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목이버섯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설마, 처음 알았을까. 처음 보았다. 아니, 정말 처음 안 것 같다. 직접 체험해야 진짜 아는 것이라면, 처음 안 것이 맞다. 점심으로 간단 파스타 만들고 있는데, 택배가 하나 와서 열었는데... 오오, 버섯의 향연 실하고 싱싱한 버섯의 외모에 그냥 반해버렸다. 그중 채윤이가 특히 반긴 건, "목이버섯이야? 나 목이버섯 좋아하는데!" (우리 채윤이가 안 좋아하는 식재료가 있긴 하고?)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의 탱글탱글한 목이버섯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검색해보니 숙회로도 먹는다고. 숙, 익힐 숙인데... 어쩐지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아서 깨끗이 씻어서 입어 넣어 보았다. 와아, 신세계구나! 현대도, AK도, 롯데도 아니고 신세계야! 몇 쪽을 꺼내서 완성되어가는 파스타에 넣어 맛있게 먹었다.

 

저녁엔 '대패삼겹살 명란마요 덮밥'을 했는데, 덮는 재료로 함께 써보고. 양념구이 대패삼겹살과 모양이 비슷하다. 상 차리고 사진 찍으려는데 주방 창 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직진으로 꽂혀 조명을 쏘아주었다. 생 목이버섯의 위엄이구나. 넘어가던 해도 인사를 하고 가는구나!

  

경이로운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경이와 감사로 먹는 것은 그대로 기도, 식사 기도.

아름다운 식물을 키운 어느 농부의 손에 복을,

김종필이 뭐라고 정성스레 보내주신 손길에 복을!

내려주세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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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러 가는 방법이 있고,
장을 안 보는 것으로 정하고 메뉴를 정하는 수가 있다.
생각 없이 하는 걸로는 전자의 방법이지만,
후자를 선택하면 돈도 굳고, 장 보러 가는 귀찮음 해결, 냉장고 비우기 등 여러 좋은 점이 있다.
물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생각이 났다? 땡큐지!!!

"라이스페이퍼에 스팸이란 치즈 이런 걸 싸서 떡볶이 하는 방법도 있어요."

얼마 전 저녁 초대를 받아 간 집의 딸내미가 월남쌈 먹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떡볶이 떡은 없었는데, 먹다 남은 라이스페이퍼는 늘 있고...
그래서 만들었다. 라이스페이퍼 떡볶이.
한 줌 남아 땡땡 언 우삼겹까지 숙주랑 볶아 해결했다.
(숙주는 오리 떡볶이 하려고 사둔 건데...)

늘 그렇듯 사람들은 희소한 것에 꽂힌다.
일 인분 정도 되는 우삼겹 숙주볶음을 금방 싹 비우고 떡볶이는 반을 남기더라.

남은 떡볶이 건데기를 다져서 김치와 함께 달달 볶아 볶음밥으로 만들었다.

장을 안 보는 것으로 정하고, 재료가 이끄는 대로 만들어서 야무지게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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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
몇 시에 올 거야?
왜? 아직 몰라.
저녁 같이 먹을 건지 어쩐지 해서.
몰라. 아직. 메뉴 뭔데?
바지락 감자 수제비.
지금 갈게.
(전화 뚝)

"캬아, 캬아, 국물...."
첫 입에 삼구 동성으로 같은 감탄사를 내놓으니
멸치 육수 진하게 내놓은 보람이 있네.

저녁엔 또 뭘 먹지? 하다
날씨가 정해주는 대로 따름.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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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가지, 감자가 풍성한 철이다.

 

감자 역시 제철이라 싸고 흔해서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감자 샐러드, 그냥 찐 감자, 감자 버터구이, 감자 피자... 그리고 이번엔 감자밥을 해봤다. 압력솥 뚜껑을 열고 "이게 뭐야?" 하는 남편에게 "감자밥!" 했더니 "애들이 이걸 먹겠어?" 한다. 비관이 일상인 남자 가트니라구! "(속닥속닥) 나만 믿어." 하고 밥상을 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우웻, 이게 모야? 밥이 왜 이래?" 한다. "감자밥이야. 야, 이수근이 나홀로 이식당에서 했던 그 감자밥이야. 일단 한 번 잡솨봐!" 했더니 일단 한 입 씩들 뜨셨는데. 사실 한 입 넣으면 끝이다. 맛있으니까. 다만 색 조절 실패는 인정한다. 흰 밥에 노란 감자가 딱인데, 건강한 탄수화물을 포기하지 못하여 밥 색깔이 저 모양이다. 

