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때:월요일 하교 시간, 장소:현승이 학교 운동장
아빠랑 카페투어 갔다가 현승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뫼시러 갔다.
아빠는 교문 앞에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기다렸으며 엄마는 현승이를 데리러 내렸다.
운동장 저 멀리 파란 잠바 하나가 냅다 이 쪽을 달려온다.
등에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흔들며 신나게 달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안아주려고 엄마도 달렸다.
그 순간, 아들은 움찔하며 달리기를 멈추고 엄마 쪽을 살짝 외면하고 비켜서 걸어온다.
만났다.
엄마는 그냥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이 행동의 의미를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차에 탔다. 비정한 아빠는가혹한 현실을 직면하길 요구한다.
'현승아! 너 왜 쫌전에 엄마보고 신나게 뛰어오다 멈췄어? 엄마가 이상하게 뛰니까 챙피해서 그랬지?
사람들이 니네 엄만줄 알까봐 모른 척 걸어온거지?'
당사자가 그렇단다. 모두 맞단다. 엄마가 챙피하단다.
현승이에게 엄마는 자주 부끄럽고 챙피한 존재다.
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2.
때: 주일 오전 장소:안방 화장대
주일 오전 찬양팀을 하는 채윤이는 먼저 나가고 현승이랑 둘이 나갈 준비 중이었다.
현승이는 거의 준비를 다 하고 요절을 외우고 있었고,
엄마는 얼굴에 페인팅 중이었다.
"엄마! 엄마는 왜 화장을 해?"
"왜 하긴 왜 해? 예쁘게 보일려고 하지"
"화장 그만 해. 엄마. 내가 보기에는 엄마가 지금보다 화장을 더해더 화장이 다 끝났을 때도 지금이랑 얼굴이 달라지는게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화장을 안했을 때랑, 조금 했을 때랑, 다했을 때랑 똑같고 더 예쁘지가 않다고. 그러니까 화장을 안해도 되는거잖아"
"해도 소용이 없다구?"
"어! 그니깐 그만 하고 빨리 교회 가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때 : 오래 전에 언젠지 모름 장소: 안방 장롱 앞
엄마는 외출준비 중. 화장을 다하고 옷을 입는 중이었다.
장롱의 윗쪽에 걸려있는 쟈켓을 꺼내고 있었을 것이다.
살짝 부담되는 높이다. 그렇다고 의자를 끌고 올 높이는 또 아니다.
최대한 발꿈치 들고 짧은 고투 끝에 옷을 꺼냈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던 현승이가 혼잣말 처럼 이러신다.
"그래도 닿긴 닿네"
"뭐, 임마!
"아니이~나는 엄마가 그 옷 혼자 못 꺼낼줄 알았어"
"이러언~ @$#&&(%^&$%^#$%"
그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엄마, 엄마는 참 힘들지? 키가 작아서 힘든 일이 많지?"
이거 걱정이니? 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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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10.04.19 19:47
조목조목 말 잘하네요 현승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난히 오타도 많이 비치는 것이.. 굴욕의 순간들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기시기엔 아직인가봐요 T_T;;
특히 안반에서... 언제였는지도 모를 그 날으ㅣ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픕니다 흐극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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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m 2010.04.19 21:14
ㅋㅋ 아 올만에 모님 블로그 답게 개그 장식해 주셨네요!
모님 가정...특히 도사님과 현승군 라인의 개그를 후벼파는 개그라고나 할까요?ㅋㅋ -
선생님..어떡해여.
굴욕시리즈가 제일 재밌어여ㅋㅋㅋㅋ
왠지 굴욕지수 엥꼬 낫다 싶으면 바로 까득으로 충전해주시는 현승옹님 -
털보 2010.04.20 15:02
야야, 현승아.
엄마의 아름다움은 차이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게 아니야.
엄마의 아름다움은 없어도 만들어서 보는 우리의 눈이 중요한 거야.
내가 그 눈 키우는데 50년이 걸렸다.
담에 만나면 내가 특별히 너한테 갈쳐 주마.
인생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다. -
mary 2010.04.20 15:29
하하하 정말 욱겨! 제대로 굴욕이넹
그중 최고는 1번! 다른건 몰라도 이 굴욕은 이제부턴 피해갈수도 있고
무심한 척으로 반전시킬 수도 있는 굴욕이넹.
화장 하나 안하나 차이가 없다는건 생얼이 된다는 의미?
근데 이 굴욕시리즈 이제 시작인거 같은데 어쩔까나.. 이제 일학년인데. -
MYJAY 2010.04.21 08:13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잖아요.
굴욕 모드일 때도 있어야죠.ㅋㅋㅋ
저도 어릴 때 어머니가 제 이름을 크게 부르며 웃으면
모른 척 지나치려했던 기억이...쿨럭...
집에 가서 먼지나게 맞았다죠. 제 어머닌 다혈질...ㅜㅜ -
쏭R 2010.04.21 09:04
ㅋㅋㅋ 모님..^ㅡ^*수고많으십니다..(이말투..^^;
그나저나..현승이 참으로 귀엽네욧!!
덕분에 즐거운 아침시작했.... 려다가
아직 업무시작전이라 안전지대에서 이거 보구 킥킥~ 했다가
우리 삼실 언제나 한시간 일찍 도착하시는 노처녀 부장님께 된통 째림당했습당..ㅜㅜ
ㅋㅋㅋ 웃긴걸 어떻하라공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