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아까 수수께끼를 하나 생각해냈는데 맞혀봐.


부탁하고,
하고,
들어주고,
부탁하는 게 뭐~게?
.
.
.
.
.
.
.
.
정답?
.
.
.
.
.
.
.
.
.
.
.
정답은 '인간'이야.
왜냐면, 어렸을 때는 혼자 못하니까 어른한테 다 해달라고 부탁하지.
커서 누나 쯤 되면 혼자 하지. 더 커져서 청년되면 진짜 다 혼자 하지.
그러다가 엄마 아빠가 되면 아이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그러다가 늙으면 또 다시 혼자 못하고 부탁하지.
그러니까 인간, 맞지?



*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없는 그냥 귀여운 아기 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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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쩨~일 해보고 싶은 게 뭔 줄 알아?
뭐냐면.....
내가 이렇게 가방을 들고 걸어가.
그런데 친구를 만났어.
친구가 나한테 '현승아, 너 어디가?' 그래.
그러면 내가 '음, 나 학원 가.'
이렇게 말하고 그 다음에 '나 학원가야 돼서 못.놀.아.' 이렇게 하고 싶어.
꼭 이렇게 해보고 싶어.

항상 놀 준비가 되어 있으나 놀 친구가 없는 현승이.

그래서 친구들 학원 시간을 줄줄이 꿰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 세상에 노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원 다니는 애들이 부러운 건 아니고 꼭 이 장면은 한 번 연출해보고 싶다는데....
(어떡하지?)

누나가 입시 준비하는 1년 동안 그러고 보니 현승이 생활의 변화도 컸네요.
태어나보니 누나가 '놀이의 여신' 김채윤 누나였고,
놀이에 관한한 정신적인 지주와 실질적인 이끔이로서 정말 재밌는 세상을 살도록 해주었는데요.

누나가 피아노에 매이기 시작하고, 합정동 주택가로 이사와서는 완전 꼼짝마라 였어요.

토요일 아침, 누나는 연습하러 일찍 나가고.
햇빛 쏟아지는 거실에 배 깔고 엎드려 레고를 놉니다.
조금 안 돼 보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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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보내고 할머니 댁에서 돌아오는 차 안.
현승이 약간 볼멘 소리로 아빠에게 말을 건다.


아빠, 아빠랑 엄마랑 누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
그런데 왜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어?
다른 여자는 없었어?
아니~이, 그냐~앙. 다른 여자는 없었냐고?
그냥 물어 보는거야.
아빠한테 물어보는 거라고~오!!!!
다른 여자 착한 여자는 없었어?
왜 엄마랑 결혼했어?
그럼 더 나쁜 여자도 있었어?


이 질문만 계속 반복.
왜 묻느냐는 엄마 아빠의 질문에는 결코 답하지 않고, 계속 묻기만 하기.


빤히 들여다 보이는 현승이 속은 이렇다.


할머니 댁에서 자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해준다.
계속 졸라도 허락을 안해주고, 왜 안되는지 물어도 이유 설명을 안하다.
막판 엄마 눈에서 소리없이 레이져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접긴 했지만
억울하다.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다.
돌아오는 길 곰곰히 생각하니
'저렇게 나쁜 여자가 내 엄마라니... 착한 아빠가 왜 저런 여자랑 결혼했을까?'


<나쁜 여자 엄마는 아들에게 묻는다>

엄마의 손과 팔을 매만지고 얼굴에 갖다 대고 부비면서,
"엄마, 다른 엄마들도 이렇게 부드럽고, 착해?"
"다른 애들도 이렇게 엄마를 좋아할까?"
이러던 착한 아들은 어디가고 엄마를 앉혀놓고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기를 가정하는 아들은 어디서 나온 아들이냐. 대체 이 아들은 누구를 위한 아들이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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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교실 설문조사 용지가 왔습니다. 학부모용과 학생용으로 각각 하게 되어 있습니다.
휘리릭 학부모용을 했는데 바삐 아침을 먹던 현승이가
"엄마, 내 것도 엄마가 표시해주면 안 돼?"
하길래 그러마 했습니다.
그 얘긴 그냥 엄마가 알아서 하라는 건 줄 알고 디립다 체크를 하는데...
현승이 이 녀석  뷁! 하면서
"아
니야. 만족 아니고 보통이라고~오. 시간 잘 안지키신다고. 50분에 끝내야 하는데 55분에 끝내준다고. 고쳐. 빨리 고쳐. 보통이야. 아이, 왜~애. 내가 보통이라며 보통이지."
아~나, 이 자식. 그러더니 어느 항목도 그냥 지나치질 않습니다.
밥 먹으면서 "보통! 매우 만족! 만족!" 끝까지 자기 만의 평가를 내놓습니다.
엄마는 부르는대로 볼펜질만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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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욕구에 대해서 엄마나 아빠의 기분에 맞춰서 빨리 접는 건 채윤이보다 현승이 쪽입니다. 헌데, 이런 경우처럼 결코 물러서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고집불통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합니다. 융의 이론에서 '외향 /내향'의 차이라고 느껴집니다.


