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또?ㅋㅋㅋ), 그 첫날이었던 지난 주 월요일.

장소는 충정로 근처. 충정로, 하면 뭐다? 가배나루다!

네 식구가 함께 외출했다가 우르르 충정로 가배나루로 몰려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테이크아웃 해서 집으로 가고 혼자 남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막연한 염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슬픔 같은 기쁨, 기쁨 같은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저녁이라 카페는 조금 한가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정말 맛있게 마셨고 리필을 부탁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그럭저럭 시간이 다 되어 일어서려고 읽던 책을 챙겨 넣고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그 순간 사장님이 에스프레소잔에 진저라떼를 건네주십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모금 머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치유적인 맛이었습니다.

두어 시간 카페 앉아서 책을 읽는둥 마는둥 기쁨 같은 슬픔에 헤매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자극적이고도 부드러운 신비로운 맛이었습니다.

그것을 얻어 마신 나도 행복하지만 타인에게 그런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는 사장님이

진짜 행복한 분입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부천에서 계시는 노(老) 상담 선생님께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시진 않지만 드립도구를 싸가지고 갔습니다.

전에 한 번 가져가서 내려드렸는데 뭐 귀찮게 이런 걸 가지고 왔냐고 하셨었습니다.

커피를 내려드렸더니 '아, 다르구나. 정말 다르구나!' 감탄을 하시며 드셨지요.

다시 감동 드릴 기회를 놓칠 수 없습죠.

햇살이 가득한 거실에 커피향 흘려놓고 돌아왔습니다.

만남이 아쉬웠는지 커피향과 함께 휴대폰까지 흘리고 와서 다음 날 다시 가야 했지요.

밤새 꿈을 꾸었고,

휴대폰 찾으러 가서 짧은 수다 끝에 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참, 커피는 참! 사람들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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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가 떨어져 한 이틀 굶다 일보고 들어오는 길 단골집에 들렀습니다. 감정을 과잉시켜서 단골집입니다. 쌍방이 인정해야 단골집일터, 우리 부부편에서는 단골집인데 주인 아저씨는 한 번도 갈 때마다 살가운 인사가 없으니까요. 병약 김종필님께서는 이 점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기시던데요.사실 저는 내형성이 강한 사람들의 피치 못할 불친절함을 이해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편입니다. 변태스럽죠.

 

이런 변태성 너그러움에도 오늘 만큼은 똘레랑스가 발휘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쓰는 일긴데요. 원두를 사러 갔는데 여자 분이 카페를 지키고 있더라죠. 콜롬비아 100g, 케냐 100g 주세요. 주문을 했지요. 담아 놓은 100g을 가져올 때는 무심할 수 있는데 눈앞에서 담아 줄 때는 한 스푼 한 스푼 퍼담는 손놀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많이 주세요' 하는 소리가 성대 근처에서 어슬럴거리다 끝내 나오진 못했죠.그러고 보고 있는데요. 마지막 몇 그램을 채우고 있었나 봅니다. 반 스푼인가 퍼담고 저울질을 하는 제스춰. 넘쳤나 봅니다. 102g 정도 됐나봐요. 봉투에서 다시 덜어내는데 원두 열 알 정도 덜어냅니다. 우와, 빡치대요. 너무 빡쳐서 안녕히 가시라는데 '절대 안녕히 가지 않으리라' 주먹을 불끈 쥐고 나왔습니다.

 

원두 열 알. 원두 2g. (김원효가 부릅니다. '뭐가 좋은데? 뭐~어가 좋은데에? 원두 열 알 빼서 남기면 뭐~어가 좋은데?') 그 순간 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각박하다. 각박하다. 각박하다. 저렇게 각박한 마음이 모이고 모이니 세상이 이렇지. 원두 열 알도 더 넣을 수 없는 손, 돈과 숫자에만 맞춘 계산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지. 이러니 생떼 같은 자식 바다에 묻고 피울음 우는 부모들이 보상금 때문에 거리에 섰다는 소설을 써도 믿는 망할 세상이지. 괜한 울분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군요. 내 안에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과한 감정은 내 안에 있는 야박한 계산법, 슬픈 헤아림이 또 다른 나에게 들켜버린 탓일지도요.

