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마음의 환대409 찌는 방법 오리 훈제 보면 떡볶이 만들기에 바빴는데...페북인지 유튜브인지, 어디선가 갑자기 뜬 영상에서 쪄서 먹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애정템 배추와 함께 쪄서 먹는다.노부부(같은 중년부부... 아닌 중노년 부부) 식사로 안성맞춤인 건강식이다. 그래도 떡볶이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치즈 라볶이와 곁들이기도. 2025. 11. 2. 배추도 사, 무도 사 미사의 연구소 가는 길이 참 좋다. 퇴촌으로 해서 팔당대교 남단 쪽 강변을 끼고 가는 길도 좋고. 남한산성 앞을 경유하는 길도 좋고!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한산성 오전리장터에 들러 김치를 샀다. 동네 할머님들이 담그시는 거라 감각으로 만드는 김치라, 어떤 때는 맛있고 어떤 때는 좀 그렇고. 어떤 때는 짜고 어떤 때는 싱거울 때도 있다. 오늘은 최고! 두 봉지 남은 총각김치를 할머님 퇴근시간 앞당겨드리자는 마음으로 몽땅 들고 왔는데, 맛있으니 좋네! 기분 좋아지신 할머님께서 토란 해먹을 줄 아냐고 물으신다. 아뇨, 못 먹어요! 했더니 옆집 좌판 아주머님께서 "젊은 사람들은 토란 먹을 줄 몰라요. 배추 줘요, 배추." 하신다. 와, 내가 젊은 사람이래! 와, 배추 주신대! 검은 봉지에 배추 담아.. 2025. 10. 31. 고독사 위기 탈출 넘버원 전복죽 "고독사 하는 줄 알았어." 꿈같은 나가사키 순례 여행을 다녀왔더니 남편의 첫마디가 그랬다. '고독'사, 뭔지 알겠다. 이게 보통의 날에 집에 혼자 있는 것과는 다른 명절의 고독이라는 걸 나도 좀 알게 되었으니까. 충분히 알겠다. 꿈같은 순례 여행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 내렸더니 하늘이 온통 시커맸다. 떠나는 날도 그랬었지. 나가사키 닷새 동안에는 날씨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거짓말처럼 나가사키도 우리 도착하기 전날까지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비. 선교사님 말로는 이렇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인천 공항에서 만난 먹구름 낀 무거운 하늘은 일상의 하늘 같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여기가 내 집이지! 고독사에서 '고독'이 아니라 '사'에 방점이 있다.. 2025. 10. 18. 주님 말씀하시면... 주일 예배를 동네 작은 교회에서 드리고, 동태당으로 점심을 먹고, 중대물빛공원을 걷고, 알라딘중고서점에 가서 엔도 슈사쿠 단편 소설집을 사고, 밤 산책을 하였다. 중대물빛공원을 걷는데, 몇 송이 남은 분홍 찔레꽃을 보았다. 여름엔 찔레꽃 터널이었을 텐데, 다 지고 남은 몇 송이가 쓸쓸하다. 어렸을 적 마당에 있던 아버지의 꽃밭 오른쪽 끝에 커다랗게 서 있는 찔레꽃나무. 바로 그 찔레꽃이다. 분홍 찔레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 강단 옆을 장식했던 엄마가 떠오른다. 그래서 저 찔레나무는 그냥 엄마의 나무, 엄마의 꽃이었다. 화병에 꽂은 찔레꽃이 볼품없어서 어린 마음에 "참 솜씨도 없다, (요즘 말로 하면) 우리 엄마 참 똥손이야" 싶었던 기억. 서로 깔깔거리며 걷는 가족을 마주쳤다. JP와 이구동성으로 "보기.. 2025. 10. 6. 자유를 선택할 자유 아주 짧은 교회 수련회를 했는데, 프로그램 중에 또래 모임이 있었다. "사람 마음 다 한 가지여~" 우리 엄마 이옥금 권사님이 말씀하신다. 사람 마음 다 한 가지라, 나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다들 좋다고 한다. 교회 다니면서 처음으로 또래들과 얘기해 봤다고. 단순한 질문으로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내놓으며 참 좋았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20대에서 60대까지 또래들이 모여 나누는 소리들이 협주곡 같았다. 