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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374

대표기도 다녀드른 모든니레 부모에게 툰동하딧뚀. 그거슨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 니리이다.고래서 삼당이십쩔말씀. 이렇게 처음 요절 말씀을 외웠던 현승이가 청년이 되어 주일 예배 대표기도를 하였다. 반주하는 누나 채윤이가 기도 후 송영으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고 주님의 평화를 내려주소서"를 쳤는데, 멜로디에서 가사가 들렸다.  주님, 이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십시오. 2024. 8. 24.
안티 크리스트, 안티 처치 한 청년이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이다. 니체와 스피노자를 원문으로 읽었다. 책은 어려웠고,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어가는 숙제가 늘 고역이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모임에 갔다 알 수 없는 충만함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시니컬한 아이가 시니컬한 선생님과 함께 니체와 스피노자를 읽으며 거침없는 발설로 안티크리스트를 논한 것 같다. 이 모임 후로 청년은 한결 순해졌다. 청년이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은 사람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영혼을 가진 한 어른이 정직하게 자신과 삶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서모임은 '교회' 청년부실에서 진행되었다. 심지어 목사의 제안으로 성사되.. 2024. 8. 20.
어버이날 아무 꽃 엄마, 내가 어버이날 꽃을 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알지? 내가 선물에 진심인 거. (알지! 우리 현승이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진심이지. 오직 그 사람에게 의미가 될 선물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않지. 지나칠 정도로 따지지 않지!) 그래서 꽃을 사는 게 싫고 아까워서가 아니야. 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애. 어버이날이라고 다들 꽃을 하나씩 사는 게, 그게 똑같이 꽃을 받는 게 의미가 있어? 만약 엄마한테 의미가 있다면 괜찮고, 그거면 충분히 의미가 되는 거고! 그래서 묻는 거야. 엄마가 어버이날 꽃 받는 게 의미가 있어? 엄마도 남들 한다고 다 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 어, 의미가 있어. 당장 이제 오늘부터 친구들 카톡 프사가 어버이날 꽃으로 막 바뀌거든. 이게 그렇더라고. 그게.. 2024. 5. 10.
시간표 보고 설렘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라 불리던 현승이가 대입에 재도전 하여 다시 새내기가 되었다. 첫 학기 시간표가 이렇다고 한다. 이 시간표에 왜 이리 마음이 왈랑거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승이가 마음에 들어하니 엄마로서 좋은 것은 기본인데... 어렸을 적에 국문과를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표, 특히 과 과목을 보자 못 이룬 꿈을 이룬 느낌으로 마음이 파르르 설렜다. 설렜다는 말이 맞다. 선망이 있었던가 보다. 중고등 시절 내내 꿈꾸던 학과는 영문과였다. 영어 과목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그때 누군가 "네가 너 자신이 되는 것이, 너로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우는 것이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동생을 사랑하는 가장 큰 사랑이고, 인류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야"라고 Carl Jung의 가르침으로.. 2024. 3. 6.
참한 아들 피자 두 판과 꼴뚜기 전복 진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사과를 먹자고 했다. "난 아직 먹고 있잖아. 당신이 깎아." "그냥 당신이 깎아..." 중년 부부는 사과 하나 깎는 걸 가지고도 투닥거린다. 믿거나 말거나... 나름 사랑싸움이다. "내가 깎을까?" 국가대표 똥손이 나섰다. 유치한 사랑싸움 놀이하던 중년 부부 얼음. 왜 그래? 반항이야? "내가 잘 깎을 수 있어. 내가 깎을게." 하더니 정말 매끈하게, 얇게 기가 막히게 사과를 깎아서 얌전하게 내놓았다. 나 정말 아들 하나 참하게 잘 키웠다. #감자칼이 사과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2024. 2. 4.
