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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377

사춘기, 패셔니스타의 꿈으로 오다 ​ 엄마, 나도 이제 옷을 멋지게 입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나 이제 옷을 좀 멋지게 입을 거야. 알겠어? 패셔니스타가 될 거라고. 나도 이제 영빈이 형아나 누가 입던 옷을 주지 말고 사는 옷을 좀 사줘. 왜 누나만 자꾸 옷을 사줘? 나도 옷을 사달라고. 나는 모자도 잘 어울리잖아. 라며..... 엄마 장롱 털어 1인 패션쇼 시위. 이 패션은 어때? 공항패션 같애? 에 나오는 사람 같애? (이...... 이뿌다. 너) 2016. 1. 23.
냉장고야, 아들을 부탁해 ★ 저녁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과일박스 귤 사이로 계란 한 알이 끼어 있는 것이다. 내가 이제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는구나. 냉장고에 휴대폰 넣기.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 담아서 또 냉장고에 넣기. 노화하는 나의 뇌야, 냉장고를 부탁해. 어제 저녁에 손님 식사준비 하다 계란 몇 알 들고다녔던 기억. 그래, 한 알은 과일박스에 고이 넣어두었구나. 나중에 치매가 오더라도 MRI 찍을 필요도 없다.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보면 될 거야. 삶은 빨래가 냉장고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초를 켜서 넣어둘 수도 있겠다. 냉장고야, 나의 뇌를 부탁해. ★★ 깜깜하도록 한강에서 놀고 들어온 현승에게 고해성사할 요량으로 현승아, 이거 봐. 엄마가 미쳤나봐. 엄마, 이 계란 내가 여기 놓은 거야. 왜~~~~~.. 2015. 12. 22.
이제 나타났으니 현승아~아. 우쒸, 커피 준비하라고? 그럴 줄 알았어. 엄마 아빠가 딱 앉아 있는 폼이 딱 커피 마실 타임이 된 줄 알았어. 투덜투덜 군시렁군시렁.엄마, 세상에 커피 내릴 준비를 이렇게 잘하는 6학년이 있을 것 같애? 칭찬을 더 하라고. 더 세게 칭찬을 해. 그리고 엄마 커피 가는 기계 제발 하나 사. 엄마도 귀찮잖아. 나도 진짜 귀찮고. 나는 약하게 볶은 커피가 정말 싫어. 안 갈려. 딱딱해. 음.... 오늘은 강볶음 커피구만. 마음에 들어.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고, 컵을 데우고, 여과지 접어서 커피를 담고, 주전자에 물을 채우기까지! 커피 내릴 준비를 완벽하게 해주는 아들 현승에게서 낯설지 않은 눈빛이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한 3년 쯤 전에 봤던, 정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눈빛을 채윤이에게서 봤.. 2015. 12. 7.
도롱도롱한 소리들 ​ #1 마포나루를 헤집다 땀범벅이 되어 들어온 현승이는 잽싸게 샤워를 하고 벌써부터 잠옷으로 빼입고는 우크렐렐렐레.... 하고 있다. 밥을 차려놨는데 부르던 노래 한 곡이 끝나질 않아서 아직 도롱도롱 우크렐렐레 중이다. 사랑했지마~안 그대를 사랑해앴지마~아안...... 원곡 가수의 분위기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소리. (도롱도롱 도로로로롱 도롱) 그저 이이러케 멀리서 바아라 볼 뿐...... #2 엄마, 엄마는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 나는 엄마, 개미로 태어나고 싶어. 엄마, 개미가 인간이 보기에 제일 무시하기 쉽고 하찮은 거지? 그런 거 같지 않아? 개미도 생각이나 이런 게 있을까? 개미가 꼭 되어보고 싶어. 현승아, 밀림의 왕자 사자, 라이언 킹 이런 게 돼보고 싶지는 않.. 2015. 7. 9.
두뇌 확장공사 시작 ​ "고모가 사줬어요. 부드러워요" 말을 하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끄럼쟁이 현승이가, 묻는 말에도 부끄부끄 대답이 어려운 현승이가, 안물! 아무에게나 다가가 했던 말입니다.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좋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고모가 사준 옷이 부드러워요. 현승이는 '부드러운' 것에 집착해왔습니다. 부드러운 천, 부드러운 엄마 살, 부드러운 말투, 심지어 먹는 것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리하여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빵이 베이글이었습니다.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아야 빵이지. 엄마가 먹으라니까, 안 먹으면 부드러운 엄마의 말투가 딱딱해질테니 억지로 먹는 거지 질겅질겅 씹어 먹는 빵이라니 딱 질색이었습니다. 코스트코에 가면 (저렴 리스트 상품 1순위라) 꼭 사와야 하는 것이 베이글. 며칠 새 베이글.. 2015. 4. 9.
