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전 내내 청소를 했다.
간간이 트위터 보고, 통화하느라 청소시간은 무려 2시간 30분.
전혀 대청소삘은 아니었지만 끝나고 나서 걸린 시간을 확인하고 그냥 '봄맞이 대청소'로 부르기고 했다.


봄맞이 대청소를 마치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고,
아침에 빵을 먹은터라 배는 고픈데 밥은 없었다.
늦은 점심으로 밥을 했는데...
냉장고 야채박스에는 이런 게 있었다.
주부로서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선물인데 봄동을 다듬어서 깨끗이 씻은 채로 위생팩에 넣어주신 손길.
그건 말하자면 우리 시누이가 하는 어린이집이며 내가 음악수업을 나가고 있는 어린이집의 주방선생님 손길이었다. 
그러나, 식구들이 반기는 반찬이 아니라서 말이다.


봄맞이 대청소도 했고,
막 지은 밥을 혼자 먹는 호사스럽고도 쓸쓸한 늦은 점심을 먹는 김에,
까나리액젓에 양념을해서 봄동을 무쳤다.
며칠 전에 냉이를 듬뿍 넣어서 끓였던 된장찌개도 좀 남아 있었다.
혼자 앉아 봄으로 식탁을 차렸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밥을 두 공기 째 비우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현승이가 '엄마, 봄에 관련된 음악이 뭐가 있어?'하는 말에
비발디의 <사계> '봄'으로 하루를 열었다.
그리고 이제 맘 맞는 친구들이랑 봄나들이 가려고 나서는 길이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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