(덮밥)왕의 기도 반수생 아들 도시락 싸주다... 나 덮밥 왕 됐음. 덮밥 좋아하는 현승이가 스카에서 공부하다 도시락으로 싸 준 덮밥 먹을 생각에 잠시 설렌다니....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덮밥을 만들게 되는데 살림이 막 엉터리라 냉장고 식재료 상태가 들쑥날쑥인데 그게 또 새로운 도전 환경이 되어서 온갖 종류의 덮밥을 다 만들게 되었음. 이제 나 파 한 쪽 가지고도 현승이를 감동시킬 덮밥 만들 수 있음. 진짜임. 나 덮밥 왕 됐음. 물론 기본적으로 고기 없는 덮밥이 연이어 나가면 내색은 안 하지만 불편해하심. 아무튼 나 정말 덮밥 왕 됐음! 왕의 기도를 올려 드린다... 주님, 우리 현승이 긍휼히 여겨주세요. 두렵고 긴장된 마음, 낮아진 마음에 찾아가 주세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치 않는.. 2023. 10. 20.
엉마, 까아아칭~ 머리에 까치집 짓고 나와서 밤새 모기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인 이야기를 풀어놓다 갑자기... "엄마, 저기 십자가 위에 새가 앉아 있어. 까마귀... 아니 까치네!" 하고 보니 베란다 앞 커다란 십자가 위에 까치 한 마리 앉았다. "현승이 너 어렸을 적 했던 엉마... 까아치... 엉마 까아치... 그거 한 거지? 그거 어른 버전으로 말한 거지?" 하고 함께 웃었다. 블로그 뒤져보니 현승이 세 살 적부터, 아니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였다. 서울 하늘에 새가 그렇게 많이 날아다닌다는 것을 처음 현승이에게 배웠다. 요즘 날아드는 새는 내게 하나님의 현존인데. 하나님의 현존을 가르쳐주러 내 인생에 들어오신 영적 스승 두 분. 현승 님과 채윤 님! 두 스승님의 몸과 영혼이 오늘 하루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길..... 2023. 9. 5.
책거리 아이들 키우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면 뭐든 해줄게"같은 메시지를 넣어주고 싶었다. "뭘 하면 뭘 해주겠다. 뭘 해주는 대신 뭘 해라"는 행동주의적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당장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자칫 조건적 사랑을 존재에 심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양육철학이기보다 내 성격의 취약함(또는 강점)이라고 해두자. 대학생활 한 학기 마치고 반수를 하겠다는 다 큰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아침마다 독서 30분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누나 채윤이가 "꼭 학생부실에 끌려가서 인성 훈련 하는 것 같.. 2023. 7. 21.
부재 엄마 오늘 예배 끝나고 바로 와? 바로 가냐고? 아, 맞다! 연구소 워크숍이지? 아아아으… 엄마 요즘 왜 이렇게 어딜 많이 가? 왜애? 엄마 어디 가는 게 싫어? 엄마가 집에 있다고 크게 다른 것도 없잖아? 무슨 소리야? 엄마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그 자체로 다르지. 엄마가 있어야 집이 집 같고, 안정감이 있고, 집에 들어오는 맛이 나고 그러지. 겉으로는 그냥 지낼지 몰라도 엄마가 없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단 말야. 집에 들어올 때도 기대도 없고 그래.... 정도의 답을 기대하며 물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하아... 없는 것보단 낫구나... 다행이다... 2023. 7. 16.
미리 책임 오타가 있네. 어, 같은 단어를 또 틀렸네. 몇 쇄를 찍었는데 오타가 있는 거야? 이런 건 출판사에 알려주는 게 좋은데. 엄마, 오탈자는 저자 책임이야? 편집자 책임이야? 그래, 그러면 내 책임이려니... 하고 그냥 읽어야겠다. 미래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장래희망이 편집자 / 그냥 편집자 아니고 반드시 꼭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하는 편집자 / 알고 보니 오탈자 아니었고, 무식한 거였음 / 이래서 편집자 되겠나, 해서... 열심히 더 배우기로 함) 202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