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엔 여유가 있고, 냉장고엔 재료가 없고, 집에는 여자만 있고, 두 여자의 욕구는 항상 뚜렷하며 충만하다. 그런 날 둘이 먹는 점심은 이렇듯 만족스럽니다. 최근 먹은 음식을 짚어보고, 그와 비슷한 메뉴는 싹 지우고, 두 사람의 욕구는 양보할 것 양보하고, 지킬 것은 지켜내며 조정한 끝에 메뉴를 정했다.

 

 

떡볶이 좋은데, 한 사람 매워야 하고 다른 사람은 케첩 떡볶이 같은 것은 어떻겠냐 하고. 단호박에 치즈를 올리고 싶기도 하고. 결론은 반조리 짜장 떡볶이에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소라 한 줌, 곤약 조금, 깻잎 몇 장을 넣어 우리만의 취향저격 떡볶이다. 매운 걸 먹고 싶은 엄마는 청양고추를 다져 따로 섞어 먹는 걸로.  

 

 

최초 욕구가 볶음밥이었던 딸의 욕구를 감안하여 낙찰을 본 것은 날치알 주먹밥. 이 역시 추석에 마끼를 해먹고 한 줌 남은 날치알을 활용하는 것으로! 다진 야채와 김, 마요네즈까지 넣어 만든 주먹밥이다.

 

 

그리고 딸 최애 소스인 새우젓!으로 간을 해 간단하게 끓인 계란국. 분식집 점심 장사는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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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떡볶이다.

종속과목강문계를 묻는다면, 기름 떡볶이 과에 속한다.

삼겹살을 구워 거기서 나온 기름을 베이스로 한 것이다.

삼겹살 기름에 편으로 썬 마늘 듬뿍, 태국 고추 등을 넣었고

굴소스와 우스타소스 등 비슷한 색의 소스를 섞어 맛을 냈다.

굴소스 있는 곳에 청경채는 웬만하면 따라붙는 것이 좋다.

 

우리 가족은 맛을 느낄 줄 모른다.

늘 내가 답이 정해진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맛있다. 대박이다”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요리사로서 강요한 적은 없다.

그저 나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어때?”라고 물었을 뿐이다.

가끔 “아이, 왜 이렇게 짜지? 실패네 실패. 완전 맛 없을 거야.”

설레발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면 자동 반응이 나온다.

“대박, 완전 맛있어, 최고야 최고!” 같은 것들.

이렇듯 정해진 답을 가지고 먹기 때문에 맛을 느끼진 못할 것이다.

가엾은 사람들.

 

이 블로그 요리 카테고리에서 흔한 게 떡볶이고,

저런 비주얼 정말 많이 보셨다 해도,

속단하지 마시라.

신상 맞다.

나는 단 한 번도 삼겹살을 떡볶이에 넣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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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황도는 말이지......

 

복숭아 먹다 세 번 중에 한 번은, 아빠 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가 등장한다.

황도 통조림 있거든.

그거는 아플 때만 먹을 수 있었어.

아빠는 황도 백도 통조림을 너무 좋아했는데, 

그게 먹고 싶어서 아팠으면 좋겠다, 했어.

 

그래서 만들어봤다.

지인 집사님 찬스로 갑자기 복숭아 과수원 방문하게 되었다.  

싸게 한 보따리 사고도, 얻은 낙과가 더 큰 보따리.

한 시라도 빠르게 처치해주야 하는 시한부 복숭아들 골라 '옛날 황도 통조림' 만들었다.

맛도 모양도 성공적!

 

내겐 아직 청년 같은 남편이 애들에게 "아빠 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야"

할 때는 정말 옛날 사람 같더라.

복숭아 다듬는 엄마 아빠 사진을 찍던 현승이가

"배경만 바뀌면 노년의 부부 같애. 시골집 마당이나 이런 곳이면 딱인데!"

 

황도 통조림 만드는 옛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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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이렇듯 꾸물꾸물한 날엔 덩달아 같이 꾸물거리자.

늦잠 자고 일어나 아침은 대충 넘기며 꾸물거리자.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큰 냄비에 멸치를 이따만큼 때려 넣고 육수를 내자.

국물 떡볶이를 만들자.

앗, 꾸물거리지 말자. 온라인 수업 중인 아이의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떡, 소시지, 곤약, 어묵, 양배추, 당면.

냉장고에 있는 한 줌씩 남은 모든 걸 털어 넣어서 끓이자.

