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쁨이 이야기374

사는 게 2008년 2월 22일에 포스팅 되었던 것입니다. 현승이가 여섯 살이던 때 기가막힌 노래를 하나 만들었었죠. 오늘은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라는 노래의 이 가사가 자꾸 입에서 맴돕니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제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새벽 강을 보러 떠날 수 없다면 현승이의 노래를 따라 불러 볼 일입니다. 파마머리 현승이도 귀엽고, 오늘 정서와 가사도 착착 붙기에 당시 올렸던 글과 댓글을 살려서 다시 한 번 대문에 걸어봅니다. ********************************** 현승이 작사 작곡의 아주 짧은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가사는 '사는 게 씨리리라라요' 입니다. 무한반복이 컨셉입니다. 뜻은 딱히 없는 것.. 2014. 7. 31.
현승이 기쁨, 할머니 기쁨 "엄마, 나랑 한강에 한 번 갈래?" 그렇게 둘이 한강에 나가서 손을 잡고 걸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면 '내가 지금 어른 남자와 얘기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 통하는 아이 현승입니다. 방학 하자마자 할머니 댁에 다녀왔는데 혼자 계신 할머니께 선물을 잔뜩 드리고 온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얘, 현승이가 뭐래는 줄 아냐? 나랑 같이 한강에 나갔는데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그러는 거야. 할머니, 저랑 같이 걸으니까 외롭지 않고 좋지요? 무슨 애가 그런 말을 하니?" 그렇게 들뜬 어머님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봤어요. 현승이에게 덕소는 텔레비젼이 있고 컴퓨터 자유이용권이 있고 왕자대접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서 좋은 곳입니다. 이번에는 더욱 설레는 일이 있으니, 처음으로.. 2014. 7. 27.
아빠 생각 엄마, 내가 죽으라고 말하는 얘기는 아냐. 그냥 이걸 물어보는 거야. 엄마는 엄마나 아빠 중에 누가 먼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니, 이건 진짜 만약이야. 만.약.에. 어떤 게 더 낫냐고. 나는? 나는..... 그러니까 죽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차라리 낫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나는 엄마가 아빠보다 늦게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애. 아빠가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너~어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어. 왠지 아빠는 혼자 남으면 '정신실, 정신실.....'이러면서 울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애. 엄마는? 엄마는 왠지 씩씩할 것 같애. 그러니까 아빠가 먼저 죽는 게 낫지. 나는 아빠가 혼자 있는 생각만 하면 너무 불쌍해. 그리고 나는 아빠가 죽고 엄마가 혼자 있으면 무조건 엄마를 우리집에 데려올 .. 2014. 6. 18.
일등 신랑감 되어간다 엄마, 지금 통화할 수 있어? 내가 있잖아..... 흐흐흐흐흐흐...... 바자회에서 산 개구리 목 베개 있잖아. 그게 튿어진 거야. 그래서 솜이 막 나오거든. 내가 바느질 했어. 학교에서 배웠잖아. 강의 끝나과 와서 바봐. 내가 핸 거. (흰실로 얼기설기 엮어서 막아놓고, 검정실로 알 수 없는 모양을 새겨 넣기도 했다. 큭큭) 실과 시간에 바느질 배운 것 바로 생활에 적용. 집에 빵꾸난 거 없냐? 뒤지고 찾고 하다가 옷을 만들기로 했단다. 분신과도 같은 테디베어 옷 만들어 입히기. 작아진 내복을 쑥쑥 자르더니 대충 막 오려서 갖다대고 바느질 시작. (방점은 바느질에 있으니까) 엄마 없을 때 배고프면 계란프라이 혼자 해먹는 기능, 후루룩 국수 끓여 먹는 기능, 매실 타먹는 기능, 빨래 널고 걷어서 개키는.. 2014. 6. 2.
미인 (누나와 동생이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 중) 누나 : 현승아, 솔직하게 한 번 말해 봐. 여자로 볼 때 엄마랑 누나 중에 누가 더 예뻐? 현승 : (7초 뜸)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누나 : 그래도 그냥 말해 봐. 현승 : (7초 미적미적) 누나 크면 얼굴이 바뀌겠지? 누나 : 그런 말 하지 말고~ 누가 더 예뻐? 현승 : (7초 침묵) 누나 나중에 성형 할 거야? 누나 : 야, 내가 이렇게 예쁜데 성형을 뭐하러 해? (농담인 것 같음. 그렇게 믿고 있음) (어쨌든 이 주제는 여기서 마무리) (현승이 안도의 숨소리 들리는 듯함) (채윤, 답을 못 들었기 때문에 나중에 또 물어볼 것 같음) 2014. 3. 17.