 

증말 아이들 키우면서 예능 프로에 큰 감사드린다. 수년 전, 아이들 어릴 때 겨울 제주 여행 갔을 때다. 어리다고 하지만 약간 말 안 듣기 시작한 3.5춘기 때였다. '말 안 듣기'와 '걷기 싫어하기'는 비슷하게 같이 온다. 여행 중에 어디를 가지고 해도 시큰둥. 어디 명소에 가서도 차에 있겠다고 나자빠지는데 아주 꼴 비기 싫어서 죽을 뻔했던 기억. 그런 시절이었는데... 그 겨울 제주 여행은 활기차고 행복했다. 당시 초딩들 최애 예능이었던 '런닝맨' 촬영지를 골라 다녔더니 아주 그냥 뛰고 날고 했었다.

 

다 컸다고 하지만 초딩 관성 분명히 남아 있고, 거기 힘 입어 감자밥을 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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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밥솥 뚜껑을 열면 뜨거운 안개 같은 하얀 김, 뜨거움이 물러가고 안개가 걷힌 밥솥 위엔 힘 빠져 축 늘어진 가지가 몇 개가 누워있다. 가지 냉국은 그 뜨거움에서 비롯한다. 밥솥 옆엔 다진 파와 마늘이 깔린 양푼이 대기 타고 있다. 가지는 젓가락에 옆구리 찔려 파 마늘 위로 던져진다. 젓가락 대신 주걱을 들고 바쁘게 밥솥의 밥을 휘저은 엄마가 다시 다시 젓가락을 잡는다. 흐물흐물한 가지를 젓가락으로 쭉쭉 찢는다. 그리고 거기에 조선간장, 고춧가루... 그리고 시원한 물, 그리고 얼음. 양푼 째로 마당에 놓인 평상으로 가져가 밥상 옆에 놓인다. 땀 뻘뻘 엄마가 한 그릇 씩 퍼주던 여름 용 국물. 가지 냉국이다. 엄마가 해주던 가지 냉국 말고 먹어본 일이 없다. 가지 냉국 얘기를 하면 가지로 국을 만드냐며 놀라는 사람이 더 많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이게 뭐야? 무슨 음식이야?" 했다. 몇 번 만든 적이 있는데, 처음 보는 음식이란 거다. 실은 나도 한참 잊고 있었다.

가지 냉국 생각이 간절했다. 음식이 아니라 엄마 생각인 것을 알지. <슬픔을 쓰는 일> 북토크 여파인지, 아니면 7말8초 휴가철의 기억 때문인지, 둘 다 인지. 북토크에선 '상실' 에 대한 강연을 하고 바로 글을 써보았다. 두 분의 글을 낭독하여 나눴는데, 같지만 다른 어머니 이야기이다. 두 분 다 남성이라 연구소 글쓰기 여정에서의 느낌과 또 달랐다. 글이 아니라 쓴 글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가진 힘과 여운이 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새로운 경험은 아들의 목소리로 부르는 '엄마'였고, 엄마를 그리는 '아들'의 마음이었다. 그 여운으로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새로운 얼굴로 왔다.

해마다 이 즈음, 동생네 휴가 기간이 되면 엄마랑 함께 지내곤 했다. 돌아보면 고마운 시간이다. 죽도록 미워하던 엄마, 그러나 죽도록 그리운 엄마를 곁에 두고 맛있는 것 만들어 드리던 날들. 폭염의 날들. 폭염이라 땀을 줄줄 흘리며 음식을 해야 했고, 어쩌면 그게 좋았다. 벌을 받는 느낌, 엄마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엄마를 부끄러워 하고 미워했던 나날을 보상하는 느낌으로 뜨거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좋았다. 몸이 기억하는 그 시간이라 그런가, 나도 모르게 가지 냉국을 만들고 있었다.

