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누나가 열공 중이다.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엄마의 태도가 전에 없이 나긋나긋하다.

홍삼도 주고,

졸려서 힘들다 하면 밀크 커피도 타준다.

관심받고 싶은 현승이는 괜히 노래를 틀고,

말을 시키고,

누나를 찔러보고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누나의 짜증과 엄마의 '누나 편들기'였다.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온갖 구박을 받다가 결국 정식으로 삐쳤다.

그런데도 엄마는 따뜻하게 돌봐주지 않고 

알았어, 닌텐도 20 분 해!

차겁게 말했다.

안!!!!!!해!!!!!!

쾅쾅쾅쾅 걸어 다니며 씻고 옷을 갈아입더니 휙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냥 재우는 건 아닌 것 같아 곁에 가서 안아주고

찔러보고 얼르고 달래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도 들지 않는다.

곁에 누워서 등을 긁어주려 해도 손도 못대게 한다.

누나 이번 시험이 중요해서 그래.

누나를 좀 배려해줘.

누나가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 봤어?

대견하잖아. 그리고 안 됐잖아.

 

그게 아니고,

엄마가 내 맘도 몰라주고.

닌텐도 (따위)나 하라고 하고.

내가 닌텐도 (따위)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마음을 알아줘야지!

그리고 누나한테만..........  아니야.

 

(누나한테만 친절하고! 나는 질투의 화신이라 내 앞에서 엄마가 누나한테 진심을 다하는 거 봐 줄 수가 없다고!!!! 이 말을 하고 싶을 것) 

 

그래도 계속 찌르고 얼르고 했더니,

하지 마!

난 엄마랑 싸울 거야!

엄마를 속상하게 할 거라고!

계속 속상하게 할 거야!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이 보기 좋아!

 

원래도 그리 속상했던 건 아닌데

속상해 하는 것이 보기 좋다는 말에 너무 웃겨서 속이 하나도 안 상해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버렸더니

화가 나서 눈알이 튀어나오려고 하다가.

그래도 엄마가 수습을 못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더니 그게 또 너무 웃겼는지,

저도 따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엄마랑 싸우기로 결심한 것을 잊어버렸다.

 

얼핏 사춘기 아이 느낌이 나기도 하고,

네 살 때 처음 남좌의 향기를 풍기며 싸우는 놀이 하겠다고 주먹을 쥐고 달려들던

그 느낌이 살아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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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우 2014.10.29 07:56

    막 영상지원될라그래 현승아~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4.10.31 15:31 신고

      엄마를 속상하게 하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은 흡사,
      남편이 미워질 때 그를 용서할까봐 기도하지 않는 내 마음 같았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엄마! 누나! 이거 봐. 으흐흐흐흐흐.
손에 머리카락 한 뭉텅이를 들고 방에서 나와 엄마와 누나가 기겁을 했습니다.
으악, 이거 뭐야? 어디서 났어?
으흐흐흐흐. 그리고 이것도 봐.
이거 엄마 머리에 파마하는 거, 깨끗해졌지?
여기 붙은 머리카락 내가 다 떼어냈어.
재밌어. 엄마, 봐바. 깨끗해졌지?

몇 년 쓰면서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싹 떼어내 새 것 같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아빠로, 아빠에게서 현승이로  '수선의 손, 정리의 손' 대물림입니다.
아버님은 수선의 달인이셨습니다.
결혼 후 첫 여름을 맞아 신혼집 현관에 예쁜 발을 사다 걸었습니다.
그런데 길이가 짧아서 밑으로 모기 다 들어오게 생겼습니다.
어느 날 퇴근했더니 아버님 수선의 손이 지나간 흔적이 보입니다.
전혀 다른 재질의 천이었던가,
정말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어떤 것을 덧대어 바느질로 붙여놓으셨습니다.
신혼집이었는데.....
현승이가 입던 오리털 파카의 지퍼가 고장난 적이 있습니다.
수선집에 맡겨 고치려고 했더니 아버님이 놔두라고 하셨습니다.
퇴근하고 들어와보니 현승이 파카에 다시 아버님 수선의 손의 흔적.
지퍼를 바꿔 달어놓으셨는데,
하늘색 파카에 빨간색 지퍼라는 게 함정.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수선을 하시되 미학적 관점은 과감하게 집어 던지셨죠.
남편은 아버님의 수선의 손을 물려받되 다행히 지킬 건 지킬줄 아는 심미안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으면 집안의 구석구석에 훨씬 손을 많이 댔을 것입니다.

3 대째 내려오는 수선의 손, 정리의 손.
현승이는 주로 엄마 지갑의 영수증 정리 같은 것들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머리 마는 구루프(정확한 명칭이 뭘까요?)의 머리카락 청소는 수선의 손도 손이지만
인내심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을텐데요.
아, 그러고보니 할아버지로부터 아빠를 통해 내려오는 미덕 중 하나 인내심도 있네요.

아무튼, 깨끗하게 만들어줘 고맙다 했습니다.
다음 날 현승이는 학교 가고 외출준비를 하면 머리를 말려고 구루프를 찾는데 눈에 띄질 않습니다.
갖고 놀았나? 현승이 방에 가봐도 없구요.
아무리 집안을 뒤져도 찾아지질 않습니다.
포기하고 화장을 하다 발견!
커텐에 다닥다닥 구루프 열매가 맺혔네요.
가계를 흐르는 선하고 아름다운 수선의 열매를 하나 씩 따서 머리 예쁘게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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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4.09.30 10:39

    '수선의 손'이 닮았네! ㅋ 거 참 신기하네.

    • BlogIcon larinari 2014.09.30 23:53 신고

      생각해보니 수선의 손만 닮은 게 아니었어.
      현승이 기질과 성품 안에 당신이 고스란히 느껴져.