토토로가 가져 온 봄 날은 점점 따뜻해지는데 내 마음 쉽게 따스해지질 않고, 이웃들의 소식도 여전히 춥고 메마르다. 어제 저녁 늦게 '이러고 있지 말자' 하며 일어나 화분 분갈이를 정리를 했다. 163센치 채윤이까지 괜히 들떠서 덩달아 옆에서 부산을 떨었다. 바닥 걸레질까지 다 마치고 고개 들어보니.... 어,토토로! 너가 여기 웬일이니? 화분이 이니라 토토로를 여기로 데려온 현승이 마음과 손길이 내겐 봄과 같다. 엄마 수술하시는 날이다. 아픈 엄마로 인해 크게 영향받지 않고 덤덤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은 확연한 무게감으로 온다. 나무 아래 토토로를 보면서 픽 웃고 사진을 찍으니 마음이 한결 좋아진다. 봄은 토토로가 아니 현승이가 가져왔다. 2014. 3. 13.
유구무언 정말 오랜만에 집구석에 딱 박혀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낼 순간이었다. 해가 지고 있는데 "엄마, 하루 종일 집에 있었잖아. 한 번도 안 나갔지? 나랑 한강 가자. 집에만 있으면 안 돼" 라며 기어코 엄말 끌고 나갔다. 자전거 탄 아들내미 강변까지 나가는 골목에서 차가 오면 멈춰 서고 또 한 대 오면 또 멈춰서고. 이 녀석 겁이 정말 많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마, 애가 조심성이 많으면 부모한텐 더 좋은 거 아냐? 걱정이 안 되잖아. 사고 날 일이 별로 없잖아" 란다. 웬만큼 소심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긴 너무 조심성이 많으면 답답하겠다. 부모로서" 란다. 알긴 아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뭐. 아주 약간 답답한 정도지? 안 그래?" 란다. (니가 내 할 말까지 .. 2014. 3. 11.
새 선생님 스캐닝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현승, 무심한 듯 세심하게 새로운 선생님을 스캐닝하다. D-3 엄마, 수영장 버스 탈 때~애. 맨날 따라가는 엄마가 있어. 그래서 버스 기다릴 때도 같이 서 있어. 그 아줌마가 어떤 스타일이냐면, 디게 적극적인 엄마 있지. 학교에도 많이 오고, 뭔가 막 애들한테 열심인 엄마 있잖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래서 그 엄마가 학교에 대해서도 잘 아나 봐. 오늘 버스 기다리는데 그 아줌마가 나 5학년 몇 반 됐냐고 해서 3반이라고 했더니, 좋겠대. 3반 선생님이 ***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 디게 좋은 선생님이래. (옆에 있던 누나) 맞어, 나 5학년 때 그 선생님 5학년 어떤 반 선생님이었는데 인기 좋았어. 새로운 환경에 대해 보통보다 조금 더 민감한 현승이가 일단 조금 안심입니다. D-.. 2014. 3. 7.
아가야, 누려 저녁 먹고 혼자 커피 한 잔 하려고 드르륵 드르륵 하고 있었는데, 내복맨 현승이가 갑자기, 엄마! 아니다. 아니다. 다시. (고생을 기억하는 목소리로 톤을 바꾼 후에) 어머니, 어머니 커피 드시는데 제가 컵 골라드리는 호사 누려도 될까요? 란다. 물론, 어머니는 그 필 그대로 받아서, 아가야, 컵 골라주는 호사 누려! 했고. 아가는 저 빨간 컵을 골라주었다. 잠시 후, 어머니, 저..... 아빠 홍삼 반 봉지만 먹는 호사 누려도 될까요? 라길래. 아가야, 아빠 홍삼 반 봉지 먹는 호사 누려! 했다. 잠시 후 바이올린 연습을 하려다가, 어머니, 저 바이올린으로 (패닉의) 달팽이 연주하는 호사 누려도 될까요? 새들처럼도요. 란다. 그래서 또 물론, 아가야, 달팽이, 새들처럼, 연주하는 호사 누려! 했더니, .. 2014. 1. 29.
힐링캠프_母子편 엄마와 단둘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는 현승이의 수다봉인이 풀립니다. 질문도 많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무한 길고.... 오늘 생각해보니, 이게 현승이의 배려심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집에서 엄마는 집안일을 하거나, 원고를 쓰거나,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으려고 하니까 맘 편히 수다요청을 못하는 것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둘이 김포에 가느라 자동차 데이트를 하게 되어 힐링캠프 따위는 울고 갈 딥토킹을 하게 되었지요. 솔까말, 현승이와의 대화는 웬만한 어른들과의 대화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질문으로 대화를 여는 상담자인지 내담자인지 모르겠는 현승이) 현승 : 엄마, 내가 빌라에 사는 건 여기가 처음이지? 나는 아파트에만 살았잖아. 엄마는 빌라에서 사는 게 어때? 엄마 : 뭐.. 2013.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