 

 

 

 

 

 

다행히 이틀 전에는 이와 전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월요일에 남편과 함께 충정로의 가베나루에 갔었습니다. 광화문 갔다가 '가? 말어? 가? 말어?'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커피맛이었죠. 커피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장황하게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커피 맛있죠, 호갱님 대신 사람대접 하죠. 커피 인심 넉넉하죠. 그런 곳입니다. 정말 맛있게 마시고 일어서는데 한 잔을 더 내려주시겠다며 붙드셨는데요. 핸드드립으로 내린 에스프레소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혀에 남는 텁텁함 뺀 에스프레소의 맛, 그 매끄러운 맛을 설명할 수가 없네요. 참 맛있었습니다. 카페를 나오면서 병약 김종필 선생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넉넉하게 주니 얼마나 좋아. 물장산데 퍼줘야지.'

 

고갱님의 행복은 둘째 치고 퍼주는 주인의 마음이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카페 열 군데를 돌아다녀도 이런 카페 하나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참 희한한 건 단 하나의 존재감이 아홉 개 카페의 지리멸렬한 커피맛과 인간다움의 맛을 상쇄하고 남는다는 것이고, 그게 작은 희망 같이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글을 시작하는 마음은 1년 된 원두로 만든, 담배 헹군 물같은 아메리카노 맛이었는데요. 충정로 가베나루의 진한 핸드드립 커피의 뒷맛으로 끝을 맺네요. 다행입니다. 그런 커피, 그런 커피인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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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못할 짓이 로스팅인 것 같다. 커피 볶다 땀을 탈수로 쓰러질 각오가 아니라면 말이다. 여름에 아무 생각없이 커피를 한 번 볶게 되면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가을이 와 선선해져도 도통 통돌이 들고 베란다로 나갈 용기가 생기질 않는다. 강추위가 몰려와 창 밖에 진을 치고 있으니 비로소 다시 통돌이를 돌리게 된다. 겨울은 커피 볶기 딱 좋은 계절이다. 커피는 볶을 후 하루는 지나야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 빠져 나가고 그 자리에 커피향이 채워지는가보다. 오늘은 볶자마자 한 잔을 내려봤다. 아주 그냥 물이 닿자마자 막 부풀어올라서 공갈빵이 될 기세다.

 

SNS 인연으로 만나 커피를 한 번 배운 커피 장인님(장모님 아니고) 말씀이 생각났다. 볶은 후 24시간이 지나야 커피맛이 비로소 좋아진다고 하지만 잘 볶은 커피는 볶자마자 내려도 맛있다고 하셨다. 볶자마자 내려도 맛있는 커피는 다름 아닌 본인이 볶으신 커피였다. ^^ 나도 오늘 볶자마자 한 잔 내려봤는데 그럭저럭 마실만 하다.

 

 

 

 

 

커피를 볶지 않을 때 여기저기서 사먹어 보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대충 맛있으면 비싸고, 값이 싸면 맛이 좀 아니다. 그렇다고 원두 가격이 충분히 싼 곳도 없다. 그나마 집 앞에 들고 나던 곳에 있던 카페에서 급할 때마다 사다 먹을 수 있었는데 길 건너로 옮긴 뒤에는 멀리 느껴진다. 페북 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커피집도 하나 있는데 숯불에 볶는 커피가 정말 맜있다. 정말 맛있는데 정말 비싸다.  집 앞 총각 카페에서 파는 블랜딩 원두의 딱 두 배 가격. (총각집 100g에 5000원, 숯불 아저씨집 100g에 10000원)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게 주고 사다 먹진 못한다. 100g에 8000원 이상 하는 커피는 싫다. 특히 숯불 아저씨가 있는 동네는 압구정도 아니고 홍대도 아닌 망원동 허름한 주택가. 커피는 탁월하게 맛이 좋고, 커피가 맛있어서 더욱 신경질 나는 집이다. 상수동에는 커피 볶는 집이 정말 많은데 여기서도 그대로 자본주의 세상. 맛있는 원두 줄게, 돈 많이 내라! 이다.