삼 대 수선의 손 ​ 멀쩡한 휴지걸이를 떼내고 얼기설기 수제품 휴지걸이로 교체. 심심해서 그냥 만들어봤다고 하는 현승이 작품입니다. 심심해서? 일 없으면 발바닥이나 긁어, 라고 말씀하시던 우리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데. 차마 그 목소릴 들려주지 못했고. 저게 뭐냐, 없어 보이게, 라고도 하지 못했고. 그냥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노라니 여러 생각이 납니다. 현승이의 손길에서 아버님의 향취가 느껴집니다. 아버님은 수선의 손을 가지고 계셨고 뭐든지 고치셨지만 미학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셨지요. 예를 들면, 우리 신혼집이 구옥이긴 했어도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샛노랑으로 도배한 예쁜 집이었습니다. 여름이 와서 현관에 발을 걸어야 했는데 심사숙고 끝에 파스텔톤의 야리야리한, 보기만 해도 왈랑왈랑 신혼 분위기 물씬의 발을 사서 걸었습니다.. 2015. 3. 30.
영 올드 가이 ​ 를 본 채윤이 누나는 더욱 재즈에 빠져들어, 현승아, 누나랑 이 음악 같이 듣자했샀는, 를 같이 본 현승이, 영화는 좋았다면서도 노! 싫어. 그러며 여전히 혼자 듣는 노래는 이런 것입니다.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 김광석 아저씨이거나 언젠가 오랜 이별 뒤에 잊혀진 나의 이름이 너의 마음 속에 되살아날 때..... ♬ 신승훈 아저씨의 발라드이거나 네모난 상자 안에 갇힌 동그란 마음..... 우린 검증받지 않은 번역가들.... ♬ 따밴 이승윤 형아. 제 병을 제가 아는 듯, 엄마, 나 노인병 걸린 거 아닐까? 왜 나는 요즘 노래가 좋지 않고 옛날 노래만 좋지? 하더니만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지 요 며칠 거실에 울려퍼지는 음악이 심상치 않습니다... 2015. 3. 24.
봄을 맞이하며 ​ 3월 14일 날씨 : 반팔을 입어도 딱히 춥지 않는 따뜻한 날 춥다 춥다 하다가 결국 봄이 왔다. 나도 내 일기장을 보는데 첫 번째 일기부터 보니 점점 날씨 표현이 따뜻해지는 것을 눈에 띄게 볼 수 있었다. 6학년 첫날까지만 해도 굉장히 추었지만 지금만 해도 굉장히 따뜻하다. 나는 봄이 한 계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름을 위한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봄이 빨이 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래야 여름이 빨리 오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봄이 따뜻해져서 좋긴 하지만 여름이 빨리 오면 좋겠어서 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추운 겨울보다는 따뜻한 봄이 훨씬 낫다. ================ 이 일기, 봄이 보면 좀 그렇겠다. 상처 받겠네. 봄도 현승이에게 존재 그대로 사랑받고 .. 2015. 3. 16.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 ​ (할머니와 통화하고 난 현승이) 엄마, 할머니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화면이 안 나온대. 지금 소리만 듣고 계신대. ..................... 너무 불쌍해. 엄마는 안 그래? 할머니 가엾지 않아? 나는 너무 슬퍼. 엄마. 방법이 없어? 아니이, 텔레비전을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크게 해결하는 방법 말야. 그래, 말하자면 그런 거. 같이 살면 엄마가 힘들어? 같이 살면 할머니는 좋지. 할머니가 뭐가 힘들어. 나는 그런 말이 이해할 수가 없어. 혼자 사시는 게 편해? 외롭잖아. (한참 얘기를 나눴는데, 많은 말이 튕겨 나왔다. 그리고 잠깐 말이 없었다. 거실에 엎드려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딸랑딸랑 슬픈 말소리를 냈다) 엄마, 사람이 언제부터 어른 마음으로 바뀌어? 나는 어른 마음이 되고 싶지가.. 2015. 3. 13.
연예인 병 우리집 강아지는 바리스타 강아지 ♪ 핸드드립은 커피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담아내는 추출방법이고, 느림의 미학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도록 하는 영성적 도구....... 다 좋은데. 귀찮은 게 문제다. 물 끓이고, 잔 데우고, 원두를 갈고, 여과지를 접고, 1차 2차 추출...... 엄마 아빠 소파에 앉아 있다가 '현승아~' 하고 부르면. 우쒸, 싫어. 커피 준비 안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조마조마 했어. 왠지 커피 준비하라고 할 줄 알았어. 하다가도. 투덜투덜, 드륵드륵, 쫄쫄쫄쫄..... 그래서 우리집 강아지는 바리스타 강아지이다. 원고도 안 풀리고 마음도 싱숭생숭한 엄마가 멍 때리고 있으니까 엄마, 내가 커피 준비해줄까? 짜증 안 내고 한 번 준비해줄게. 나 이제 드립만 배우면 .. 2015.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