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목은....
TNT 클럽에서 '수련회의 귀환'이라는 수련회 홍보 동영상에서 받은 감동과 삘이 가시질 않아서 제목이 다르게 떠오르질 않슴다.
(진짜 재밌는 대박 동영상인데 어떻게 소스를 가져다가 여기다 올려 드리고 싶군효)

떡볶이를 오랫만에 했다는 뜻입니다.
하도 떡볶이를 해대서 어느 때 부턴가 내가 만든 떡볶이 먹기가 싫드라구요.
떡볶이 한 지도 오래 됐지만 내가 만든 걸 맛있게 먹어 본 건 언제 적 일인지...

본좌는 자기가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젤 맛있는 자뻑 9단의 삶은 요린데요.
내가 만든 떡볶이가 맛이 없었다뉘...

암튼, 어젠 전통적인 포장마차식 떡볶이를 만들어볼 요량으로 멸치 다시국물과 고추장으로 그럴싸한 맛이 났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접시에 담기 전에 갑자기 냉동실에 굴러 다니던 날치알 한 덩어리를 집어 넣는 정신 나간 짓을 했습니다. 아흐, 그 순간 그 칼칼하던 떡볶이가 꼬리리한 해물 떡볶이 맛으로 변신하면서 내 미친 손을 탓할 수도 없고....

하이튼,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종필님과 둘이서 깨끗하게 비웠고요.


오늘은 추운 날씨에 에니어그램 강사 프레젠테이션 갔다가(매우 긴장하고 떨면서 갔다가) 잘했다는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마음이 하늘을 날아...
하늘에서 생태 한 마리 잡아다가 맑은 동태탕 내지는 동태지리?로 끓여서 애들까지 국물 쪽쪽 빨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데웠지비요.

실은 겨우내 마음 한 켠의 부담으로 안고 다니던 두 번의 강의, 에니어그램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서 지금 이 가비야운 마음을 어찌 주체할 수가 없사옵니다. 수능 끝난 수험생처럼 '나 이렇게 맘 편히 포스팅 하고 자빠져 있어도 되는 거?' 하는 기분좋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함께 삶은 요리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얼핏보면 흔한 치즈 떡볶이라 여기실 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완전 자체개발 '김치 치즈 떡볶이'
신김치로 떡볶이를 해서 치즈를 얹어서 렌지나 오브에 돌려주는 것인데 모 김치그라탕 같기도 하고, 김치 볶음밥 같기도 한 떡볶이 입니다.

요리란 게 희한해서 시간을 많이 들이고, 고민을 많이하고 공을 들여서해도 맛은 있는데 모양을 망치거나, 모양은 있는데 맛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헌데 위에 버티고 계신 김치 치즈 떡볶이님은 아침부터 평택을 찍고, 스승의 날 선물을 사러 돌아댕기고, 집에 와서 바로 아가들 음악수업을 하나 하고는 한 숨도 안 돌리고 휘리릭 만들어낸 것인데요.
간만에 스타일도 맛도 맘에 드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을 옥죄는 아름다운 법칙 하나가 '인과의 법칙'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내가 이만큼 노력을 쏟아 부었으면 이 만큼의 결과가 나와줘야 하는데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더 속상한 건 '인과의 법칙'은 마치 만고의 진리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요리에 이 만큼 공을 들이면 이 만큼의 맛과 때깔이 나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신을 놓고 요리한 날에 맛도 스탈도 만족스러운 게 탄생해주고 말이지요. 스승의 날에 나를 알지도 못하지만 감사해 마지않는 래래선생님에 의하면 우리가 가는 믿음의 여정을 어지럽히는 으뜸 방해꾼이 하나 있는데 '인과의 법칙'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기도도 잘 하고, 열심히 사람들 섬기고, 말씀 묵상도 잘 하면 하나님이 나를 잘 보셔서 결국 나를 잘 되게 하시겠지? 어! 요즘 일이 왜 이리 안되는 거야?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벌을 받는 것인가? 이러는 것 말이지요.

얼핏 보면 믿음이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을 내 행동으로 하나님을 통제, 조정해서 결국 내게 복을 주시지 않을 수 없게 만들겠다는 불신앙의 고상한 형태입죠. 그래서 인과의 법칙에 얽매여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광대한 사랑, 자유, 이런 걸 맛도 못 볼 확률이 많다는 겁니다.

공을 들인 요리를 망해먹고, 공을 들인 사람들로부터 배신당하고, 때로 내가 아무 한 것이 없는데 뜻밖의 유익을 얻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인과의 법칙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광활한 사랑과 자유를 힐끗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맛을 많이 본 사람들이 이렇게 고백하겠지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캬아~ 떡볶이 한 접시에 설표 한 편! 설교 이렇게 쉬운데 우리 필님 왜 그리 어려워 하시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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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닭가슴살' 이란 말이 들어가면,

괜시리 고급스럽게 느껴지더라~


애들이 고기 먹는 일이 없는 것 같아서 부위별로 파는 닭가슴살을 샀는데...

통 해 먹이질 못하다가.

결국! 떡볶이에 넣어서 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채윤이 피아노 할 때 선생님과 채윤이 간식으로 드렸는데...

선생님이 통 드시질 않은 듯하여 약간 의기소침 했다.

'맛이 없었구나...'


알고보니 피아노선생님이 입덧 중이셨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저 냄새가 확 코를 찔렀을텐데...

렛슨하시며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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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수족구로 인해서 휴가이건만 아무 계획도 잡지 못한 8월1일.

점심으로 먹는 떡볶이.


애들은 안 매운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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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완전 매운 불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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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떡볶이가 다 완전 신제품이라는 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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