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연습하려던 현승이가 춥다고 엄마 파카를 몸에 걸치는 순간,
지겹고 무겁던 바이올린 연습이 완전 새털 같이 가벼워졌습니다.
'와, 엄마 나 봐. 나 모짜르트 같지. 동영상 찍어.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
제목은 꼬마 모짜르트라고 해'
이왕 하는 거 인사도 하라는 팬들의 성화에 언제 적 개그 '이건 아니잖아'도 시전.



주1) 나인국 --> 첼리스트  ㅎㅎㅎ
주2) 카메라를 비켜선 곳에선 꼬마 모짜르트의 누나가 가브리엘스 오보에에 맞춰서 댄스를 하고 있었
      습니다. 아주 잠깐 무대 뒤로 도망가는 뒷모습이 잡혔습니다.
주3) 마지막 부분에 모두 쓰러지는 이유는, 이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식탁의자에 앉아 독서삼매경이던
      아버님께서 딸이 카메라에 잡혀 놀라 지르는 소리에 놀라서 버럭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연주가 끝나고 조용해졌을 무렵.
모짜르트 누나에게 조용히 그 분이 오셔서 베란다 유리를 보시면 그 분과 대화중이셨습니다.
짧은 순간이라도 잡기 위해 틈을 봐서 카메라를 들이댔으나 역시 뒷모습 캡쳐 정도의 소득 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
모델님 겨우 어르고 달래서 한 장 남겼습니다.
파카 하나가 저녁시간 집안 분위기 완전히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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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현승이가 좋아하는,
현승이의 코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시는 털보아저씨가
남한산성에서 찍어주심



그 날,

굴욕엄마 쿨한 딸에게 마음으로 무릎 꿇었던 그 날,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부시시한 얼굴로 주섬주섬 오리털 파카 주워 입고 딸의 근엄함 명을 받잡고 수영장으로 갔다.(수영장으로 말하자면 집 바로 앞에 있는 청소년 회관인데 이번 달부터 두 녀석이 함께 다니고 있음)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이 다소 연약하신 티슈남 현승이가 약간 걱정스러운 상태다. 일단 새로운 곳은 무조건 부담스러운데다, 레인에서 제일 작은데다, 물이자기 키보다 깊기 때문에 물 속에서 수영을 하지 않을 때고 계속 뛰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선생님이 너무 무서운데다, 과격한 형아들이 많은데다가...... 티슈남 현승은 갈 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얼굴인 것이다.  


수영하는 내내 가슴 졸이며 관람하고 있는 엄마. 그런 엄마의 짐승적 모성본능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버럭남 수영선생님이 우리 티슈남을 향해, 뾰족한 과실을 찾을 수 없는 티슈남을 향해 버럭 화를 낸 것이다.
모성이란 어쩌면 이리도 맹목적인 본능이란 말이냐.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인것을, 엄마 자신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 여린 것들에게 분노의 폭탄을 날리면서 말이다.  '내 새끼를 저런 식으로 대하다니!' 순간 엄마의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오고, 심장은 쿵쿵거리고, 찢어지는 가슴을 억누를 길 없어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어서 수영시간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ㅠㅠㅠㅠㅠㅠㅠ


수영을 마치고 나온 아들을 보고는 안쓰러워 죽을 것 같은 짐승본능 엄마는 울음이 터질듯한 목소리로  '현승아, 아까 수영선생님이 너한테 갑자가 화내셨지? 괜찮았어? 그 때 마음이 어땠어?' 했다.
아들은 사춘기 소년같은 뚱한 표정으로 '왜애? 그걸 왜 물어? 내가 그 대답을 꼭 해야 돼?' 하고 나온다. '아니, 엄마가 궁금하잖아. 걱정이 돼서 그렇지. 괜찮았어?' 하고 물어도 별대답 없이 왕무시.


결국 대답하지 않는 아들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 독대하고 앉았다.(내 자존심이란 불과 두 시간 전에 이 아들의 누나한테 짓밟힐대로 짓밟힌 상황 아닌가? 그래 끝까지 가보는거야. 어차피 난 굴욕녀니깐)

(정말 말도 안되게 구차한 줄 알면서도 계속 난 돌아오지 못한 강을 건넌다. ㅠㅠ)
'현승아, 아까 어땠는지 왜 말을 안해줘?'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속터진다는 듯)
'아니~이, 엄마가 왜 그걸 자꾸 물어보냐고? 왜 꼭 내가 말해야 하냐고?'

