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을 네 식구가 함께 맞는 일이 우리 집에선 드문 일이다.
아이들이 늦잠을 누리며 행복한 토요일 주일 아침에는 아빠가 없고,
아빠가 모든 피로를 연소시키고 한없이 느긋해지는 월요일엔 아이들이 없다.
휴가 중인 아빠가 있는 지난 토요일은 넷이 복닥거리며 맞는 느긋한 휴일 아침이었다.
두어 달 동안 '커피' 하면 아이스 커피였는데 둘이 이구동성으로 뜨거운 커피를 말했다.
이것은 그야말로 가을이 온다는 뜻이다.
가을은 몸이 따뜻한 커피를 원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올가을 커피는 <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와 함께 시작하기로 한다.
이 고양으로부터 시작해서 식탁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시리즈 이야기가 시작됐다.
사춘기 채윤이는 <센과 치히로>의 하쿠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 중 누가 더 잘 생겼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승이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는 왜 꼭 할머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아빠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 공주> 스토리를 짬뽕시키고 있다.
결론은 곧 새로운 영화가 개봉된다는 걸로.


 

음악이 먼저였는지, 커피잔이 먼저였는지, 영화 이야기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스피커에선 미야자키 영화의 주제곡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오늘의 DJ 현승 옵빠의 선택이다. 커피잔 역시 이 옵빠의 안목이었다.


따뜻한 커피, 고양이, 애니메이션, 휴가.... 무엇보다 가을.
좋다. 좋다. 딱 좋다.

 

 

 

 

 

'Cafe Nouw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요일 아침, 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  (6) 2013.10.21
취향 그 이상  (2) 2013.08.31
첫 잔  (2) 2013.03.16
융드립  (5) 2013.02.19
핸드드립 예수님  (2) 2012.08.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