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여행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는 영덕까지 해안도로를 달렸다. 내게는 2박 3일 여행 동안 제일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좋을 바닷가 길이지만. 바다 색깔이 투명하게 파랗고 말로 할 수 예뻤다. 뒷좌석 DJ 채윤이는 지브리 영화 OST를 다양한 버전으로 틀어주었고. 아, 현승 DJ는 일이 있어 먼저 고속버스로 올라가서 아쉬움 반, 편안함 반이었다는 것도 말해 두어야. 남매의 다른 음악 취향이 서로에게 퍽 도움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취향을 대화 주제 삼아 잘 놀기도 하던데. 자동차 안 뮤직박스만 되면 취향 충돌로 예민해지곤 한다. 네 사람, 특히 엄마 아빠의 취향 저격이 관건일 텐데. 그것도 경쟁인가 싶기도 하고. 단독 DJ 채윤이가 알아서 돌려주는 플레이 리스트는 그냥 좋았고. 오른 편의 소나무 숲, 그 사이사이 푸른 바다까지, 붙들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엄마가 우리 어릴 적에 지브리 영화 보여줘서 참 잘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거의 안 보여줬잖아.
지브리 아니면, 픽사. 그러길 잘 했어!

 

다 커서 이런 걸 다 인식하고 알아주네! 집에 티브이를 두지 않았고, 닌텐도나 PC 게임도 시키지 않았기에 비디오 가게에서 DVD 빌려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접근 가능했던 지브리의 모든 영화를 보고 또 봤고, 개봉하면 달려가서 봤고, DVD 빌려 다시 봤고. 그러다 빌려서 볼 수 없었던 <미래소년 코난>은 아예 DVD로 구입을 해버렸다. 한때 우리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 실은 내가 좋아서였다. 

 

마침 경주 황리단길 소품 가게에서 <마녀 배달부 키키> 엽서를 만났다. 그 옆 작은 서점에서 채윤이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라는 책을 샀다. 나의 최애 지브리는 <마녀 배달부 키키>. 채윤이는 <천공의 성 라퓨타>, 현승이는 <모노노케 히메>. 종필은? 없다. 주로 신대원에 있을 때라 주말 아빠 시절이다. 아니 주말에는 전도사여서 주말 아빠도 아니고. 월요일 오전 아빠 정도였지. 그 시절이구나! 그래서 지브리 세계관은 채윤, 현승, 나. 셋만 공유하고 있다. 대신 월요일 오전 아빠가 방학이던 어느 여름 <스타 워즈> 시리즈를 온 가족이 정주행 했고, 그 여파가 마블로 이어지면서 채윤, 현승, 종필 아빠 셋은 마블 세계관에서 만나고 있다. 

 

유치원 가서 듣고 어디서나 흔한 공주-왕자 서사를 집에서까지 들려주고 싶지 않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걸 보여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취향이다. 내가 좋아서 아이들에게도 적극 소개한 것이다. 채윤이에게 디즈니 아니고 지브리 영화를 보며 자라서 뭐가 좋았냐 물으니, 상상할 수 있는 '여백' 같은 거라고 했다. 그거다. 내가 지브리 영화를 보면서 좋은 것들이. 키키의 다락방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다락방과 함께 내 마음의 소중한 공간이다. 덜렁 침대 하나, 세상을 향한 창 하나, 짚으로 만든 침대는 한 번 살아 보지도 않은 마음의 고향이다. 채윤이 마음에는 천공을 떠다니는 라퓨타 성이, 현승이 마음에는 목이 잘려나가는 사슴 신이 여전히 살아서 이야기를 건넨다.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와 함께 내가 커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내 취향의 자장 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다른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신비롭다. 지브리와 함께 가족이 자랐다. 자동차 뒷 좌석 아이들 때문에 엄마 아빠의 그렇고 그런 음악 세계가 넓어지고 새로워진다. 잘 자란 아들 딸로 열 DJ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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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올 때, 현관 키 누르면서 잠시 고민할 때가 있어. '누나랑 싸웠던가, 화해했던가?' 생각을 해야 해.. 누나한테 재밌는 얘기 할 게 있는데, 싸운 상탠지 친한 상탠지 헷갈려서 생각해보고 콘셉트 잡고 들어와야 하거든."

남매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백으로 본다. 정말 잘 싸우고 정말 친한 남매다. 싸울 때 보면 어떻게 저렇게 서로에게 잔인하게굴 수 있을까, 싶은데. 친할 때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고 기타, 키보드를 붙들고 앉아 하염없는 음악활동도 한다.

불국사 다보탑 앞에서 찍은 세 장의 남매 사진이다. 남매 사이 친밀감 발달단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가족 여행에서 다시 들른 불국사. 일명 '세월 가족사진'을 위한 여행에 다름 아니다. 첨성대, 다보탑, 불국사 앞 정원 등 그때 그 장소를 찾아다니며 찍었다.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똑같이 재현하기! 다보탑 남매 사진을 찍기 위해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보라돌이 남매 사진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손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현승이 손이 어떻게 된 거야?" 하다가 남매 둘이 "아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손 잡고 있어. 어흐, 이건 못 해" 하면서 잡지도 않은 손을 털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얻은 세 번째 사진. 2022년, 성인이 된 남매이다.


가운데 사진은 채윤이 사춘기 때. 저 귀여운 거리... 채윤이는 세상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짜증나고, 삐딱하게만 보였을 시절. 그 옆 현승이의 정신세계는 첫 번째 사진의 보라돌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고. 누나랑 손도 잡을 수 있는데... 잡을 손이 없다. 누나 손이 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에라, 나도 그냥 소매 안에 집어넣자,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슬프고 어정쩡하다, 이런 느낌.


채윤 현승 남매에게 동생과 나의 관계를 자주 비춰보게 된다. 마흔 다섯 늦은 나이에 나를 낳고, 2년 후에 동생을 낳아준 엄마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채윤 현승 남매 못지않게 싸우고 화해하며 쌓아온 관계이다. 좋은 말 나쁜 말 포함,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동생이다. 동생 덕에 평생 감정 훈련을 제대로 해왔다. 거침없이 좋아하고, 죄책감 없이 싫어하는 것을 해봤다. 그럴 수 있는 사이다.