'아니, 니가 너무 속상할까봐 마음을 좀 풀어주려고....'

(성의없이, 찌질엄마를 어떻게든 떼내야겠다는 듯)
'처음에는 잠깐 속상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

'그래? 그럼 지금도 괜찮은거지? 너 청소년회관 수영장 너무 힘들어? '

'응, 선생님도 너무 무섭고 형광색 수영모자 쓴 형아도 자꾸 괴롭혀. 근데 괜찮아. 그 형아가 괴롭히는 거 내가 다 피했어.'

'그럼, 현승이 너 여기 그만 다닐래? 매일 안간다고 했잖아. 그만 다닐까? 엄마가 안된다고 했었는데 니가 정말 안다니고 싶으면 다니지 말자'

(정말 이 대화가 귀찮고 무의미하며 오직 빨리 끝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는 듯)
' 일단 한 달은 끊은거니까 이번 달 다니고 그 담에 다시 생각해보자!'

'응?.......담에?......어......그......그래.....다.......으.....음....#*&%#$#^.......'

'됐지?'

라는 한 마디 남기고, 두 시간 전 지 누나가 그랬듯 뒤도 안돌아보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룍녀 엄마는 냥  자리에 를 파 들어앉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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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놈

거실에 엎드려서 궁댕이를 하늘 쪽으로 하고는
기탄(기초탄탄 수학 문제)을 풀고 있던 초딩 1학년 아들 놈의 중얼거림.

'아, 선수교체 하고 싶다. 엄마랑 선수교체 하고 싶다. 엄마는 기탄 풀고 난 컴퓨터 하고...'

야이, 작은 놈아.
싫거든. 나도 어른되는 거 공짜고 된 거 아니거든.
내가 미쳤다고 앞으로 10년을 넘게  학교 다니고 시험볼 선수하고 교체를 하냐?
싫.다.고.



#2 큰 놈

'엄마, 나 사실 엄마가 너무 싫어서 가출하고 싶었던 적 있었다'
'진짜? 나도! 나도 니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출하고 싶은 적 있는데....'

야이, 큰 놈아.
엄마 노릇은 쉬운 줄 아냐?
만나는 엄마들 마다 영어는 뭐해요? 수학은 어느 학원 다녀요?
방학 때 4학년 수학 한 번 훑었어요? 우리 애는 두 번요.
이번 담임 선생님은 뭘 좋아한대요? 이러면서 불안을 조장하는 시대의 엄마들 사이에서.
학원도 안 보내고 집에서 학교 공부 다 시키고, 독서지도에 큐티지도 까지 하면서
나는 뭐 살만 한 줄 아냐?
콱, 가출해 버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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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월요일.

남편이자 애인이며 돌쇠이며 영적지도자이신(너무 띄웠다 ㅋㅋ) JP님과 커피 한 잔.
무르익어가는 대화 중에.....
'그래서 여보,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다는 건 결국 어떤 종교적인 체험을 갈구하는 것이고, 결국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이상화한 여성 즉, 아니마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해' 라며 내가 지식의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만화책 땡기고 있던 올해로 초딩이 되는 김현승 군.
'아! 엄마, 저 책에 있는 아니마 말하는 거지? 저기 있는 책, 아니마와 아니무스!'
'야, 짜식 진짜 유식하다'ㅋㅋㅋㅋ


'야, 김현승! 책 좀 찾아와. 사회적 하나님 어딨어? 파파기도는? 이순신책은?' 이러면 도서관 사서처럼 냉큼 뛰어가서 책 찾아오는 거 아주 좋아하는 놀이다. 일종의 책 찾아오는 강아지라고나 할까?


이 놈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책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왔지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이렇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종교적인 세상에서,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라 되라고 하는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하나님을 전심을 다해 지켜드리라고 부추기는 가르침 속에서, 뭔가 열심히 기도하고 잘하면 복을 주시고 잘 되게 하실 거라는 왜곡된 하나님을 붙들려는 내 자신 속에서 말이다.
어떻게 사랑의 하나님을 배울 수 있었을까?
내게 사랑의 하나님을 가르쳐준 분들은 래래 크랩, 헨리 나우웬, 제랄드 메이, 달라스 윌라드, 고든 스미스, 안셀름 그륀, 데이비드 베너....최근에 웨인 제이콥슨 까지....  이런 저자들의 정직한 글들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책을 읽을 줄 몰랐으면 어쩔 뻔 했어!


