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마음의 환대

초록 충전

larinari 2025. 1. 18. 14:57

 

마트에는 그렇게 많은 야채와 식재료들이 있는데, 장을 볼 때마다 눈에 걸리는 것들은 늘 그게 그거다. 손으로 집어 들기 전에 눈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것 중 하나가 이 즈음엔 냉이이다. 벌써 맛있겠고, 벌써 향기롭지만... 다듬고 씻는 일이 얼마나 귀찮을까 눈길 몇 번 주다 돌아서곤 한다. 그래도 집어 들게 하는 건 "채윤이가 좋아하니까!"이다. 그런데 솔직히 채윤이만 좋아한다면 사지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엄마라면 "신실이가 좋아함"이 어떤 귀찮음을 감수하고라도 음식을 만드는 충분조건이 되겠지만, 채윤이 엄마 신실은 신실이 엄마와 다르다. 채윤이가 좋아하지만 제가 좋아하니까 결국 집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냉이 두 팩을 사서, 초록초록하게 데쳐서 심심하고 상큼하게 무쳐서 잘 먹었다. 채윤이도 신실이도, 무엇이든 무덤덤한 종필까지 맛있게 먹었다. 이 정도 초록이 맛있게 몸에 들어가면 바로 몸과 마음이 푸르게 피어나면 좋으련만... 독감 후유증 종필, 이틀 연속으로 공연하는 채윤, 이유 없이 마음을 시름시름 앓는 신실 모두 맛있게 먹고는 각자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