 



여름 내내 우크렐레를 끼고 더위도 물리치던 현승이의 사랑이 쉬 식지 않습니다.
코드는 강의 영상을 보고 할 수 있는데 스트록이 영 안 된다며 챙챙챙챙 하고 있는데
기타 좀 치는 아빠가 도와줍니다.
조금 도와주더니 아빠도 아예 기타를 들고 즉흥 듀엣을 합니다.
현승이를 꼭 닮은 우크렐레, 아빠와 한 몸 같은 기타.
참 잘 어울립니다.

봄봄봄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싱어도 등장.
한 때 '밤의 여왕의 아리아_지옥의 복수심 내 마음 불타오르고'도 가볍게 불러제꼈는데,
어쩌다 고음불가 중2가 되어 '제주도 푸른 밤'도 힘겹네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정말로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티브이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휴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잠옷 입은 그대로
아이패드와 교본을 앞에 두고 연구하고 연습하였습니다.
연구라는 말이 적절합니다.
긴 시간 앉아서 영상을 보고, 교본을 뒤적이고, 딩가딩가.
그러다보면 어느 새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르고 있고,
'벚꽃엔'딩을 연주하고 있고,
'이 노랜 하고 싶은데 코드가 어려워서 못해' 하던 '봄봄봄'을 외워 치고 있습니다.
'I'm yours'는 정말 백 번도 더 들어서 전주만 들어도 지겨워서 토나와요.

 


고도의 집중력은 영락없이 아빨 닮았고,
하나에 꽂히면 푹 빠져있는 건 엄말 닮았고,
학구적인 건 다시 아빨 닮았고,
'자기만족'을 동력삼아 재밌는 걸 자발적으로 하는 건 또 엄마네요.
가만 들어보니 기타 소리가 우크렐레 소리를 다 잡아먹고 있는데요.
워낙 아빠는 크고 현승이는 작고, 기타 울림통과 우크렐레 울림통이 작으니 어쩔 수 없지요.
소리야 어떻든 나란히 앉아 딩가딩가 땡까땡까 하는 모습은 조화롭습니다.
커피 다 녹겠네.
하고 있는데 '아, 똥마려. 아 똥마려' 현승이 생리현상으로 연주는 끝이 났습니다.


 

즉흥적으로 맞추는 호흡이라 거친 음악의 조화는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살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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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3jin 2014.09.13 13:45

    멋진 현승이.. 진짜 너같은 남자 만났으면 좋게ㅛ다.. 으흐흐흐. 저도 우크렐레 안 친지 일년 넘었네요. 일 그만두면서 안했으니까..

    • BlogIcon larinari 2014.09.14 10:17 신고

      맞다. 삼진이가 우크렐레 쫌 치는 여자였지.
      나중에 우리 현승이한테 기법 전수좀 해줘.
      독한의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어.
      원래 기타 배우며 코드 알려준다고 손잡고 그러다 정분나는 거다.
      현승이 같은 남자, 찾기 쉽지 않을 거야.
      한 15년 정도 기다려서 대시해보든지. ㅎㅎㅎㅎ


    • BlogIcon 3jin 2014.09.14 22:40

      ㅋㅋㅋㅋ
      15년 기다려도 현승이는 44살 누나 시러하겠죠. ㅠ_ㅠ 빨리 찾아야겠어요 ♥_♥

    • BlogIcon larinari 2014.09.16 09:42 신고

      무브 무브!

  2. 아우 2014.09.20 23:57

    히야~ 이 꼬맹이에게 도전받네. 나도 현승에게 부끄럽지 않게 연습하리라~두주먹 불끈!

    • BlogIcon larinari 2014.09.21 20:00 신고

      열심히 해바바. 다음 번에는 아르페지오 주법을 좀 가르쳐 줘.
      독학하다 여기 막혀서 못 나가고 있다니까.
      하다가 하다가 '에잇, 이건 혼자 못 하겠다. 다음에 수진 이모한테 좀 배워봐야겠다' 해. 정작 수진 이모 보면 눈도 못 맞추면서.ㅋㅋㅋㅋ

  3. 아우 2014.09.20 23:59

    동영상 같이 보던 딸램이 신실이모 남편이 연하라고 하니까 '진짜?...연하도 재밌을거같애.' 이런다.ㅋㅋㅋ 두번째 남친은 연하로 데려오려나...

    • BlogIcon larinari 2014.09.21 20:03 신고

      그러게. 킹카 교회오빠한테 찍힌 퀸카 커플은 옆에서 보고 배울만큼 배웠으니까 교과서에 잘 안 나오는 특이 커플을 좀 학습시켜. 연하 남편 무지 재밌다고 전해주고. 다만 지금부터 주름관리는 미리 미래 해둬야 한다고 꼭 일러둬. 연하 남친 내가 특별 과외 해주께.ㅎㅎㅎㅎ

 


현승아
~아, 김현스~응.
우리집 앞 길에서 현승이를 부르는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
(머리로 놀기 좋아하는) 동네 친구 세 명과 레고 한 판 하고 들어온지 10분 만이다.
이번엔 (몸으로 놀기 전문) 두 명의 친구가 왔다.
여러 번 길을 건너 망원동에서부터 왔다.
점심 먹어야 하는데....
엄마, 나 점심 먹어야 놀 수 있지?
잠깐만, 나 빨리 점심 먹을게. 기다려.
벌려놓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자 샐러드를 쌓아 넣은 모닝빵을 급히 먹는다.
앉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하며 먹는데 먹는 입과 말하는 입, 둘 다를 포기할 수 없다.
먹으면서 동시에 떠들어 댄다.


