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향>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그러니까 12년 전 채윤이를 품고 있을 때 처음 헨리나우웬 신부님의 <탕자의 귀향>을 읽었다.
그 후에 저 그림 한 장을 집에 걸고 싶어서 나름 백방으로 찾아봤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젠가는 걸고 말리라는 마음은 끝내 버리지 않고 있었다.
책 <탕자의 귀향>의 개정판이 나와 다시 한 번 읽은 지가 오래지 않은 일이다.
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번에 기도하러 가서,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한 벽에 이따시만한 '탕자의 귀향'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그림 한 장 만으로도 내게는 큰 위로와 선물과 은혜였다.
그리고 3박4일 내내 그 아버지 품에 있는 것 같았다.
탕자에게 기꺼이 유산을 주시고,
자기 길을 가도록 두시고,
기다려주시고,
맞아주는 탕자의 아버지가 바로 하늘의 내 아버지다.


너무 사랑해서 당신을 거부할 자유까지 허락하시는 분.
너무 사랑해서 나에게 매여 있으신 분.


잠깐 산책을 하는데 한 구석에서 서적 몇 권과 성화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으아.......... 이게 뭣이다냐!!!!
바로 저 그림이었다.
중년을 고개를 넘으며 맞는 생일에 내가 나에게 만족스런 선물 하나를 줘도 좋겠지.
이게 어디 내 선물만 되겠는가.
네팔에서 돌아온 남편이 벽에 저 그림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사무실에서 쓰는 남편 책상 위에 놔 주려고 손바닥 만한 책상용으로도 하나 더 샀다.


식탁 내 자리에 앉으며 딱 보이는 그 자리에 걸었다.
아주 멀리 계시고,
내 죄를 찾아내기 위해 불꽃같은 눈으로 나를 지켜보시고,
마지막 날에 나를 추궁하기 위해 내 잘못을 일일이 적어 평가하고 계시는
두렵고 엄격한 하나님이 아니라.
성령님을 통해서 내 중심에 살아계시고,
선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을 위해서 늘 은밀하게 내게 말을 걸어오시며,
내게 한 없는 자유를 주시되 끝까지 기다려주시고,
내가 드리는 그 어떤 행위보다 나 자신과 함께 하고 싶어하시는,
탕자의 아버지같은 그 하나님이 한결 내 곁에 가까이 계신듯 하다.


내 생애 최고의 득템이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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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래 스킨십 별로 안 좋아하고,
더운 여름 날에는 진짜루 애들이 안아달라고 따라붙거나 걸으면서 손잡자고 하면 완전 더워서 돌아버리겠고,
게다가 기다란 어른이 그러면 진짜 완전  튀어 나가버리고고 싶은 요즘.
(기다란 어른, 미야~안! 헤헤)


이럴 때는 스킨십 대신 페이퍼십이 딱이다.
더운 여름 날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 좋은 만남이 있었다.





얼마 전 동생이 좋은 책 발견했는데  50% 세일 중이라며 얼른 주문하고 해서 손에 넣은 책이다.
동생도 조금 그런 시기였고 나 역시 이 부조리한 세상, 부조리한 교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식의 20대 초반 같은 고민 끝에 우울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그럴 때 '책만 보는 바보'는 나 자신이라 해도 좋겠다 싶었다.
조선후기 실학파라 불렸던 여러 사람들 중에 이덕무가 지은 <간서치전>에 저자가 상상력의 옷을 입힌 것이다. 상상이든 역사든 분명한 건 당시 서자로 양반사회에서 살아가야 했던 아웃사이더들의 삶, 그들의 우정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아침의 책이다. 아침마다 홀로 앉아 학문(정직하게 읽으시오!ㅋㅋ)에 힘주는 그 곳에서....ㅎㅎㅎ







이 책은 밤의 책이다.
잠들기 20분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는 지가 다음 날의 내 영혼의 상태를 결정한단다.
잠들기 전에는 헨리 나우웬을 읽는다. 잠들기 20분 전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 읽은 나우웬의 벌써 책이 여러 권이다.

나라는 인간 본능적으로 슬픔, 아픔, 고통, 죽음이라는 단어는 피하고 싶은 일천하고 피상적인 인간이라서 '나우웬의 마지막 일기'는 쉽게 손에 들어지지가 않았었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손에 들게 이 책으로 나우웬이 본향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1년을 함께 하였다. 그리고 아픔과 아쉬움으로 그를 떠나보냈다.

자신의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연약한 내면을 보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 아니, 두려워하지 않음이 아니라 그 두려움까지도 투명하게 보여주는 글들이 하루를 닫는 20분 동안 내 시끄러운 내면에 진정제가 되어주었다.






내겐 대화를 잘 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대화를 처음부터 갈아 엎어버리는 폭탄이라는 자괴감이 공존한다.
 아, 쉽게 말하면 대체로 난 대화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대화를 그르친 아픈 경험이 있어서 사실 중요한 대화는 늘 잘 못한다는 못할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씩 남편과 대화하면서 남편이 정말 황당해 할 때가 있는데 한동안 이게 더 심해진다고 느꼈었다. 요즘 생각해보니 내가 에니어그램을 하고 난 이후로 '대화하다 남편 어이없게 만들고 열받게 만들기' 기술이 날로 발전한 것 같다.ㅠㅠ

최근들어 내가 왜 이러나 깊이 성찰하면 반성하고 회개 중이다.  에니어그램을 알고나서 '나는 안다. 나는 당신의 속마음과 동기를 안다'는 자의식이 내게 충만해진 것 같다. 그 자의식은 나를 끝도 없이 교만하게 만들었고, 그 교만한 태도는 결국 나와 사람들을 단절시켜가고 있었다. (이건 진짜 에녀그램을 만났을 때의 초심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암튼, 이러던 찰나에 한참 전부터 백현웅님이 강추하던 <비폭력 대화>를 읽게 되었다.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일 것 같아 처음에 썩 땡기지 않았었다. 어느 날 교보에 가서 첫 부분 몇 페이지를 보다가 바로 사가지고 왔다.
아,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언뜻 보면 기술이지만 그 기술은 기술로 배워서 되는 게 아니기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보물이 빛나는 것이다. 끌리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면서 책 내용에 관해서는 여기서 접으련다.