 

 

 

 

 

 

잠시 커피를 배웠던 그 커피 장인님께서는 나름대로 나눔을 실천하는 분이었다. 커피가 필요한 곳 전국 각지에 무상으로 보내곤 했다. 남다른 로스팅 철학도 갖고 계셨다. 초록 생두가 불의 연단을 받아서 원두가 되는 것을 제자도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연락이 끊어졌는데. 생각해보니 어쩌다보니가 아니다. 그분이 어떤 커피를 가리켜 '학대받은 커피'라고 부르는 때가 있었다. 잘못 볶아져서 맛없는 커피를 말하는 것이다.그 말이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그분 아들 역시 커피를 하는 분이었고 언젠가 우리 집에 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사다 먹던 때라 어딘가에서 사온 커피를 내렸는데 한 모금 머금고 인상을 쓰면서 '학대받은 커피'라 하던 것이 잊히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많이 불편했다. 커피를 한다 하는 분들, 아니 어떤 분야든 전문가연 하는 분들의 까칠함이다. 사실 나는 까칠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자신이 그렇다는 걸 알고도 여전히, 어쩔 수 없이 까칠한 사람들은 심지어 치명적으로 매력적이다. 반면에 자신의 전문지식이나 독특함을 대놓고 자랑하거나 어필하려는 요량으로(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높은 기준을 내세우며 다른 것들을 끄집어 내리는 식의 까칠함은 아름답지 않다. 그런 분들이 가진 전문성은 그 전문성이 탁월하여 감동될수록 신경질이 난다. 여하튼 나도 평가질 지적질을 한다면 하는 인간인데. 아무리 맛없는 커피를 마시더라도 표현을 조심하려는 생각이다.

 

그리고 더욱 수더분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수더분해 보이는 인간이 아니라 진실로 속이 수더분한 그런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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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로 내린(올린?) 진한 커피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이 많습니다.

어제 자기 전에 읽은 호나이의 책에서 남은 '갈등과 신경증'에 관한 내용이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얼른 읽어버리고픈 마음 간절하나 우선 써야할 것들을 써내야 한다는 생각.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누가 보면 엄살).




눈썰미 좋게 우리 집에 있는 모카포트를 기억하고 일리커피를 챙겨준 벗.
그리고 그녀와 나눈 긴 수다, 짧은 메시지가 던진 질문과 위로들.




순간 포착에 대한 새로운 열망.
커피가 올라오는 바로 그 순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가스렌지 앞을 떠나지 못하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잡아낸 순간. 흐뭇.




토요일과 주일에 있었던 강의.
강의 전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로 떨리는 마음과,
전적으로 그 분을 의지하게 되는 믿음 충천한 순간.
그리고 다짐. 강의할 때마다 처음하는 느낌의 떨림과 내가 할 수 없다는 가난한 마음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강의를 그만 두어야 하는 때다. 가난한 마음으로 늘 배우며 아마츄어로 사는 길이 행복하게 강의하는 유일한 길이다.




강의 마치고 돌아오던 길 정체 속 남태령에서 만난 노을에 물든 하늘.
주말 강의를 하면서 만난 청년들의 두려운, 촉촉히 젖은 눈.
바비킴 노래를 들으며 올려다 본 저 하늘과 나무의 실루엣에 울컥하고 올라온 눈물.
내 오랜 상처와 그리움.
그리고 남태령을 넘어 교회에 오시는 집사님이 주신 맛있는 커피사탕.
집에서 시험공부 하고 있는 채윤이.
채윤이의 국어시험 준비를 봐 준 동생.
커피사탕을 먹으며 기다리다 '사탕 안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문자를 보내온 올케.
  