희한한 건, 이제껏 만든 가지 냉국 중 엄마가 내던 맛에 가장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비법이 하나 생각났다. 통깨가 아니라 깨가루를 써야 했다. 문득,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통깨를 부숴 깨소금을 만들어 넣었더니 달랐다. 아, 어떻게 해도 엄마 맛과 달랐던 건 통깨와 깨소금 차이에 있었어! 한 그릇 두 그릇 들이키다 보니 그 외 비법들이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밥솥 위에 가지를 쪘다. 가지를 처음부터 넣었을까? 언제 투입 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젓가락으로 꺼내던, 그래서 밥알을 몇 개 달고 나온 가지. 평상 위에 저녁 식사. 가지 냉국과 함께 빠지지 않던 감자볶음... 엄마가 가지 냉국을 만들고 연탄불 위에 감자볶음을 하는 사이 방에 모기기약을 뿌리고, 방문에 모기장을 꼼꼼하게 치던 아버지.

상실의 텅 빈 공간에서 바람이 분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리움의 바람이 분다. 강연에서 말했다. 상실의 공간은 창조성의 공간이며 구원의 공간이라고. 내 말이 아니다. 헨리 나우웬, 제랄드 메이 같은 선생님들의 말이다. 부모 상실을 안고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된 폴트루니에의 고백이다.

통깨 아닌 깨소금! 가지 냉국 비법은 그리움의 공간에 머무르다 얻은 오래된 참신한 아이디어! 창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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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ealed 2021.08.03 09:05 신고

    상실의 공간에 불어오는 그리움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써내려 가시는 언니의 존재가 감사해요 💛

    • BlogIcon larinari 2021.08.05 07:35 신고

      나의 부끄러움 아는 그대가 좋아해 주니 나는 힘이 나고!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
'갈치속젓 파스타'를 만들었다는 아는 동생 SNS를 보고.
이름과 모양새만 보고 따라 만들어보았다.
딱 들어도 느끼하지 않은 우리 취향 파스타다.

"엄마, 나는 가끔 그런 생각한다. 백종원 아저씨가 엄마 음식을 먹어보면 뭐라고 할까? 엄마가 그냥 생각으로 만들어낸 음식들 있잖아. 엄마표 요리들. 백종원 아저씨한테 먹여보고 싶어."

백종원 아저씨는 채윤이가 가장 존경하는 인사다. 그러니 이건 맛있다는 뜻이고, 엄마 요리 완전 인정한다는 말이다. 백종원 아저씨를 좋아하는 김채윤이 이름을 지어주었다.

k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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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으로 밤으로 Zoom 강의와 모임이 있는 날.

그래서 바쁜 저녁시간이면

유난히 요리를 하게 된다는...

바쁘고 더워 죽을 저녁시간에

해zoom.

닭가슴살, 닭다리살 듬뿍 넣은 카레와

막막 새콤하고 시원한 미역냉국을 해z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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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밤, 옥수수를 삶았다. 옆 단지 사는 이웃사촌이 옥수수를 보내왔다. 깨끗하게 다듬어서 '오늘 바로 쪄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더운 여름밤, 받자마자 삶았다. 열기와 함께 퍼지는 냄새. 이거 뭐지? 뭐지? 아하, 수련회 저녁집회 마친 냄새다. 눈물 콧물 저녁집회 마치고 일종의 카타르시스 충만한 시간에 광주리에 담겨 나오던 방금 찐 옥수수, 그 옥수수 냄새. 정겨운 권사님들, 집사님들... 그때 마이크에서 울리는 소리 "조장들 와서 간식받아 가세요!" 그땐 그랬지. 바로 그 냄새.

 

"옥수수 먹을 사람?"

"나아~!"

야식 금지가 시급한 김종필 아빠가 온다. 김종필만 온다.

 

"여름 밤 옥수수 냄새, 무슨 냄샌지 아는 사람?"

"저요, 저요! 수련회 냄새!"

역시 비상한 후각을 가진 김채윤.

"여기다가 수박도 같이 나와야지!"

궈어래? 수박까지 꺼냈더니 바로 이 향기다.

수련회 저녁 간식 냄새.  

 

옥수수 증말증말 좋아하는데, 젊은 날 추억까지 떠오르니 배 불러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수련회 간식 중에 제일 인기 없는 게 뭔지 알아? 옥수수야."