엄마, 있잖아 J 말이야.(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 1) 걔는 (에니어그램) 8번 같애.
하겠다고 하면 힘으로 딱 밀어붙여. 그래서 J가 하겠다고 하는 걸 거의 다 하게 돼.
그래서 어쩔 때 K(밖에서 기다리는 친구 2)가 좀 불쌍해.
엄마, 엄마. 그렇다고 J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야. 좋은 애거든.
(에니어그램) 번호 자체가 좋고 나쁜 건 아니잖아. 그냥 그애 성격이잖아.
K는 늘 J가 시키는대로만 하려고 해.
둘이 되게 친하긴 친하거든. 그런데 어쨌든  J 맘대로만 하게 돼.
나랑 K랑 둘이 놀 때도 K는 '뭐하고 놀까? 니가 하고 싶은 거 하자' 이렇게 말해.
그러면 나는 일부러 K가 뭐 하고 싶은지 물어보거든.
그냥 조금 K가 불쌍해.
저번에는 쉬는 시간에 J가 없고 K랑 둘이 있었는데 내가 살짝 말해줬어.
J랑 놀 때, 너가 하고 싶은 것도 하겠다고 해. 라고.
아, 빨리 가야겠다. 
엄마, 나 놀고 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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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지금
까지 내가 기도한 것 중에 80%는 안 들어주셨어.

그래? 그러면 너 그런 하나님을 믿어 안 믿어?

그래도 믿긴 믿어.

왜애?

안 들어주긴 했는데 그래도 좀 하여튼 믿어.
그렇다고 안 믿는 건 좀 불안하고, 믿는 게 더 안전한 것 같애.


(그 자식 입을 가만히 안 놔두고 떠들어대서 도무지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짜증내던 아빠가 엄마에게 속닥속닥)

파스칼이야. 파스칼.
파스칼이 그랬어. 네 가지 가정을 한 거지.
천국이 없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없다. (거봐 맞지. 오케이) 
천국이 없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있다.(낭패)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없다.(할 수 없지)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있다.(올레~)
그러니까 천국이 있다고 믿는 것이 제일 낫다는 거지.
파스칼의 논증이야.


오, 우리 현승이 파스칼!  아니고 파승칼.

 

* 사진은 여섯 살, 유치부 여름 성경학교에서. 이가 저렇게 쬐꼬맣던 그때 정말 귀여웠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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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고 뚜렷하고 언제든 있는 그대로 표출되는 욕구, 채윤이의 욕구. 간절히 원하지만 주변을 살피느라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못하고 막상 묵살되고 나면 나중에 속을 끓이는 현승이의 욕구. 두 욕구가 충돌했을 때 뒤끝 작렬은 늘 현승이 몫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시점에서 감정형인 현승이에겐 논리가 의미없고, 사고형인 채윤이에겐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는데 계속 대화해야 하는 것이 미칠 노릇이다. 중재자인 엄마가 아무리 공정해도 현승이에겐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승이에게 엄마는 공정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편들어주라고 있는 것이니까.(MBTI의 T와 F가 갈등을 대하는 태도를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관찰하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엄마는 은근 즐긴다) 
채윤이에게 깔끔, 현승이에겐 앙금을 남기고 어쨌든 대화는 종료. 채윤이는 찬양팀 연습을 가고 엄마와 현승이 둘이 남았다. 카톡에 빠져있던 엄마가 배고프다는 현승이에게 '알았어. 잠깐만' 하면서 매를 벌고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현승이는 꽝꽝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반찬을 꺼내고 탁탁 밥을 퍼서 퍽퍽 먹고 있었다. "엄마가 삼겹살 구워주려고 했는데.... 잠깐만 기다려" "안 먹어. 안 먹는다구. 이것만 먹을 거야" 하는데 어르고 달래고 까꿍까꿍해서 마주보고 밥을 먹게 되었다. 힘이 빡 들어갔던 눈이 조금 부드러워지는가 싶더니.

엄마, 엄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싫었던 적 있어? 미운 거 말고. 싫었던 거.

많지. 엄청 많지. 특히 외할머니는 얼마나 싫었는데.

내가 싫다고 말하는 건 미운 거보다 더 싫은 거야. 미운 건 가끔 있을 수 있는데 싫은 건 정말 싫은 거야. 알아?

어, 알겠어. 아이들이 원래 자기 엄마 아빠 많이 싫어해.

나 아까 엄마가 정말 싫었어. 그러잖아도 엄마한테 쌓여 있었는데 진짜로 배고픈데 밥을 안 줘서 완전 싫었어.

미안해. 엄마가 잘못 한 거야. 엄마 미워해도 돼. 싫어해도 되고.

그런데 엄마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 전까지의 설명을 잘 들어보면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더 잘못했다는 것 같고, 내가 고칠 게 많다고 말하는 거 같애.

ㅋㅋㅋㅋㅋㅋㅋ 뭔 말인지 알겠어. 것두 미안해. 그런데 엄마가 미울 때 말고 싫을 때도 많아?

미울 때는 자주 있고 싫을 때는 거의 없는데 오늘은 아까 누나랑 셋이 얘기할 때부터 싫었어. 그런데 엄마가 싫을 때는 평생 안 풀어야지 결심을 하게 되거든. 평생 엄마랑 말을 하지 않고 엄마를 괴롭혀야지 하는데.... 어느 새 엄마랑 이렇게 말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런지 알아? 엄마가 너 풀어주려고 애썼잖아. 니가 아무리 엄마를 좋아해도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게 더 커서 그래. 원래 사랑하면 먼저 풀게 되어 있어.

그래서 엄마가 삐지면 아빠가 엄마를 풀어줘? 아빠가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는 거야?

응, 아빠 사랑이 더 커. 엄마는 사랑이 적어. 사랑하면 지는 거다! 하는 말이 그래서 있는 거야. 하긴 우리 현승이도 엄마를 더 사랑할 때가 있다. 엄마가 너랑 대화하다 화가 나서 '마음대로 해' 하고 삐지면 니가 한참 있다가 와서 '엄마 미안해' 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땐 우리 현승이 사랑이 더 큰 거네.

음, 사랑하면 지는 거다.....

