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정규 레슨시간 외에 자유수영을 간다. 혼자 내 템포에 맞춰서 편하고 자유롭게 수영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자.유.수.영.
그 분의 넉넉한 품에서 내 영혼의 집착을 다 내려놓고 안식하듯 물 위에서 내 힘이란 힘은 다 빼고 그저 떠 있기. 내 영혼을 뻗을 수 있을 만큼 뻗어서 그 분에게 까지 닿겠다는 듯 팔을 쭉 뻗어 물을 잡기. 한 바퀴에 한 사람씩 마음에 품고 기도하며 돌기.
수영은 그대로 영성훈련이다. (물론 가끔 내가 온전히 깨어있을 때의 얘기다. ㅡ.,ㅡ)
열심히 음파음파 자유형, 올라갔다 내려갔다 평영.... 하다가 보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시던 아주머님들의 뜨거운 눈길이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엔, '아, 내 수영하는 모습에 저 아줌마 뻑 가셨군. 자, 자유형을 이렇게 팔을 꺾어주는 것이 제 맛이라고요...' 하는게 내 속에서 돌아가는 전자동 모드, 일명 자뻑모드였다.
헌데, 그런 아주머니들 턴을 해서 나가는 내 발목을 잡으신다. '흠! 칭찬을 하시려면 내가 쉴 때 하시지 굳이 뭐 이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칭찬을 하시나?' 싶어서 멈춰서면 '젊은 엄마! 자유형 할 때 몸이 너무 많이 흔들려. 팔을 자, 안쪽으로 넣지 말고 쭉쭉 앞으로 뻗으면 봐바. 몸이 어쩌구 저쩌구.... #%&$$!(#%.... 알았지?
'아, 네 그래요? 어떻게요? 네....'하고 겸손하게 꼬리 내리고 듣다보면 옆에서 안 보는 척 하다 보시던 아주머니도 한 말씀 '그리고 접영할 때 힘을 좀 빼....쏼라 쏼라....랄....설교...설교....'
이렇게 되기가 일쑤였다.
'아이씨, 아줌마들이나 잘 하지. 나만 갖고 그래. 자기는 자유형 할 때 팔이 가관이더만... 저 아줌마는 접영할 때 완전 고개 빳빳하게 들고 웃기게 하면서 나한테만 지적질이야...'라고 첨에는 생각한 적도 있었다. 헌데, 이 지적질이 반복되면서 내 마음에 큰 울림있는 통찰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1. 모두들 자기는 대체로 수영폼이 제대로 쫌 간지난다고 생각한다.
보니깐 나부터도 내가 수영하는 모습은 못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결점을 보면서 '난 저 정도는 아닌데'를 확인하고 되새기면서 '난 쫌 돼'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단 자기가 수영하는 건 동영상을 찍어서 보지 않는 한 모른다는 것.
2. 그래서 모두의 마음 속에는 지적질의 충동이 내재해 있다.
수영 쫌 했다는 아줌마들은 다른 사람들의 영법에서 지적한 꺼리가 산더미 같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가르치고 고쳐줄 수는 없다. 수영하는 여자들 중에 나이가 젊은 축인데다가 키나 몸집은 초등학생 수준이라 포스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내가 딱 맞춤인 것이다. '젊은 사람이 열심이네. 근데 손이 왜 저래. 저것만 고치면 훨 낫겠네' 이런 마음으로 내 발목을 잡아 지적질해 주시는 것이다.
나 역시 겉으로 지적을 안해서 그렇지 조금 쉬는 동안 여기 저기 수영하는 분들 보면서 '저 분은 저것만 고치면 되겠네. 미치겠네. 저러면서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쑈하는 것 봐' 이러고 있으니까.
3. 내 결점은 나만 모르고 다 안다.
한 동안 지적질 전문 아줌마들 때문에 자유수영은 피할까도 했었으나 이건 내게 너무나 좋은 약이 되었다. 사실 상급반으로 갈수록 코치들이 거의 방임수준으로 가르치는데 아줌마들의 지적은 기분은 나쁘지만 날카로우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해서, '네 알겠습니다. 한 번 신경 써서 해볼께요. 봐 주세요' 하고 노력하면 잘못된 습관들이 빨리 빨리 고쳐지는 것이다. 오호!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 이거 아줌마들한테 레슨비 드려야는 거 아냐? 와, 내 결점은 나만 모르는 거구나.
4. 선수끼리는 서로 안 봐줘!
그러다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를 한 개 주웠다. 지적 잘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지적 잘 하는 다른 아주머니의 평영 발차기를 지적하셨다. 그랬더니 늘 '지적은 나의 것'이라고 여겼던 지적 당하신 아주머니 발.끈! 하시면서 자유수영 끝나는 시간까지 화를 풀지 않으시는 거다. ㅋㅋㅋ 지적하신 아주머니가 레인을 돌고 계시면 쉬면서 옆에 분에게 '아참, 잘 나셨어. 저기 자유형을 저렇게 하면 안돼. 쟤는 몇 년을 수영을 해도 자유형이 저렇더라구' 하시면서 기냥 막 씹고 도 씹으시는 거다. 아, 욱껴!!
아바의 자녀를 쓴 브레넌 매닝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완전한 사랑을 받는 '아바의 자녀',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박동을 들어본 사람은 '기꺼이 영향입을 줄 아는 심장'을 가진 자라고 하였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자신만의 낡은 지도를 기꺼이 바꾸는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했다. 극단적으로 자신의 오래된 지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몸에 힘 주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망칠 뿐 아니라 자신의 자녀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나는 세계의 중심에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중심으로 주변인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착각은 내 심장을 결코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는 심장으로 만든다. 그럴 때 내게 충만한 것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백 개를 나열하라고 하면 천 개라도 나열할 수 있는 지적꺼리 충만한 가슴은 아닐까? 내 모습니다. ㅜㅜ
기꺼이 영향을 입을 줄 아는 심장! 기꺼이 영향을 입을 줄 아는 심장으로 이 일상의 바다에서 힘 빼고,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나의 삶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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