일주일 쌓인 피로를 단잠으로 풀고 일어나 커피와 함께 아침을 하는 온유한 남편.
그와 함께 할 오늘 산행.

오늘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아주 많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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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분위기 있는 찻잔을 득했습니다. 커피를 내려서 담아놓고 보면 참 예뻐서 카메라질을 하게 만듭니다. 이 잔이 더욱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선사해주신 분이 이걸 고르기 위해서 인사동을 헤집으셨다 하더군요. 가령 내가 인사동 골목에서 그릇 구경을 하다가 위의 잔과 마주쳤다고 합시다. '이쁘다' 하며 들어볼 수 있을지언정 최종적으로 낙점하여 구매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걸 두고 취향이라고 하겠지요. 그 취향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내가 입는 옷, 쓰는 그릇은 어찌나 늘 비슷비슷한지....  요즘 이 잔에 자꾸 손이 갑니다. 그리고 자꾸 바라보게 되는 것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닙니다. 내 손으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다른 취향이 내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대 중반에 만난 H는 나랑 참 다릅니다. 다른 게 그냥 다른 게 아니라 나보다 우월한 것으로 느껴져 참 부러웠습니다. 내게는 가장 취약한 점이 H에게는 풍성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내게 없는 것이 H에겐 있다고 느껴졌고 그것으로 스스로 점수를 매겨 H는 우등생, 나는 루저. 라는 생각에 오래 매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중년을 맞이하던 어느 날 '나는 젊었을 때부터 니가 참 부러웠어.'라고 처음으로 고백했습니다. 그때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때부터 입니다. '부러움'이라 이름하고 나니 H에겐 있고 내겐 없다고 느껴지는 성품으로 인해서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닦달했는지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꽤나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20대를 돌아보며 한 가닥 한 가닥 엉킨 실타래 풀 듯 함께 하는 여정의 도반이 되어주고 있지요. 그 H로 인해서 어쩌다 또 다른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짧은 시간 만났지만 '진즉 만날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H랑 닮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그분이 인사동을 헤매며 골라서 주신 커피잔입니다.


나와 다른 취향의 H와의 만남, 그 만남이 만들어낸 또 다른 만남. 두 다리를 넘어간 취향은 내가 늘 선망은 하지만 손에 들지 못하는 커피잔 같은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내게 없어서 선망하지만 내게 없다는 이유로 더는 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닦달하지 않을 때, 진심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것은 커피잔의 스타일이기도, 스타일에 대한 취향이기도, 성격이기도, 성품이기도 합니다. 왜곡된 질투가 아니라 진심어린 부러움,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가졌다고 빼앗아 버리고픈 공격성이 아니라 진심으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착한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착한 마음이 결심으로 가져지는 것 아니지만 왠지 앞으론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 커피잔을 마주하면 괜시리 마음 한 자락이 가벼워지고 기분 좋게 간지럽습니다. H와의 긴 이야기와 H가 다리 놓은 짧지만 여운이 긴 만남 또한 담겨져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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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을 네 식구가 함께 맞는 일이 우리 집에선 드문 일이다.
아이들이 늦잠을 누리며 행복한 토요일 주일 아침에는 아빠가 없고,
아빠가 모든 피로를 연소시키고 한없이 느긋해지는 월요일엔 아이들이 없다.
휴가 중인 아빠가 있는 지난 토요일은 넷이 복닥거리며 맞는 느긋한 휴일 아침이었다.
두어 달 동안 '커피' 하면 아이스 커피였는데 둘이 이구동성으로 뜨거운 커피를 말했다.
이것은 그야말로 가을이 온다는 뜻이다.
가을은 몸이 따뜻한 커피를 원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올가을 커피는 <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와 함께 시작하기로 한다.
이 고양으로부터 시작해서 식탁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시리즈 이야기가 시작됐다.
사춘기 채윤이는 <센과 치히로>의 하쿠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 중 누가 더 잘 생겼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승이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는 왜 꼭 할머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아빠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 공주> 스토리를 짬뽕시키고 있다.
결론은 곧 새로운 영화가 개봉된다는 걸로.