현승아 너가 클수록  사랑이 더 큰 사람이 되면 좋겠어. 아빠처럼 나중에 더 큰 사랑으로 먼저 풀어주고 품어주고 그런 멋진 사람이 돼.

엄마, 그런데 보듬어주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이야?

품어주고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그런 뜻? 왜? 어디 책에서 봤어?

아니, 개콘에서. '미안해요 형'에서 이상구가 '보듬어주세요 형' 그러잖아. 밥 다 먹고 개콘 하나만 볼까?

그래.

(엄마, 즐겁게 낚임. 사랑하면 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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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ami 2014.08.07 09:16

    결국 서로 낚인 건데, 누가 누굴 낚은 거죠?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4.08.09 15:30 신고

      엄마로서 자존심도 있고 하니까,
      낚인 척 낚은 거죠.
      한 개만 보자고 했는데 '닥치고 하나 더 볼까?' 이랬던 건 엄마니까요.ㅋㅋㅋㅋ

  2. 2014.08.09 00:3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08.09 15:31 신고

      글쵸!
      사랑하면 기꺼이 낚이는 거죠.
      실은 개콘은 제가 더 좋아하죠.ㅎㅎㅎ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덥지만 않다면, 놀기 딱 좋은 방학 날인데.
너무 더워서 친구들을 불러낼 수가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들은 날씨 때문에 어디론가 다 사라졌고,
레고와 보드게임과 책을 좋아하는 친구 집에 가서 놀기도 했는데 너무 더우니 그것도 민폐.
그 친구랑 동네 망원정이라는 정자에서 만나 장기, 아니고 블루마블을 하는 것도 괜찮았는데
공사 때문에 망원정 문을 닫았네요.
그렇다고 누나가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영화 다운닫아서 보는 것도 끽 해야 두어 시간 소일.
우크렐레 들고, 아빠 모자 꺼내 쓰고 괜한 띵까띵까 해봅니다. 


 


어, 그런데 현승이  방에서 제법 음악이 되는 우크렐레 소리가 납니다.
날도 덥고 엄마도 와 계시니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서 흘려듣고 있었는데,
'엄마, 나 이제 우크렐레로 벚꽃엔딩 할 수 있다' 하며 튀어 나옵니다.
어, 이거 봐라. 이거 봐라.
'벚꽃엔딩'에 '먼지가 되어'가 제법 반주가 되네요.
알고보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서 우크렐레 독학을 한 것입니다.
대견하고 대견하여 우크렐레 배울래? 등록해줄까?
했더니 됐다고. 자기는 우크렐레를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독학으로 배우는 거라며. 


 


한 나절 독학으로 '벚꽃 엔딩'을 마스터 하고는 학구열이 불타오릅니다.
현승이 사촌 형아가 '그 놈은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고요.
휴대폰 게임도 이상한 게임만 한다고요. 꼭 게임도 머리 쓰는 게임만 한다고.
아닌 게 아니라, 현승이는 노는 것도 학구적이고,
채윤이는 책을 읽어도 어떤 뭐랄까 설정놀이를 하는 것 같이 보인단 말이죠.
여하튼 현승이는 우크렐레 '독학'에 빠져서
굳이 코드 잡는 법을 저렇게 땀 뻘뻘 흘리며 그려놓고야 마는군요.
더워서 헬렐레 하다가 우크렐렐레 하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 오시기 전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찬송가를 하나 연습해 두었지요.
오시면 연주해 드린다고.
급 우크렐레에 빠져서는 바이올린 잡고 싶지도 않지만,
하기로 한 거니까 합니다. 대신 연주에 영혼 따윈 없구요.
처음에 연습할 때만해도 두 번 연주하고 간주를 어떻게 하고 키를 올려서 천천히 연주하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우크렐레와 사랑에 빠져버린 탓에 확 그냥 막 그냥 해버리기로.
그러다 두 번째 연주에서 현승이도 헤매고 따라 부르시던 할머니도 헤매시고.


또하, 또하~아,
방학날은 이렇게 또 하루 지나갑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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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4.08.02 15:29

    흐미, 중간에 코드는 왜 올렸대유,
    잘하시던 할머니 끝가지 헤매시쟎유. 어뜨케 해볼라해두 안되시쟎유ㅋㅋㅋ
    우크렐레는 또 언제? 나두 독학하고 싶쟎유.
    이거 라임되네. 랩이라도 한판? 날 더우니까 막 나가네. ㅎㅎ

    • BlogIcon larinari 2014.08.02 23:54 신고

      우크렐레 독학 해보셔유우.
      금방 되실뀨우.
      저 할머니 애매하게 2 도나 6 도 정도 차이로 노래 시작혀두
      끝까지 안 바꾸고 가시는 분이셔유.
      같이 찬송가 부르면 웃겨서 뒤집어져유우.
      바람 불어 날이 좀 션해져도 막 나가유우.

  2. 아우 2014.08.04 14:40

    지언에게 현승 우쿨 독학 소식 전했더니, 칭찬한다고 전해달레. 지어니도 악기의 매력적 외모 때매 며칠 독학하긴 했으나 그 며칠동안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우쿨계를 탈퇴했거등 에효~ 우쿨 연주도 영상 따바바

    • BlogIcon larinari 2014.08.04 20:29 신고

      지어니 형아도 다시 함 해보라고 해.
      둘이 연주하면 그림 나오겠는걸.
      유리상자 이런 삘?ㅎㅎㅎㅎ
      웃통 벗고 연주하는 통에 영상을 따도 올릴 수가 없네 그려.

2008년 2월 22일에 포스팅 되었던 것입니다.
현승이가 여섯 살이던 때 기가막힌 노래를 하나 만들었었죠.

오늘은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라는 노래의 이 가사가 자꾸 입에서 맴돕니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제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새벽 강을 보러 떠날 수 없다면 현승이의 노래를 따라 불러 볼 일입니다.