김현승에게 '야, 너 로보트들이 다 누워있고 저게 엉망으로 돼 있잖아.  니가 정말 니 로봇을 사랑한다면 잘 돌봐줘. 닦아주고 똑바로 세워주고' 아빠랑 둘이 잔소리 했더니...
로봇 하나 하나를 책꽂이 각각의 칸에 세워 놓고는...
'엄마! 내가 얘네들한테 책을 지켜주라고 했어. 인제 얘네들 한 칸에 모여있지 않고 따로 따로 책을 지킬거야'


없었으면 큰 일 났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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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누나가 부르는 노래는 금지곡이 된 원곡.
이 곡은 친구 휴대폰에 들어있는 노래를 배워서 두 녀석이 웃겨 죽겠다고 부르던 곡이다. 이 곡을 들은 엄마는 어릴 적에 불러봤던 노래라서 첨엔 좀 같이 깔깔거리면서 정신줄을 놓고  불렀다.


그러다가,
이 놈들이 응용해서 친구 이름을 넣는 것을 보고 금지곡 선언을 하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는.... 김채윤이 김현승하고 싸우고는 분이 안 풀려서 슬쩍 슬쩍 김현승을 약올리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현승이 아버지는 똥 퍼요....'
현승이 아버니 똥 푸면, 채윤이 아버지는 뭐하시냐?







그럭저럭 이 노래가 잊혀질 즈음....
지 누나에 의하면 아버지가 똥 푸신다는 현승이가 이런다.
'엄마, 그 노래~애. 음음음 음음음음.....(허밍으로) 이 노래 말야. 엄마가 불르지 말라고 했던 거. 이거 이렇게 불르면 안 돼? 이렇게 바꿔서 불르면....'
이렇게 해서 탄생한 '노가바', 일명 '코끼리 아저씨의 발' ㅋㅋㅋㅋ


듣기에 따라서는 더 웃긴 에피소드 하나.

이 노래를 처음 부를 때 '야, 이거 아직도 부르냐? 엄마도 어렸을 때 불렀는데...... '하고 따라 불렀더니.
'삼촌하고 어렸을 때 같이 불렀어?' 하더니 한참 있다가 현승이가.
'엄마!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 됐어? 그런데 이 노래는 누가 맨 처음 발명했어? 삼촌이 만들어냈지?'ㅋㅋㅋㅋ
현승이랑 채윤이에게 세상의 모든 우낀 노래, 우낀 얘기, ㄲㅌ퍼포먼스의 원조는 외삼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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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로 유년부 어린이가 된 남자.
성경 한 장 읽으면 달란트 한 개!
에 낚여서 성경읽기에 푹 빠진 남자.


하루에 한 장 읽는 건데 읽으니 재미도 있고해서 하루에 세 장도 읽어주는 남자.
이제 막 한글을 읽고 쓰는 주제에 그 어렵다는 창세기를 생각하면서 읽는 남자.

엊그제 방에서 성경을 읽다가 튀어나와 떠들어댄다.

"엄마!  엄마!  노아의 아들 '셈' 있잖아.
그 셈이 낳은 자식이랑 '데라'가 낳은 자식이 똑같애.

둘 다 '이러'를 낳았어" 라길래 이게 뭔 소린가 했다.

잠시 자료사진을 보시도록 하겠다.


셈의 후예는 '이러'

데라의 후예도 '이러'
ㅋㅋㅋㅋㅋ

맞네.

와, 엄마는 저런 부분 읽을 때 거의 정신줄 놓고 기냥 읽어 치우는데 이 남자 어린이는 정말 누구를 낳은건지 생각하면서 읽는구나.

'그건 이러를 낳았다는 게 아니라. 이러하다는 것을 말이지....어쩌구 저쩌구  $%&$%*$%^&...   ' 설명을 하니 알겠단다. 다시 성경을 들고 가더니만 또 튀어나온다.

"헐~ 엄마! 아까 그 데라가 아브라함을 낳았어. 그니깐 데라가 아브라함의 아빠야. 헐~"


아, 이 남자. 진짜 성경 생각하면서 읽는 남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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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남자.

남의 마음,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헤아리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남자.
그래서 날이면 날마다 감동을 안겨주는 남자.
계속 이렇게 살면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서 조금은 안쓰러워지는 남자.
이 작은 남자 또 나를 감동시키다.


