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Nouwen46 커피... 그 놈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또?ㅋㅋㅋ), 그 첫날이었던 지난 주 월요일. 장소는 충정로 근처. 충정로, 하면 뭐다? 가배나루다! 네 식구가 함께 외출했다가 우르르 충정로 가배나루로 몰려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테이크아웃 해서 집으로 가고 혼자 남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막연한 염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슬픔 같은 기쁨, 기쁨 같은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저녁이라 카페는 조금 한가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정말 맛있게 마셨고 리필을 부탁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그럭저럭 시간이 다 되어 일어서려고 읽던 책을 챙겨 넣고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그 순간 사장님이 에스프레소잔에 진저라떼를 건네주십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모금 머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 2015. 1. 25. 물장수 인심 원두가 떨어져 한 이틀 굶다 일보고 들어오는 길 단골집에 들렀습니다. 감정을 과잉시켜서 단골집입니다. 쌍방이 인정해야 단골집일터, 우리 부부편에서는 단골집인데 주인 아저씨는 한 번도 갈 때마다 살가운 인사가 없으니까요. 병약 김종필님께서는 이 점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기시던데요.사실 저는 내형성이 강한 사람들의 피치 못할 불친절함을 이해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편입니다. 변태스럽죠. 이런 변태성 너그러움에도 오늘 만큼은 똘레랑스가 발휘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쓰는 일긴데요. 원두를 사러 갔는데 여자 분이 카페를 지키고 있더라죠. 콜롬비아 100g, 케냐 100g 주세요. 주문을 했지요. 담아 놓은 100g을 가져올 때는 무심할 수 있는데 눈앞에서 담아 줄 때는 한 스푼 한 스푼 퍼담는 손놀림에서 눈을 뗄.. 2015. 1. 7. 커피 볶기 딱 좋은 날 여름에는 못할 짓이 로스팅인 것 같다. 커피 볶다 땀을 탈수로 쓰러질 각오가 아니라면 말이다. 여름에 아무 생각없이 커피를 한 번 볶게 되면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가을이 와 선선해져도 도통 통돌이 들고 베란다로 나갈 용기가 생기질 않는다. 강추위가 몰려와 창 밖에 진을 치고 있으니 비로소 다시 통돌이를 돌리게 된다. 겨울은 커피 볶기 딱 좋은 계절이다. 커피는 볶을 후 하루는 지나야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 빠져 나가고 그 자리에 커피향이 채워지는가보다. 오늘은 볶자마자 한 잔을 내려봤다. 아주 그냥 물이 닿자마자 막 부풀어올라서 공갈빵이 될 기세다. SNS 인연으로 만나 커피를 한 번 배운 커피 장인님(장모님 아니고) 말씀이 생각났다. 볶은 후 24시간이 지나야 커피맛이 비로소 좋아진다고 하지만 잘.. 2014. 12. 21. 월요일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 모카포트로 내린(올린?) 진한 커피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이 많습니다. 어제 자기 전에 읽은 호나이의 책에서 남은 '갈등과 신경증'에 관한 내용이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얼른 읽어버리고픈 마음 간절하나 우선 써야할 것들을 써내야 한다는 생각.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누가 보면 엄살). 눈썰미 좋게 우리 집에 있는 모카포트를 기억하고 일리커피를 챙겨준 벗. 그리고 그녀와 나눈 긴 수다, 짧은 메시지가 던진 질문과 위로들. 순간 포착에 대한 새로운 열망. 커피가 올라오는 바로 그 순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가스렌지 앞을 떠나지 못하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잡아낸 순간. 흐뭇. 토요일과 주일에 있었던 강의. 강의 전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로 떨리는 마.. 2013. 10. 21. 취향 그 이상 이렇게 분위기 있는 찻잔을 득했습니다. 커피를 내려서 담아놓고 보면 참 예뻐서 카메라질을 하게 만듭니다. 