 

음악이 먼저였는지, 커피잔이 먼저였는지, 영화 이야기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스피커에선 미야자키 영화의 주제곡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오늘의 DJ 현승 옵빠의 선택이다. 커피잔 역시 이 옵빠의 안목이었다.


따뜻한 커피, 고양이, 애니메이션, 휴가.... 무엇보다 가을.
좋다. 좋다.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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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커피잔이 생겼는데

뽀드득 닦아서 그릇장에 넣다가
도로 꺼내 커피를 내려 담았다.

우리 집에 온 첫 날,
커피도 못 담아보고 밤을 지내게 하는 건 아니지.

거실로 데려와 라캉과 인사 시키고
용재오닐의 비올라 소리도 소개시켰다.

두고두고 이 커피잔엔 착하고 예쁜 얼굴들이 어릿어릿 할 것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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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 여보, 융(nell)드립 커피를 맛보게 해줄게. 융드립 세트 주문했어.


jp : 당신, 융 참 좋아한다.

ss : 뭘 좋아해? 융드립 처음 시도하는 건데.

jp : 당신 엄청 융드립 치잖아.

ss : (유레카!) 푸하하....무의식, 페르조나, 그림자... 융(Jung)드립?


융드립 치며 융드립 커피 마시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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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호숫가의 그 새벽,
영혼도 몸도 주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생선을 구으며 찾아오셨다.


오늘 그 자리에 다시 오신다면 커피를 내려 지친 제자들을 맞지 않으실까?
새벽의 차거운 공기를 타고 향긋한 커피향이 호수 위로 퍼져나간다.
그 향를 맡은 제자들이
'와, 커피향 쥑인다. 저 커피 진하게 한 잔 마시면 살겠네...' 할 때.
예수님께서 한 손에 동포트 드시고 손을 흔드시며 불러주신다.

그 해 바리스타 대회에서 1등 먹은 스페셜티도 따라잡지 못할 최상품 원두를
손수 핸드드립해 나눠주시는 것이다.



커피에 취해 온 몸 녹아내리는 베드로에게 "베드로야, 한 잔 더 주련?" 하시고
새로 내린 커피를 정성스레 건네신다.
그리고 가장 부드럽고 따스한 소리로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오글거리지만 오해 말고 들어. 베드로야, 너....  너 말이다...나를 사랑하니?"


<페북 담벼락에 끄적이고 댓글로 더 재밌었다.>


댓글1
김종필 : 예수님, 도시에 방문할 때마다 카페 거리를 다니시며 카페에 들어가 설교하시고, 부산 앞바다 바리스타 박주현 카페에 들려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갓(God) 내린 커피' 파는 자로 세우노라" 하시겠네. 정신실 씨는 예수님 제자들 전도 여행에 커피 떨어지지 않게 커피로 공궤하고...


댓글2
정신실 : 신나게 바베큐 파티하고 후식으로 커피 마시는데 원두가 떨어져 당황하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정신실에게 '예수님이 이르시는대로 하라' 명하시고 예수님께서 정신실에게 '빈 밀폐용기를 여럿 준비하라' 하셔서 순종하니 용기마다 어제 볶은 블루마운틴100% 로 가득차니라... 둡뚜바 두비두바.


댓글3
기김진호 선생님 : 커피 두 알로 오천 명을 마시운 사건도...