분위기 깨는 데도 비상한 감각을 가진 김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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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강의 준비하다 혼자 먹는 점심. 먹고 싶은 것이 한 둘이 아니나 가능한 것이 몇 개 없다. 라면, 그래 괜찮겠네. 나이를 먹고 라면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전에 나이를 조금만 먹었을 때는 라면을 먹어도 속이 편안했는데. 라면 반쪽에 콩나물을 듬뿍 넣어 라면 콩나물국을 끓였다. 묵은지 몇 조각과 대파까지 듬뿍 넣었다. 시원하고 칼칼한 것이 새로운 장르의 국물이다. 매운맛 진라면 신분 세탁.

두어 시간 줌 강의 하고 다시 강의 준비(실은 무려 '설교' 준비였다.)로 앉았다 보니 어느새 식구, 그렇다, 食口! 밥 달라는 입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역시나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따로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고. 비빔면에다 낮에 쓰고 남은 콩나물을 다시 때려 넣어 같이 끓였다. 냉장고 뒤져 나온 상추 몇 장, 오이 반 개를 썰었다. 땡땡 언 차돌박이를 부드럽게 구워 얹고 삶은 계란까지. 이건 뭐, 흙수저 비빔면이 금수저로 신분 세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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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칼국수로 점심이다. 손님 초대 후 남은 식재료 털어먹기 프로젝트다. 바지락 반, 면 반 '오대오 칼국수' 저리 가라! 채윤이와 둘이 먹는 점심인데,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는다. 이 맛있는 것을, 이 시원한 국물을 우리끼리 먹어 끝이라니... 이럴 수는 없지, 이럴 수는 없어. 인증샷을 찍어서 남편에게 보냈다. 학교에 있는 현승이는 보내도 못 받는다. "우리 이런 거 멍는다, 메렁" 자랑샷을 보내고 나니 그제야 칼국수가 넘어간다. 답 메시지가 사진으로 왔다. 엇쭈! 밀리지 않겠다 이거지? 우어어어... 도시락 장난 아님!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이러나 저러나 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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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버리는 것 아깝지만, 더 아까운 것은 손이 많이 간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김치. 담근 사람을 알 때는 물론이거니와 어쩌다 한 다리 두 다리 건너온 김치라도 그렇다. 묵은지라는 이름의 배추김치는 시어 꼬부라져도 김치찌개로, 김치찜으로, 활용도가 높은데. 다른 김치들, 특히 무로 만든 김치들은 어쩔 수 없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시판 인스턴트 볶음밥(비비고 차돌 깍두기 볶음밥)을 보고 무김치도 볶음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라면을 부르는 김치"라는 이름으로 섞박지 한 통을 얻었다. 라면을 불러 충분히 즐겨보지도 못하고 시어버렸다. 라면은 틀렸고, 스팸을 부르고 그다음 밥을 불러들여 볶음밥이 되었다. 맛있다. 볶음밥 킬러 남편은 먹으면서 운다. "어떡하지? 반 밖에 안 남았어. 여보, 어떡하지? 밥이 자꾸 없어져..." 누가 어디서 담갔는지 모르는 시어버린 섞박지를 마지막 한 조각까지 알뜰하게 먹으려고 한다. 이 김치를 담근 손에 복을 내려주세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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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생일 저녁에 뭐 해줄까?

음... 떡볶이!

그래, 떡볶이와 미역국!

 