양이 많아 담을 그릇이 없다면 대야에 담자.

대야 떡볶이를 먹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으면 세수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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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이유식으로 두유를 먹던 시절이었다. 밥은 물론 뭐든지 잘 먹는 아가였지만, 출근하는 엄마와 안녕하고는 할아버지 댁에 가면 치르는 의식이 있었다. '푸빵'이라 불리는 인형용 유아차에 누워(물론 크기가 작으니 꼭 끼어 누워 유아차가 터질 지경)서 비디오로 '벅스 라이프'를 틀고 '쮸쮸'라 불리는 두유를 우유병에 넣어 빠는 것이었다. "쮸쮸 한 통을 코끼리 비스께트 먹는 순식간에 치워버려" 어머님 말씀이다. 꽉 끼는 코끼리처럼 유아차에 한 병 뚝뚝하고는 바로 잠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새롭게 무너지는 장면이다. 아침마다 엄마랑 헤어지는 것 싫은데, 울어도 떼써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받아들이는... 아니 받아들이기는! 좌절하고 만 아기의 텅 빈 마음이다. 

 

마지막 남은 두유 얘기인데. 그렇듯 두유는 그저 이유식이 아니라 엄마를 대신하는 정서적 대용물이었다. 한 박스 씩 사다두고 먹었는데 다 먹고 한두 개 남으면 애가 불안해서 어쩌질 못한다고 부모님이 보고하셨다. "하부지, 쮸쮸 사러 노넙(농협) 가자죠. 하부지, 노넙 가요." 그리고 할아버지 손잡고 노넙에서 쮸쮸 한 박스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는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고 하셨다. 그 말씀 전해주시던 아버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돌아보면 너무나 귀엽고, 한편 가슴 어디가 새롭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때 채윤일 보면서 젊은 시절 담배 피우는 친구들이 마지막 남은 담배 한 대를 향한 지나친 집착 같은 것이 떠올랐다. 그걸 두고 놀리고 장난도 치곤 했었다. 마지막 남은 하나. 

 

찌개로 찜으로 볶음밥 재료로, 정말 소중한 묵은김치가 끝났다. 한 포기가 덜렁 남아 있었는데, 아끼고 아끼며 몇 잎씩 떼서 먹다가 마지막으로 털어서 오리고기 넣고 김치볶음을 했다. 김치볶음, 김치찜, 김치찌개에 열광하는 사람은 현승이다. 집밥을 가장 충실히 먹는 구성원이기도 하고. 며칠에 한 번씩은 김치 들어간 음식을 복용해 주어야 하는 몸이기도 하다. 닭으로 하는 김치찜을 개발하여 '닭치찜' 작명을 한 것도 현승이다. "현승아, 오늘 김치찌개?" "오오, 좋아! 그러잖아도 갑자기 김치찌개 생각이 났었어." 

 

마지막 김치를 자르는데 옆에 있던 현승이가 "엄마, 정말 이게 끝이야? 어떡하지?" 제 딴에 반은 농담인데, 한 개 남은 두유를 확인하고 불안해 하는 아기 채윤이가 떠올랐다. "어, 이거 마지막 잎새야. 너의 행복한 김치찌개 식사는 끝이야. 낄낄." 놀리기 시작했더니 진짜 좀 불안해한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더니 묘책이 나왔다. "엄마, 제천 갔다 와. 선 이모한테 가서 김치 좀 얻어 와. 선 이모 만나러 안 가?" (선 이모야, 제천 갈게,ㅎㅎ)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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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31 12:15

    ㅋㅋㅋ현승아~접수했다. 엄마를 보내거라~^^♡

    • BlogIcon larinari 2020.09.01 10:28 신고

      2.5 단계에서 하향 조정되면 달려갈게! 무조건 무조건이야!! ㅎㅎㅎ

 

 


설교와 온라인 말씀 묵상, 심방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하며, 숙제도 하고, 독서도 하고

피아노 연습에 수강신청 하며 2학기 계획도 세우고

원고 쓰고, 강의안 다듬고, 공부도 하고

 

뭔가 열심히 하는데도 백수 느낌이 난다.

나돌아 다녀야, 얼굴이 안 보여야 안심이 되는 건 아닐까.

내 눈에 안 보일 때 어딘가에서 열심히 뭔가 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일까.

백수 넷이 뒹굴다 백숙을 해서 먹었다.

 

휴가를 맞은 남편은 4박5일 올레길을 걷고 왔다.

