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의 길 새로운 길

larinari 2025. 1. 2. 09:30

 

이사 오기 전, 동네를 걸으면서 하루하루 아쉽고 슬펐다. 나만 아는 비밀 같은 길과 장소가 있었는데, 거기 핀 달맞이꽃과 꽃마리와의 비밀 이야기가 있었는데. 두고 떠나와야 하는 것이 아쉬워 한 번 한 번의 산책이 소중했다. 물론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지만, "현재 지금 여기"의 길이 늘 가장 소중하니까.

 

이사한 새 집에는 새로운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고, 걸어야 할 새길이 있다. 경안천, 겨울의 메마른 경안천 길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지! 매끈하게 조성되지 않은 넓은 천에 겨울 새들이 머무르고 그 위로 해가 진다. 해 질 녘 경안천 따라는 걷는 기쁨을 놓치지 않으리!     

 

이삿짐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참을 수 없어서 나가 걸었다. 이런 선물이 숨겨져 있었다고? 와, 주님 감사합니다! 두 번째 산책은 미적거리다 일몰 시간에 임박하여 집에서 출발했다. 어찌나 마음이 급한지 둘이 경보 대회 출전자처럼 걸었다. 아니, 여세를 몰아서 심지어 뛰기도 했다. 새들이 날아오르며 반겨준다. 학익진으로 날아오른 새들과 기념 촬영도 했다.

 

새해 첫날에는 특새 설교준비 하는 남편을 두고 혼자 뒷산에 올랐다. 물론 며칠 전 남편이 먼저 탐방하고 돌아온 길이다. 감탄을 하면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었다. 사진으로 봐봐야 그게 그거! 감흥이 없었다. 역시나 몸으로 안겨야 한다. 혼자 걷는 겨울 숲길이라니. 집 앞의 산이라니! 주님, 감사합니다. 이번에 신경 많이 써주셨네요!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물길도 있고 산길도 있어서 걷는 기쁨이 말할 수 없다. 윤동주 님의 시  <새로운 길>이 마음에서 주르르 흘러나온다.  

 

새로운 길\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산에서 내려와 동네에 닿았더니, 산 아래 이런 환영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고, 잘 왔다고,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걷는 나의 길이 새로울 것이라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매일 새롭게 걷는다면 매일이 새 날이 될 것이라고, 자주 나오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