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갓♥메일-21    <QTzine> 10월호


최종 테스트 미션 통과!
내가 그럴 줄 알았지. 그 서점에서의 우연 같은 필연 또는 필연 같은 우연의 만남, 그 순간에 너흰 이미 다시 시작한 거야.^^ 지난 번 메일은 네가 애써 인정하길 피하더라만, 이미 핑크빛이었어. 정식으로 축하한다. 네가 제안한 대로 J군이 너희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면 결혼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 거 아냐?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은혜 웨딩드레스 입는 거 아니니?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쁠 것 같고 마구 설렌다. 매번 네게 답장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리 내가 주책없게 들뜨고 호들갑이냐?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 같은 시기는 결혼을 전후로 한 때가 아닐까 싶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가올 그 순간을 기다리며, 결혼한 사람들은 그 시절을 추억하고 동경하며 설레는 그 설렘으로 한 번씩 로맨티스트가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은혜의 보석 같은 순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구나.
J군에게 던진 최종 테스트 미션, 맘에 든다. 너희 처음 교제할 때는 당장이라도 결혼할 것처럼 보이던 J가 갈수록 '결혼'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경직되곤 한다고 했었지? 그런 상태에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린다는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그랬던 J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수 있겠냐?'고 던진 말에 은혜나 은혜 부모님 앞에서 그렇게 자신이 없던 J군이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부모님 뵙고 싶다, 허락 받고 싶다면서 믿음직한 모습 보여줬다니 새삼 감사하다. 너희 부모님 역시 J군이 하는 일이나 가정환경 등으로 은근히 반대하셨었는데 지금은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신다고? 은혜가 그렇게 고민하던 것들이 물 흐르듯 흘러가며 해결되어 가니 그 분의 때, 그 분의 뜻 이루심을 찬양하게 된다.


결혼은 일상이고 현실이니 핑크빛 환상 깨라고?
이제 결혼이 현실적인 일이 되었고 결혼을 준비하며 더 의미 있는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니? 으이그, 우리 은혜 어찌 그리 예쁜 생각만 골라서 하니? 이제껏 너희 둘이 가져온 만남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알찬 준비였다고 생각해. 하지만 결혼이 확정된 상태에서 그저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하는 일정 정도의 애정행각(?)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귀하다. 무언가 결혼을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J에게 제안을 해봤는데 말이 잘 안 먹히더라는 거지? 만나서 데이트 할 때마다 많은 얘기 나누고 있고 그게 서로를 더 알아가는 것이고 결혼을 준비해 가는 것이지 뭐가 더 필요하겠냐고 하더라고? '둘이 만나서 결혼을 위한 준비기도회를 하랴? 큐티 나눔을 하랴?' 그랬어?ㅋㅋㅋ 이 친구 이거, 그저 만나면 다 소용 없고 으슥한 곳에 가서 뽀뽀나 하면 좋겠는 거 아냐?
이제부터 선생님이 하는 얘기는 J도 함께 읽으면 좋겠구나. 예전 선생님이 싱글이었을 때 교회 선배 커플의 신혼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 두 선배 다 공동체 안에서 내로라하는 리더들이었고 그 둘이 결혼해서 사는 소꿉장난 같은 신혼집은 그야말로 우리들의 로망이었지. 신혼집 집들이 한두 번 가본 게 아닌데 유난히 그 날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가 있단다. 지금 너희도 그렇겠지만 결혼한 선배 집에 초대받아 간다는 것 자체가 '결혼하고 싶어 미치게 만드는' 염장 백만 볼트를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겠니? 두 선배가 공동체에서 보여준 모습들 때문에 내가 유난히 존경하고 기대도 많았었나봐.
식사 마치고 신혼부부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었어. 둘 다 워낙 찬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둘이 함께 집에서 찬양도 하고 그러냐?'고 누군가 물었어. 그랬더니 새 신랑이 그렇게 답하더라. “허허허허…. 찬양? 결혼들 해보세요. 결혼하고 기타를 꺼내 보지도 못했네요. 하긴 이러면 안 되는데…. 사실 결혼하고 큐티를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공동체에서 매주 하던 모임이 없어지니까 흐트러지는 것 같아요. 결혼은 일상이거든요. 다들 결혼하기 전에 열심히 큐티 하고 열심히 찬양하고 열심히 봉사들 하고 그래요∼ 결혼해서는 뭐 그냥 열심히 사는 거죠. 퇴근하면 저녁 해먹고 빨래나 집안 일 좀 하고, TV좀 보고 이러면 시간 다 가요. 다음 날 둘 다 출근해야 하니까 또 자고, 자면 아침이고…. 결혼은 일상이고 현실이란 걸 알아야 해요. 핑크빛 환상 오늘 다 깨고 가요. 허허허….”
계속되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처음 선배 집에 들어서며 집안의 인테리어며 연예인 같은 결혼 사진들에 연발했던 감탄사는 점점 사그라져 갔어. 단지 함께 찬양하거나 말씀 묵상을 나누는 일이 없다는 얘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애. 뭐 결혼이 교회개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들이 필수사항은아니니까. 다만 두 사람의 사는 모습은 그냥 그렇고 그래 보였어. '안 믿는 직장 선배들도 다 저렇게는 살던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날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결혼생활 영성
그 선배의 말이 맞아. 결혼은 밥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중에는 아이를 낳아 양육해야 하는 책임감의 연속이야. 그리고 일상은 그 책임감을 감내하는 것으로도 벅찬 하루하루일지도 몰라. 그런 의미에서라면 핑크빛 환상을 철저하게 깨야지. 하지만 이런 식의 핑크빛 환상은 키우고, 물 줘서 열매 맺게 해야 해.
'그 거대한 일상에 맞닥뜨려 우리는 여타 세상의 부부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련다. 밥 먹고, 청소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는 일상 가운데 깊숙하게 뿌리내린 영성의 삶을 살리라. 그 바쁘고 책임감에 눌리는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가정을 제공하기에 힘쓰리라. 비록 이제껏 부모님과 살았던 세월 동안에는 교회 따로 가정 따로의 삶을 살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들 가정에는 교회 공동체의 모든 선한 것들을 품으리라. 그럴 수 있으리라.'
이런 핑크빛 환상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거대한 일상에 맞닥뜨려 기선제압 당하고 깨지기 전에 선제공격을 하는 거야. 선제공격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결혼생활의 뚜껑을 열기 전, 바로 지금의 데이트 속에서 둘 만의 영적 공동체 틀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하고 있고, 하나님의 예비하심 끝에 결혼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으니 이제 결혼의 선물을 감사히 받고 살던 대로 살자.'하면 세상의 많은 부부들이 가는 길로 가기 십상이야.