더위에 무리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건만,

하루 3만 보, 2만 보를 걸어서 뻘건 타조알 종아리를 하고 돌아왔다.

냉동실에 모셔두었던 전복까지 넣어 끓인 백숙의 힘이었나.

 

다시 백수 넷의 하루.

한 공간씩 차지하고 앉아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들리는,

집안이 꽉 찬 또 하루가 시작했다. 

오늘은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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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라면"

푹푹 찌는 방에서 설교 준비하다 나와 에어컨을 껴안고 있는 남편 등에 대고 "저녁 뭐 먹지?" 혼잣말처럼 물었다. 더위에 쩔고, 설교 준비로 저 세상으로 간 정신 탓이리라. ‘아무말'이 나왔다. '아무말'에 응답하여 저녁 메뉴를 정했다. 냉라면.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낮에 끓인 김치찌개로 일찍 저녁식사를 마친 현승이가 골뱅이 캔을 사러 냉큼 다녀왔다. 이래저래 저녁은 남편 혼자 먹는 거였다. 냉라면 일 인분 만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라면 양이 적어 부족할 것 같다며 채윤이가 물만두를 하겠단다. 물만두 한 접시 추가요! 

"만두"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전에 어느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을 때, 담임 목사님 없는 점심식사 자리였다. 갈비탕인지 뭔지를 먹으면서 후배 전도사님들이 "만두 하나 시켜도 되겠습니까?" 하는 말에 당연히, 기꺼이 만두를 추가해서 먹었다. 나중에 담임 목사님에게 혼났다. 정말, 만두를 추가했다는 이유로. 만두가 죄는 아니었겠지. 내가 당한 것처럼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여보,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만두를 보면 내가 무조건 추가 주문해줄게!"

"만두도 있겠지"

만두에 관한 김종필스러운 에피소드가 하나 또 있다. 얼마 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일 점심이 없는 날. 예배 마치고 오는 길에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채윤이와 내가 한 차에, 남편은 뒤늦게 혼자 출발한 차에서 메뉴 선정을 위해 통화를 하고 있었다. 두 여자는 이미 냉면으로 합의를 본 상태고. 남편은 세 번 예배, 세 번의 설교를 한 상태라서 든든한 밥 같은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그래? 그게 좋겠어?" 이런 후렴구에 돌려 말하는 것으로 충분히 유추 가능. 나름대로 몇 번 소심한 주장을 하다가 "그래. 냉면집 가자. 만두도 있겠지." 하는 말에 이쪽 차에 나란히 앉았던 둘이 빵 터졌다. 욕구를 내려놓는 남자의 자기 설득, 또는 자기 위안이랄까. 이후로 "만두도 있겠지"는 김종필 아빠 특유의 정서와 태도를 표현하는 관용어구가 되었다.

"물만두"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물만두를 데쳐주는 채윤이 마음은 착한 아빠 마음을 알아주는 착한 딸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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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떡소떡을 참 좋아하는데,

채윤이도 좋아하고 나도 참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소떡소떡을 건강하게 만들어봤다.

현미가래떡과 야채소시지를 재료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말랑하게 데우고, 끓는 물에 데쳐서.

소스에는 물엿 대신 조청을 넣었다.

소떡소떡소떡을 두 줄 만들어 한 줄씩 먹었다.

더 먹고 싶다는 채윤이에게 추가로

소.떡.을 리필해주었다.

다음부터는 채윤이 몫으론 소떡소떡소떡소떡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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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와 호박을 최대한 많이 넣어 부침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게 반죽을 한다. 하루 지나면 호박이 제 모양을 잃고  반죽에 녹아든다. 얄팍하게 부치기 딱 좋을 반죽이 된다. 들기름 두르고 부치면, 고소한 냄새가 빗소리와 어우러진다. 간이 딱 맞는 통마늘 장아찌 국물에 찍어 먹거나, 마늘 한 알에 싸서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개운함의 조화는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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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진 2020.08.04 21:15

    보기에도 기가 맥히네요 ㅎㅎ

 

 


닭볶음을 밥 둘레에 두르고
부추를 쫑쫑 썰어 뿌려서
닭 부추 덮밥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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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동 살 때 좋아했던 <묘향 손만두>의 오이소박이 국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밥도 없고, 식재료도 없고, 장 봐야 할 각이지만 어떻게 한 끼 넘겨보자, 하는 뜻을 세웠다.