요리의 달인이 이러면 안되는데 왜 이리 요즘 식사준비 하면서 부상이 잦은지....

뜨거운 후라이팬이나 오븐에 데이기, 싱크대 서랍에 찍히기, 수세미에 긁히기...
손만 보면 이거 완전 왕초보 주방보조 따까리.


어제 저녁에 교회의 젊은 도사님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막 식사를 하려는데 손가락 하나가 찌릿찌릿해서 보니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
언제 베었는지 모르겠는데 꽤 깊은 칼자국과 찬찬히 보니 주방 바닥에 핏자국까지...
도사님들 돌아가시고 정리를 해야하는데 집에 대일밴드 한 개가 없는 것이었다.
'아... 아퍼.... 대일밴드도 없고.... 스..... 아...... 아퍼' 하며 울트라 캡숑 엄살 대마왕님의 포스를 발휘하니 저 작은 부드러운 남자 좌불안석이다. 계속 따라다니면서 '엄마, 아퍼? 피나? 대일밴드 없으면 안 나아? 대일밴드 붙이면 빨리 나? 한다.


잠시 눈 앞에서 사라지셨나? 티슈 하나를 길게 말아 와서는 손가락에 매란다.
대일밴드 대신.....

빨리 정리하고 잘 생각에 마음은 바빴고, 그리고 그러잖아도 쓰려 죽겠는 상처에 티슈를 대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런 맘으로 '아, 그거 대면 더 아퍼. 절루 가' 정도로 반응을 했나보다.
내가..... 내가 저 티슈같이 부드럽고 야리야리한 정서를 가지신 남자께 말이다. ㅠㅜ



그 다음.
부드러운 남자 어깨를 떨구고 조용히 말아온 티슈를 잘게 찢더니 휴지통에 탁 버린다.
그리고 벽에 턱 기대고 앉아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파다닥 파다닥 의미없이 넘기고 계신 것.


'아우, 현승아 미안해. 현승이 마음을 엄마가 몰라줬네. 맞어. 대일밴드 대신 티슈를 말면 되겠다. 어서 다시 티슈 아까처럼 해줘' 했더니,
못 들은 척 하다, 못 이기는 척 일어난다.

'엄마, 휴지로 대면 왜 더 아파?'
'어어~ 휴지는 보이지 않지만 가루가 날려. 그 가루가 상처에 닿으면 아프지' 했더니...

이번에는 휴지를 말아서 스카치 테잎으로 끝부분을 다 붙여가지고 온다.
'이러면 괜찮아? 가루가 안 날릴거 같애?'
그리고 정성스레 손가락에 휴지를 말아주고 스카치 테잎을 붙여 주었다.
그래도 맘이 안 놓이시는지 정리하는 엄마 졸졸 따라 다니면서 손가락을 살펴주시니,
 이 부드러운 남자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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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뱁니다~ 하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아주 커다란 상자를 받았다면....


나한테 택배 올 게 없는데.... 하고 조심스레 포장을 푸는데,
스윽~ 상자 틈 사이로 자그마한 손가락이 나와서 꼬물거린다면....


뭥미?
하면서 상자를 열었는데 저렇게 웃긴 애가 두 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


화들짝 놀래서 상자를 닫으려는데 '엄마' 하면서 한 놈씩 튀어나온다면.....


엄마, 난 엄마 아들이야. 너무 아기로 태어나면 엄마가 힘들 것 같아서 쫌 커서 왔어.
난 하나님이 보내신 택배야. 라며 들이댄다면...


으악, 그럴 리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 하니깐
그 중 조금 큰 놈이 '미안해. 그럼 다시 우리 있던 곳으로 갈께'
하며 상자로 들어가려하는데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아냐, 그냥 우리집에 살어. 라고 했다면....

012345


그랬더니 이 놈들 상자에 들어갔다 나왔다, 소리 지르며 정신을 빼놓는다면...
'너희 이러면 다시 박스에 포장해서 택배 보낼거야' 꽥! 소리 지르니 조용해졌다면...


그 이후에는 자중하면서 조용히 박스에 들어가 독서를 한다면....


그러다 자기들의 택배박스를 저렇게 보호해놓고 잠이 들었다면...


경고문을 붙여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비밀번호 키 까지 장착해 놓고 잠이 들었다면.....