좋았던 경험을 그대로 카피할 수는 없다. 좋은 순간을 다시 경험하려 붙드는 순간 집착이 되고 우상도 된다. 순간의 기쁨은 순간으로 족하다. 그런데 난 뭘 했다. 좋았던 수련회를 마치고 맞은 주일 아침에 다이어리를 보면서 한 주간 일정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토요일 낮시간이 비어 있네! 웬일이야? 또래 모임했던.. 2025. 9. 22. 4인분 같은 1인분 상을 차리고 아들이 오신다! 가슴이 뛴다. "엄마는 너무 설레"라고 말하는 건 좀 못하겠다, 이젠. 벌써 몇 번째 나오는 휴가 "우리 아들 휴가 나와요, 너무 좋아요."라고 떠벌이는 것도 그렇고. 엄마도 아빠도 자기 일이 있고, 휴가 나온 아들도 제 계획이 있으니, 휴가 며칠 동안 세 식구가 한 상에 앉을 기회도 없다. 휴가 나온 날 밥만 차려주고 부랴부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설렘에 분주함까지 한 스푼이어서 양념 숟가락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냉동실에 꽁꽁 얼려둔 간장게장을 해동하고, 통삼겹살 김치찜도 했다. 둘 다 "2인 이상 주문" 메뉴이지만, 한때 단골이었는데 갈수록 너무나 뜸하게 오시는 귀한 고갱님이니까 막 퍼주기로! 4인분 같은 1인분 밥상을 차려주었다. 80이 넘도록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해줬던 엄마 .. 2025. 9. 21. CPR로 한 끼 한 엿새 집을 비웠더니 냉장고 사망 직전의 야채 친구들들이 누워 있었다. 새로 배달온 야채를 정리하며 죽어가는 느타리버섯, 애기 당근, 방토에 응급 심폐소생술 처치하여 아침을 먹었다. (사실 꼭 집을 비워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님. 정신 안 차리면 자주 발생하는 상황임. 음쓰 없는 청정하고 죄책감 없는 식생활을 위하여!!) 2025. 9. 2. 잘 해먹고 사는 일 오빠가 갓 잡은 싱싱한 꽃게를 잔뜩 보내주셨다. "신실이가 게를 좋아하잖니..." 싱싱한 그대로 빨리 먹는 게 보답인데, 저녁에 바로 찌기로 했다. 둘이 먹을 양이 아니다. 게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초대할 분이 계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나란 사람, "벙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샐러드 가져오시고 호박전 하나 부쳤더니 근사해졌다. 입가심으로 잘 삭혀서 간직한 오이김치로 국수를 해드렸더니, 허튼 말 없는 담백한 언니님께서 한 마디 해주셨다. "잘해 먹고 사네~!" 이 말이 그렇게 좋네. 살림 대충 하고 산다. 장도 잘 안 보고... 어글리어스 마켓에서 배송받는 못난이 채소를 썩히지 않는 수준으로 근근히 그때그때 끌리는 음식을 해 먹는다. 음식도 벙개로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도 해놓으면.. 2025. 8. 26. 초록은 동색 미국 가기 전 마지막 금요기도회 반주였다. 그리고 집에 오는데 출출하다니까... 뭘 해주지? 한 줌 남은 쑥갓으로 쑥갓튀김! 채윤이가 좋아하는 영화 처럼 해보자! 금요일 밤 10시 넘어 기름을 끓였다. 와사삭와사삭, 우리 채윤이 얼마나 맛있게 처묵처묵 하시는지! 증말 해줄 맛이 난다니까. 혼자 밥을 먹으려는데... 뭐 막 새콤한 그런 게 막 먹고 싶었다. 오이탕탕이를 만들어 보았다. 깨를 갈아서 듬뿍 넣어야 하는데... 통깨를 절구에 넣고 갈다보니 어릴 적 찬장 안에 있던 깨소금 단지 생각이 갑자기 났다. 그랬고...! 혼자 새콤하게 맛있게 먹었다. 둘 다 초록초록 하여 제목은 성의 없이 붙여봤다. 연일 요리 포스팅이네. 이러다 요리 블로거 되겠... 2025. 7. 19. 부른다, 음식을 빗소리와 비 오는 냄새는 기름 지지는 냄새를 부른다.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했다.고소함 끝의 기름진 음식은 칼칼한 것들을 부른다.잘 삭은 오이김치로 오이국수를 했다.날씨가 음식을 부르고, 음식이 음식을 부른다. 2025. 7. 19. 이전 1 2 3 4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