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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키우는 엄마97

아들, 종합비타민 엄마, 종합비타민 먹어. 엄마, 진짜 종합비타민 먹을 거지?엄마, 종합비타민 먹어.... 내가 주문했어. 을 출간하고 났더니 갱년기 증상이 몸으로 제대로 오는 느낌이다. 글을 쓸 때와 달리 사람들을 만나 중년의 몸과 영성에 대해 '말'을 하고 보니, 역시나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었네, 싶은 것이다. 정말 잠을 잘 자는데... 남편 안식월 여행으로 시차로 인한 불면증이라 생각했었다. 생각해 보니, 이거 갱년기 증상이네!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 갔는데 "갱년기 증상이에요. 갱년기는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다 설명돼요. 종합비타민 드세요? 잘 챙겨 드세요." 했다.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노라, 종합비타민이든 뭐든 잘 챙겨 먹고 몸을 잘 돌보겠노라 공표했다. 그 말을 들은 현승이가 눈만 마주치면 종합비타민 .. 2024. 7. 29.
수능 감옥 수능 전날, 교육지원청에 수험표 받으러 가는 차 안이었다. 수능 며칠 전부터 예민함인지 긴장감인지 수능을 향한 어떤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흐름이 있는데 감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나름 감지하지만 농담이라고 했다가, 배려라고 한 마디 했다가 된통 당하는 그런 사람 둘이 있고... (그게 나야, 둠빠둠빠 두비두바, 불쌍하다, 둠빠둠빠 두비두바, 하난 너야, 둠빠둠빠 두비두바...) 수능 전날이니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이었다. 입시생 심기 살피며 조심조심 수다 떨며 가고 있는데 옆 차선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쌩 지나갔다. 입시생 모자, 동시에 짜증 버튼이 눌렸다. 아, 진짜.... 음... 현승아, 수능 시즌에 그런 법 있으면 좋겠다. 저렇게 수험생 스트레스 주는 사람들 다 신고할 수 있.. 2023. 11. 18.
너네 엄마 금쪽이 아침 묵상과 기도를 마칠 즈음이면 벌컥, 벌컥, 벌컥 방문이 세 번 열리고 시간 차 공격으로 세 사람이 나온다. 오늘은 두 전사가 참전을 포기하고 현승이만 벌컥, 하고 등장했다. 채윤이는 연습 때문에 학교 앞에 고시텔을 잡아 나갔고 JP는 아직이다. 둘이 마주 앉아서 막 되는대로 아침을 먹었다. 아빠가 오늘 정말 아홉 시까지 자려나? 왜애? 어제 아빠가 그랬잖아. 오늘 월요일이니까 아홉 시까지 늦잠 잔다고. 그으으으....래? (얼음 박스 찾으며... 아드레날린 폭발!) 엄마, 제발... 그냥 조용히 자게 해 줘. (아, 우리 엄마 금쪽이지...) (안 들림)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엄청 큰 소리로 노래하기) 엄마, 하지마아... 아, 아... 말하지 말 걸... 금쪽이... 하지 말라.. 2023. 9. 18.
개강 첫 주 금요일 나도 개강, 채윤이도 개강, 새내기 현승이도 입학 후 개강. 개강, 개강, 개강. 집 떠나 낯선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현승이는 설레는 주말이겠다. 부산으로 대학 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채윤이는 오랜만에 학교 피아노 앞에 앉았고. 20년 넘게 한 집에서 뒹굴던 네 식구가 이제 노란 카톡방 안에서 만나네. 뭔가 안심이 되면서 동시에 푸근한 것으로 가득 차는 마음이다. 느슨한 연결이 좋다. 두 아이가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누리며, 젊은 날을 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개강 첫 주, 애들은 잘 지낸다. 나만 잘하면 된다. 2023. 3. 4.
세상의 모든 엄마 『우아육아』 개정판을 내고, 뭔가 세상에 돌려줘야 할 것 같아 교회에서 육아 세미나를 열었다. 나 살자고 쓴 글들이었다. 나 살자고 마음 가는 대로 쓴 수백 편의 글이 『토닥토닥 성장일기』라는 책이 되기까지, 장인정신의 편집자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잊지 못한다. 그 책이 새 옷을 입고 나왔는데, 새 옷을 입혀준 출판사에도 다시 고맙다. 내가 입은 은혜를 어떻게든 세상에 돌려야겠다는 마음이다. 우리 교회 젊은 부부들, 그들의 아이들은 또 다른 은총의 선물 같은 사람들이다. 사랑 없는 거리를, 메마른 땅을 종일 걷는 심정이던 시절, 나를 웃게 했던 사람들이다. 감사를 감사로 갚는 게 좋은데, 책을 만들고 개정판까지 내준 분들은 멀리 있으니 가까운 곳에 뭐라도 하자! 교회에 육아 세미나를.. 2022. 10. 13.