채윤이 현승이도 그렇다. 기본적으로는 서로 얄미워서 죽을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꽤나 싸우곤 하는데. 그 싸움이 싫지가 않다. 내 딸, 내 아들이라도 엄마 아빠로서는 침범할 수 없는 거리를 남매끼리는 수시로 넘나 든다. 저렇게 잔인하게 굴어도 될까, 싶은데 어느새 또 친해져서 하하 낄낄거린다. 치명적인 약점을 거침없이 찌르고, 자존심 상해서 다시는 말도 하지 않겠다 하고, 한 녀석이 먼저 사과하고, 머쓱한 시간 후에 어느새 다시 얄미워 죽고 재밌어 죽는 사이가 된다.

친밀감의 정석 인지도 모른다. 테제 공동체 창시자인 로제 슈츠 수사께서 "갈등에 뛰어드는 것"이 참다운 형제애로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화해한 마음으로 싸우기"라는 표현과 함께.

가까웠다 멀어지는 남매의 거리. 수시로 갈등에 뛰어드는 남매의 관계를 본다. 진정한 친밀감으로 가는 아름다운 거리로 보인다.

사랑하며 미워하고,
동의하며 반대하고,
너 때문에 기쁘면서 언짢고,
나는 늘 너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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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싸매고 과제하기 동지. 종강 동지. 김채윤 동지가 내 산책에 따라붙어 산책 동지가 되었다. 어떻게든 따돌려 보려고 했는데, 결국 따라붙었다. 의기투합하여 걷는 길은 고속도로와 탄천 사이 농로, 에서 외롭게 매달린 '토마토마트'를 발견했다. 토마토마트는 어릴 적에 채윤이가 방울토마토를 부르던 이름이다. "와,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다!"라고 내가 말했다. 채윤이 어릴 적에 읽어주던 그림책 제목이다. "어, 나 그 책 생각나는데..." 채윤이도 말했다.

 

어릴 적에 읽어주던 그림책, 함께 불렀던 노래를 또렷이 기억하는 건 엄마 아빠이다. 아이들의 기억은 제목 어렴풋, 반복되던 문구나 운율 어렴풋이다. "달님 안녕" 하고 그때 그 그림책 얘기가 나오면 줄줄 외우며 신나는 건 엄마 아빠다.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 안녕 또 만나, 뭐 하니, 색깔 나라 여행... 문자로 나열하면 도통 그 맛을 살릴 수 없는 운율과 딕션으로 남은 우리들의 그림책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종필과 신실... 그렇게 읽은 것 또 읽고, 또 읽고... 결국 읽는 사람 외울 지경이 되도록 강요했던 아이들은 모르는 일, 모르는 그림책이다.


그러니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아이들이 이 땅을 살던 초기 기억이 부모와 아이에게 다르게 저장된다.
엄마 아빠에게는 의식으로 또렷하게, 아이들 자신에게는 무의식으로. 미지의 에너지로!

 

'미지'의 에너지. 미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잡은 어린 시절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오늘과 함께 한다. 스무 살도, 서른 살도, 쉰이나 일흔 된 사람도, 죽음에 임박한 사람조차도. 이것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 내가 내 엄마를 넘어서기 위해 씨름했던 나날을 비추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는 것은... 내가 '준 것'이 아니라 주느라고 애쓰며 드리운 그림자가 아이들의 오늘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내적 여정 안내자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부모가 지운 무의식적인 삶을 지고 끙끙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늘 새롭게 정신 차리고, 또 정신을 일깨울 수밖에 없다. 내담자들, 수강자들이 오늘의 고통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뒷덜미를 잡고 있는 것이 부모의 무의식적인 삶인 것을 확인할 때는. 아, 나는 평생 아버지 부재와 맞서 글을 썼고, 마음에서 엄마를 죽였다 살렸다 하면서 신앙 사춘기를 보냈고, 결국 기나긴 세월 지내면 부모와 화해하고 고요해진 나날을 살고 있다, 지만...... 부모가 내게 지운 짐을 마주하는 것은 그나마 길이 보이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지운 짐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가 견뎌내야 할 가장 큰 짐은 바로 부모의 무의식적인 삶이다.
_카를 융


그래서 그냥 늘 새롭게 만나려고 한다. 아침에 제 방에서 나오는 아이들과 인사하며 어제의 나로 얘네들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어제의 낡은 방식으로 아이들과 만나지 않으려고. 하룻밤 자고, 하룻밤만큼 더 무르익은 존재로 얘네들을 바라보고 겸손하게 대하려고. 물론 결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적어도 내 결핍이나 욕망에 얽혀서 제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았으면 싶다. 내 한 가지 소원이다.

 

 

혼자 걷고 싶은 시간이었지만, 따라붙는 채윤이와 함께 걸으며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고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채윤이에게 맡기고, 되는대로 즐겨본다. 돌아오는 길, 빠르게 해가 넘어간다. "엄마, 저기 좀 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다.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배경이 보이는 거... 아, 엄마는 저런 나무 싫어하지? 겨울나무 슬프지?" "아니, 엄마 이제 저런 풍경을 좋아하면서 볼 수 있어. 희한하게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엄마도 너처럼 겨울 나무가 있는 그대로 보여. 아름다워, 저런 풍경..." 나목도, 나목 가지 사이로 멀리 보이는 석양도, 경부고속도로 위 집으로 돌아가는 차들도 아름답다.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를 뒤로 하고 우리도 집으로 돌아온다. '꼴찌로 태어난 토마토'는 딸과 엄마의 동상이몽일 터. 동상이몽이어서 자유다! 너는 네 꿈을 꾸고 나는 내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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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ealed 2022.01.01 18:39 신고

    하룻밤만큼 무르익기...늘 간절히 바라는 일이에요..



어머니 기도회 강의하러 갔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야? 현수막 한 켠에 얼굴 이따 만하게 나온 저..... 저 사람. [원조 곤지암 소머리 국밥집] 간판의 한복 입은 사장님 얼굴 아니고. 헉! 웹포스터에 조그맣게 나온 강사소개 사진도 늘 조금씩 민망인데. 버스 다니고 사람 다니는 길에 현수막 사진이라니요.  본당에 들어가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앞쪽에 더 큰 사진 들어간 현수막이 하나 더. (내 얼굴이니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인 것!)