파마머리 현승이도 귀엽고, 오늘 정서와 가사도 착착 붙기에
당시 올렸던 글과 댓글을 살려서 다시 한 번 대문에 걸어봅니다.

**********************************


현승이 작사 작곡의 아주 짧은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가사는 '사는 게 씨리리라라요' 입니다. 무한반복이 컨셉입니다.
뜻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만.

밥벌이의 고단함이 온 몸을 파고드는 날에 현승이의 노래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네요.
사는 게 진짜루 씨리리라라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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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행나무 2008.02.22 21:17

    머리 예쁘게 잘랐네.

    가난한 삶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택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내려놓아도,
    자주자주 사는게 '씨리리라라'하지.

    현승인 엄마빠만 있으면 102%로 행복할 나이고.^^

    • larinari 2008.02.23 12:14

      괜히 채윤이 아빠만 당하는거지, 뭐.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게 다 '노무현 탓'이라고 하는 것처첨 무조건 다 '당신이 사역을 하는 탓' 이라고 하면 기가 막혀 하지.ㅎㅎㅎ

  2. forest 2008.02.22 23:03

    사는게 씨리얼도 아니고 그게 뭔 뜻이람...ㅋㅋㅋ
    근데 그게 몇번 들으니 자꾸만 입에 침이 고이게 하네요.
    씨리리라라요~~~ㅋㅋ 꿀꺽~ㅋㅋ

    • larinari 2008.02.23 12:15

      씨리리라라요...이거 침이 상당히 고이는데요.
      이게 이게 구강구조가 만들어낸 가사인가봐요.^^

  3. h s 2008.02.23 08:35

    사는게 씨리라라요?
    현승이가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나름대로는 무슨 뜻이 있을라나? ^^

    그 노래가 엄마에게 벌루 안 들리구.....
    그냥 그 노래가 엄마에게 즐거움으로 들려져 왔으면 좋겠어요. ^^

    • larinari 2008.02.23 12:16

      늘 즐거움으로 들리는데요...
      어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면접을 보러 갔거든요.
      나오면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사는 게 씨리라라요' 하는 노래가 새어 나오드라구요.^^;

  4. hayne 2008.02.23 18:01

    어제 해인이가 이걸 보고 막 웃더라고.
    오늘 아빠랑 잠시 토닥토닥하다가 아빠가 "파르르!" 하고 나가니깐 날 보면서
    "정말 사는게 씨리라라요야" 하는거 있지. 아주 맘에 와닿았나봐 ㅎㅎ

  5. BlogIcon 털보 2008.02.23 19:54

    이거 중독성 있네요.
    자꾸만 읊게 돼요.

    • BlogIcon larinari 2008.02.25 21:56 신고

      그렇다니까요. 제가 지난 금요일 '아~C! 진짜 사는 거 구리구리 하네'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사는 게 씨리라라요' 입에서 나오더라구요. 자꾸 읊으시다간 해인양 처럼 자연스럽게 나오실 때가 있으실 거예요.ㅎㅎ

  6. 유나뽕!!★ 2008.03.03 13:54

    저 어떻게 해요 -0-;;
    자꾸 이노래 흥얼거려요ㅠ
    친구들이 당췌 무슨노래냐고 웃으면서 쓰러져요 ㅋ
    완전히 4차원소녀(?) 됐어요 ㅎㅎㅎㅎ

    • larinari 2008.03.03 19:23

      그냥 우리 다같이 부르자고~
      사는 게 씨리라라요~~~♬

  7. BlogIcon @amie 2014.08.01 10:25 신고

    저건 우리 엑스맨들의 암호인데 현승이도 우리 중 하나였다니 곧 만나보고 싶네요. 저도 오늘 너무 씨리라라해서 씨라까라오스꾸스에서 씨리씨리씨리리리리했어요. 흑...

    • BlogIcon larinari 2014.08.01 12:20 신고

      마법사 현승이가 어쩌다 우리 머글 부부에게서 태어났나, 생각하곤 했는데... 마법사랑 엑스맨이랑 사용하는 언어체계가 비슷한가?

  8. 아우 2014.08.04 14:28

    저 발음도 부정확한 유아가 '사는 거' 운운한다. ㅋㅋㅋ 내가 저 때 언니를 알았으면 애를 저런 노래를 부르게만든 부모들 소환조사 좀 했을거인디...

    • BlogIcon larinari 2014.08.04 20:32 신고

      지 입으로 하면서도 사는 게 사는 걸 말하는지는 알겄남? ㅋㅋ



"엄마, 나랑 한강에 한 번 갈래?" 그렇게 둘이 한강에 나가서 손을 잡고 걸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면 '내가 지금 어른 남자와 얘기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 통하는 아이 현승입니다. 방학 하자마자 할머니 댁에 다녀왔는데 혼자 계신 할머니께 선물을 잔뜩 드리고 온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얘, 현승이가 뭐래는 줄 아냐? 나랑 같이 한강에 나갔는데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그러는 거야. 할머니, 저랑 같이 걸으니까 외롭지 않고 좋지요? 무슨 애가 그런 말을 하니?" 그렇게 들뜬 어머님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봤어요.   


현승이에게 덕소는 텔레비젼이 있고 컴퓨터 자유이용권이 있고 왕자대접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서 좋은 곳입니다. 이번에는 더욱 설레는 일이 있으니, 처음으로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오는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방학식 하고 와서 둘이 점심을 먹는데 쫑알쫑알 쫑알쫑알 하다가 "엄마, 엄마는 지금 흥분되지도 않아? 아들이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에 가는데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같애" 하고는, 다시 쫑알쫑알 쫑알 쫑알.


