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랑꾼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귀기 직전, 썸이 한창이던 여름이었다. JP 포함 교회 청년 몇 명이 지리산 종주를 했다. 그 멤버에는 내 베프 둘이 끼어 있었고, 나는 시간도 안 되었지만 하루 등산도 아니고 지리산 종주라니,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가장 친한 내 친구들과 썸남이 가는 산행에 끼지 못하는 마음이 어땠을꼬? 아쉬움을 뿜뿜 했을 것이다. 그때 (인생에서 아주 잠깐 사랑꾼이었던) JP가 했던 말이다.

 

누나도 같이 지리산 가시는 거잖아요. 제 마음에 담아서 가니까 같이 가시는 거예요.

 

(이 달달한 세레나데를 평생 들을 줄 알고 결혼했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안다. 어떤 사람을 마음에 담는 것, 사람이 마음에 담기는 것을 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흔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누가 누구의 마음에 담겼는지 쉽게 알 수 없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사람이 담긴다. 내 마음에도 사람이 담겨 있다. 남몰래 담아 둔 사람이 많다. 
 
내 마음에 담긴 사람으로 기쁘고 행복하거나 아프다. 내 마음에 담긴 사람을 내가 잘 알지만, 내가 누구의 마음에 담겨 있는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내가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었구나... 확인할 때가 있다. 남편과 내가 같은 날, 다른 자리에서 각각 자기 벗과 식사를 하고 들어왔는데. 각각 그 사람의 마음을 손에 들고 왔다. 각각 들고 온 것이 한 사람에게서 온 것 같은 느낌이어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사람을 마음에 담고 기도하고 동반하는 일을 하면서... 어떤 때, 거룩한 부담감이 임계치에 가까워 찰랑거리는 때가 있다. 그런 날, 바로 그 시간에 "언니, 소중한 언니, 언니를 위해 기도해. 함께 하는 분들을 위해 기도해." "언니, 기도로 언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 소장님께 힘주시길!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는 메시지가 날아들기도 한다. 내가 그 마음에 담겨 있구나! 그 마음에 기도로 담겨 있구나, 깨닫고 알게 된다. 기억한다는 것, 마음에 담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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