MBTI 강의를 하면서 '외향은 마음의 시선이 밖으로 가 있고, 내향은 그 시선이 자기 내부로 간다.'라고 표현을 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밖으로부터 얻는다/자기 내부에서 얻는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정혜신박사의 설명이 매우 와닿습니다. 어제 아침 현승이를 이해하는데 참으로 적실한 설명이네요.



우린 보통 수줍거나 말이 없으면 내향적이고, 사교적이거나 적극적이고 활달하면 외향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본래의 정신분석적 의미는 좀더 정교하다. 내향성/외향성의 분류는 정신분석가 융의 이론에 의한 것이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의 하나로 인간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구별하였는데, 그들은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사람의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주로 객체에 의한 것일 때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며,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에 의해 결정되면 내향적이라고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미술전람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문의 호평이나 화가의 지명도에 근거해 특정한 그림을 좋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객관적 규준에 따라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평이 좋고 그 화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자신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기준은 주관적 측면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두 유형이 가지는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우연히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외향형의 사람은 모차르트의 내력과 세계적인 명성, 음악평론가들의 평가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반해 내향형의 사람은 주로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자기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같은 음악가를 좋아한다는 기쁨도 잠시, 외향형인 사람은 내향형인 상대방이 의외로 모차르트에 대한 지식이 너무 빈곤하다고 실망하고, 내향형은 외향형인 상대방이 공연히 지식만 늘어놓고 아는 체하지만 실상은 모차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똑같은 내향령이라고 그 안에서 다시 수십 가지의 심리유형을 보일 수 있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내향형의 가장 큰 특질은 '내면에의 깊은' 통찰이다.

                                                                                    정혜신 <사람 vs 사람 > 중에서




전혀 다른 기질의 남편을 만나 사는 맛,

전혀 다른 기질을 가진 두 아이를 키우는 맛,
짭짤하고, 고소하고, 씁쓸하고,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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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정말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 누구게?
아빠야. 왜애? 엄만줄 알았어?
엄마도 좋긴 하지만 엄마는 좀 자주 변하잖아.
어떨 땐 친절하지만 또 어떨 땐 화 내고 잘 받아주지도 않잖아. 왜? 기분 나뻐?
아빠는 변하지가 않고 항상 착해. 진짜야. 참을성이 많나 봐.
그치? 엄마도 그래? 아빠는 얼굴 생긴 자체가 착하고 친절하게 생겼지~이?
나도 어른되면 아빠처럼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아니 사실... 믿을 만한 아빠가 되고 싶어.(부끄부끄) 헤헤헤헤.


*******


사랑의 하나님을 그렇게 들어서 머리로 알아도 마음으로는 그 사랑을 못 믿는 이유가 '자신이 경험한 아버지 상'에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어머니도 마찬가지)가 믿을만 하지 못했고 오히려 고통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특히 아들들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로든 '아버지와의 관계'를 객관화 하고 넘어서는 것이 젊은 날의 필수과제라 느껴진다. 묻지도 않는데 자기 아빠를 가장 믿을 만한 존재로 인식하고 고백하는 이 아들과 그 아들의 아빠는 참 좋겠다.



* (아, 물론) 이 글은 1차 아들에게 깔대기를 대고, 아들의 이야기 속 아빠까지 깔대기에 집어 넣는 '액자식 깔대기' 구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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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도 갔고,
바다도 갔고,
게다가 서해와 동해를 다 아울렀고,
설악 워터파크까지 접수한 지난 한 주였다.
다만, 계곡과 바다에 간 모든 시간 비가 왔다는 것이 아쉬운 일.


이 모든 걸 경험한 현승이는 말했다.