지하철 역까지 가서 태워보내려고 했더니 역까지 차로 태워주면 혼자 내려가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같이 가서 자기 혼자 들어가고 '엄마 갔다 올게'하고 인사를 하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나쁜 아저씨들이 '쟤가 혼자 어딜 가는구나' 하고 알아채서 잡아갈 수도 있다는 거지요. 합정역에 내려서 후다닥 지하철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그때 비로소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뭉클했습니다. 가는 사이 중간중간 문자를 주고받다가 최고의 난코스 환승역 미션수행을 잘해서 중앙선까지 가서는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엄마, 나 이제 덕소 가는 지하철 기다려. 잘 왔어. 여기까지 오는데 잘 모르겠어도 일부러 아는 것처럼 씩씩하게 걸었어" (이유는 어리바리 하고 있으면 나쁜 아저씨들이 잡아갈까봐.ㅎㅎㅎㅎ)


가서 이 녀석 티브이에 컴퓨터 게임에, 할머니 휴대폰으로 하는 게임까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의 시간을 보냈음이 안 봐도 비디오지만 그 이상을 누리고 온 것입니다. 아무런 통제없는 사랑에 1박 2일 정도 잠기는 행복 말이지요. 사실 늘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힘이 빡 들어간 엄마가 그런 사랑 주기가 어디 쉬운 일이어야죠. 어머님이 행복한 목소리로 현승이 어록을 끝도 없이 늘어놓으시기에  "현승이는 참 행복한 애예요" 했더니 어머님이 더 행복해 하시며 어쩔 줄을 모르시네요. 할머니 좋고, 손주 좋고, 그 사이에 낀 며느리 좋고! 여러 사람 좋은 1박2일 덕소여행.


난생 처음 혼자 지하철 타고  할머니 댁에 다녀온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현승이의 마지막 논평은 이랬습니다 "엄마, 할머니가 지하철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인사하고 손 흔들 때 너무 마음이 슬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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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ami 2014.07.27 10:51

    까르르 까르르.
    볼살 오른 현뚱이 보기 좋은데요.
    다음에 합정동 가면 이런저런 대화 한 번 청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07.27 12:46 신고

      또하, 또하~아....
      부끄럼쟁이 현승이랑 대화가 쉽진 않으실 거예요.
      또하, 또하~아,
      알려드릴까요?
      또하, 또하~아,
      현승이는 말이죠.....
      정말 말 걸기 힘든 아이예요. ㅎㅎㅎㅎ

  2. hs 2014.07.30 17:10

    오랜만에 들렀더니 현승이가 훌쩍 커 버렸군요.
    지혜로운 아이가 지혜로운 부모를 만나 더 지혜롭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
    잘 지내고 계시죠?
    뭐, 언제나 그러셨지만 여유로음이 느껴집니다. ^^

    • BlogIcon larinari 2014.07.30 18:46 신고

      어멋, 장로님! 헤헤헤.
      평안하시죠?
      hs, 이 아이디 보니까 노란색 맥심 커피 한 잔도 생각나고,
      현지의 커다란 눈망울도 생각나고....
      기타 치시고 피아노 치시는 장로님 모습도 생각나고요.
      급 그리움 밀려와요.^^
      간간이 블로그 업뎃 좀 해주세요.
      숙제 내주시면 할게요.^^

 

 

엄마, 내가 죽으라고 말하는 얘기는 아냐. 그냥 이걸 물어보는 거야.
엄마는 엄마나 아빠 중에 누가 먼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니, 이건 진짜 만약이야. 만.약.에. 어떤 게 더 낫냐고.
나는?
나는..... 그러니까 죽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차라리 낫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나는 엄마가 아빠보다 늦게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애.
아빠가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너~어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어.
왠지 아빠는 혼자 남으면 '정신실, 정신실.....'이러면서 울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애.
엄마는?
엄마는 왠지 씩씩할 것 같애.
그러니까 아빠가 먼저 죽는 게 낫지.
나는 아빠가 혼자 있는 생각만 하면 너무 불쌍해.
그리고 나는 아빠가 죽고 엄마가 혼자 있으면 무조건 엄마를 우리집에 데려올 거야.
엄마가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엄마 혼자 놔둘 수 없어.
그래? 그러면 같이 살지는 말고 같은 아파트에 살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매일 매일 손자 손녀를 데리고 엄마한테 갈 거야.
아빠는 사실 왠지 조금 지금도 쓸쓸해 보이지?
엄마는? 엄마는 신나는 거 같애.
아빠는 왜 그렇게 보일까?
(에니어그램) 5번이라서 그래?
아빠는 5번인데도 꽤 웃기지?
그래? 노력하는 거야? 그랬어? 결혼하기 전에? 아, 엄마랑 살다보니까 그렇게 됐구나.
상상이 된다. 이러~어케 인상 쓰고 다녔지? 킥킥킥킥.
엄마, 아빠는 지금 사는 게 어떻대? 좋대? 행복하냐고.
약간 조금 쓸쓸해 보이는 게 있어.
알았어. 내가 한 번 물어볼게.
정말 아빠는 너무 좋은 사람 같애.
화도 안 내고. 그냥 아빠 생각하면 좋은 사람이야.
아! 엄마가 화를 다 내주니까? 그렇구나!
그러면 둘이 그렇게 의논했어? 화는 엄마가 내고 아빠는 착하기로?
큭큭큭큭..... 악역이야? 엄마가.
아, 엄마가 너무 많이 화를 내서 아빠가 낼 게 없구나.
큭큭큭큭큭......


 참 좋은 사람@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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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4.06.18 09:23

    체력과 건강을 봐도 아무래도 아빠가 더 먼저 천국 갈 건 분명하다. 그게 모두를 위해 훨~~씬 좋지. ^^ 아빠가 먼저 천국 가서 정탐하고 자리 잘 잡아 놓고 있으마. ㅎㅎㅎ 아, 그리고 엄마가 아빠한테 이제 좀 솔직하게 화도 좀 내래. 아빠 이제 좀 화나면 화 좀 낼까 해. 조심들 해라. 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14.06.19 22:50 신고

      체력과 건강을 봐서 상태가 그러하다면
      이제부터 운동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을 해주시면 좋으련만.
      결론이......

