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박 3일 동안 “예수마음기도 침묵 피정”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허다하지만, 기도의 체험이야말로 언어로 다 담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와 하나님 사이 깊은 만남이기에 말입니다. 기도 피정의 은혜를 다 나눌 수 없어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합니다.
내적여정 1단계에서 의식성찰 기도로 시작하여 영성과정에서 향심기도를 안내해 드리고, 동반자과정에서는 꾸준히 하시도록 북돋워 드리고 있습니다. 이 낯선 기도들을 되든 안 되든 배운 대로 해오신 벗님들의 갈망이 아름답습니다.
갈망, 목마름. 우리를 향한 그분의 갈망이 먼저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주세요.” 사마리아 여인에게 먼저 말 걸어주시는 예수님, 당신의 목마름을 먼저 내보이셔서 우리 안의 깊은 갈망을 일깨우셨습니다.
피정 가는 차 안에서 헤아려 보니 예수마음배움터 저 경당에 앉아 처음 기도드렸던 때가 30대였다. 서른여덟. 뒤늦게 이름 붙여 정리한 "신앙 사춘기", 혼란과 메마름의 극한의 시간이었다. 기도의 언어를 잃어 그분께 닿는 길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두려움은 카오스였다. 분명 그분은 언어 너머에 계신 분인데, 언어 너머에 계시는 그분과 연결되는 방법, 침묵의 기도를 나는 알지 못했다. 《신앙 사춘기》의 부제가 "신앙의 숲에서 길 잃은 그리스도인에게"이다. 딱 그 상태였다. 익숙하던 그 숲, 신앙의 숲이 갑자기 낯설어진 때였다.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곳에 서 있었다. 그때 그분께서 나를 '에니어그램'으로 낚으셨다. 에니어그램으로 낚아 데려다 앉힌 곳이 저 경당이다. 수년을 몰래 혼자 저 경당 한 구석에 앉아 기도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세월이여. 얼마나 확신이 없었고, 얼마나 두려웠고,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다. 확신 없는 채로, 두려운 채로, 외로움 가득 안고 저 자리에 앉아 기도하며 치유가 일어났다. 사춘기 너머에 더 멋진 어른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어에 담을 수 없는 하나님을 언어 너머의 방식으로 만나가고 있다. 그랬던 내 비밀 공간을 꽉 채운 이들이 내 벗들이다. 나와 같은 신앙의 숲길을 걸어온, 어쩌면 영혼의 모양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비슷한 것을 좋아한다. 연구소를 찾아와 에니어그램을 배우고, 내적 여정의 길을 걸으며 자신 안의 기도의 갈망을 발견하고 여기까지 온 이들이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30대 후반, 40대 내내, 그리고 이제 50대 중반. 노을이 물드는 시간을 향하는 기도의 길이 감사할 뿐이다.
정성스레 기도로 준비된 공간에서 귀 기울여 들으시는 하나님 상과 그리로 향하는 작은 발걸음을 만났다. 소박하게 꾸며진 환대 공간은 여기 배움터 수녀님들의 영적 감각이다.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을 향해 놓여진 작은 신발로 기억 저편의 노래가 하나 떠올랐다. 내 생애 최초의 노래였을 것이다. 말을 하기 시작하며 부른 노래일지 모른다. "얘는 나이 세 살에 조선말을 다했다" 이모나 삼촌께 들었던 말 같고. 엄마는 "얘가 주댕이가 빨리 터지더니 배추김치 주댕이를 좋아한다."고도했다. 두세 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노래를 불렀다.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심지어 서울 오가는 장항선 기차 안에서도 불렀다. 어린 아기가 또박또박 노래를 하니 신기해서들 시키고, 칭찬하고, 연양갱을 사주고 했던 것 같다. (채윤이 16개월에 어머니 교회에서 가족찬양을 하면서 "가서 제자 삼으라"를 불렀는데. 무대 아빠 품에 안겨서 또박또박, 정확한 음정으로 불러서 모두 놀랐던 걸 보면 상상이 되기도 한다.) 내 생애 처음 노래가 내 영혼에 늘 울리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노래, 첫 소망, 처음 갈망이 이것이었구나. 그래서 나는 기도에의 목마름을 놓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수님과 하나이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연구소 6년, 배움터 다니기 시작한 지 17년, 이 노래 부른 때로부터 50여 년. 기도의 6년, 기도의 17년, 기도의 50년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고무신 신고 아장아장
느린 걸음 걸을지라도
해바라기 해 따라가듯
나도 예수님 따라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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