아흑~~~~
오늘 갑자기 황당 택배를 받은 엄마는 써야할 원고는 못 쓰고 이러고 놀고 있다면...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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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에서 더블베이스를 전공하고 있는 사촌형아의 정기연주회가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성남 아트 센터는 딱 작년 이맘 때 현승이에게 슬픈 기억을 남긴 장소지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회는 대부분 8세 이상 입장가 입니다. 이 규정이 여섯 살 현승이 연주회 내내 로비에서 몸을 꼬며, 자판기 캔음료수나 마시며 눈물을 머금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얘는 으른(어른) 같은 애라 들어가도 꼼짝 않고 있을 애예요' 하시며 화나 나신 할아버지 할머니 스텝들과 싸워보기도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야, 현승아. 너 몇 살이니 하면 여덟 살이라고 대답해 알았지?' 하십니다.ㅋㅋㅋ

암튼, 작년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어제 또 형아 학교의 정기연주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컸으니까 여덟 살이라고 하고 들어가면 돼' 하셨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차 안에서 엄마도 살짝 백색 거짓말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현승이가 '엄마, 나 못 들어가게 하면 어떻게 해? 누구하고 밖에 있어?' '하길래... '음... 거짓말을 하면 안되지만 현승이는 들어가서 떠들지 않고 잘 들을 수 있으니까 그냥 여덟 살이라고 할까?' 했더니 '거짓말이잖아. 거짓말은 안되잖아. 나 그냥 밖에 있을거야' 합니다. 그래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창 밖을 바라보던 상대윤리 누나가 논쟁의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현승아! 너가 여덟 살이라고 하는 거는 거짓말이긴 하지만 속이는 거짓말을 아니잖아.
(이 때 운전하던 엄마가 '속이는 건 속이는 거지' 합니다)
아, 속이는 거긴 하지만 그 사람을 나쁘게 하는 거짓말을 아니잖아. 니가 밖에 남아 있으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고모나 누가 너랑 같이 있어야 하니까 그냥 여덟 살이라고 하고 들어가자. 그럼 모두 볼 수 있잖아.

(느리고 어눌하고 차분한 말투로)싫어. 거짓말이잖아

야, 거짓말이긴 하지만 나쁘게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여덟 살이라고 하자.

(처음과 같은 톤으로) 그래도 거짓말은 나쁘잖아.

(살짝 스팀이 들어오기 시작) 야, 니가 안 들어가면 어른 중에 한 사람이 못 들어가는데 그건 너무 그렇잖아. 그리고 일곱 살은 못 들어가게 하는 건 떠들까봐 그러는데 너는 안 떠들고 잘 들을 수 있잖아. 그러니까 여덟 살이라고 해!

(변함없는 톤) 싫어. 왜 자꾸 거짓말을 시켜.

(한 톤 높아지면서) 야, 김현승. 너 할머니 할아버지나 고모를 좀 생각해봐. 외손주가! 아들이 연주회를 하는데 너 때문에 밖에서 못 들어가고 있는 사람 마음을 생각해 보란말얏! 너만 생각하냐? 진짜. 김현승....씨....

(아까랑 같지만 누나의 흥분으로 한결 차분하게 느껴지는 톤으로) 거짓말은 나쁘잖아. 그리고 왜 자꾸 화를 내고 그래?

(완전 복장 터지는 톤으로) 너가 자꾸 말을 못 알아듣고, 말대꾸 하니깐 내가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그러잖아. 그러니깐 여덟 살이라고 하면 우리 모두 편하잖아~~~~!

(변함없는 톤) 거짓말은 나쁜거잖아.

(완전 뚜껑 열리기 직전) 아나, 얘 말귀를 못 알아들어. 엄마, 누구 말이 맞는거야? 말좀 해봐.

(참고로 엄마는 누구편도 들 수 없는 입장이고, 현승이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심정적으로는 채윤이가 이겼으면 좋겠고... 그러나 내 손에 피 묻히기는 싫은 아주 비겁한 모드)
음.... 너희 둘 다 일리가 있어. ^^;;;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한 마디.
(아주 열받지만 포기하는 듯한 말투로,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 분노를 가득 담아서)
그래, 김현승 너는 그냥 끝날 때까지 밖에서 혼자 있어라.

(마지막까지 같은 톤) 그래. 알았어. 혼자는 안 있고 할아버지랑 있을거야.

