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이야기377 고3의 말 야간자율학습 하는 고3이라 마주앉아 긴 수다 떨 시간이 없네. 짧게라도 농담 따먹기 하는 게 참 재밌는 아들인데... 테이블 맞은 편 저 자리에 와 서성거리면 놀자는 얘긴데, 그럴 시간이 없다. 주말이 좋다. 오랜만에 돌아온 내 농담 따먹기 친구! 엄마, 나 음식 쓰레기 버리고 한 바퀴 돌고 올게. 돌고 올게. 알았지? 그래, 갔다 와. 엄마, 돌고 들어오면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어떻게? 뭐? (상상이 안 되네) 돌았냐? 돌았어? 이렇게 한 마디 해 줘. 알았지? 깔깔깔깔.... 이런 개그 너무 좋아. 내 소중한 농담 친구!!! 아, 며칠 전 아침. 준비를 너무 빨리 했다면서 현관에 서서 밍기적거렸다. 그 짧은 시간, 취향저격 몇 말씀 남기고 등교하셨다. 애는 나갔는데 현관 근처에서 말의 여운.. 2022. 4. 16. 구미도서관 고덕도서관 고3이 되어 야자의 삶을 사는 현승이와 주말 데이트를 했다. 2001아울렛 지하에서 가성비 좋은 회전초밥을 맛있게 먹고 집에 오늘 길. 고3 맞이 몸만들기 운동 차 겨울 동안 다녔던 구미도서관 옆을 지나는 중이었다.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애를 데리고 구미도서관에 한 번 오며 재밌겠다. 공부하던 곳도 보여주고, 매일 가던 미정국수에 같이 가서 밥도 먹고... 재밌겠지?" "아빠가 너 도서관 갔다 온 날 늘 하는 얘기 있지? 엄마빠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났다는 고덕도서관. 거기서 자판기 커피에 초코칩 쿠기 먹고, 매점에서 우동 먹은 얘기 알지?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는 얘기. 거기 아빠가 대학생 때 다니던 도서관이거든. 아빠가 지금 너한테 고덕도서관에 같이 가자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아.. 2022. 3. 25. 답안지 ❝엄마, 학교에서 쌤한테 전화 올 수도 있어.❞ 기말고사 마지막 날, 시험 치고 온 현승이가 말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쓰는 에세이가 시험 문제였는데. (일반 고등학교 아님) 답안을 쓰는데 분노의 볼펜질이 되었다고. 전투적으로 쓰고 있으니까 감독 쌤이 오셔서 "답안지 더 줘?" 먼저 물어보실 정도였다고. 결국 다 쓰고 마지막에 '전두환 개새끼'라고 써버렸단다. 그래서 쌤이 엄마한테 전화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쓰고 두 줄 그었으니까, 쌤이 뭐라고 하면 "아, 지웠는데 용케 보셨네요." 하면 된단다. 어쩌면 쌤도 좋아하실 수도 있다며... 2021. 12. 9. 누나 효과 "나도 닭껍질 좋아한다고!" 채윤이가 닭껍질 좋아하는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후라이드 치킨, 백숙 가리지 않고 닭껍질은 다 좋아한다. 돼지고기 살코기 없이는 먹을 수 있지만 비계 없이 먹을 수 없다. 엄마지만, 어른이지만 진심 존경한다. 정말 나는 아직도 돼지고기 먹을 때 몰래 비계 떼어내고, 백숙 닭껍질은 먹을 생각도 못한다. 튀긴 닭 껍질의 고소한 맛을 겨우 좀 안다. 그것도 정말 채윤이 덕이다. 하도 어릴 적부터 "나 껍질만 먹으면 어때? 안 돼?" 했쌌길래 경쟁심에 먹어보다 맛을 들였다. 얼마 전 닭 백숙을 먹다 현승이가 내지른 말이다. "나도 껍질 좋아한다고!" 누가? 누가? 현승이가? 니가 무슨 닭껍질을 좋아하냐고, 조금만 입에 껄끄러워도, 조금만 느끼해도 다 뱉어내는 놈이, 일찍이 "배.. 2021. 8. 28. 걷기와 생애 발달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사춘기. 내가 '신앙 사춘기'에 대한 글이나 강의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데. 진짜 사춘기가 그렇다. "엄마, 나랑 산책 한 번 할까? 오늘 한 번도 안 나갔잖아?" "오늘 친구랑 미금역에서 죽전역까지 걸었어. 얘기하면서 걸었지." 현승이가 이런 말을 할 때, '녀석 사춘기가 완전히 끝났네'라고 생각한다. 사춘기를 알리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걷기 싫어하기'로 그 신호탄을 터트렸다. 