엄마, 워터파크에서 야외 파도풀이 진짜 진짜 재밌는데....
나는 사람이 만든 파도보다 자연 파도가 더 좋아.
재밌기는 재밌어도 바다에 있는 파도가 더 좋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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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가 어제 성경학교를 갔다. 일하는 날이라 짐만 챙겨놓고 나왔다. 가는 걸 못봐줘서 마음이 좀 짠했다. 현승이가 전화를 걸어왔다."엄마, 나 갈께. 갔다올께. 엄마, 그런데 나 장난감 하나만 가져가면 안돼? 아주 조그만 거. 아주 작은 레고 사람. 심심할 때 놀게. 그래. 알았어. 기도해 줘. 안녕" 했다.


현승인 집을 나갈 때 아주 작은 장난감을 몰래 가지고 나가길 좋아한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한 아이다. 익숙한 자기 공간과 연결되고픈 걸까?  청소를 하다 '아주 작은 레고 사람들'과 마주치니 하루 못 본 현승이가 보고싶기도 하고,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현승이 마음에 가 닿는다.


아마 현승이는 그렇게 지낼 것이다. 아주 작은 레고나 장난감 따위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처럼 말이다. 동동거리며 두려워하고, '한 번만 안아줘. 꼭 안아줘' 이러다가도 현관문만 나서면 언제 그런 아기같은 현승이였냐는 듯 다른 아이가 된다. 성경학교 가서도 그럴 것이다. 두려울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그랬고 많은 어른이 그런 것처럼 두려움이란 그렇게 남아있을 것이다. 극복하거나 잘 다루기보다는 가방 구석탱이에  깊숙히 숨겨둔 '아주 작은 레고 사람'처럼 있지만 없는 듯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서서히 두려움이란 것이 있었다는 것도 잊혀지겠지만  어른이 되어가고 세상에 적응하면서 트렌스포머가 되어 나올 지도 모른다.


남을 공격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다짜고짜 일에 몰입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희생적으로 사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온갖 긍정적인 것에 목을 맬 수도 있고,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두려움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현승이가 자신을 알아가고 성숙해가면서 '아주 작은 레고 사람'을 기억해내고 인정하는 일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내가 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지 못하고 무엇엔가 매인 듯 살아가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올라올 때 말이다. 어른이 된 눈으로 한 번 쯤 돌아와 거울 앞에서서 '아주 작은 레고 사람'을 만지작거리던 자신을 만난다면 하고 말이다.


'아주 작은 레고' 바라보면서 생각이 멀리 멀리 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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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6 김채윤, 현승이의 누나는 자타 공인 사춘기 돌입이다.
그런데, 현승이의 갑작스러운 진단.


엄마, 누나 사춘기 아니다. 사춘기 척하는 거야.
내가 생각해 보니까 어린인 지 아닌 지 아는 방법이 있는데 '놀이터다!' 이렇게 해보면 돼.
그럴 때 '어디, 어디? 놀이터 어디?' 이러면 애들이고,
'놀이터다!' 그렇게 해도 상관도 안 쓰고(상관을 쓰다 ㅋㅋ) 그냥 딴 데 보고 그러면 어린이 아닌 거야.
그런데 누나는 놀이터 있다고 하면 '어디, 어디?' 막 그래. 누나 아직 사춘기 아니야. 어린이야.


듣고 보니 그럴 듯 함. 낮에 저러고 노는 걸 보니 현승이 진단이 더욱 신빙성 있게 다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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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교인 체육대회 갔다 온 저녁에) 엄마, 아까 낮에 본 ㅇㅇㅇ장로님 얼굴이 자꾸 생각나. 표정이 너무 슬퍼보였어. 삐에로 공연이 웃겨서 다 웃었거든. 어른들도 다 웃었어. 진짜야. 그런데 장로님만 이렇게 슬픈 표정으로 쳐다봤어.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고 마음이 쓰여.

이렇게.

'슬픔, 외로움'의 정서를 유난히 민감하게 느끼는 현승이가 비 오는 날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이 낑깡낑깡 이 어설픈 소리가 마음 깊은 곳으로 내려와 앉네요. 그것 참.

