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80 듣는 마음, 다시 만난 잠언 두 아이 품었던 시절, 태교라 이름 붙이고 했던 일이 딱 하나 있었다. 〈지혜 성경〉이라는 어린이용 잠언 성경을 아빠 목소리로 읽어준 것이다. 입덧이 심해서 초기에는 하루하루 생존이 관건이었으니 안정기에 접어든 때부터였을 것이고, 매일 저녁도 아니었을 것이다. 둘째 현승이 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도 했고, 네 살 채윤이가 있고, 풀타임으로 일하던 때라 몇 번이나 했을까 싶다. 그래도 두 아이 태교, 하면 아빠 목소리로 읽어준 잠언이었다. 잠언이었던 이유가 있다. 당시 유치부 설교로 교회 봉사하고 있었는데, 매주 설교하며 온몸으로 알게 된 것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아이가 있다. '듣는 아이'와 '안 듣는 아이'. 머리가 좋고 나쁘고, 성격이 활달하고 조용하고... 이런 모든 조건과 상관없이 설교에 .. 2026. 6. 11. 움직이는 교회 "우리는 움직이는 교회" 리프레임 처치 5주년 기념 예배에서 전체 교우들이 나와 부른 찬양이다. 과연 그렇다, 사람이 교회이다. 그러니 교회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움직인다. 두 개의 움직이는 교회인 내적 여정의 지대근 목사님, 김윤경 선생님이 일군 리프레임 처치가 5주년을 맞아 드리는 예배에 다녀왔다. 부부가 나란히 연구소 '상처 입은 치유자 과정'(동반자 과정)의 벗이어서 남의 교회 같지 않다. 남의 교회 아니라 내 교회 같다. 교회를 하고 교회가 되어가는 기쁨과 아픔을 깊이 나누며 함께 기도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남의 교회가 어디 있나? 내 교회, 네 교회가 어디 있는가? 마침 우리 교회는 "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주일이었다. 내 교회, 네 교회라는 의식을 떨치고자 전 교.. 2026. 6. 3. 오늘 경안천, 오늘 아들 주말을 보내고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전,현승이와 함께 주일 해 질 녘 경안천을 걸었다. 발가락이 앞으로 쑥쑥 빠져 나오는 슬리퍼를 신었기에"조금 걷다 되돌아 오자"하고 시작했는데,크게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걷는 사이, 사위가 조금씩 어두워졌다.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 색과 풍경에 시시각각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 찍어.몇 발자국 걷도 또 찍네...한참 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분위기 깨기가 그래서...현승아, 미안! 엄마 사진 한 장 또 찍을게.눈앞의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해 들을 줄 아는 아이라...주의 산만한 엄마가 싫고 불편할 텐데그러려니, 이해도 해주니 고맙다2주를 보내고 멀리 미국으로 보내는 마음과이틀 보내고 구산동 자취방으로 보내는 마음이크게 다르지 않다.구산동에, 보스턴에 각각 .. 2026. 6. 2. 죽음을 짊어진 목사 주일 아침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꽃을 샀다. 며칠을 고민하여 선물도 준비했다. 주일 예배에 세례식이 있는데, 모처럼 예수 믿는다는 것, 예수의 공동체라는 것의 본질을 일상에서 느끼는 일이다. 남편으로서는 목사 인생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교회 등록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으니 으레 하는 의례로서의 세례식이 아니다. 교리의 틀에 넣고 찍어내는 식의 세례가 아니다. 메타노이아, 삶의 방향을 바꾼 그 선택을 확인하는 세례이다.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그 선택, 본연의 세례 그것이다. '갑자기 떠난 친구의 장례식에 예배를 인도해 줄 수 있는지' 울며 걸어온 권사님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한 만남이다. 가서 장례 예배를 인도했고, 인사의 차원으로 두 아들과 함께 주일 예배에 한 번 오신 P 형제님이다. 한.. 2026. 5. 26. Come Back Home 채윤이가 왔다. 8월에 미국에 갔고, 12월에 엄마가 또 거길 갔었는데, 굳이 또 왔다. 여름방학 동안 한 학기 수강할 예정이니 딱 2주 쉴 수 있는데, 그 짧은 시간을 왔다. 북극해를 지나는 항로로, 왕복 도합 50 시간을 날아왔다 날아갈 예정이다. 어떤 날은 하루 네 번의 약속을 달리고 돌아오고, 오늘은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이러려고 왔다. 멀리 보스턴까지 갔다가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다시 나가고 또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오기 위해 집에 왔다.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집은 원래 그렇게 쓰는 것이다. 엄마 아빠랑 시간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지만, 엄마랑은 원래 남는 시간에 노는 것이다. 약속과 약속 사이, 잠시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 운전석 조수석에.. 2026. 5. 23. 너는 꽃이야 5월 1일, 결혼기념일5월 8일, 어버이날5월 17일, 아빠 생일 이런 5월이라, 아이들이 부담이 크다. 아직 청소년기, 사춘기였던 몇 해 전에는 선물 준비하다 둘이 엄청나게 싸우고 얼굴을 보네 안 보네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둘이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이런 뻔한 말로 달랬었는데. 그러기도 잠깐, 동생 군대 보내고 채윤이 혼자 마크해야 하는 5월이 있었고, 올해는 복학생 현승이가 누나 없이 외동아들로 5월의 기념일 폭격을 맞았다. 부담 많이 되겠지, 싶다. 4월 마지막 날에는 현승이가 자취방에서 집에 오는 날이었다. 마침 나도 홍대 앞에서 연구소 동반자 과정 있는 날이라 만나서 들어오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빨리 출발하게 되어 시간 조정하자는 말에 예민한 반응이 돌아와서.. 2026. 5. 8. 감사한 추천사 ★영성·심리 상담가 정신실 작가의 영적 고백록★ “방황과 혼란은 신앙의 후퇴가 아니라,더 깊어지기 위한 통과의례입니다.” “신앙의 사춘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그리고 지금 여기서 정직한 믿음을 묻는 당신에게이 책은 깊은 위로와 도전을 건넨다.” ― 김영봉, 박종운, 백소영, 최종원 추천 이것은 고백록입니다. 