상대윤리양, 너무 빨리 흥분하신 관계로 절대윤리군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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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 엄마, 침대에 누워있으면 자꾸 이런 괴물이 나올까봐 무서워. 이런 괴물이...

* 위의 자료화면은 아래의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1

요즘 애들은 <마법천자문>으로 한자를 배웁니다. 현승이도 예외가 아닌데 이번에 새로 <마법 천자문> 책에서 배운 한자들로 마법을 걸고 있는데...


빌 공, 사이 간, 옮길 이, 움직일 동!  공.간.이.도~~~옹!


하면서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신공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아주 빠르게 뛰어가면서 나온 한자.

빠르을, 퀵!

빠를 퀵의 음도 알겠고 뜻도 알겠는데 한자 표기는 어떻게 한다냐?



# 2


할머니가 오셔서 현승이의 도라에몽 인형을 베개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할머니는 옛날식 동그란 베개를 선호하시는 터라 도라에몽 인형 생긴 게 딱 그 모양이라 애용을 하고 계시는데...
하룻 저녁은 현승이가 심통이 났습니다. '엄마, 도라에몽이 뭐가 동그래. 납작하지. 다른 베개랑 똑같이 생겼어.다른 베개 베고 주무시라고 해' 하면서 할머니가 베고 계신 걸 내놓으라는 겁니다. 할머니 앞에서 좋게 타이르는데 협상이 되질 않습니다. 바로  안방으로 연행을 해서 개인면담에 들어갔습니다.

'현승아, 외할머니는 누구의 엄마야? 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그러면, 외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엄마가 있어, 없어? 외할머니가 소중하지/ @^%*$%#$%#... 우리 외할머니 계신 동안 사랑해 드리고, 존경해 드리고 정말 기쁘게 해드리자 알았지?

이미 엄마가 정색을 하고 연행을 할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흐느끼던 현승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한결 더 흐느끼면서  '엄마!' 하길래 이 녀석 이제야 참회의 고백을 하려나 하고는 '왜? 말해봐' 했더니..

'엄마, 그런데 존경하는 거 하고 존중하는 거 하고 어떻게 달라요?'


# 3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닌 현승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내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이 계시지요. 바로 털보 아저씨와 털보 부인 입니다. '어, 여기는 털보 아저씨 블로그다' 이러면서 털보 아저씨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요.
어느 날, '엄마, 털보 아저씨는 회사가 어디야?' 합니다.
'털보 아저씨는 아저씨 집이 회사야'
'집에서 어떻게 일 해? 집이 사무실이야? 집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
'아저씨는 글쓰는 일을 하셔' 라는 말에 완전 반색을 하면서...

'헐~ 털보 아저씨도 유브갓메일 써? 헐~~~'

합니다. (유브갓메일은 엄마가 기고 중인 글)  털보 아저씨는 엄마보다 훨씬 더 좋고 어려운 글을, 훨씬 더 많이 쓰시는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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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억울하다 싶으면 정면돌파해서 죽자구 덤비는 채윤이.
결국 그 자리에서 따질 거 따지고 사과 받을 거 사과 받고, 사과 받으면 지도 사과 하고 끝내는 채윤이.그런 누나와는 달리 정면돌파보다는 돌려 말하기, 엄한 말 하기로 상대방 입을 한 방에 틀어막는 현승이. 그런 현승이의 요즘 말. 말. 말.

# 1

토요일에 있는 중요한 음악회를 위해서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을 연습하고 있는 현승이. 물론 빡세게 연습하는 것도 싫지만 더 못 견디겠는 건 무엇인가?
현악기 특성상 음정을 정확히 내는 게 중요한 부분인데 어느 부분 음정이 그렇게도 되질 않는다. 여러 번 엄마한테 지적도 받았던 터. 연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암말 없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썼나보다.
갑자기 활을 밑으로 떨구고 한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흑흑.... 울면서 하시는 말씀.

'엄마! 흑흑... 나 너무 못 하지?'


내가 참 연습하기 싫어서 우는 애들 숱하게 봤어도 음정이 맘에 안 들어서 우는 애는 보다 처음 봄.

# 2

토요일 연주회는 '횡'이라 불리는 독일로 피아노 공부하러 갔던 누나의 연주회다. 거기에 실력도 나이도 안되지만 어찌어찌 곁다리로 곁다리로 끼게 된 것. 예전에는 바이올린 연습이 한 곡에 세 번 정도면 끝났는데 요즘은 엄마가 불렀다 하면 열 번이니... 것두 '일.단, 열 번!'
오늘 아침에는 거의 목이 갈라져가면서 애절하게 하는 말이...