 

                                                                                                             2012/06/30

 

 

 

"우헤헤헤.... 엄마, 갑자기 웃긴 말이 생각났는데....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라는 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른들은 너무 웃긴 말을 해. 차린 건 없다. 많이 먹어라. 이게 뭐야? 우헤헤헤... 웃기지? 어른들은 정말 웃긴 거 같애. 지난 번에 아빠 목사 안수 받았을 때도 웃겼지? 목사님이 됐는데 왜 사람들이 돈을 줘? 난 아직도 그게 너무 이해가 안 되고 웃겨. 엄만 안 웃겨? 으헤헤헤....자꾸 생각해도 웃겨"

라는 어린이 현승이(가 독서 중).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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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학교 가기 전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늘도) 레고하는 현승이.

아침 먹고 출근 하기 전 오늘도 커피 마시는 아빠가 엄마에게 말합니다.
"여보, 당신 인감도장 찾아놓고, 오늘 인감증명서 떼놔야 해"
레고 토끼 현승이 갑자기 빵터져가지구.
"엄마가 어차피 인간이지! 로봇이야? 으하하하... 인간증명서래. 인간증명서!"

엄마란 여자,
증명서 있는 인간이다. 그러니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인간 증명서>    

                                                                              성명 : 정신실 (690224-*******)



위의 여자는 애들한테 막 소리 지르고 그러는 걸 보면
'저게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마녀인가?' 오해가  되기도 하고 그럴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입니다. 이에 인간임을 증명하는 증서를 발급합니다.

  - 마포구 합정동 동장, 직인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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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어버이날 이야기인데 문득 생각나 다시 찾아보곤, 므흣해져서 리바이벌 합니다.


어버이날 저녁에 장을 보러 시장 가는데 두 망아지가 따라 나선다.
채윤이는 엄마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현승이 녀석 자꾸만

"엄마, 나 시장 놀이터에서 좀 놀께"
하길래 캄캄하고 친구도 없는데 가서 뭐하고 노냐 하니,

"그럼, 나 101동 놀이터에 한 번 가볼께"
하면서 실실거리는데.... 뭔가 있었다.

"그래, 그럼 엄마 장보는 동안 놀고 있어"
하고는 채윤이랑 같이 시장 한 바퀴 돌고 왔다.

시장 입구 가공(가락공판장) 앞에 곽티슈 세 개 한 묶음으로 포장된 걸 들고 셀셀셀셀 웃으며
서 있는 현승이.  날 보더니 그걸 쑥 내밀면서...
"어버이날 선물!" 한다.

하이고, 이 티슈같은 넘.
그리고는 양파랑 오렌지 들어 있어서 꽤 무거운 비닐을 집까지 낑낑거리면서 들어준다.
정말.... 이 곽티슈 같은 넘.

옆에 있는 아무 생각없는 시크녀 누나 뻘쭘하기시리...ㅋㅋㅋ


 

↓ 여자끼리만 보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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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할머니의 며느리야?

아빠의 엄마한테 엄마는 며느리잖아.


그러면 엄마의 엄마한테 아빠는 뭐야?


아~ 사위! 사위가 그거구나.


그런데 '사위' 그러면 그냥 말이 사위 같은데....

'며느리' 그러면 뭐지.... 말이 좀.... 말이 다르게 느껴져.

며느리라는 말은 그냥 딱 '며.느.리.' 이런 말이 아니라 시종이나 하녀...느낌이 들어.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드는거야.




장래 내게 며느리를 맞게 해 줄 아들아!
엄마는 나름대로 며느리 피해의식 많이 극복하고 건강하게 며느리 하고 있다는 생각인데....
혹시 니 눈엔 그렇지 않은게냐?
아니면 이 부조리한 가부장적 틈새에서 끼인 며느리들의 흐느낌을 특유의 민감한 감수성으로 느껴버린 것이냐!
하이튼 너도 모르게 느낀 그 느낌, 여사롭지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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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나 계주 뽑힐 걸 그랬나봐" 오늘 아침 먹으면서 현승이가 그랬습니다. 어제 5월4일 있을 소체육대 연습을 하고나서 계주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대충 들었던 며칠 전 반에서 계주선수 뽑는 달리기 얘기가 생각납니다.
조별로 1,2등을 뽑아서 그 아이들끼리 달리기를 했는데 하다보니 자신이 1등으로 달리더랍니다. '어, 이러다 내가 계주에 뽑히면 어떡하지? 한 번도 안 해봤던 건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속도를 줄여서 3등을 했고, 1,2등 두 친구가 계주 대표로 뽑혔답니다.
아이구야, 그 때 속도를 줄였다는 얘기가 그 얘기였구나. 대표로 뽑힐까봐! ㅠㅠ


2.
그 얘기를 들으면서 채윤이가 그랬습니다. "맞다. 김현승 일곱 살 때 운동회 때도 그랬잖아. 1등으로 달려가서 결승점 앞에서 그냥 서버렸잖아. 그래서 따른 애가 1등했어" 그런 일도 있었네요. 달리기를 처음 해봐서 규칙을 모르나보다 하고 지나갔었는데.... 그 때도 현승이가 눈 앞에 있는 1등을 피해버렸군요.