더 정확히는 ‘회심’의 고백록입니다. 신앙에도 사춘기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가 겪는 혼란은 마침내 ‘통과해야 할 과정’이 됩니다. 예전만큼 뜨겁게 기도할 수 없고 봉사의 열정이 식어간다고 해서 하나님께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쫓기지 않아도 됩니다. 이 상태를 ‘믿음이 후퇴했다’고 자책하는 대신, 더 높은 정상을 향해 가기 위해 잠시 걷는 내리막길로 보자는 것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은.. 2026. 5. 8. ❝행복하여라 다정한 사람들❞ "넌 네가 한 밥이 그렇게 맛있냐?" 개그맨 전유성 씨의 어록이 무수한데, 저는 이 말이 그렇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내가 한 요리가 마음에 꼭 들게 맛있는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아주 드물게 내가 쓴 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이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이에요. 그런데 희한하게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은 인기가 또 없더라고요. 5,6월 호에 쓴 기도에 관한 글입니다. 벌써 넉 달 전에 탈고했던 글인데, 그때의 내가 오늘의 내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하고요. 저는 마음에 듭니다. ^^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가 자주 생각납니다. 때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아내와 별거 중인 남자 테오도르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계인 사만다를 만납니다. 휴대폰 속에 목소리로 존재하면서 비서.. 2026. 5. 7. 숲은 두 팔을 벌려 음악치료대학원에 들어가 실습수업에서 처음으로 주어진 대상이 마약 청소년이었다. 석사 전공이라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음악치료 세션인데, '마약 청소년과 부모의 소통'을 주제로 한 음악치료라니! 난감한 과제였다. 몇 날 며칠을 기타 잡고 끙끙거리다 하덕규의 과 안치환의 두 곡을 가지고 디자인한 세션에서 교수님께 의외의 칭찬을 받았다. "음악치료의 귀재가 나타났다."는 농담과 함께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음~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어둡고 어둡던 숲 음~ 내 젊은 날의 숲 그때 나 스스로 내면화 한 '숲'의 메타포가 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십수 년이 지나 '어두운 신앙의 숲에서 길을 잃은 그리스도인들에게'라는 부제를 『신앙.. 2026. 5. 1.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다시없을 수도원 밥이 될 것 같다. 다시없을 상을 받았다. 넓은 수도원 피정집에 나 혼자였다. 밥상, 독상이다. 뷔페 아닌 일인 상이 차려져 있다. 문지기 실비아 수녀님이 "어떻게 차려야 할지 몰라서... 하여튼 준비해 봤어요. 밥 덜어 드시고..." 황공하고 죄송한 나보다 더 민망해하신다. "이건 쑥국이고, 봄이니까... 많으면 덜어 드세요." "아이구 수녀님, 쑥국 정말 좋아하는데..." "봄에 오시면 좋아요." 이러고 사라지셨다. 쑥국 국물 첫술이 내려가면서 울컥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올라왔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나만을 위한 밥상을 받았다. 내게 상을 차려주셨다. 꿈여정이나 내적 여정 모임에서 '나만을 위해 차려진 상을 평생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연을 많이.. 2026. 5. 1. 헌사: 사랑하는 목사들께 목사의 딸목사의 누나목사의 아내 이 정체성이 아니었다면 ‘신앙 사춘기’라는 방황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책들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겠지요. 목회자들의 허물과 미성숙함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며 아파했던 이유가, 결국 저의 이 운명과 깊이 잇닿아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오랜 시간 매만져온 원고 『신앙 사춘기 너머』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이제 곧 세상으로 나갑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제 생의 가장 내밀한 고백을 이 세 분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헌사]정선득 목사.정운형 목사.김종필 목사.내 생애 가장 사랑하는 세 남자가 걸어온 삶과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오늘,그리고 남겨진 소명의 시간을 위해기도를 담아 이 책을 드립니다. *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대로 가져옴 2026. 4. 28. 『신앙 사춘기 너머』 표지와 목차 이제껏 책 표지에 사진을 넣어본 적이 없는데, 용기를 냈습니다. 책 표지와 목차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책 내용과 상관없이 ‘신앙 사춘기’라는 언표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서문에도 썼지만, 어슐러 K. 르귄 『어스시의 마법사』의 이야기처럼 ‘이름 붙이기’는 위대한 마법입니다. 편집자이신 문준호 팀장님의 노고로 새로운 이름들이 붙여져 다른 힘을 장착했습니다. 『신앙 사춘기 너머』 기대해 주세요. 서문1부 불안 * 두려움을 순종이라 부르던 날들은혜라는 이름의 텅 빈 열심한때 나를 가두었던 그 시간 속에서가벼운 말들이 남긴 무거운 흔적맹목의 숲을 빠져나오며2부 질문 *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쌓인 자리의심과 회의 사이에서 마주한 믿음다시, 기도의 이유를 헤아리는 시간질문 없는 신앙에 드리운 .. 2026. 4. 28. 이전 1 2 3 4 ··· 2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