'엄마! 앞으로 나 연습시킬 때 제발 일딴이란 말은 쓰지말아줘. 그냥 뭐 몇 번, 뭐 몇 번 이렇게 말해줘. 일.딴이라는 말이 너무 싫어'


알써. 이 자쉭아!


# 3  

빡센 연습으로 짜증이 이빠이 난 어느 날.
'엄마, 이 연주회 회영이 누나 때문에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데 회영이 누나는 도대체 왜 한국에 온대?'


ㅋㅋㅋ 그르게. 횡이는 독일에 가만히 있지. 왜 한국에 들어와서 현승이를 일케 힘들게 한대?ㅋㅋㅋ


# 4

조금만 엄마가 차겁게 대해도 그거에 대한 보상으로 '엄마, 한 번 안아줘' 하고는 꼬옥 안고 그 상태로 한 30초 쯤을 유지해야 하는 좀 느끼한 녀석. 가끔은 이러고 있다고 벌떡 일어나서 엄마를 잡아 끌면서...
 
'엄마, 우리 침대에 가서 안고 잠깐만 같이 누워있자'
 
이러고요... 너 자꾸 그러다  니네 아빠한테 들키면 듁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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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현승이가 네 살 때 쯤 만든 작품.
작품제목은 '누나 똥구멍'

엄마! 내가 퀴즈낼께.

음.... 똥은 똥인데...

똥이 다 부셔져서 나오고...

나올 때 팍! 하고 나오고...

바람도 같이 많이 나오는 것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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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정답은 딱 알겠네. 그거네.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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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 원영이 삼츈 같지? 청년부 누나들이랑 이렇에 이빨에 하는 거 그거 같지 않어?"



한 때 '덩달이' 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녀석.
자라면서 새로운 자아가 발현하기 시작하니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누구 따라하는 거 제일 싫어하고, 웃기는 것도 남다르게 웃기고 있습니다.
누나가 개콘의 개그맨들을 완전 똑같이 흉내내면서 웃긴다면, 한 때 덩달이라 불렸던 이 녀석은 새로운 개그를 창조해서 웃기곤 하지요.

조금 전 산책길에서 한 때 덩달이라 불렸던 녀석과 나눴던 대화입니다.

'엄마! 그런데 사람 이름은 안 바껴? 애~애기였을 때부터 할머니 될 때까지 안 바껴?'
'가끔 바꾸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거의 안 바뀌지'
'그러면 이순자 할머니 이름은 너무 이상해. 이름이 쫌 꼬불꼬불하고 늙은 거 같은데 어렸을 때 그런 이름이면 쫌 이상하잖아. 웃긴다. 헤헤헤....'
'너는 일곱 살 현승이지만 할아버지가 돼도 현승이야'
'그럼 나는 김현승 할아버지가 되는거야? 내 손주가 나한테 김현승 할아버지라고 불러?
내 아들이 자라서 어른 되가지구 애기를 낳면 걔가 나한테 김현승 할아버지라고 부르는거지? 어, 그럼 엄마는 신실이 할머니는 안되나? 누가 엄마한테 할머니라고 부르지?
윤이(가윤이는 5촌 동생ㅋㅋㅋㅋ)?'
'누구긴 누구야? 니가 낳은 애기지'
'아! 그렇지 참. 내가 왜 이러냐. 헤헤헤헤...'

김현승 할아버님.
김현승 옹.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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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현승

아빠가 스포츠 기사 볼 때마다 옆에 꼽사리 껴서 끝없는 질문을 쏟아내곤 하더니
드디어 야구장에 다녀온 현승이. 고등부에 야구 잘 하는 우석이 형아가 있어서 야구공도 선물받고, 우석이 형아의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우석이 형아의 누나인 정현이 누나와 함께 야구장에 다녀온 날 피곤했는지 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야구공을 갖고 놀다가 살포시 옆에 놓아두곤.... 현승이에게는 그렇게 행복한 일인데 채윤이 누나하고 공감이 잘 안됩니다.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란 모든 걸 다 누나랑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발견되어 갑니다. 야구장도 그렇고 야구공도 그렇고.... 엄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부분에 관한한 맘껏 소통할 수 있는 아빠는 들어오질 않으니 혼자 야구공만 만지작거리다 잠이 듭니다.