댓글4
정신실 :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청한 시몬이 열받았던 이유가 그거라네요. 예수님을 위해서 야심차게 준비한 커피파티였는데 마리아가 옥합을 깨는 바람에 커피향이 다 묻혔대나 어쨌대나...ㅋㅋ


댓글5
기김진호 선생님 : 커피와 예수님, 정말 이런 신선한 패러디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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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얼음과 커피가 만나 얼음 커피가 된다.
싸늘하고 투명한 표정,
반듯하게 각진 사각의 얼굴,
시간이 지나면 완고한 각을 풀고 시원하게 녹아드는 그 유연함,
입에 하나 물면
적어도 입속에서만큼은 여름을 곧바로 물리치는 그 즉각적 위력,
깨물어서 잘게 부수면
사탕도 아니면서 사탕보다 더 빠르게 녹아드는 그 속도감,
얼음은 매력적이긴 했다.
그래서 둘의 만남은 항상 커피의 기다림으로 이루어졌다.
커피는 기다렸다.
커피의 기다림은 하얀 김으로 솟아올라 바깥을 기웃거리며
얼음이 언제 오는지 목을 빼게 하곤 했다.
혹자는 커피의 기다림을
진한 갈색 향기의 기다림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 기다림은 대개 봉지에 털어낸 건조한 가루를
뜨거운 물에 녹이면서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가슴은 뜨거웠다.
그 뜨거운 가슴의 체온을 모두 내주며 얼음을 받아들일 때
드디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얼음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불현듯 방문한 합정동의 어느 가정집에서
전혀 다른 얼음 커피를 만났다.
그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그 둘의 관계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기다림은 이제 커피가 아니라 얼음의 몫이었다.
얼음들은 컵에 담겨, 혹은 커피가 오는 길목에 모여 커피를 기다렸다.
커피는 마치 강림하듯 얼음의 머리맡으로 와서
그 향기로 일단 커피에 대한 얼음의 갈증을 달래주었다.
뜨거운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마치 씨앗처럼 커피 가루 위에 심어졌고
그 뒤에 발아를 도와줄 비처럼 뜨거운 물이 커피의 밭에 뿌려졌다.
그리고 나서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축복처럼 커피가 내려왔다.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가장 낮은 온도의 얼음 세상으로 내려와
얼음과 체온을 맞추어주는 구원의 커피였다.
얼음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커피였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습성을 아는 주인이
좀 연하게 해줄까를 물었지만 나는 그냥 마시겠다고 했다.
내가 생전 처음 마셔보는 얼음 커피였다.
항상 커피의 기다림과 얼음의 강림으로 만났던 얼음 커피를
합정동의 아는 집에 놀러갔다가 얼음의 기다림과 커피의 강림으로 만났다.
그 집이 왜 그렇게 커피에 집착을 하는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알겠다.
그 집에선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정반대로 뒤집어져 있었다.
그 세상에선 커피를 만난 컵 속에서 얼음이 꽃잎처럼 떠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뒤집혀서 온 세상에선
커피를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때로 커피는 사람에 따라 좋고 싫고가 갈리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어떤 가슴 벅찬 만남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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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커피가 웃어요.
아무 짓도 안했는데 혼자 웃고 있어요.

올해 첫 마약커피를 타서 마시려는데
"어, 엄마 이 쪽에 와서 커피 좀 봐바"
현승이가 발견한 마약커피의 므흣한 미소.

어떤 애들이랑 '마약커피 이름 한 번 잘 지었다'며 농담 따먹기 하다가
나중에 카페하면 계절메뉴로 꼭 넣기로 했어요.
마약커피, 또는 뽕커피! ㅎㅎㅎㅎ

나는 나는....

뽕다방 정마담.

아우, 느낌있다.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새빨간 립스틱에 껌 좀 씹어줘야게씜다.
(동그란 쟁반과 보자기는 어딨더라?)




작년 재작년 여름, 주일마다 마약커피 엄청난 양을 타곤 했었는데...

그립지?
그립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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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척 웃음짓던 마약커피.
자기보다 100개 더 귀여운 현승느님 등장하자 미소가 흐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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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마감날이라 몸보다 의식이 먼저 깬 월요일 아침.
일주일의 피로를 연소시키는 보약 단잠에 빠진 남편과,
긴긴 방학의 끝을 잡고 마지막 늦잠을 즐기는 아이들 덕에 조용하게 아침 커피 한 잔이다.