채윤이 5학년 때, 영월 하루 여행 갔다가 '걷기 싫어하기' 증상이 발현하여 '한반도 지형'을 코앞에 두고 보지 못하고 돌아온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 어간 설악산에 가서 흔들바위까지 걷고 돌아오는데, 어르고 달래고 혼내면서 울산바위 올랐다 내려온 에너지를 썼다고나 할까. 여행 가.. 2021. 8. 19. 창의성 남용 "내 방만 업쒀~어! 여긴 내 공간이야아~! 이거 치우라고! 여기 앉아 있찌 말라고~오!" 라고 강짜를 놓으며 살고 있는데, 올여름은 좀 진심 미안하게 되고 있다. 말하자면 거실 탁자가 작업실인데, 글이 안 써지고 강의 준비가 풀리지 않으면 옆에 알짱거리는 아무라도 붙들고 신경질을 낸다. 너 때문에 지금 정신 산란해서 글이 안 써지는 거야!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집중을 할 수 있겠냐고! 그러고 보면 내 성질에 딱 맞는 작업실이다. 남 탓하기 좋아하는 내게, 어떻게든 사람과의 끈이 있어야 일을 하는 내게 말이다. 그런데 여름이고, 뜻밖의 줌 강의가 상시로 있는 요즘. 에어컨 있는 유일한 공간을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니다. 가족들은 각자 자기 방에 갇혀 선풍기 하나 씩 끌어안고 더운 공기.. 2021. 8. 7. 고민 아빠, 나 이번 금요일에 전교생 예배에서 대표기도 해야 돼. 그래, 기도문 미리 생각해서 잘 써. 알았어. 쓰면 좀 봐줘. 그래, 니네 엄마가 작가잖아. 엄마한테 검사받아. 알았어. 어? 그런데 아빠는 목사잖아. 고민이네. 작가한테 부탁해야 하나? 목사한테 부탁야 하나? (늦게 들어온 누나에게 고민 상담) 누나, 나 학교에서 대표 기도해야 하는데, 기도문 써서 누구한테 봐달라고 해야 해? 작가한테? 목사한테? 콘셉트를 먼저 정해. 어떤 식으로 잘하고 싶은지. 작가처럼 잘하고 싶은지, 목사처럼 잘하고 싶은지. 그렇구나! 알았어. 아아, 괜찮다. 작가가 사모님이야. 됐네. 엄마네! (왜? 사모님이 성직자도 아닌데, 사모님과 기도가 왜?) 2021. 5. 10. 신앙고백 태어난 지 백일이 안 된 아이가 끙끙 몸을 뒤틀다 뒤집는 걸 보면서 놀라고 행복해 뒤집어졌던 기억. 현승이 성장을 보며 잊을 수 없던 순간이었다. 성장과 발달. 먹이고 씻기고 재웠을 뿐인데 세워 안으면 끄덕끄덕 하던 목에 힘이 들어가고, 천장만 보던 아이가 뒤집고, 혼자 앉고, 배밀이로 기동력을 장착하는 것, '엄므, 엄므'하고 부르는 것.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몸과 마음이 발달하듯 신앙과 영성도 발달단계가 있다. 애 둘 쯤 키우고 나면 말이 조금 늦는다고 안달할 일이 아니구나, 알게 된다. 개인차가 있지만 결국 말을 하고, 응가를 가리게 되더라는.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성장한다. 유아세례 받았던 현승이가 2020년 송년주일에 입교를 했다. 아이의 신앙 발달의 변화가 블로그에 그대로 남아있다. .. 2020. 12. 31. 인형 뽑기 "진짜 버릴 거야. 각자 살릴 인형 골라가!"정리하고, 그다음에 정리한 다음 또 정리하는 나날. 정리 대장 아빠가 인형 보따리를 풀었다. 한 번씩 "이번엔 싹 다 버리자" 해놓고도 막상 하나 씩 눈을 맞추면 또 집어넣게 된다. 이건 할아버지가 사주신 거, 이건 학교 바자회에서 처음으로 산 것, 내가 이렇게 하고 들고 왔잖아... 한 놈 한 놈이 다 사연이 있다. 가장 오래된 미키 미니 인형은 데이트 시절 남편에게 처음을 받은 선물이다. 철학과 4학년 학생 JP가 나름 큰돈 썼던 거고, 당시 미키 미니 덕질에 빠져 있던 나는 엄청난 감동을 받았더랬다. 그래서 못 버림. 테디 베어 네 마리는 채윤이 현승이 각각 두 마리씩 소유인데, 어쩌면 그렇게 어릴 적 채윤 현승을 꼭 닮았다. 특히 교복 치마에 츄리닝 바.. 2020. 12. 26. 파 까던 아이 마늘을 까다 "아우, 이거 마늘 까는 게 재밌는데. 더 까면 안 돼?" "남은 마늘 내가 나중에 깔게." "오늘은 이 마늘 다 까야겠다." 온라인 수업 중 쉬는 시간에 나와 마늘을 까는 아이. 기시감이 든다 싶었더니, 8년 전 엄마 마음에 들고자 파를 까던 아이였다. 제가 깐 마늘의 반은 제 입으로 들어간다. 마늘을 좋아하는 아이. 고기 반, 마늘 반 구워서 마늘을 더 맛있게 먹는 아이. (클릭) -> 2012/10/25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엄마와 함께 파 까기 2020. 9. 4. 이전 1 2 3 4 5 6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