어머니 기도회. 굳이 정해주신 제목이 ‘엄마가 기도할 때’인데, 그 다음을 강의로 채워야지요. 엄마가 기도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요? 모의고사 점수 잘 나오고, 원하는 대학에 딱 붙고, 믿는 사람 만나서 얼른 결혼하고..... 이런 간증을 들려 드려야 할까요? 원래 제 강의제목은 [일상의 기도, 마음의 기도]입니다.


엄마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는 손주가 없다’는 스캇 펙의 말을 마음으로 알아 듣게 되고, 걱정과 통제 본능으로 꽉찬, 빽빽한 마음의 숲에 여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나, 나의 의지, 내가 베푼 사랑으로 빈틈 없는 마음에 아이가, 타자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내 앞에 있는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볼 여유,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들어줄 여유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이 비슷한 얘기를 나눕니다.


새학기 첫 어머니 기도회, ‘엄마가 기도할 때’에 담긴 절절한 기도제목과 소망과는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단지 내 아이의 세속적 성공만을 바리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더 높은, 더 깊은 갈망이 엄마들 마음 깊은 곳에 있습니다. 그 갈망이 없다면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어머니 기도회들이 ‘엄마 정체성’ 그 너머 하나님 형상으로서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깊은 욕구, 영적 목마름에 부응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고3 어머니들이 절절한 마음으로 앉아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이 모의고사 날이라는군요. 생각해 보니...... 아, 맞다! 나도 고3 엄마지! 저도 고3 엄마 입니다. 엄마가 기도할 때, 우리집 고3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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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아, 다 싸써~어. 어어엄마아, 다 싸따고오오.

똥 싸고 뒤처리 하는 것, 옷 입고 단추 잠그는 것, 요플레 뚜껑 따는 것.

제 손 두고 엄마 손 가져다 처리하던, 그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하여 흐릿한 기억이지만, 분명 그랬던 때가 있었지.

이제 두 아이 모두 엄마보다 키가 크고, 힘도 더 세고, 음 또..... 더 세련되고.... 에...... 그렇게 되었다.


# 딸


채윤아아, 이리 와. 저기 싱크대 2층에 접시 꺼내줘.

채윤아아, 이 병 좀 따봐. 와, 너 손 힘 쎄다!


그리고 가끔 코스트코 같은 대규모 장을 본 후에는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한다. 

채윤아, 다 왔어. 내려와.

어마어마한 머리숱의 긴 머리 휘날리며, 백수 향기 또한 휘날리며 1층 현관에 대기해준다.

짐을 드는데 이건 뭐, 수박 한 통 번쩍번쩍 들고,

엄마 손의 짐까지 뺏어서 양손 가득 어마무시한 무게를 들고 3층까지 한달음이다.

우와, 우리 채윤이! 아들이야? 우와아아아아.

주님, 이렇게 힘쎈 딸. 과연 제가 낳았단 말입니까?



# 아들

토요일 아침. 설거지 담당 누나가 레슨 가고 없다.
세 식구 식사를 하고 났는데 책 들고 소파에 터억 앉으면서
설거지 내가 할게. 이거 조금만 읽고 내가 할게.
오아아아아. 고마워!
그리고 점심. 아빠도 나가고 엄마랑 둘이다.
떡볶이 맛있게 해서 먹고 그대로 앉아 스마트폰 보고 있는데
벌떡 일어나더니 제 그릇 가져다 싱크대에 놓고, 또 내 그릇까지 거둬가며 식탁을 정리한다.
엄마, 설거지 내가 할게.
야, 아침에도 니가 했잖아. 연달아서 설거지를 하다고? 진짜?
현승이 며느리야? 왜 혼자 일을 다 할려고?
아니, 앞으로 주말에는 내가 아예 설거지를 맡을게.
<82년생 김지영> 독후 뒤늦은 효과?



딸은 자라서 아들이 되었고, 아들은 커서 며느리가 되었다.
자랑입니다만......
참 좋군요. 똥 닦아주며 키운 보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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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 알아?

무슨 뜻인지도 알아? 알지? 조심해.


(다음 날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이 말 알지? 무슨 뜻인지 정말 알지? 엄마가 잘해야 돼.

난 이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들지? 히히.


(며칠을 두고 한 번씩 이 레퍼토리를 반복함)



개학을 앞두고 방학 동안 물놀이 한 번 못한 아들 현승이와 데이트 하기로 했다.

맛있는 거 뭘 먹을까? 기분 좋게 내려갔는데 차 앞에 차가 있다.

빌라 주차장에선 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옆집 차니까.

심지어 어젯밤에 같은 시간에 들어와 누가 먼저 나가나 확인하고 주차한 것이니까. 

흠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다. 어? 설마.....

슬픈 예감의 엔딩은 틀리는 적이 없는 것이 원래 각본.

가..... 강남에 있는데요. 죄송해요. 어제 미리 얘기도 하셨는데.

하..... 할 수 없네요.

다행히 작은 차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옆차만 빼면 살짝 꺾어 나갈 수가 있다.

저..... 401혼데요. 402호 차가 앞에 있는데 차를 두고 나가셔서요. 혹시....

어..... 저는 출근해서 회산데요.

네..... 네.

아들과의 데이트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폭염에 뚜벅이 데이트는 거부할 텐데.


엇, 옆동이긴 하지만 왼쪽 차를 빼도 가능하겠다. (작은 차 큰 기쁨!)

사무실 같은 걸로 쓰고 있는 옆동 1층 차인 것 같은데. 현관도 활짝 열려있다.

똑똑똑, 저.... 죄송한데요. 옆동인데요. 차를 빼야 하는데 다들 집에 안 계셔서요.

혹시 차를 좀 움직여주시면 제가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죽으란 법이 없다. 이렇게 해결되어 아들과의 쾌적한 데이트 고고씽.


하려고 차에 딱 타서 기분 좋게 출발하려는데.

엄마, 엄마 왜 그렇게 잘못한 사람처럼 그렇게 말해? 굽신굽신.