# 초딩 생일 아님

# 반백의 떡볶이 좋아하는 아저씨

# 떡볶이를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도록 길들여진 건지는 모름

# 생일 점심으로 비싼 밥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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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다. "나는 생선 비린내에 취약해. 나는 비린내 나는 생선은 잘 못 먹어."라는 생각과 닿는다.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것은 주입된 취향이다. 아버지는 비린내 나는 생선을 싫어했고, 엄마는 아버지의 취향을 성경 말씀처럼 떠받들고 살았다. 어릴 적에 집에서 먹은 유일한 생선은 박대였다. 것도 기름에 굽는 일은 없었다. 석쇠에 끼워 연탄에 굽든지, 조림을 하든지. 아버지가 드시는 유일한 생선이었다. 평안도 출신 아버지가 충청도(전라도에 가까운) 출신 엄마 덕에 그나마 친해진 생선 아닐까. 이유는 단 하나,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아버지 계실 때도 먹었던가? 자라면서 엄마가 손수 손질한 조기는 참 많이 먹었다. 엄마만의 조기 손질 노하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채윤 현승이 어릴 적에 엄마 집에 가면 손수 손질한 걸 손수 발라서 아이들 밥 위에 하나 씩 얹어주셨다. 아이들은 조기구이를 좋아한다. 조기구이에 맛을 들인 건 외할머니통해서다. 조기 굽는 냄새와 함께 살을 발라주던 늙은 손, "이쁜내미~ 복덩어리~" 하고 부르는 목소리. 채윤 현승이가 기억했으면 하는 우리 엄마 모습이다. 채윤 현승이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이 아니라 조기 구워 밥상 차려주던 그 시절 외할머니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았던 주택에서, 늙은 엄마가 앞치마를 두르고 조기를 구웠다. 우리 네 식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기구이 냄새와 함께 엄마가 튀어나왔다.  "아이고, 울 애기 왔네, 울 애기들 왔어! 채윤아아, 현성아아~ 아고 이쁜내미, 복덩어리!"

 

어느 저녁 한참 조기를 구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인지, 현승이인지가 그랬다. "이 냄새를 맡으면 흑석동이 생각나." 흑석동은 엄마 집인데, 아마 외할머니보다는 외숙모 밥으로 떠올릴 것이다.

 

화요일에는 오후로, 밤으로 줌 모임이 있는데 강의 틈새 저녁 시간에 바쁘게 반찬을 만드는 나를 본다. 여유 있는 다른 날도 있는데, 굳이 화요일 저녁에 그러고 있다. 화요일 줌 강의는 꿈모임인데, 꿈은 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떤 기억이 떠오르고, 그리움이 밀려오고, 모니터 화면의 얼굴 하나하나가 아프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연결되어 있구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구나! 그런 마음으로 끝이 난다. 이렇듯 깊은 곳이 건드려지고 끝나면 다른 무엇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으로 저녁 준비를 하게 되는 게 희한하다. 

 

조기를 굽고, 비엔나 소시지 김치 볶음을 하고, 어묵 볶음도 했다. 학교 마치고 운동을 하고 들어온 현승이가 "와, 이건 무슨 냄새? 이 맛있는 냄새... 와아, 와아... 엄마 냄새가 엘리베이터까지 나." 한다. 집안 가득한 비린내, 김치 냄새, 졸은 간장 냄새. 냄새가 난다. 냄새는 난다. <냄새는 난다>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고 꽂혀 잠시 덕질을 했던 이병헌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멜로가 체질>에서도 같은 제목의 노래가 한 곡 나온다. 여기서 냄새는 방귀 냄새다. 생선 굽는 냄새, 방귀 냄새. 생활의 냄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때부턴가 생선 굽는 비린내를 즐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집안 가득한 비린내, 비린내와 함께 미세먼지도 엉켜 떠다니겠지. 이게 삶이지. 살아있는 한 냄새는 난다. 냄새는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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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어서 팥밥을 했다.
맛있다.
한 그릇 먹고, 한 주걱 더 먹고, 또 한 주걱 더 먹고... 맛있다.
그런데 밥이 죄다 목과 가슴 사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내려가질 않는다.
엄마가 보고싶어서 팥밥을 했는데
팥밥을 먹으니 엄마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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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겨자씨한알의꿈 2021.05.23 11:29 신고

    에구구. 선생님의 글을 보니 내엄마가 생각나서 잠깐 목이 매이네요. 엄마잃은슬픔은 연습이 안되는것이겠지요?

    • BlogIcon larinari 2021.05.23 20:32 신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오랜 시간 연습한다고 했는데, 그게 연습일 뿐이네요. 오늘 여기 함께 계실 때 충분히 미워하고, 충분히 사랑하는 방법 밖에 없나봐요.

 

 

붉은 커피를 내린다.

아니다.

김칫국물...

김치말이 국수를 위해 한 번 걸러내야 하는데

베보자기는 없고.

천으로 만든 커피 필터는 있지.

안 쓰는 거지.

멜리타 드리퍼로 향긋하게 내려봤다.

(서버는 칼리타)

고춧가루 싹 걸러져 맑고 투명해졌다.

산미가 뛰어나다.

깔끔하고 개운한 김치말이 국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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