생각에 생각을 돌리고 돌리면 한 없이 무거운 일주일의 시작이지만...
거실 벽에 기댄 아침햇살에 눈을 맞춘 순간!
삶의 무게감이 일순간 날아가니 희한한 일이다.



햇살 드는 조용한 거실에 음악조차 없이 꼴까닥 커피 넘기는 소리 크게 들린다.
햇살이 있고,
커피가 있어서 좋구나.


원고 쯤은..... 어떻게든 써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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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맛이 좀 떨어져도 그 자체로 좋습니다.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엄마라는 책임감을 살짝 잊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집에선 혼자 아무리 여유있게 마셔볼래도 쉽지가 않습니다. 가끔은 두 녀석 다 커피내릴 준비를 완벽하게 해주기도하고 나름 엄마를 배려한다고 하는데 말이지요.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라고 할까요? 어떤 땐 이 부담감으로 행복하고 다른 경우엔 이 책임감에 숨이 안쉬어질 만큼 힘든 때도 있습니다.


내 한 몸 추스리기도 버거운데 남편과 아이들을 돌봐야한다니요.....


일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가끔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면 거실에 쏟아지는 햇살처럼 찬란하게 빛나기도하고, 같은 자리 같은 순간이 사망의 그림자에 휩싸이기도 하구요.


오늘 아침은 레고를 하고 피아노 연습을 하는 아이들 옆에서 작심하고 커피 한 잔 합니다. 일상, 일상의 빛과 그림자 어느 쪽만 진실이라 하지 않고 그 둘을 잘 끌어안아 한 잔의 커피에 담은 듯.... 경건하게 한 모금 마십니다.


포장지 벗겨내고,
화장도 지우고,
꾸미지 않은 일상의 연장으로만 살고 글쓰고 기도하고 신앙하며 살게되었음 좋겠습니다.


나의 일상엔 24시간 이 아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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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잘 찍는 법을 묻는 물음에 늘 같은 말로 답하시는 김동원선생님(일명 털보아저씨)의 말씀이다. "카메라만 좋으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찍혀요"
나름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했지만 그보단 특유의 탈권위적 스타일과 겸손이라 여겼었다.

커피 맛은 생두의 질이 80%라고 배웠다. 로스팅과 드립은 그 나머지 20의 영향력이라는데... 20에 목숨걸고 있는 초심자인 나는 그 말이 알아들어지지가 않았다.
최근 나는 어떤 생두를 보고 만져보자마자 '얘는 아무리 잘 볶아도 태생적 한계가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예감이 맞았다. 그리고 비로소 80에 해당하는 생두의 질에 처음 주목하게 되었다.
... 생각해보니, 그건 얼마 전 은주가 네팔에서 직접 사다 준 생두를 경험하고 떠진 눈이다. 아주 좋은 생두를 경험해보니 비로소 머리로 알던 걸 몸으로 알아듣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사진은 카메라다! 라 하시는 말씀의 깊이가 새롭게 다가왔다.

늦게 조금씩 배워가는 커피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것이라 더 좋다. 머리로 배우는 것들은 그대로 내 것 처럼 포장하기가 쉬운데 몸의 학습은 더디고 정직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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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십수 년 만에 만난 옛 직장동료가 말했다.
"정선생님 여전히 커피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좋아하더니..."
그 말에 아, 내가 예전부터 커피를 좋아했구나. 그렇게 좋아했구나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예전에 좋아한달 때는 커피 마시는 걸 좋아했던 게 분명한데.
지금은 커피 마시는 것보단 커피 하.는.걸. 좋아한다는 게 맞겠다 싶다.






