녔다. 별 것 아닌데 다양한 색의 리본 찾기는 왜 그리 힘들고. 아이들 만족할 선물을 고르는 일은 할머니 나이가 된 내게 풀기 어려운 문제 같았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드는 품은 발품과 시간품. 영풍문고, 다이소 여러 군데, 마트... 를 헤매며 1박 2일 준비했다. 만들어 놓은 것은 허접하고, 뭔가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 걱정까지... 성탄절 아침은 두근거리고 떨렸다.
채윤이 평에 의하면 아이들보다 엄빠들이 더 좋아했다고. 선물 뽑기 전에 아빠들 게임을 하나 시켰는데... 그 게임이 정말 재밌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는데... JP 시범으로 해본 뒤집어지게 웃긴 영상이 있는데 허락받지 못해 공개도 하지 못한다. 아빠들, 특히 내향적 아빠들의 열정적 참여에 눈물 흘리며 웃었다. 아이들 선물 뽑기는 너무나 진지하고 경건했다. 얼마나 진심을 다해 실을 당기는지.... 아, 이 천진하고 순진한 세계! 나를 가르치고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이 순간만 사는 이들의 이 현존이다! ^^ 한 해 돌아보며 고마운 이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존재로 고마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