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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터 7주년 기념 영성 특강: 여성, 영성, 공동체 창립자도,정해진 회칙도,너와 나를 가르는 단단한 울타리조차 없던느슨하지만 자발적인 여성 공동체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한 이도, 비혼인 이도 있었습니다. 자기 집에 머물거나 함께 모여 살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침묵 속에 머무는 은수자의 삶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묶어준 단 하나의 이유는 예수님을 사랑하여 그분처럼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이었습니다. 수도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이 아닌 일상의 한복판에서, 저마다의 일을 이어가며 서로를 돌보고 그리스도를 따랐던 13세기 여성 공동체, ‘베긴(Beguine)’의 영성 특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오래된 영성을 오늘 우리의 삶으로 다시 불러내어 함께 살아가고픈 꿈을 담아, 연구소 창립 7주년 특강을 준비했습니다. + 강사 : 신소희 수녀(성심 수녀회 예수마음배.. 2026. 9. 15.
청원기도, 정직한 믿음의 기도 이 영원한 지금(the eternal now) 5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도 감사” 언제 불러도 은혜가 되는 찬양 가사입니다. 은혜가 된다고 해서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일들이 지나고 “그때 그 기도대로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어.” 하는 고백이 절로 나오는 것이 믿음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이 가사가 딱 들어맞습니다. 또는 거절된 기도로 인해 여전히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는 믿음의 찬양이 됩니다. 하지만 기도라는 것이 본래 들어주십사 하고 원하는 것을 청하는 것이니, 솔직히 응답하신 기도에 감사할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가 거절당함을 기뻐하겠습니까... 2026. 9. 2.
별을 보며, 별을 따라 지리산이 아니고, 하동이 아니고, 평사리가 마음이 깊이 들어왔다. 평사리를 선택한 박경리 선생의 글쓰기 인생, 여자의 일생이 내 마음의 별이 되었다.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 속 노트에 쓰고, 2026년 8월 24일-27일의 사진을 걸어둔다. 그리고 나는 평사리 들판이 황금빛이 되는 어느 날, 꼭 다시 가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박경리 선생에 대해, 글쓰는 인생에 대해 차마 하지 못하는 말과 내 나름의 결심을 선생의 이 문장으로 마음에 심는다. 그 악은 형체가 없고 어떤 구체적인 인물 속에 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미워할 수도, 저주할 수도, 그래서 속시원히 내뱉을 수도 없는 것이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악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나는 이 악을 누구에게 말할까. 그냥 안고 가야겠다. 2026. 8. 29.
냉이 페스토 파스타 여행 끝에 흔히들 하는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의 진짜 느낌을 나는 잘 모른다. 집에서 누리는 일상이 "벌써" 그리워지는 마음, 그게 내 여행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끝나가는 여행이 아쉬웠다. 집 일상과 다르지 않은 여행이었던 듯하다.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기도를 마칠 즈음 일어난 JP와 아침 산책으로 차밭이나 쌍계사 경내를 걷고. 가벼운 아침과 커피를 하고, 지리산 자락 바라보며 느긋하게 책을 읽고, 출출할 즈음 숙소를 나서서 만 원도 안 하는 콩국수로 점심을 먹고, 하동 구석구석을 찾아 걷고, 일찍 숙소에 들어와 가벼운 저녁을 하고, 글을 쓰고, 가벼운 수다를 떨고, 조용히 자고... 이렇게 끝나가는 여행이 아쉽기도 하고. "가자 천리 길 굽이굽이 쳐 가자" 노래 부르며 국도 달.. 2026. 8. 29.
박경리 선생, 글기둥 하나 잡고 집순이는 아니지만, 일 없이 집에 있는 날을 좋아한다. 그러니 여행에 그리 들뜨지 않는다. 여행을 앞두면 차라리 정리하고 갈 일상과 떠나기 위해 짐 싸는 일이 부담이 된다. 남편 일정에 맞추어 늦은 여름휴가를 정해 놓고는 그랬다. 집이나 거기나, 결국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인데 뭐 그리 좋겠는가. 유난히 그랬다. 여행 마지막 날인데, 숙소에 앉아서 노을이 물드는 하늘을 보면서 끝나가는 여행이 아쉬워 눈물이 날 뻔했다. 대단한 여행이 아니었다. 지리산 자락 하동인데, 날은 덥고 지리산이야 광활하지만, 하동은 크지 않은 동네라 먹을 것도 볼 것도 단순하기만 하다. 책을 보다, 졸다 숙소에서 뒹굴거렸고 더위를 피해 걸었던 쌍계사나 소나무 숲은 대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가기 싫을 만큼 좋다...고.. 2026. 8. 26.
나르시시즘, 악, 회심 읽고 있는 책이, 커피 마시며 친구와 나눈 대화가, 주일 설교가, 툭 내뱉는 아이의 말이 "하나"를 말할 때가 있다. 흔히 그럴 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라고 느낀다. 사실 이런 체험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 깨어 있다면, 그분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분은 내 곁에서 수고로이 일하시는 분이다. 돌아오라, 내게로 돌아오라... 내 영혼을 향해 모든 것을 동원하여 말씀하시는 분이다. 종교(religio)의 어원이 '다시 잇다, 연결하다'이듯, 영성 역시 결국은 연결이며 통합이다. 흩어진 것들이 "하나"를 말할 때, 그것은 다시 이어 붙이시려는 그분의 손길이다. 이즈음 내게 한결같이 "나르시시즘과 죄, 죄와 악, 악과 나르시시즘"을 일깨우신다. 연구소 동반자과정.. 2026. 8. 26.