선생님이 늘 말하듯 외로운 싱글은 외로운 기혼자가 되고, 분노하는 싱글은 분노하는 기혼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너희가 지금 자연스럽게 말씀 묵상한 것을 나누고,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함께 기도하는 일이 일상화 되지 않는다면 결혼생활 속에서 그런 걸 시작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거라는 거야. 믿고 신뢰하는 교회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말씀 묵상을 통해 깨달은 죄, 받은 위로를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아내와) 나누지 못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니? 가족끼리 부부끼리 쑥스럽게 무슨 기도제목을 나누느냐고? 데이트는 애인과 하고 신앙의 나눔을 교회 가서 하는 건 옳지 않아.
너희 둘이 먼저 가장 좋은 영적 공동체, 소그룹, 셀, GBS 모임이 되거라. 쑥스러워도 차 안에서 같이 기도하는 것 시도해봐. 같은 큐티 교재로 큐티 하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묵상한 것들을 나눠봐. (선생님이 사용하고 있는 월간 <QTzine>을 추천한다. 말씀 묵상을 잘 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뒷부분에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이슈들에 대해 읽을거리가 실려 있으니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거야.^--^) 가정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정해서 함께 읽고 데이트 때마다 소감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러다보면 각자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그림이 드러날 거고 두 개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한 장의 청사진이 될 수도 있지 않겠니? 굳이 결혼이 임박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데이트 자체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도 이런 시도들은 많은 유익을 줄 거라 믿어. 이 분야에는 좋은 책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만, 폴 스티븐스의 『영혼의 친구 부부』를 추천하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의 연애 Season2 시작을 축하하는 선물로 선생님이 보내줄게.


너희들의 데이트가 로맨스뿐만 아니라 영적인 소망도 함께 품는 데이트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너희 둘의 만남이 세상에 둘도 없는 신앙공동체, 영적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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