없이 살던 사람이라서 그런지....ㅋㅋㅋ 뭘 누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 있다.
뭔가를 누리고 누리는 것을 드러낼 때 '사랑은 자랑치 아니하며'가 목에 걸려서 내 자랑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할 때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지난 번 가족피정 갔을 때 이런 얘길 페북에 끄적이기도 했다.


자주 커피 한 잔을 권하면서 사실 마음 한 구석 불편함이 없지 않다.
맥심 모카골드를 최고의 커피로 마시는 분들에게 원두커피, 것두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신선한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마신다는것은 뭣일까 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건 일종의 된장질이고 이것이 동기부터 자랑성 된장질이라면 부끄러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커피 얘기를 할 때마다 신선한 원두는 커녕 맥심모카골드보다 프렌치커피가 더 맛있는 줄 알면서도 가격면에서 재다가 결국 열 봉지 덤으로 붙은 모터골드를 선택하는 분들께 죄송하다. 아니 갓볶은 커피의 고급스러운 맛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아도 입맛이 더 높은데 길들여지길 거부하려는 분들께는 부끄럽다. 내가 경험해 봐~아서, 아는거다. ㅋㅋㅋ
(그래서 어쨌다고가 아니라 이 얘긴 여기까지 끝이고! 그냥 한 번 쯤 고백하고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한 끼와 가난한 두 끼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참 적절하다. 양이 적은 네 식구는 점심에 맛집 찾아 먹었으면 저녁에 컵라면 하나, 또는 짜장범벅 하나와 주전부리 과자면 충분하다.

사실 그럴 땐 솔까 살짝 우리 신세가 구리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 이럴 때! 우리에겐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드립세트가 있다. 이젯밤 흙집 바닥에서 김밥 먹고 내려 마신 커피는 유랑하는 우리를 왕족되게 하는 커피였다. 진정 그랬다 :D

                                                                                2011/11/25  정신실의 Facebook

 




커피를 하면서 드립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 로스팅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지만....
내가 아주 잘 하고 싶은 건 로스팅이다.
그 만큼 날이 갈수록 로스팅에 목숨을 걸고 있다.
로스팅의 매력은 여러 미사려구(단지 미사려구가 아니라 진심 아름다운 이유의 말들)이 있지만 내게는 일단 경제성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원두와 생두의 가격이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아이커피로 시작한 로스팅은 불로스팅에 대한 목마름으로 안내했고, 그 안내에 따라 작년 여름 손바닥 만한 도자기 로스터로 땀 좀 흘리면서 손목을 흔들어 댔었다.







벼르고 벼르다 절대 풀지 않았던 원고료 모은 통장을 헐어서 유니온 샘플 로스터를 들였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이건 말하자면 카페 창업으로 가는 첫 발자국을 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젠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으하하하하...(노...농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만고의 법칙 때문인지...
합정동 교회 근처 카페는 유난히 저 통돌이 하나에 의지하여 커피를 볶는 작은 카페들이 많이 눈에 띈다. 주일날 일부러 아이들과 시간을 비켜서 예배드리고는 통돌이 카페에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자리잡을 기세다.






로스팅, 특히 불로스팅은 그리 고상한 작업이 못 되는 것 같다.
첫 날 저 놈으로 로스팅을 하면서는 제대로 화상을 입기도 했으니까.


젊은 날이도 지금도 여전히 커피를 좋아한다.
요즘은 그냥 커피를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이나 이런 저런 계기로 커피를 배우기도 하지만, 또 열심히 배워야겠지만 그냥 꾸준히 좋아해 볼 생각이다. 커피에 대해서 알수록  힘이 들어가서야 힘이 빡 들어간 긴장된 혀로 어찌 그 좋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겠나 싶고 말이다.
취미 한 번 고상하단 식의 부러움 반 칭찬 반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커피 하는 게 취미로 보이냐?'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ㅎ
된장질, 잉여짓, 뻘짓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커피는 내게 취미 그 이상이다.
늘 그래왔었지만 요즘 유난히 커피에 대한 뜨겁지 않은 열정이 스물거리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커피는 나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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