화가 잔뜩 난 표정이다. 영락없는 사춘기 표정.

엄마가 뭘? 그냥 친절하게 말한 거지. 너는 소리 지르고 쎄게 말하는 아줌마 싫어하잖아.

그런 게 아니잖아. 엄마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네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하냐고!!!!!!

차를 막아놓고 그냥 나간 옆집이 잘못이잖아.

그리고 차좀 빼달라고 하면 되지 왜 잘못한 사람처럼 그렇게 해.

아, 진짜 그러네. 옆동인데 일하고 있는 아저씨한테 폐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니까....

아니다. 실은 굽신거리고 친절하고 약한 척하면 거절하리 못할까봐 그랬나봐.

정말 그러네. 엄마가 과하게 굽신거렸네.



과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었다. 그리고 생각하니 차를 막고 나간 옆집과 통화할 때 조차도 과하게 친절했다. 친절이 나빠서는 아니다. 친절한 말과 행동만큼 내 마음도 부드럽고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분노를 억누른 친절, 친절로 상대를 통제하여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의도. 이것은 친절하지 않음보다 더 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속에서부터 엄청난 아하!가 올라왔다. 그렇구나. 내가 여전히 이러고 있구나. 내게 소박하나 절실한 기도제목과 목표가 있다면 '투명한 말'이다. 마음에 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기. 기며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말하기. 설령 그렇게 하는 것에 당장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는 힘 말이다. 때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사랑일 수 있음을 얼마나 지난하게 배웠던가. 물론 말도 행동도 착하고 친절하면 좋겠지. 그러나 친절과 착함 그 자체가 아니라 몸에 밴 친절한 척, 착한 척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데. 너무 오랜 습관이다.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 은근한 자부심도 있었는데. 아들이라는 맑은 거울이 실상을 비춰주었다.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 물렀거라. 우리집엔 고성능 요술 거울이 두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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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7.01.25 03:2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7.01.25 16:54 신고

      이렇게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언젠가 얼굴 마주하고 마음 나눌 시간이 있기를 기대할게요. ^^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이 한 마디로 개인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일거에 소멸되면 좋겠으나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걸 알지만 어쨌든 불편해. 그리고 반복되면 빡쳐.

이게 현실입니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어릴 적 봤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찬찬히 리뷰하고 있는 채윤 현승 남매는 방학을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방학이구나! 싶은 것은 두 아이 투닥거림이 거의 매일 고정 프로그램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다툼의 원인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거의 둘 사이 '다름'이 원인입니다. 그 다름으로 인한 피차의 빡침은 단둘이 영화를 볼 때 극에 달하는데요.

 

엊그제 저녁에도 일일연속극 같은 고정 프로그램은 여전 돌아갔습니다. "쫌, 생각 쫌 하라고!" "아, 오바 쫌 하지말라고!" %*@#$$$%@@&*..... 대략 그러다 끝나지만 사흘에 한 번 정도는 중간에서 등이 터진 새우 엄마의 열폭으로 일이 커지곤 하구요. 막 열폭을 시작했는데 현관에선 띡띡띡띡.... 천진한 얼굴로 '홈 스위트 홈'에 입성한 아빠는 당황했고.... 그렇게 한바탕 집안을 휘젓는 폭풍이 지나갔습니다.


'다름'은 왜 이렇게 애나 어른이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다루기 힘든 물건일까요?

말하자면 유치하지만 이런 겁니다.

 

영화의 디테일이 중요한 채윤이. 디테일에 집중하다 맥락을 놓치곤 합니다. 그리하여 가끔 질문을 하지요. 그러다보니 '어, 어떻게 된 거야?' 질문을 하기도 하고. 저 배우가 어디서 나왔더라? 저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궁금해 견딜 수 없어서 당장 검색하고 싶기도 하고요. 한 번에 여러 가지 기능이 되는 멀티플 채윤이는 그렇습니다. 영화보다 아빠가 퇴근해 들어오면 '어, 아빠. 우리 지금 에피소드 6 보고 있어. 빨라 와서 같이 봐.

 

반면 현승이는 조용히 그냥 영화에 빠지고 싶은 겁니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대사와 장면들엔 뭔 뜻이 있겠지, 하며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것에 집중합니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이야기, 이것이 중요하지 저 배우가 어디서 나왔는지, 배우가 젊었을 때 어땠는지 따위는전혀 의미있는 정보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하고 있는 것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정말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둘이 보는 것도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처음부터 보지도 않은 아빠를 갑자기 옆에 앉히다니요! 

 

이런 다름으로 인해서 '아놔, 진짜 누나랑 영화 안 봐!' '나는 너랑 볼 줄 알어?' 로 시작해서 늘 하던 방식으로 총을 쏘고 광선검을 휘두르며 싸우게 되는 것이지요. 폭풍이 지나고 얘기를 해보면 뿌리 깊은 서운함들이 있습니다. 가끔씩 아주 예민한 현승이 놈이 상대가 당황하도록 까칠하게 굴 때가 있는데 누나로서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 부분은 엄마 아빠도 당해봐서 아는데 기분 더럽거든요. 누나는 오죽하겠어요) 자존심이 상한 누나는 오래된 상처로부터 나오는 '독기'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실어서 현승일 깔아뭉갤 수 있지요.(A long time ago.... 남동생을 본 채윤이는 그간 독차지 하던 할아버지 사랑을 완전히 뺏기고 '너, 현승이 건들기만 해. 가만 안 둬' 서러움 좀 당했지요. 실은 할아버지보단 엄마가 더 상처를 줬.... ㅜㅜ) 키도 커서 위압적인 누나의 독설과 차거움에 다시 상처받는 현승. 그리고 더 큰 칼을 갈아서 찌르고, 포스를 써서 강한 광선검을 날리고....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라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서로에 대한 피해의식이 만들어내는 유혈사태입니다.

성격과 마음에 관해 강의하고 상담하는 엄마도 사실 잘 중재하진 못합니다.