 

냉동실에 얼려 놓은 냉면육수 정도는 있고, 

각종 신김치 국물 모아서 체에 밭쳐 모셔놓은 것도 있고.

푸욱 삭은 오이소박이 몇 토막을 심폐소생시켜 신박한 국수가 창조되는 길이 열렸다. 창조 경제!

 

새 뜻을 세워본다.

국수에는 기름진 전이나 수육 한 점 곁들여줘야 하는데.

 

부추전 반죽 이따만큼 해놓고 어제저녁까지 먹고 털었고.

냉장고는 텅 비었...... 아, 계란!

계란 다섯 개 풀어서, 파 듬뿍 넣고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맛이 없을 수 없지.

 

원고 하나 탈고한 수준의 성취감, 만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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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ami 2020.07.13 07:55

    츄~릅~..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만한 비주얼에 맛이었겠습니다.^^

    • BlogIcon larinari 2020.07.17 17:56 신고

      너무나 강렬한 각인효과지 뭐예요.
      국수 맛있게 만들면 iami님이 떠오르니까요. ㅎㅎ

  2. yosehiker 2020.07.14 09:44

    iami님이 이미 다녀가셨네요(극찬과 더불어..^^) 글보기전에 이미 픽처에서 뒤의 계란말이보고 '환상의 궁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모님 역시나.. ㅋㅋ
    더운 여름에 목사님/사모님 건강하세요.

    • BlogIcon larinari 2020.07.17 17:58 신고

      목사님도 그러시죠? 맛있는 국수 보면 iami님 떠오르시죠? ㅎㅎ 목사님 얼마 전 코스타에서 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목사님도요, 언제나처럼 일상 영성 풍성히 누리시길요! ^^

 

 

희끗한 머리칼, 흐릿한 시력, 흐물흐물한 살.

거스를 수 없는 늙은 몸의 신호, 3종 세트다.

흐물흐물한 살들이 복부에 모이고, 두둑해진 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먹어도 살은 찔 것 같지 않았던 남편의 배가 두둑해졌다.

"탄수화물 먹지 말래. 나 이제 저녁 안 먹을 거야. 닭가슴살 먹을 거야."

그 답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쓴다.

 

그 어떤 욕구보다 식욕이 낫았었는데, 

절제하려 하면 이상하게 더 치솟는 것이 우리의 욕구다.

"아, 여보. 어떡해. 이것밖에 안 남았어. 밥이 자꾸 없어져. 맛있는데 너무 빨리 없어져."

 

금요일인데, 저녁으로 닭가슴살 하나를 먹겠다고 한다.

그러고 기도회 다녀오면 분명 또 냉장고 문을 열고 서서 고민에 빠질 것이다.

"현승아, 라면 먹을까?"

여드름 때문에 인스턴트 끊겠다는 아이까지 끌어들여 라면을 끓일지 모른다.

 

닭가슴살 대신 떡볶이를 먹기로 했는데.

떡은 딱 한 주먹 넣었고, 

양배추, 마늘쫑, 파프리카, 브로콜리, 양파를 산더미 같이 넣었다.

저탄수화물 떡볶이라고 하자. 

떡볶이라기보다는 족보가 야채 볶음 쪽인 것 같지만.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다.

 

등교날이라 학교 다녀온 현승이가 떡볶이 재료를 보고 기겁을 했다.

"와, 이걸 다 넣었다고? 최악이다. 최악의 떡볶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더 늙어서 이까지 못 쓰게 되면 떡볶이 죽을 개발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 떡볶이를 참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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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J 2020.05.26 10:57

    사모님표 떡볶이는 늘 다양한 변신을!
    근데 매번 맛있어 보이기 있기, 없기요!! ㅋㅋㅋ

  2. SJ 2020.05.26 11:02

    즐겨 쓰시던 '음식'에 대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셨다는게.. 한결 안심이 되고.. 그렇습니다... 대충 이렇게 얘기해도 제 맘 아시죠?

    • BlogIcon larinari 2020.05.26 21:14 신고

      안심된다는 말, 딱 와닿죠!
      특히 '한결' 안심되니까! ^^
      이젠 총각이 된 한결이 볼 날이 머지 않았으니, 한결이 가족 만날 생각이 기쁨 한 조각이에요.