  2. BlogIcon 털보 2014.06.20 15:42

    필님이 슬픈 건.. 망할 하느님의 뜻도 모르는 것들이 하느님을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하고 다니니 그렇지, 뭐.

  3. BlogIcon 신의피리 2014.06.20 19:53 신고

    너무 슬픕니다. 목사인 게 부끄럽구요. ㅠㅠ

    • BlogIcon 털보 2014.06.21 09:36

      우린 그래도 필님이 있어 덜 슬퍼요. ^^

    • BlogIcon larinari 2014.06.21 17:22 신고

      댓글에 좋아요 누를 수 있는 기능,
      블로그에서도 도입해야 합니다.
      시급해요.ㅎㅎㅎㅎㅎ

 


엄마, 지금 통화할 수 있어?
내가 있잖아..... 흐흐흐흐흐흐......
바자회에서 산 개구리 목 베개 있잖아.
그게 튿어진 거야. 그래서 솜이 막 나오거든.
내가 바느질 했어.
학교에서 배웠잖아.
강의 끝나과 와서 바봐. 내가 핸 거.

(흰실로 얼기설기 엮어서 막아놓고, 검정실로 알 수 없는 모양을 새겨 넣기도 했다. 큭큭)

 

 


실과 시간에 바느질 배운 것 바로 생활에 적용.
집에 빵꾸난 거 없냐?
뒤지고 찾고 하다가 옷을 만들기로 했단다.
분신과도 같은 테디베어 옷 만들어 입히기.
작아진 내복을 쑥쑥 자르더니 대충 막 오려서 갖다대고 바느질 시작.
(방점은 바느질에 있으니까)


엄마 없을 때 배고프면 계란프라이 혼자 해먹는 기능,
후루룩 국수 끓여 먹는 기능,
매실 타먹는 기능,
빨래 널고 걷어서 개키는 기능에

이제 바느질 기능도 추가.
일등 신랑감이 되어간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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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14.06.03 10:17

    아무래도 현승이네 집에 재봉틀 하나 놔드려야 겠어요.

  2. BlogIcon 털보 2014.06.03 10:26

    아, 저도 현승이처럼 사랑받는 남자가 될 수 있나 싶어서 살펴봤어요.

    그녀없을 때 배고프면 이틀 정도는 끈기있게 참을 수 있는 정신력.
    후루룩 국수를 후루룩 먹어서 먹는 것으로 점수따는 기능.
    매실 타먹기 싫어서 아예 매실을 좋아하지 않는 대비성.
    빨래는 널어주지 않지만 아예 빨래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 옷을 입고 다니는 장기간 의복 착용 습성,
    바느질은 못하지만 구멍난 양발을 통풍에 좋을 거라 생각하며 계속 싣는 유연한 습성..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사랑은 못받더라는.

    • BlogIcon larinari 2014.06.04 00:41 신고

      저비용 고효율인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딱 사랑받으실 캐릭턴데....
      그녀님께 진지하게 여쭤봐야겠어요.
      원천적으로 매실을 싫어해버리시는 이런 결단, 이런 헌신적인 사랑이 어딨나구요.ㅎㅎㅎㅎ

  3. mary 2014.06.03 11:05

    이쯤되면 일등 신랑감이 아니라 신부감도 될 수 있지. 암 그렇구 말구.
    초반에 채윤이 얘긴줄 알았다능.

    그리구, 털보님, 그쯤되면 사랑을 받는게 아니라 딴걸 버실거 같은데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4.06.04 00:42 신고

      채윤이야말로 신부가 아니라 신랑이 되려나봐요.
      도통 이런 데 관심이 없어요.
      애들이 각각 왜 이러는 걸까요?ㅎㅎㅎㅎ

      털보님이 사랑 말고 올리실 부수입이 궁금하네요.ㅋㅋㅋㅋ




(누나와 동생이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 중)

누나 : 현승아, 솔직하게 한 번 말해 봐.
여자로 볼 때 엄마랑 누나 중에 누가 더 예뻐?

현승 : (7초 뜸)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누나 : 그래도 그냥 말해 봐.

현승 : (7초 미적미적) 누나 크면 얼굴이 바뀌겠지?

누나 : 그런 말 하지 말고~ 누가 더 예뻐?

현승 : (7초 침묵) 누나 나중에 성형 할 거야?

누나 : 야, 내가 이렇게 예쁜데 성형을 뭐하러 해?
(농담인 것 같음. 그렇게 믿고 있음)


(어쨌든 이 주제는 여기서 마무리)

(현승이 안도의 숨소리 들리는 듯함)
(채윤, 답을 못 들었기 때문에 나중에 또 물어볼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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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엄마가 아니 큰언니같음. 이럼 쫌 곤란한데..

    • BlogIcon larinari 2014.03.19 19:47 신고

      그런 효과 노리고 카메라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했음!ㅎㅎ

  2. 아우 2014.03.18 09:10

    큰언니가 아니라...삼남매 중 둘째 같은데...얼굴 빼고!ㅋㅋ
    참, 주제가 이게 아니지...
    어안이 벙벙한 누나와 철학자이면서 잔머리 짱인 동생의 대화가
    참 조화롭다!!!ㅋ

    • BlogIcon larinari 2014.03.19 19:50 신고

      여기에 눈치 없는 아빠 상황 다 지나간 하루 뒤에,
      정색하고 묻는다.
      "현승아, 아빠가 물어볼 게 있는데 여자로서 누나랑 엄마 중에서 누가 더 이뻐? 난 엄마!"
      듣고 있는 채윤이 신경도 안 쓰고,
      현승이 버럭! "몰라!!!! 엄마, 그 얘길 왜 아빠한테? 짜증나!"