# 수영 현승

물 공포증이 있다고 추정되던 현승이가 새로 수영을 시작해서 드디어 침례를 받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바닷가에 가면 달려드는 파도에 지레 겁 먹고 모래사장만 파다가 오곤 했었습니다. 작년에 수영을 한 번 시작했다가 엄마빠 적잖이 놀라고 실망하였습니다. 점잖은 현승이가 하기 싫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걸 처음으로 보았답니다. 그렇게 서너 번 다니다 아예 포기하고 현승이 앞에서는 '수영'의 '수'자도 못 꺼내게 되었습니다.ㅜㅜ
남자 아이들 필수코스가 태권돈데 그걸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없습니다. 운동을 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뱃 속 친구 서훈이의 수영선생님을 소개받아 새로이 시작한 지 일주일.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현승이를 안고 깊은 물을 왔다갔다 하시면 '겁내지 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는지 집에 와서 계속 그럽니다. '엄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래'

수영 하는 걸 지켜보는데  성실, 범생 현승이 입니다. 선생님께서 '음파'를 가르쳐주시고 계속 하고 있어. 하고 다른 아이들 보러 가셨습니다. 머리를 물에 집어 넣었다 뺐다 하는 건데 그게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헌데 선생님이 보든 안 보든 쉬지 않고 우직하게 그걸 연습하고 있습니다. 너무 성실해서 안쓰러울 정도였지요.
엄마랑 같이 그걸 지켜보던 채윤이도 같은 느낌이었나 봅니다. '엄마! 현승이가 정말 착하지 않어? 나같으면 선생님도 안 보는데 그냥 쉬거나 놀꺼 같은데... 대단하다. 저 점은 나를  닮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애....' 그르게. 누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다.ㅋㅋㅋ

수영하는 하는 한 시간 동안 현승일 지켜보면서 가슴으로 얼마나 뜨거운 기도를 했는지 모릅니다. '물'이라는 넘기 어려울 것 같은 공포 수준의 난관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해달라고요. 두려움의 표정이 어른거리는 걸 보면서 저 두려움 속에 주저앉지 않고 한 발, 딱 한 발만 내딛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승이가 물에 얼굴을 집어 넣고 발을 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 이것이 아이가 부모에게 안기는 선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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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애들 선물 사주라고 통장으로 넣어주신 삼만원을 가지고 시계를 하나씩 샀습니다. 매번 어린이 날마다 동심에 상처를 내는 장난감 가게들 미워요.
시계를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즐비하게 늘어서 고가의 로보트를 비롯한 장난감들.
그걸 보고나면 완전이 눈 베리는 거죠. 그렇게 갖고 싶던 시계 아니라 시계 할애비가 보여도 눈에 차야 말이지요. 아~ 상술이 미워요. 그러나 우리는 해냈어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손목시계 하나 씩만 딱 차고 나왔어요.그리고는 눈을 어지럽히던 그 화려한 장난감들을 잊어버렸죠. 그러니 행복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어린이날 선물로 손목시계를 샀고, 그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죠. 오랫만에 먼저 준비를 끝낸 두 망아지가 각각 시계를 차고는 '엄마! 열 시 십 분이야! 이제 십 이 분이야' 하면서 신이 났더랬습니다. 화장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두 녀석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요.

'누나! 엄마가 시계를 왼 손에 차는거래. 누나 시계 잘못 찼어'
'아니거든. 내가 맞거든'
'아니라니깐, 왼손에 차야지. 이거 봐. 여기가 왼손이야. 밥 안 먹는 쪽'
'그러니까! 여기가 왼쪽 맞다고~오'
'아니잖아. 이 쪽이 왼쪽이잖아. 엄마가 여기래~애'
'아니야. 이 쪽이 왼쪽이야. 니가 틀린거야'

그렇습니다. 둘은 지금 마주보고 있는 겁니다.
삼류 개그도 아니고 둘이 마주보고 왼팔을 내밀고 서로 내가 왼팔이라는 겁니다.
그러기를  한참.
그나마 먹물 좀 먹었다는 누나가 먼저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야, 너 이 쪽으로 와봐. 이렇게 해보니까 둘이 똑같지? 둘 다 왼쪽이지?'
'어? 그러네. 이야, 웃기다. 이거'

니네들이 젤 웃기다.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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