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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397

제철 밥상 나는 농부도 아닌데, 감자 철에 감자가 풍년이다. 감자 샐러드 만들 때가 됐다는 것인데, 오래 서 있을 엄두가 안 나서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감자로 뭔가 맛있는 것을 해야 하겠기에 제철 감자, 제철 호박, 제철 양파, 제철 두부, 제철 스팸을 때려 넣고 제철 찌개를 끓었다. 상추를 비롯한 야채 선물이 풍성하게 오고 가는 시절이다. 선물 경제가 따로 있나! 초록이들이 판을 치는 초여름의 초록색 선물 경제이다. 된장으로 무친 쑥갓 나물을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채윤이도 쑥갓을 좋아한다고! 그 식성을 며칠 전 샤브샤브 뷔페에 가서 알았다. 파 마늘에 된장만 넣고 싱싱하게 무쳐서 잘 먹었다. 제철 밥상! 2025. 6. 30.
만들지 아니한 국수 6주 만에 깁스를 풀었다, 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4주는 더 목발과 함께 걸으란다.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발을 땅에 디디는 것이 어디냐며 힘을 낸다. 두발을 땅에 디디고 혼자 식사준비를 했다. 열무국수와 한입 떡갈비 구이! 채윤이가 "와아, 이거 엄마가 만들었어? 너무 맛있다!"라고 한 것은 한 입 떡갈비였다. 설마... 채윤아. 비비고가 만들고 엄마가 손수 구웠어. 채윤이와 그 애의 아빠가 이구동성으로 열무국수도 넘넘 맛있단다. 이건 엄마가 했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열무김치는 내가 한 게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고. 떡갈비를 만들고 열무김치를 담그는 일은 얼마나 많은 자잘한 노농과 정성이 소요되는 것이냐고. 나는 15분 만에 점심 준비를 했는데. 완제품 떡갈비와 열무김.. 2025. 6. 27.
유에서 유를 창조 누누히 말하지만, 요리는 신성한 창작활동이다. 창의적인 활동의 결과물이 있어서 보람이 있다. 글쓰기나 요리나 결국 완성되어 나온 것으로 만족감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요리는 참으로 글쓰기와 비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창작활동이다. 채윤이가 사 온 인스턴트 일본식 라멘이 있었는데. 여기에 '차슈인 척' 하는 삼겹살 조각과 딱 잘 삶아진 계란과 실파를 넣었더니 참으로 근사하게 되었다. 이런 걸 두고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하지! 목발 투혼의(주방 보조 있음!) 작품이라 더 자랑스럽다. 라멘집 부럽지 않았다. 요즘 이래저래 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된 JP이 진심으로 맛있어 하는(데 표현을 평소보다 더 못함) 것 같아 나 혼자 스르르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먹을 것을 맛있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신성.. 2025. 6. 8.
봄나물 해봄 원고만 붙들고 사는 요즘인데. 지난 얼마간, 사이사이 쉬고 숨을 쉰 것은 나물 만들기였다. 드룹나물이다. 드룹은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는 줄만 알았는데 된장에 심심하게 무쳤더니 진한 드룹 향은 살아 있고, 오리엔탈 드레싱의 샐러드 느낌이다. 이 모든 봄나물이 채윤이가 들고 온 것인데, 봉지를 풀면서 달래을 보더니 "오, 엄마 달래 된장찌개 해 줘!" 주문을 했다. 찌개라는 게 식구들 모두 모여 앉아서 한 그릇에 숟가락을 섞어가며 비위생적으로 막막 먹어야 맛이 나는 것인데. 세 식구 앉아서 제대로 밥 먹는 끼니가 있어야 말이지. 시들기 전에 무쳐버렸다. 오, 달래 너도 나물이구나!!! 왜 우리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지? 저렇게 맛없는 걸 왜 좋아하지? 노인네라서 그런가? 어렸을 적에 그랬다. 나물 .. 2025. 5. 8.
노른자, 도른 자 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주문이 들어와서 계란 두 개를 탁탁 깼는데... 노른자가 네 개다! 와, 신난다!!!! 김채윤은 노른자 싫어하는데! 스크램블 하지 말고 삶은 계란으로 줄 걸! 삶을 계란 깼는데 싫어하는 노른자가 두 개나 들어 있으면 진짜 약 오르겠다. 흰자 노른자 섞는데 정말 아까웠다. 삶은 계란의 흰자만 벗겨 먹고 노른자 남기는 아이. 약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못내 안타까워 죽는 엄마... 나란 엄마,나란 자는... 도른 자. 2025. 5. 8.