남매의 마음에 쌓인 억울함과 서러움은 엄마의 죄값이기도 하거든요. ㅠㅠㅠㅠ

현승이가 붙여준 별명처럼 JPSS, 즉 조폭신실일지라도,

열폭할 때 열폭하더라도

제 정신 돌아오면 아이들 마음 진심으로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더욱 진실하게 소통해야지 싶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를 마음으로 알아듣고 행동으로 드러나게 하려면 보통 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자라길 바라면서 엄마가 성장하고 변화되지 않을 방법이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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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6.01.14 00:11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1.15 02:23 신고

      해피 뉴 이얼~
      저도 새해 인사 드려요!
      이 블로그에서 토닥토닥 받으셨으니
      이제 마음에 있는 것들을 글로 내놓으세요!
      글로 맺는 열매가 풍성한 님의 2016 년이 되실 기도할게요. ^^

  2. 익명 2016.01.14 00:14

    비밀댓글입니다

  3. 익명 2016.01.17 22:17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1.15 02:21 신고

      왤케 올만이구 그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마음 열어 제대로 알아보고자 하면 새롭고 또 새로운 것 같아. 그 재미에 사나? 그 때문에 열받고?ㅎㅎㅎㅎ
      암튼, 다름은 어려운 물건이야.

 

 

 

엄마, 엄마는 현승이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야?

 

옹?

 

아니이, 현승이를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키울 거냐고?

 

왜애, 지금 잘 키우고 있잖아.

 

계속 저렇게 놀게만 하고 앞으로 영어 수학 학원 같은 거 안 보낼 거야? 엄마, 중학생이 되면 현승이도 공부를 해야 해. 너무 저렇게 놀리면 안 돼. 알고 있지?

 

 

(풉, 다른 사람도 아니고 놀짱 김채윤 선생께서 동생 공부를 논하시니 참으로 와닿는구나.)

 

하긴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작년 그러니까 중2 1학기 기말시험에서 놀짱 선생께서 일종의 득도를 하셨고 그 이후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엄마, 나는 시험이 뭐라는 걸 (중)2학년 1학기 때 알았어.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그런데 엄마 왜 나한테 시험에 대해서 진작 가르쳐주지 않았어?"

 

시험이 무엇인지 깨닫고 난 후부터 시험기간 만큼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만족은 또 얼마나 하는지,

 

"엄마, 아우 나 너무 많은 지식을 쌓고 있는 것 같애. 나 시험공부 열심히 해서 너무 유식해지는 것 아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여기에 역설법이 있는 것 알아? 아오, 나 너무 유식해"

 

그렇게 자신에게 만족하면서 쌓아올린 지식의 탑은 시험 마지막 시간에 다 날아간다고 한다.

 

"엄마, 마지막 시간에 과학시험 답안지 체크 다 하고 펜 딱 내려놓는데 너무 좋았어. 이제 끝났구나. 이따 홍대 가서 놀 일만 남았구나. 하면서 휴~ 하고 한숨을 쉬는데.... 쉬는데.... 며칠 동안 공부한 것이 그 한숨과 함께 싸아~악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

 

오연호 대표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우리는 결코 덴마크처럼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슬픈 확신이 굳건해질 뿐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 학교가 과연 저렇듯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나는 내 삶에서 작은 실천을 하고, 연대하고, 깨어나는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간이 걸릴 동안 우리 아이들의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쑥쑥 자라고 있으니 오늘 시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 행복사회가 올 때까지 아이들의 행복을 유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오늘 행복한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 번 용기를 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가?' 자주 불안해진다.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접촉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인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는 말자, 좋은 대학을 가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중딩이어야 행복한 대딩, 직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갈수록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원대한 목표 같은 것들이 흐릿해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두 아이의 오늘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대한민국에서 엄마하기를 버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꽤 힘든 중학시절을 보내고 있는 채윤이지만 아주 불행해 보이진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학과 성적이나 실기 성적, 친구 관계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질 않아서 자주 위축되곤 하지만 그만큼 즐거워 하는 날도 많다. 시험성적이 아니라 시험공부 자체로 행복해지는 법도 알고 있는 중딩이다. 시험 끝나는 날 신나게 놀기 위해서는 시험을 망치면 안 된다며 수준급 쾌락주의자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어 수학 점수, 대입에 목숨 걸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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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

뭘 어떻게 해달란 게 아니잖아.

그냥 너무 속상하다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엄마는 왜 자꾸 해결하려는 얘기만 해?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말하고 그 말대로 내가 바뀌지 않는다고 화내는 거잖아.

어쩔 수 없는 걸 아는데 그냥 속상하다고.

그냥 들어주면 안 돼?

그러면 딸이 엄마한테 짜증도 못 내? 엄마한테 내지. 누구한테 내?

이게 뭐가 많이 낸 거야?

그럼 결국 내가 잘못한 거네.

또 내가 잘못한 거야.

엄마는 잘못 없고.

 

* HS

누나, 그게 엄마 필살기야.

엄마는 말을 잘하잖아.

그래서 결국 우리가 잘못한 거로 만들어.

죄책감 유발하는데 선수야.

 

JP&SS가 무슨 뜻인 줄 알아?

'조폭신실'이야.

 

* SS

(두 아이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꼬라지가 이래가지고

무슨 내적여정이며, 나 자신이 되어 연애하기, 나 자신이 되어 엄마되기

강의를 한다고.

죄책감이 밀려오는 주말이다.)

 

아이들과 나.

서로 죄책감 몰아주기.

사진은 미모 몰아주기 셀카.

 

* 나는 이제 강의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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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 2015.04.06 19:38

    감동주는 강의 하고 왔지?
    그러게. 삶은 아이러니라니깐...ㅋㅋ

    • BlogIcon larinari 2015.04.06 23:48 신고

      강의 시작하면 강사 페르소나 딱 꺼내서 쓰잖아.
      애들한테 소리 고래고래 지르던 조폭신실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게 되지. 아.... 나는 누구이고, 여긴 또 어디인가.

