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집구석에 딱 박혀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낼 순간이었다.

해가 지고 있는데
"엄마, 하루 종일 집에 있었잖아. 한 번도 안 나갔지?
나랑 한강 가자. 집에만 있으면 안 돼"
라며 기어코 엄말 끌고 나갔다.


자전거 탄 아들내미 강변까지 나가는 골목에서 차가 오면 멈춰 서고 또 한 대 오면 또 멈춰서고.
이 녀석 겁이 정말 많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마, 애가 조심성이 많으면 부모한텐 더 좋은 거 아냐? 걱정이 안 되잖아.
사고 날 일이 별로 없잖아" 란다.


웬만큼 소심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긴 너무 조심성이 많으면 답답하겠다. 부모로서" 란다.


알긴 아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뭐. 아주 약간 답답한 정도지? 안 그래?" 란다.


(니가 내 할 말까지 다 하는데 나는 입을 왜 달고 나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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