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곰소항의 간장게장 얘기부터!
아무리 맛있어도 먹기 귀찮으면 맛 없는 걸로 치는 김종필씨가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간장게장 중에서 제일 맛있다" 라고 평을 한 간장게장입니다.
이것 먹으면서 '엄마가 간장게장 좋아하시는데.... 택배로 바로 부칠 수 있다는데 비싸겠지' 생각했습니다. 계산하기 직전에 슬쩍 햬기했더니 우리의 김서방이 "나도 그 생각했는데... 보내드려" 흔쾌히 말해줘서 서울로 몇 마리 바로 쏘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둘 다 먹을 거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많이 먹거나, 너무 좋은 걸 먹으면 불편해지는 이상한 금욕주의 근성같은 걸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선 '정말 맛있는 간장게장 먹어봤으니 나머지 수십 끼는 아무래도 괜찮다' 이런 심리가 작동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담양의 죽녹원에서는 그렇게 맛있다는 떡갈비가 있었는데 전 날 먹은 게장의 감흥이 채 잊혀지지 않아서인지 그리 끌리지 않았고 대통밥을 먹었습니다. 대통밥이란 그저 대나무통에 밥을 퍼주는 것 외에 아~무 메리트 없는 밥상이었구요.






순서는 상관없이 이번 포스팅은 무조건 게장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게장을 점심으로 먹고 담양에 도착한 저녁.
담양 시장에서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홍시를 사서 흙집 바닥에 펼쳐 놓고 먹으니 이거 좋습니다. 흙집 분위기 하며... 갑자기 거지가 된 느낌도 좋구요.






게장처럼 맛있진 않았지만 전 날 저녁 먹은 백합조개구이(사진 없음)도 먹었습니다. 그걸 먹은 덕에 다음 날은 나가사키 짬뽕과 짜장범벅으로 맛있게 떼워 봅니다. 집에 티브이가 없는 저 애들은 티브이 보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정줄을 놓은 지점이기 때문에 사실 뭘 먹어도 상관없는 상태구요.




 



2박을 했던 변산을 떠나면서 콘도 1층의 할리스에서 여행 중간 점검을 위한 조찬모임이 있었죠. 사실 여행이 좋은 건 이렇게 서로 눈을 바라보면 마음을 나눌 여유가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간간이 남매 끼리 엄마와 딸 끼리 신경전이 있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서 서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가족피정'의 '가족'에 방점을 찍을 수 있으니 참 좋았죠.
그래서 간장게장이 더 맛있었을 겁니다.



 



땅끝 마을로 향하는 긴 자동차 여행 길에 현승이는 차에서 쳐 자고,
채윤이랑 잠깐 나주시장에서 내려 구경을 합니다.  여기서 산 찹쌀도너츠(사진 없음)의 맛을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세게 잡아도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찹쌀도너츠가 어찌나 맛있던지.  (흠... 이 지점에선 간장게장을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 것인가)






남도 음식하면 홍어이고, 홍어하면 삼합인데....
땅끝마을에서 저녁을 먹으며 저렇레 감질나게 한 쪽이 나왔어요.
코를 찌르는 홍합, 나는 좋아하는데 귀찮아서 간장게장 별로인 김종필님은 삭힌 홍어는 냄새 꼬리리해서 별로라 하시죠.
홍어 나왔길래 표정 좀 보려고 얼른 먹어봐 얼른 먹어봐 하면서 카메라 동영상까지 들이댔는데 게장에 은혜받은 입맛이라 홍어 정도 무난히 소화해 주네요.






마지막 날 서울로 출발하는 아침의 알흠다운 식단입니다.
서울우유의 커피우유는 가끔 한 번 씩 생각날 정도로 맛이 있지요.
가볍게 아침을 먹어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올라가는 길에 김대중 대통령님의 제2의 고향 목포를 살짝 찍고 갈 것이고 거길 가면 그렇게 유명하다는 독천식당이라는 낙지집이 있다니까요.
게장에 감동했던 것처럼 우리는 마지막으로 감동의 도가니탕이 아닌 연포탕으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거예요.

 





라며 목포의 독천식당 찾아 갔는데~
갔는데~
식당은 코딱지만 하고 방금 전 관광버스 한 대에서 우르르 맛집 기행 손님들 내려 들어가셨고요. 신경이 날카로워질 정도로 배를 곯으며 기다렸지요.
그 기다림의 시간 또한 지나 결국 낙지비빔밥과 연포탕을 마주하였습니다.







솔까 그렇게 맛있진 않았습니다.
정말 죽도록 맛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죽도록 배고파서 반찬을 몇 번 리필하며 음식을 마구 입으로 쓸어 담았을 뿐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정말 맛있는 간장게장을 먹었던 여행이니까요.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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