가을이 오기는 하려나?
더운 여름날 끈적이지 않는 좋은 만남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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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보나 저로 보나 지난 집보다 한참 못하지만 왠지 이 집은 정겹습니다.
안 되는 구조에 집에 있던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으아, 저의 주방은 카페를 겸하게 되었습니다.(그건 내 생각이고...ㅋㅋㅋ) 그리고 팬들의 성원에 야메로 볶은 나웬 카페의 원두를 출시합니다!


1인 고객이신 피리님은 아침 저녁으로 아주 거만하게 '커피 한 잔!' 하며 주문을 하시고, 야매 바리스타인 저 자신도 하루에 몇 잔씩 마시게 되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커피 드립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느니 진짜 카페를 하겠습니다.


집에 놀러 오시는 분들께 '이게 볶기 전 생두다. 몰랐지' 하면서 보여드리면서 대부분 '와~ ' 하면서 놀라십니다. 그걸 보면서 전 살짝 일종의 지적인 우월의식에 취해보기도 합니다.
ㅋㅋㅋ


우리 커피 볶는 로봇 알투디투!
기능은 단순한 놈이 알고보면 까칠해서 같은 원산지, 같은 양의 커피를 갖고도 태웠다 덜 익혔다 하면서 제 속을 다시 태우고 있습죠. 그래도 볼 때 마다 감사하고 감사한 알투디투 입니다.


알투디투가 사라락 사라락 돌려가며 원두를 볶아내면 급속냉각을 시켜야하는데...
우리집 급속냉각 기계는 그 성능 죽입니다.
일단 꺼내서 막 부채질을 해서 껍질을 날려준 후에 베란다 밖으로 내놓으면 완전 급속냉각!


요즘엔 그 어떤 조리기구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드립 친구들.
벌쎠 드립서버의 윗부분이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열심히 연습하는 티를 내고 있습죠.

여기서 잠깐 카페 둘러보기!


거실의 책꽂이에서 홀로 빠져나와 한 때는 옷을 담는 것으로, 한 때는 아이들 장난감 수납장으로 쓰이던 것이 이제 지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허접하다면 허접하지만 나름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 끝이 저렇게 자리잡은 커피장... 보기만 해도 므흣! 입니다.


모 저 깜짝 놀라는 포인트 벽지 위에 딱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 도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커피장 옆에 배경과 전혀 조화를 못 이뤄내는 스티커, 것두 뭔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주인의 삶을 닮은 듯하여 좋은데요..


이번 이사후 우리의 뜨거운 감자였던 그릇장!
이렇게 놔 보고 저렇게 놔보다가 결국 현관에 사람 들어오는 곳에 등을 대고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그 등판을 어떻게 좀 해보려고 많은 생각 끝에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어설프게 등판이 아닌 척, 그렇다고 정면도 아닌 모양새가 되었답니다.

모, 카페 나우웬의 컨셉이라고 한다면 음.... 부조화? 어설픔? 내지는 어설픈 부조화?ㅋ


명성교회 십자가 두 개가 떡 하고 자리잡은 베란다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거룩한 독서, 거룩한 글쓰기, 침묵의 기도.... 예수원이나 은성수도원 갈 필요가 없네요.


미혼의 청년들에게 '모든 게 다 준비됐는데 남자만 없네. 이제 남자만 있으면 시집 가면 되겠네' 하고 농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남자만 있고 그 외에 준비된 것이 없으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아무 준비없이 그저 남자만 있어서 결혼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구요. 그러니 다른 준비 다 되고 남자만 없는 것이 앞날을 위해서 큰 축복일지도 모르지요.

제가 카페를 하네 마네 농담반 진담반 떠들고 있습니다. 사실 카페는 돈만 있으면 하게 되는 것이데....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준비는 다 됐는데 돈만 없는 상태가 오랠수록 진짜 제대로 카페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행복합니다.
어설픈 카페를 집안에 들여놓고 1인 고객을 정성으로 모시는 날이 오래고, 우리 거실과 내 마음에 심겨진 씨앗 하나가 싹이 나고 자라는 날이 올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하죠. 설령 이게 끝이라 해도 오늘 행복하면 되는 것 이니까요.

제가 볶은 원두 팝니다.
저 기계를 거저 받았으니 볶은 원두도 거저 나눠야 맞지만 저렴하게 생두값을 같이 감당하며 나누는 것에 좋을 것 같아요.
갓 볶은 원두 맛은 알아버리신 분들, 그렇다고 100g에 7000원하는 갓 볶은 원두를 누리시기에는 죄책감이 드시는 분들(^^)께 150g을 5000원에 볶아드리겠습다. 원두를 가져가 시음해보신 고개들께서 스타벅스보다 낫다...모 이러십디다. 


카페 나우웬 이야기.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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