  2. myjay 2015.04.13 23:33

    조폭신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5.04.15 20:34 신고

      저도 실은...... 참 좋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 본질을 정확히 묘사해 준 것 같은 네 음절.
      조폭신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는지 현승이가 울먹이며 그런 적이 있다. '엄마, 정말로 우리가 방학하면 엄마는 개학한 것처럼 싫어? 엄마가 그랬잖아. 애들이 방학하면 엄마는 개학이라고. 너무 싫어서 그러는 거야? 우리랑 함께 있는 게 그렇게 귀찮아?' 어설픈 손짓 발짓 다 동원해가며 아니, 너희가 싫다는 게 아니라 매일 밥하고 그러는 게 엄마들로서는 힘드니까 웃자고 하는 말이지, 하며 수습을 했었다. 그럼 귀찮지 안 귀찮겠냐! 이 시키들아.

 

둘이 다 개학하니 모처럼 거실의 아침 햇살이 게으름으로 늘어지지 않고 고요한 기품의 제 모양을 찾았다. 지난 방학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이 또 한 뼘 자랐구나. 아침을 먹고나면 기~이다란 중2 채윤이가 '엄마, 내가 설거지 할까?' 했다. 강의가 있어 저녁 시간 비우면서 먹을 것도 안 챙기고 나와 미안한 마음인데 '엄마, 걱정하지마. 내가 계란밥 해서 현승이랑 같이 먹을게. 김밥은 싫어.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러더니 심지어 어느 날은 현승이가 '엄마, 나 밥하는 거 가르쳐줘. 이제 내가 6학년인데 밥도 할 수있어야지. 그래야 엄마 없을 때 밥을 해먹지' 그리하여 이번 방학에는 '지 밥그릇 지가 챙기는 아이들'로 부쩍 성장했다. 와!

 

채윤이의 변화가 재미있다. 방학의 채윤이는 다른 아이 같이 보였다. 예중에서 얼마나 경쟁에 찌들어 살았는지가 새삼 확인되는 아침 저녁이다. 축 늘어진 어깨와 신경질적인 말투가 사라졌고 감정기복 없는 예전의 그 채윤이이다. (개학한지 이틀 만에 다시 어깨쳐짐.ㅠㅠㅠㅠ) 중등부 찬양팀에서 고참이 되면서 졸업하는 언니들 챙기는 재미와 부담, 반주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연습하는 즐거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그러나 오래는 못 가는) 고민하기. 그러면서 때때로 교회나 스튜디오 가서 연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채윤이의 중2 겨울방학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오래 전 그날처럼 현승이와 레고놀이까지! 물론 놀다 싸우다, 육박전으로 뒹굴다.... 하다하다 안 되면 현승이를 놀리는 즉흥연주곡을 연주하기도. 참 보기가 좋았다. 우리 채윤이는 학교만 안 가면 채윤이 다워지는구나! 흠.......

 

'엄마, 오늘 학교 갔다 오면 집에 있어?' 강의가 있거나 약속이 있어서 없다고 하면, 특히 밤에 집에 없을 거라 하면 '어우, 왜~애!' 이렇게 나와야 정상인데. 오늘 아침에 현승이는 '아, 그렇구나. 그러면 저녁은 누나랑 둘이 먹어?' 한다. 아직도 말끔하게 씻기지 않은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때문인지 이렇게 쿨한 반응을 접하면 가슴이 쎄하다. 현관문을 나서는 현승이가 '엄마, 그러면 내일 아침에 봐. 나 그냥 자고 있을게' 하더니 문을 닫으며 '엄마, 하루 잘 보내' 하는 말에 설거지하다 눈물 날 뻔 했다. 현승이는 현승이답게, 채윤이는 채윤이답게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기도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방학이나 개학이, 학교가, 엄마인 나의 틀이 이 아이들의 자기다움을 옭아매지 않아야 할텐데. 아이들 없는 덕에 깨끗하고 조용해진 거실에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마음으로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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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5.02.04 13:09

    이 집의 아이들의 아빠는 어떤 분일까요?

    • BlogIcon larinari 2015.02.05 10:58 신고

      현승이가 오늘 아침 식탁에서 정답 하나를 말했음.

 

 

 

네 식구가 한 식탁에 마주앉는 기회가 점점 준다.

주일 저녁이나 월요일 저녁, 일주일에 두 번 정도의 기회가 있다.

이번 주에는 주일도 월요일도 넷이 함께 하지 못했다.

네 식구 먹으려고 사 둔 두 마리 같은 한 마리의 닭이 냉장고 있었다.

 

월요일 저녁, 아빠는 없지만 '닭 한 마리'를 했다.

'닭 한 마리'는 갖은 양념 넣은 국물에 닭을 끓여서 소스와 부추를 곁들여 먹는,

흔한 우리집표 요리이다.

두 아이가 맛있다며 미친듯이 먹어댔다.

 

다음 날 아침. 어제의  그 국물에 밥을 말고 뼈를 발라낸 고기를 얹어 주었다.

엄마, 이건 뭐야?  어, 닭곰탕.

히야, 이걸 언제 했어? 정말 맛있다.

 

그날 저녁. 어제의 그 국물에 소면과 호박을 채썰어 넣어서 국수로 끓였다.

이건 또 뭐야? 음.... 닭국수.

엄마, 정말 맛있어. 와.....

 

오늘 아침. 어제의 국수 국물이 한 주걱 정도 남았었는데.

거기에 밥을 넣고 계란을 넣고 부추 다진 걸 섞어서 죽으로 만들었다.

어! 내가 좋아하는 거다. 하면서 또 맛있게 먹었다.

 

살림의 경제학이란 이런 것.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맛있게 먹던 현승이가 그런다

야, 닭 한 마리, 닭 곰탕, 닭 국수, 닭죽.

며칠 동안 이걸로 버틴다. 엄마. 아빠 수련회 가고 계속 이렇게 먹었어.

(뜨금,  너 알고 있었냐?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그래서 싫었어?

아니~이, 맛있었단 얘기야. 맛있었어. 엄마.

우힛!