당근과 카레 늦은 휴가를 떠나며 "뭐 해놓고 갈까?" 물으니 "카레! 카레가 좋지." 해서 현승이가 딱 좋아할 소고기 넣어 한솥을 했다. 카레를 하자니 당근이 등장하고, 당근을 다듬자니 "귀염 삐죽" 초록싹이 존재감 뿜뿜 하네. 그래, 엄빠 없는 집 누리겠다고 자취방에도 가지 않고 (자칭) 놈팽이 일상 즐길 우리 현승이와 함께 해줘. 몇 밤 자고 와도 눈에 띄게 자라 있을 당근 꼬다리, 너는 정말 최고야! 사골국 대신 진짜 맛있는 카레 한솥 해두고 엄마는 집을 떠남! 2026. 8. 24.
옳지, 브런치, 런치 현승이가 친구를 데려와 잤는데, 밥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저녁은 밖에서 먹을 거고 아침은 안 먹을 거라고. 그래? 안 먹나 보자. 늦도록 자고 일어나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 가까워진 시간에 브런치로 오리떡볶이를 해줬다. 사실 수박과 멜론으로 색도 예쁜 과일 접시도 있었다. 아이스라떼까지 해주려 했는데, 커피를 아예 안 마시는 친구라고. 저 아름다운 떡볶이와 과일, 커피까지 해서 브런치 메뉴로 간지나게 사진 찍어서 자랑하려고 들떴었는데... 아들들 앞에서 사진 찍고 난리치는 게 창피해서 급하게 한 장만 남겼다. 주일 점심으로 비빔밥이 자주 나온다. 한 사랑방(구역)씩 돌아가며 점심 준비들을 하시는데. 각자 한 재료씩 준비해 와 뷔페처럼 차려 놓고 담아 비비는 이 메뉴가 나는 참 좋다. 어쩐지 교회 공동.. 2026. 8. 23.
물총새에 불이 붙듯 지난 초여름, 눈 뜨기 싫은 아침을 맞아 잠을 깰락말락 할 때 찰나적 생각들이 지나갔다. 하루가 그냥 갔고, 밤이 되어 누운 것이라면 좋겠다, 아니, 내가 살아야 할 모든 날들이 다 가고 마지막 숨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뭘 더 바랄까, 무슨 소망이 더 있을까... 그런 아침에 비몽사몽 완전히 깨지 않는 잠을 깨우는 것은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였다. "나 여기 있다, 얘야 내가 여기 있단다..." 새는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그분의 현존이다. 쓰라린 감정을 곱씹으며 고개를 떨구고 땅만 보며 걷는 날에 "찌지지직뾱뾱" 박새 소리는 시선을 끌어올리고, 마음을 고양시킨다. "얘야, 나 여기 있다, 주께서 사랑하신다..." 지난 겨울 끝에 경안천에서 잊지 못할 경이로운 순간을 맞았다. .. 2026. 8. 21.
잘못 걸린 욥 한참 전에 현승이가 "엄마랑 같은 책을 읽고 얘기 나누는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흥분되었지만 꾹 참고 "그래, 시간 내볼게. 니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정해" 했다. 자발성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입대 전에 청년부 목사님과 욥기에 관한 책을 읽고 좋았다며, 욥기에 관한 다른 관점의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책 선정은 내가 했는데, 일단 망했고. 결론적으로는 망하지 않았다. 현승이가 전에 읽었던 책은 세월호와 관련한 부끄러운 설교들이 강단을 점유하던 시절, 이 시대의 욥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상정하고 쓰인 것이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그 즈음 잠시 매주 설교를 찾아 들었을 정도로 몰입했던 목사님인 저자이다. 까닭 없는 고난을 인과응보나 죄의 결과로.. 2026. 8. 18.
해 아래 떡볶이 못 할 날씨는 없다 기온이 37도니 38도니 난리가 나더라도 만들고 싶은 떡볶이가 떠오르면 불 앞에 선다. 짜장 떡볶이를 하자! 한살림에서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냉큼 집어온 짜장소스가 있으니... 냉동실을 털어서 나온 재료를 다 넣고, 맛있는 말을 죄 갖다 붙여보니 "사천해물쟁반짜장떡볶이"가 되었다. 땀뻘뻘 흘리며 더위와 싸우는 우리 집 남자 둘을 잠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맛이 좋아서 나도 행복했다. 셋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내가 해 아래에서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인사"를 하나 보았으니... "아아, 자~알 먹었다...! (잠시 머뭇) 현승아, 니 덕분에 잘 먹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 현승이 아버지이다. 모범답안은 "아아, 자~알 먹었다. 여보, 맛있게 잘 먹었어. 더운데.. 2026. 8. 8.
기쁨이 많은 교회 주일 점심시간에 교회 로비에서 교회 친구 둘이 사발면을 앞에 두고 조잘거리고 있다. 화면에 담지 못해서 그렇지 이 언니 오빠 뒤로는 아장아장 걷는 인형 같이 생긴 아기가 팔짱을 끼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 또 다른 인형 같이 생긴 아기는 "어흥, 리엘이 잡으러 가자" 하는 목사님의 기합 소리에 깔깔거리다 자지러지며 아빠 다리를 붙들고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장면이라니...! 사진 속의 교회 남사친, 여사친들은 제 엄마 아빠가 교회 청소 담당인 날에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교회 두 번 간다아~!!!" 또 어떤 아이는 "나는 이우교회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라고 한단다.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기가 교회 앞을 지나며 "우리 교회에는 기쁨이 많아...!"라고 했단다. 키가 나보다 커질라 하는 초딩 .. 2026.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