 

 


날은 점점 따뜻해지는데 내 마음 쉽게 따스해지질 않고,
이웃들의 소식도 여전히 춥고 메마르다.
어제 저녁 늦게 '이러고 있지 말자' 하며 일어나 화분 분갈이를 정리를 했다.
163센치 채윤이까지 괜히 들떠서 덩달아 옆에서 부산을 떨었다.


바닥 걸레질까지 다 마치고 고개 들어보니....
어,토토로! 너가 여기 웬일이니?
화분이 이니라 토토로를 여기로 데려온 현승이 마음과 손길이 내겐 봄과 같다.


엄마 수술하시는 날이다.
아픈 엄마로 인해 크게 영향받지 않고 덤덤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은 확연한 무게감으로 온다.
나무 아래 토토로를 보면서 픽 웃고 사진을 찍으니 마음이 한결 좋아진다.
봄은 토토로가 아니 현승이가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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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맘 2014.03.13 12:39

    수술 잘 끝나셨는지~?

    • BlogIcon larinari 2014.03.13 15:37 신고

      잘 마치고 엄마 컨디션 좋아. 감사하다. ^^
      내 얼굴 보자마자 젤 먼저 하시는 말씀,
      "양배추 찐 거 갖고 왔니?"
      수술이고 뭐고 니는 먹을 거나 챙겨오라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민맘 2014.03.13 16:20

      그래~감사하다ㅋㅋㅋ어쨌든 잘 회복되셔서, 천국가실땐 건강하게, 잠자는 것처럼 가시기를 기도하자..^^ 어쨌든 음식을 채워드려~^^힘이야 들겠지만, 나중에 맘 아프지 않게..

 

 


정말 오랜만에 집구석에 딱 박혀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낼 순간이었다.

해가 지고 있는데
"엄마, 하루 종일 집에 있었잖아. 한 번도 안 나갔지?
나랑 한강 가자. 집에만 있으면 안 돼"
라며 기어코 엄말 끌고 나갔다.


자전거 탄 아들내미 강변까지 나가는 골목에서 차가 오면 멈춰 서고 또 한 대 오면 또 멈춰서고.
이 녀석 겁이 정말 많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마, 애가 조심성이 많으면 부모한텐 더 좋은 거 아냐? 걱정이 안 되잖아.
사고 날 일이 별로 없잖아" 란다.


웬만큼 소심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긴 너무 조심성이 많으면 답답하겠다. 부모로서" 란다.


알긴 아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뭐. 아주 약간 답답한 정도지? 안 그래?" 란다.


(니가 내 할 말까지 다 하는데 나는 입을 왜 달고 나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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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현승,
무심한 듯 세심하게 새로운 선생님을 스캐닝하다. 


D-3

엄마, 수영장 버스 탈 때~애. 맨날 따라가는 엄마가 있어.
그래서 버스 기다릴 때도 같이 서 있어.
그 아줌마가 어떤 스타일이냐면, 디게 적극적인 엄마 있지.
학교에도 많이 오고, 뭔가 막 애들한테 열심인 엄마 있잖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래서 그 엄마가 학교에 대해서도 잘 아나 봐.
오늘 버스 기다리는데 그 아줌마가 나 5학년 몇 반 됐냐고 해서 3반이라고 했더니,
좋겠대. 3반 선생님이 ***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 디게 좋은 선생님이래.
(옆에 있던 누나) 맞어, 나 5학년 때 그 선생님 5학년 어떤 반 선생님이었는데 인기 좋았어.
새로운 환경에 대해 보통보다 조금 더 민감한 현승이가 일단 조금 안심입니다.


D-0

다녀왔습니다.
엄마, 안 좋은 소식이야.
그 아줌마가 잘못 알았어.
*** 선생님이 아니야.
###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야.
글쎄.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첫날이라 조금 참으시는 것 같은데 며칠 지나면 화를 잘 내실 것 같애.
그리고 규칙이 굉장히 많으셔. 그걸 다 얘기하느라고 설교하는 것 같이 길게 얘기해.
일단, 농담을 하나도 안 하셔.


D+1

다녀왔습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선생님을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대.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선생님 생각이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면 안 된대. 열심히 해야 된대.


D+2


엄마, 우리 선생님은 비유를 참 잘 하시는 것 같애.
어떤 애가 뭐든지 디게 디게 늦게 하는 애가 있어.
내가 걔랑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어서 알거든. 뭐든지 정말 정말 늦게 해.
오늘도 2교시에 시작한 미술을 끝날 때까지 했어.
그래서 애들이 자꾸 놀렸거든.
그랬더니 선생님이 딱 그 말투가 있어. 선생님 말투가. 딱 어떻게 정해진 말투거든.
그 말투로 이렇게 말했어.
"여러분, 거북이가 나빠요?"
비유를 진짜 잘 하시지?


D+3

엄마, 오늘 드디어 선생님이 어떤 애를 울리셨어.
그 애가  자존심이 엄청 강한 애기는 해.
선생님이 애들 다 보는 데서 걔가 학습장 제대로 안 쓴 것에 대해서 막 뭐라고 뭐라고 하셨거든.
좀 잘못 하기는 하셨지.
그런데 걔가 자존심이 강한 애라서 빨리 울었어.
(엄마 : 우리 현승이도 한 자존심 하는데..... 니가 그 애였으면 어땠을 것 같애?)
나는? 나는 친구들 웃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혼나고 들어올 때 고개를 이렇게 하고 내가 쫌 웃으면 애들이 따라 웃어.
그리고 그때 까부는 남자애들하고 눈 마주치고 웃으면 다 웃어.


D+4

엄마, 임00 선생님(작년 담임 선생님)이 드디어 애들한테 오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4학년 때 애들이 매일 같이 선생님을 찾아가.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만 오라고 하셨어.
엄마, 내가 3학년 4학년 때 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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