 

 

* 사진은 닭 요리와는 상관없는 오니기리(주먹밥) 먹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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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4.12.17 11:1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12.17 19:00 신고

      주말에 연일 부담되는 강의가 있었어.
      월요일에 뻗었고.ㅎㅎㅎㅎ
      걱정되는 날엔 무조건 더 기도 쎄게 해줘야 함!
      우리 채윤이 위해서 기도해주고 있지?^^

  2. Emma 2014.12.17 17:08

    포스팅 올라오길 기다리고있었는데 이런 귀여운 내용일줄이야 ㅎㅎ 알아도 맛있게 먹어주니 넘 귀엽네요 꺄아

    • BlogIcon larinari 2014.12.17 19:02 신고

      기다려주는 분이 계시군요! 감사해요.^^
      심지어 오늘 저녁에도 그걸 찾더라구요.
      엄마, 그 국물 안 남았어?
      질릴말도 한데 말예요.ㅎㅎㅎ


일곱 살이 안 된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좋은 때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아이들 떼놓고 달랑 부부끼리 데이트 하는 우리가 그들의 로망일테지만. 아이들 어릴 적에 여행다녔던 기억이 벌써부터 그립다. 여행지도 여행지지만 오가는 자동차 안의 추억은 방울방울이다. 끝도 없이 부르던 노래, 알쏭달쏭 퀴즈, 그러다 고꾸라져 잠든 녀석들. 녀석들이 잠들면 앞좌석 그제야 어른 모드로 대화할 수 있어서 그 시간이 꿀 같았던. 넷이서 기분좋게 여행가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 일단 채윤이가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다. 설령 가더라도 모든 게 심드렁. 걷지도 말고, 구경도 말고, 폰으로 음악이나 듣다 뒷자석에서 쳐자는 게 최고라는 태도에 엄마 아빠는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아쉬웠지만 놓아주기로 했었다. 그래, 이제 떠나라. 그래서 지난 여름, 작년 여름 휴가도 가지 않았다. 가더라도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소박한 목표였었다. 왠일인지 얼마 전부터 두 녀석 다 어디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니 휴일에 속초에 가잔다. 채윤이는 어디가 됐든 가족과 함께 가고 싶단다. 현승이는 회가 너무 너무 너무 먹고 싶단다.  그래서 한글날 아침 6시 30분 기상, 속초로 출발했다. 일정은 오직 하나. 바다 보고, 회 먹고. 어머, 이 녀석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착했다. 물론 위기는 여러 번 있었다. 설악산을 굳이 걸어야 하겠냐고, 그냥 차로 한 바퀴 돌고 나가면 안 되겠냐고. 또는 차에서 듣는 음악의 취향 같은 것들도 살짝 충돌이 있었으나 전과 다른 느낌이다. 채윤이 얼굴에서 개그가 읽혀진 적이 언제던가. 저런 사진을 본 적이 언제던가.



어쩌면 얘, 현승이가 위험한 애다. 사춘기 끝물 채윤이보다 슬슬 사춘기가 오고 있는 현승이. 그래도 엄마 아빠랑 세대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다행이다. 오가는 차 안에서 현승이 DJ 주도로 함께 듣는 노래가 이문세, 김광석, 이선희, 이적이었으니. 히든싱어나 슈스케 같은 것이 세대와 세대를 음악으로 이어주고 있다는데 현승이는 유난하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아이돌 노래가 싫고 엄마 아빠들 시대 노래가 좋아? 나 병 걸린 거 아냐? 노인병. 나 노인병인가봐" 노인병 걸린 현승이와 노인이 되어가는 엄마 아빠의 음악이 싫은 채윤이는 이어폰 꽂고 혼자만의 음악을 듣는다.



그래도 확실히 채윤이의 몸과 마음이 다시 엄마 아빠에게 가까워졌다. 풍경을 바라보며 즐길 줄도 알고, 심지어 가족이 함께 하는 그 자체가 좋단다. 아빠와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뭣이냐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질투가 나진 않고, 약간은 부럽다. 저들의 기럭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 접시를 앞에 놓고 행복에 겨운 인증샷을 찍으려 했건만 가장 많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현승이는 뿔이 났다. 지금이 먹을 때지, 사진 찍을 때냐는 것. 그래서 마지못해 찍다가 결국 찰칵과 동시에 앵들 밖으로 도망간 현승이, 애매하게 짤린 채윤이. 둘 다 버리고 회와 부부만.  




이유식 할 때부터 웬만하면 뱉는 게 일상이었던 배트맨 현승이가 회를 무지하게 먹어댔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운탕. 매운탕이 나오자 우리 모두 김수영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푹 끓여야 돼. 한참 끓여' 하시는 아버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매운탕을 참 좋아하셨다. 그리고 매운탕의 생선 대가리를 가져다가 '이게 제일 맛있는 거다' 하시며 살뜰하게 발라드셨다. 회를 먹고 매운탕이 나올 즈음에는 소주병이 거의 비어가는 기분이 딱 좋아지시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말씀도 많아지셔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었나보다. 할아버지와의 그 좋았던 기억이 보글보글 매운탕 남비에 끓고 있었던 것. 점점 아버님을 닮아가는 남편은 회를 먹을 때도 세 식구 먹으라고 안단테로 젓가락질을 한다. 그리고 생선 대가리를 턱 갖다놓고 발라 먹는다. 

 

 


다시 먼 길 운전해야 하는 아빠는 잠시 차에서 눈을 붙이고 셋이서 바다를 즐기기로 한다. 현승인 벌써부터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제꼈고, '야, 나중에 어떻게 할려고?'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던 채윤이도 어느 새 벗어 제꼈다. 한참을 놀고 나서 엄마가 커피 마시고 난 종이컵으로 바닷물 떠다 발 씻겨 주기. 세족식을 한다. 바로 깔아서 만들어 본 스냅무비 처녀작이다.   




아이들 어렸을 적 그 유쾌하고 알콩달콩 재미나던 가족여행은 끝났구나, 싶었는데. 아, 그게 끝나긴 끝난 것 같다. 하지만 같이 여행도 다니지도 않을 것 같았던 채윤이가 다시 돌아와주니  모든 게 완전 끝은 아니구나. 하루가 다른 현승이가 또 사춘기를 맞아 어디로 튈지 모르겠지만, 놓아주면 다시 돌아올 날이 있겠구나. 채윤이 말마따나 가족들이 그냥 함께 있기만 해도 좋다는 걸, 나도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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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있어 대전에 내려가는중이다.
잠탱이 현승이는 어제 밤부터
'엄마가 일어나서 화장하면 난 그 소리에 깰 수 있어. 엄마 얼굴 볼 거야' 했다.
잠탱이 현승이가 정말 6시부터 일어나서 안아주고 안녕을 해줬다.