시간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으니 살뜰히 먹게 된다. 알타리김치를 먹고나면 꼭 김치통에 무청만 남게 되는데, 나는 이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익고 또 익도록 냉장고 안에서 굴러다니게 뒀다 오늘같은 날에 고등어조림을 하면 아주 그만이다. 생물 고등어 한 마리, 양념장 만들고, 무청만 남은 김치를 참기름 등에 무치고, 양파 채썰어 함께 얹어 조림을 하면 새롭게 맛있는 맛. 바닥에 감자 썰어서 깔아주면 이 또한 맛있지. 살코기 위에 김치 한 가닥, 양파 몇 가닥 얹어서 한 입에 넣으면 밥 더 들어와라, 더 들어와라, 한다. 냉장고 저 안쪽에 있던 오래 묵은 무청만 남은 김치를 살뜰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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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2번, 3번이 와서 이틀 자고 갔다. 고모집에 오면 맛있는 것을 주고, 특히 고기를 맛있게 해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온다. 기대에 부응하되 최선을 다해서 부응할 작정으로 아이들을 불렀다. 마침 집에 유배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 끼니를 챙겨 먹일 수 있었다. 

 

 

맛으로든 양으로든 메뉴 선정의 신박함으로든 기대 그 이상을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동생은 연년생 1번, 2번을 포함하여 삼형제를 키우고 있다. 워낙 잘 먹고, 특히 고기를 잘 먹는 남자 아이 셋이서 먹는 것 포함 모든 것을 경쟁하며 자라고 있다. 그러니까 조카들을 한 놈, 두 놈씩 따로 우리 집에 부를 때는 그 경쟁의 일상에서 생긴 결핍감을 보상하려는 뜻이 있는 것이다. 

 

 

'결핍'이 아니라 '결핍감'이 문제라면 문제다. 충분히 먹었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결핍감. 모든 심리적인 문제, 중독도 결국 결핍감에서 기인한다.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누려도, 셋이 나누어야 하는 구조가 조카들 사이의 역동을 유발한다. 게다가 연년생 두 녀석은 사춘기. 작심을 하고 집에 오게 하여, 뭐든 맛있게 만들어서 충분히, 물리도록 먹게하고, 놀게 하는 것이 이 아이들의 고모된 기쁨이다. 말 안 듣는 사춘기 녀석들이 고분고분 착한 말로 "아니요. 배불러요. 그만 먹을래요" 라고 말하는 걸 보는 기쁨.

 

 

애정이든, 물건 집착이든, 결핍감의 치유는 충분히 채워져서 흘러 넘치는 경험이 전제 되어야 한다. 오랜 심리치료와 내적 여정을 통해 몸으로 배운 진리이다. 영혼의 결핍감을 밑 빠진 독이라 비유할 때, 어떻게 해도 그 독은 채울 수 없는 것인가? 유일한 방법은 빠져 나가는 물보다 들이붓는 물의 양이 더 많으면 잠시라도 채워지는 것이다. 항아리 뚜껑 열고 쏟아지는 소낙비를 맞는다면. 그것이 잠시 잠깐이라도 채워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어쩌면 영성적 치유의 본질이다. 근본적으로 그 항아리를 큰 물에 던지는 방법이겠고, 그것이 헨리 나우웬 신부님 등이 말하는 '사랑받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일 터. 피부를 입은 하나님으로 이웃에게 다가가라 우리를 부르셨다면, 사람 사람의 밑빠진 독을 맡기신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큰물(무한한 아가페 사랑의 샘)이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인간이지만. 쉬지 않는 바가지 질을 하더라도 찰나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20여 년 아이들 치료를 했고, 내적 여정을 이끌고 있다. 물론, 내 바가지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마음성장연구소 열고 1년, 내 마음 바가지의 크기를 처절하게 확인하고 좌절도 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에 대해 몸으로 배우도 했다. 적어도 이틀 정도, 우리 조카들 위와 마음을 맛있게, 멋지게, 물리도록 고기로 채워줄 수 있었다. 고모 자부심 뿜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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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시간 

이 좋은 공간


혼자 집구석 지키는 토요일 

점심으로 뭘 먹지?


냉장고 뒤적뒤적

떡볶이 떡 0.5인분


그럼 떡볶이지


고추장 말고 다른 재료 제로!

뭐라고 있지 않겠쓰?


엊그제 속초시장에서 사 온 하얀 명란

뙇!!!!!!!!!!!!!!!!!!!!!!!!!!!!!!!!!!!!


올리브유 두르고

조랭이 떡 한 줌에 통마늘에 명란


으아 뭘 더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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