지브리와 함께 경주여행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는 영덕까지 해안도로를 달렸다. 내게는 2박 3일 여행 동안 제일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좋을 바닷가 길이지만. 바다 색깔이 투명하게 파랗고 말로 할 수 예뻤다. 뒷좌석 DJ 채윤이는 지브리 영화 OST를 다양한 버전으로 틀어주었고. 아, 현승 DJ는 일이 있어 먼저 고속버스로 올라가서 아쉬움 반, 편안함 반이었다는 것도 말해 두어야. 남매의 다른 음악 취향이 서로에게 퍽 도움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취향을 대화 주제 삼아 잘 놀기도 하던데. 자동차 안 뮤직박스만 되면 취향 충돌로 예민해지곤 한다. 네 사람, 특히 엄마 아빠의 취향 저격이 관건일 텐데. 그것도 경쟁인가 싶기도 하고. 단독 DJ 채윤이가 알아서 돌려주는 플레이 리스트는 그냥 좋았고. 오른 .. 2022. 2. 6.
남매, 관계의 거리 "집에 들어올 때, 현관 키 누르면서 잠시 고민할 때가 있어. '누나랑 싸웠던가, 화해했던가?' 생각을 해야 해.. 누나한테 재밌는 얘기 할 게 있는데, 싸운 상탠지 친한 상탠지 헷갈려서 생각해보고 콘셉트 잡고 들어와야 하거든." 남매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백으로 본다. 정말 잘 싸우고 정말 친한 남매다. 싸울 때 보면 어떻게 저렇게 서로에게 잔인하게굴 수 있을까, 싶은데. 친할 때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고 기타, 키보드를 붙들고 앉아 하염없는 음악활동도 한다. 불국사 다보탑 앞에서 찍은 세 장의 남매 사진이다. 남매 사이 친밀감 발달단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가족 여행에서 다시 들른 불국사. 일명 '세월 가족사진'을 위한 여행에 다름 아니다. 첨성대, 다보탑, 불국사 앞 .. 2022. 2. 3.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 머리 싸매고 과제하기 동지. 종강 동지. 김채윤 동지가 내 산책에 따라붙어 산책 동지가 되었다. 어떻게든 따돌려 보려고 했는데, 결국 따라붙었다. 의기투합하여 걷는 길은 고속도로와 탄천 사이 농로, 에서 외롭게 매달린 '토마토마트'를 발견했다. 토마토마트는 어릴 적에 채윤이가 방울토마토를 부르던 이름이다. "와,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다!"라고 내가 말했다. 채윤이 어릴 적에 읽어주던 그림책 제목이다. "어, 나 그 책 생각나는데..." 채윤이도 말했다. 어릴 적에 읽어주던 그림책, 함께 불렀던 노래를 또렷이 기억하는 건 엄마 아빠이다. 아이들의 기억은 제목 어렴풋, 반복되던 문구나 운율 어렴풋이다. "달님 안녕" 하고 그때 그 그림책 얘기가 나오면 줄줄 외우며 신나는 건 엄마 아빠다. 꼴찌로 태어난 토마.. 2021. 12. 27.
엄마가 기도할 때 어머니 기도회 강의하러 갔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야? 현수막 한 켠에 얼굴 이따 만하게 나온 저..... 저 사람. [원조 곤지암 소머리 국밥집] 간판의 한복 입은 사장님 얼굴 아니고. 헉! 웹포스터에 조그맣게 나온 강사소개 사진도 늘 조금씩 민망인데. 버스 다니고 사람 다니는 길에 현수막 사진이라니요. 본당에 들어가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앞쪽에 더 큰 사진 들어간 현수막이 하나 더. (내 얼굴이니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인 것!) 어머니 기도회. 굳이 정해주신 제목이 ‘엄마가 기도할 때’인데, 그 다음을 강의로 채워야지요. 엄마가 기도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요? 모의고사 점수 잘 나오고, 원하는 대학에 딱 붙고, 믿는 사람 만나서 얼른 결혼하고..... 이런 간증을 들려 드려야 할.. 2018. 9. 9.
딸은 아들, 아들은 며느리 엄마아~아, 다 싸써~어. 어어엄마아, 다 싸따고오오.똥 싸고 뒤처리 하는 것, 옷 입고 단추 잠그는 것, 요플레 뚜껑 따는 것.제 손 두고 엄마 손 가져다 처리하던, 그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까마득하여 흐릿한 기억이지만, 분명 그랬던 때가 있었지.이제 두 아이 모두 엄마보다 키가 크고, 힘도 더 세고, 음 또..... 더 세련되고.... 에...... 그렇게 되었다. # 딸 채윤아아, 이리 와. 저기 싱크대 2층에 접시 꺼내줘.채윤아아, 이 병 좀 따봐. 와, 너 손 힘 쎄다! 그리고 가끔 코스트코 같은 대규모 장을 본 후에는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한다. 채윤아, 다 왔어. 내려와.어마어마한 머리숱의 긴 머리 휘날리며, 백수 향기 또한 휘날리며 1층 현관에 대기해준다.짐을 드는데 이건 뭐, 수박.. 2017.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