집을 나선지 10분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엄마, USB 놓고간 거 아냐? 아~ 회색 아니야? 알았어. 잘 갔다 와?"

기차 탔는데 또 전화가 왔다.
"엄마, 아빠 오늘 아침 회의 있어? 같이 아침 먹을 수 있어? 아~ 그래. 기차 안이야? 알았어. 안녕"

계속 전화하는 이유를 안다.
현관 앞에서 인사하곤 '엄마 가니까 싫다' 했다.
저녁이면 보는데 뭘 이렇게 유난을 떠냐? 엄마 중독자!
라는 건 어른 생각이다.

나도 어릴 적, 엄마 아버지 같이 심방 가고 집에 동생이랑 둘이 있는 게 참 싫었다.
엄마가 집에 있어야 좋았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아이에게.

금방 된통 혼나고 현관을 나가서는 현관 앞에서 넘어져서 아프다 울며 뛰어 들어와 엄마 품에 안기던 채윤이. 초등 1학년 적 그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방금 전 고통의 근원이었던 엄마가 세상 밖 고통과 맞닥뜨렸을 때 바로 뛰어들 품이 되는 것.
내가 엄마라니!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니!

아이들에게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 아이의 맘으로 생각하면 현기증이 난다.
가장 두려울 때, 외로울 때 부르는 이름이 엄마, 엄마이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그다지 위대한 존재가 못 된다.
위험에서, 위험 앞의 두려움에서, 외로움에서 아이를 도와 건져낼 힘이나 능력이 없는 존재다.
그래도 아이들은 가장 위급한 상황에선 엄마, 엄마 부른다.

엄마 중독자 현승이의 전화가 왜 이리 미안하고 아픈지 모르겠다.
아이의 영정을 품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단원의 엄마들 생각이 자꾸 난다.
이 엄마들 가슴에 울리는 아이의 '엄마, 엄마' 뼈에 사무치는 고통일텐데......
아, 나는 그 고통을 상상할 수도 없다.

엄마 껌딱지 현승이의 '엄마' 소리에 눈물이 난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자꾸 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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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4.05.13 08:0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05.14 18:07 신고

      딸의 마음으로 엄마를 불러도,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 소리를 들어도
      슬픔이 가득한 행복한 말인 것 같아요.

  2. BlogIcon 2014.05.14 15:40

    저도 왠지 모르게 눈이 뜨거워 져요...오늘 아파서 회사 못갔더니 엄마가 오셔서 밥도 해주시고 주방 정리두 해주셨는데 옛날같으면 당연히 여겼을 전데 ㅋ 감사하다고 안아드렸어요. 난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신도 없고.. 아 홀몬 탓인가 댓글쓰면서도 괜히 눈물나요^^;;

    • BlogIcon larinari 2014.05.14 18:09 신고

      너 약간 홀몬 탓인 것 같어.ㅎㅎㅎ
      아프구나. 어디가 아픈겨?
      아까 전에 귀 간지럽지 않았어?
      니 얘기 했는데.....
      갈수록 넌 '엄마'란 말이 무겁고 아프게 다가올 일만 남았어.
      아, 물론 그런 만큼 깊은 감동이 있지!

 


새 학기라며 새 운동화 신고 룰루랄라 등교한 너희들은 모를 것이다.
고생이 많다며 가끔 내 등 토닥여주는 남편님도 모를 것이오.

1,2월 긴긴 방학동안 엄마가(아내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는 걸.
내복 한 벌 쫙 빼입고 거실 바닥을 뒹굴며 주기적으로다가
"엄마, 심심해. 나 뭐해?" 이럴 때
소금통이나 간장병을 통째로 부어주고 싶었던 그 짜디짠 심정.

방금 점심 설겆이 끝냈는데
"엄마, 저녁에 우리 뭐 먹어?"
하악! 엄마는 밥 주는 기계가 아니야.

엄마, 엄마~아, 엄마? 엄마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엄마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소리.


 

개학이다! 해방이다! 엄마들의 개학파티다!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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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재워놓고 시간을 쪼개 쓰는 엄마처럼 살금살금 아침 시간을 보냈습니다.
녀석들 늦잠을 만끽하는 사이 행여 깰세라 소리 없이 커피 내려 마시면서 꿀독서 시간 누려~
12시간 잤다면서 머리에 새집 짓고 앉아서 늦은 아침으로 떡국을 맛있게나 먹었습니다.


렛잇고, 렛잇고~
요즘 틈만 나면 거실을 꽉꽉 채우는 겨울 왕국 OST에 길을 걷다가도 환정이 들릴 지경.
식사를 하면서도 영화 남매가 영화 토크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더니.
둘이 방에 가서 누나는 피아노 치고 동생은 바이올린 들고
연주 삼매경이었습니다.
듣기만 하면 거의 똑같이 쳐내는 누나가 반주해주고 어설픈 음악가 현승이는 가끔 삑사리 내가면서 멜로디를 이어갑니다.
두유 원나 빌...삑~   스노우맨......


오래 전, 두 녀석이 거실에 온갖 베개, 우산, 쟁반, 모자.... 다 꺼내놓고 상상놀이 하던 그 화기애애하던 느낌이 살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귀엽군요.)  
설거지 하며 창 밖을 보니 눈이 간지럽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둘이 저렇게 잘 놀고 있으니 나는 혼자 동네 카페에 나가서 독서 누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나갔다 올게. 하면 분위기 다 깨지는 것을 압니다.
희한하게도 놀고 쉬는데 엄마라는 존재가 한 개도 필요없음에도 엄마가 없으면 놀이가 안 되는 느낌, 그거 나도 어릴 적이 있어봐서 압니다.
일을 하든지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든지, 그러다 가끔씩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해대도
엄마가 있어야 휴일의 느긋함과 풍성함이 만땅으로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쳐 카페가서 된장질 누리는 것 포기하고
렛잇고~ 렛잇고~ 깨갱 깨갱..........
이 시끄러운 평화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여름 뜨거운 해변을 누리는 귀여운 눈사람 울라프처럼,
기분 좋은 모순이 우리 집에도 충만합니다.
따뜻한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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