이 잔이 더욱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선사해주신 분이 이걸 고르기 위해서 인사동을 헤집으셨다 하더군요. 가령 내가 인사동 골목에서 그릇 구경을 하다가 위의 잔과 마주쳤다고 합시다. '이쁘다' 하며 들어볼 수 있을지언정 최종적으로 낙점하여 구매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걸 두고 취향이라고 하겠지요. 그 취향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내가 입는 옷, 쓰는 그릇은 어찌나 늘 비슷비슷한지.... 요즘 이 잔에 자꾸 손이 갑니다. 그리고 자꾸 바라보게 되는 것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닙니다. 내 손으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다른 취향이 내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대 중반에 만난 H는 나랑 참 다릅니다... 2013. 8. 31. 마녀 배달부 키키가 가을을 가져왔다 휴일 아침을 네 식구가 함께 맞는 일이 우리 집에선 드문 일이다. 아이들이 늦잠을 누리며 행복한 토요일 주일 아침에는 아빠가 없고, 아빠가 모든 피로를 연소시키고 한없이 느긋해지는 월요일엔 아이들이 없다. 휴가 중인 아빠가 있는 지난 토요일은 넷이 복닥거리며 맞는 느긋한 휴일 아침이었다. 두어 달 동안 '커피' 하면 아이스 커피였는데 둘이 이구동성으로 뜨거운 커피를 말했다. 이것은 그야말로 가을이 온다는 뜻이다. 가을은 몸이 따뜻한 커피를 원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올가을 커피는 에 나오는 고양이와 함께 시작하기로 한다. 이 고양으로부터 시작해서 식탁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시리즈 이야기가 시작됐다. 사춘기 채윤이는 의 하쿠와 의 하울 중 누가 더 잘 생겼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승이는 미야자키.. 2013. 8. 24. 첫 잔 예쁜 커피잔이 생겼는데 뽀드득 닦아서 그릇장에 넣다가 도로 꺼내 커피를 내려 담았다. 우리 집에 온 첫 날, 커피도 못 담아보고 밤을 지내게 하는 건 아니지. 거실로 데려와 라캉과 인사 시키고 용재오닐의 비올라 소리도 소개시켰다. 두고두고 이 커피잔엔 착하고 예쁜 얼굴들이 어릿어릿 할 것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3. 3. 16. 융드립 ss : 여보, 융(nell)드립 커피를 맛보게 해줄게. 융드립 세트 주문했어. jp : 당신, 융 참 좋아한다. ss : 뭘 좋아해? 융드립 처음 시도하는 건데. jp : 당신 엄청 융드립 치잖아. ss : (유레카!) 푸하하....무의식, 페르조나, 그림자... 융(Jung)드립? 융드립 치며 융드립 커피 마시는 맛. 2013. 2. 19. 핸드드립 예수님 갈릴리 호숫가의 그 새벽, 영혼도 몸도 주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생선을 구으며 찾아오셨다. 오늘 그 자리에 다시 오신다면 커피를 내려 지친 제자들을 맞지 않으실까? 새벽의 차거운 공기를 타고 향긋한 커피향이 호수 위로 퍼져나간다. 그 향를 맡은 제자들이 '와, 커피향 쥑인다. 저 커피 진하게 한 잔 마시면 살겠네...' 할 때. 예수님께서 한 손에 동포트 드시고 손을 흔드시며 불러주신다. 그 해 바리스타 대회에서 1등 먹은 스페셜티도 따라잡지 못할 최상품 원두를 손수 핸드드립해 나눠주시는 것이다. 커피에 취해 온 몸 녹아내리는 베드로에게 "베드로야, 한 잔 더 주련?" 하시고 새로 내린 커피를 정성스레 건네신다. 그리고 가장 부드럽고 따스한 소리로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오글거리지만 오해 말고 들어. .. 2012. 8. 14. 얼음과 커피(by 털보님)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13일 서울 합정동에서 얼음과 커피가 만나 얼음 커피가 된다. 싸늘하고 투명한 표정, 반듯하게 각진 사각의 얼굴, 시간이 지나면 완고한 각을 풀고 시원하게 녹아드는 그 유연함, 입에 하나 물면 적어도 입속에서만큼은 여름을 곧바로 물리치는 그 즉각적 위력, 깨물어서 잘게 부수면 사탕도 아니면서 사탕보다 더 빠르게 녹아드는 그 속도감, 얼음은 매력적이긴 했다. 그래서 둘의 만남은 항상 커피의 기다림으로 이루어졌다. 커피는 기다렸다. 커피의 기다림은 하얀 김으로 솟아올라 바깥을 기웃거리며 얼음이 언제 오는지 목을 빼게 하곤 했다. 혹자는 커피의 기다림을 진한 갈색 향기의 기다림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 기다림은 대개 봉지에 털어낸 건조한 가루를 뜨거운 .. 2012. 6. 1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