아보카도 커피(아포가토 아니고) 캄보디아 선교 여행 때, 강의 마친 후 틈새 시간에 아보카도 커피를 대접받았다. 와, 환상의 맛이었다! 떡볶이 400인 분 만든 순간만큼이나 인상적으로 기억될 캄보디아 장면이다. 맛있으면 만들어 봐야지! 집 앞 마트로 누리던 트레이더스를 놓고 이사 왔더니 이런 게 아쉽네. 아보카도는 자루 째 싸게 파는 트레이더슨데. 여하튼 준비하여 내 감을 믿고... 토요일 아침 음료로 만들어 보았다. 성공! 환상의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2025. 4. 26.
아, 행곡해 2 끝물 딸기를 헐값에 샀더니 하도 맛이 없어서 죄 다져서 알룰로스에 비벼 두었다.일명 딸기청이 되었다.우유에 타서 마셨더니 스벅, 투썸 딸기라떼 부럽지 않다.행곡하다! 아침 음료로 채윤에게 주었더니..."엄마가 원고를 안 쓰니 아주 좋군!" 한다."행곡해? 원고 넘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주니 행곡하지?" 했다."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가 재밌는 걸 하고 있어서 좋다고!" 그래... 뭐, 재밌으면 행곡한 것지. 난 행곡해! 2025. 3. 28.
모양만 좋은 진심 소장님, 저 그거... 소장님 블로그에 있는 그 고사리파스타 먹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 요리와 환대의 열정이 끓어올랐다.우리집에 와서 자기로 한 날,이틀 전부터 고사리 불려 삶아 놓고 심기일전 하였다.내, 최고의 브런치를 만들어 주겠다. 같이 먹던 JP와 채윤이 말잇못....양 조절 실패, 조리시간 조절 실패로, 간 맞추기 실패.질척질척한 밍밍한 파스타가 커다란 웍에 한 가득이었다. 진심, 너무 갈아 넣으면 꼭 이렇듯 스타일 무너진다는 진리.진심 무너진 스타일을 사진이 다 구제한다는 진실, 아니 거짓. 2025. 3. 17.
아, 행곡해 스벅에서 좋아하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루꼴라 치아바타... 이런 재료와 이름이었다. 어느 날 없어졌더라고. 동네에 하나로마트가 생겼는데, 로컬푸드 코너에 가니 루꼴라 한 묶음이 1500원이었다. 양이 적지도 않아. 일단 덥석 사서는 떡볶이 위에 한 번 얹어 먹고도 한 주먹이 남았다. 어느 아침, 냉동실에 있던 치아바타를 꺼내어 바질페스토 발라주고 방토 잘라 올려주고, 냉장고에굴러다니던 치즈에 루꼴라 넣어서 와플기계에 파니니 팬으로 구웠더니... 와, 스벅 루꼴라 치아바타를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 되었다. 요즘 썩 기분이 좋지 않아 자고 일어나 뚱하고 나온 채윤이 아침으로 해주었다. 맛있다 어떻다 말하지 않지만, 표정만 봐도 안다. 얘 지금 맛있어서 행곡하다! 채윤이 어렸을 적에 내가 불러줬던 노래, 그걸.. 2025. 3. 15.
아주 사적인 캄보디아, 장작불 떡볶이 난생처음 단기선교, 캄보디아 선교여행에 다녀왔다. 그 어떤 요리보다 떡볶이에 진심인 "삶은 요리 정 선생"으로서 레전드를 찍고 왔다. 장작불 피워 450인 분의 떡볶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 것이다!  '난생처음'에다 '선교'인데... 심지어 '캄보디아'이니 할 말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지만, 레전드 떡볶이를 경험한, 사적으로 그 의미가 중차대한 여행이 되었다. 라는 프로그램은 재미있게 보았다. 남편과 닮았다는 탤런트 이선균과 장항준 감독, 그리고 낯선 두 배우까지. 캐릭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적인' 캄보디아 여행인 관찰 예능을 재미있게 보았다. 각기 다른 넷의 캐릭터가 만드는 역동에 끌려서 보다 결국 캄보디아에 꽂혀버렸는데, 방점은 '사적인'이다. 넷의 성격은 사적인 것이고, 나름 관광지 캄보디아가 .. 202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