3.
토요일 수영교실에 겨우 적응을 했는데 5일제 수업이 되면서 그 반이 없어지고 새로운 반이 만들어졌어요. 갑자기 아이들이 엄청 많아지고, 처음 두어 주는 테스트해서 레인배정 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더군요. 학부모 대기실에서 현승일 지켜보면... 그저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나를 주목하지 않을까? 이게 관건인 아이 같아요. 숨고, 또 숨고.
현승이가 일곱 살 부터 꾸준히 수영을 해온데다 진짜 좋은 선생님 만난 덕에 평영과 배영은 자세며 모든 게 선수 수준이예요. 저학년 그룹이니까 3학년인 현승이가 거의 제일 잘한다고 봐야지요. 그런데 매 번 맨 꼴지에 가서 서는 거예요. 아이구, 속 터져. 앞에 친구들이 자유형 팔꺾기도 안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가고 있으면 그저 거기 맞춰서 쉬었다 가고 쉬었다 가고...
그러기를 5주 정도 하고나서 수영선생님이 '어, 현승이 너 수영 잘하네' 하면서 맨 앞으로 보내주신거죠. 그래. 숨고 숨어도 결국에는 자기 자리 찾게 되기도 하지만.


4.
수영 5주를 지켜보는 동안 나대기 본능 충만한 엄마는 속이 부글부글 하기도 했지만 그저 지켜보았어요. 엄마한테 나대지 말라고 하는 것 만큼이나 현승이에게 나서라고 하는 건 어려운 일일테니... 1등을 해서 주목을 받느니 그 1등을 포기하겠다는데요.
"엄마, 나 계주 뽑힐 걸 그랬나봐" 오늘 아침의 이 한 마디면 족하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자신으로서는 필연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에 대해서 반추해보고,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배운다면 그걸로 족한 겁니다. 현승이는 현승이고, 현승이는 채윤이가 아니니까요. 그저 그렇게 생긴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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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엔 꽃이 하나 있었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 왕자 살았다네.


현승이가 요즘 꽂혀서 부르고 또 부르고 듣고 또 듣는 노래.
담임선생님께서 한 번 들려주셨다는데,
뭣 때문인지 심금 울리는 감동을 받았나보다.


파마 한 번 시키고 싶어서 꼬시고 또 꼬셔서 결국 어제 말고야 말았다.
저렇게 해놓으니 영락없는 어린 왕자! 으흐흐...


"엄마, 난 이 부분이 젤 좋아. 꽃이여 내 말을 들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또 좋은 부분이 멜로디가 똑같애. 왕자여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좋지? 이 부분.."


좀 커서 <어린 왕자> 읽으면 엄청 빠져들 스타일이긔.
우리 집 어린 왕자 늦잠 자고 일어나신 알흠다운 모습인데... 알흠답고 귀엽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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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봐도 돼? 지금 예배 드려? 아빠 언제 와?' 이랬싸코.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엄마, 아빠 얼굴을 5일쯤 못 본 것 같애'
하면서 아빠를 그리워하기도, 기다리기도, 좋아하기도 하면서......


낮에 놀다가 뜬금없이 이렇게 꺾어주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가 싫지? 아빠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아? 막 간식 달라고 하고..... 또 커피 달라고 하고... 자꾸 엄마한테 하녀처럼 뭐 시키고 힘들게 하잖아. 밥 먹을 때 막 신문보고~오. 트위터만 보고~오... 아빠가 싫지?"


라는 말에 뜨거운 반응이 없자.


"아니~이, 손님 오면 엄마가 음식 다 한 건데 막 자기가 한 것처럼 잘난 척 하고 (풉, 여기서 부터 자체 흥분) 음식이 쫌 이상하다 어쩌다 그러며~언, 에이그 정신실~ 이러면서 뭐라고 구박하는 것처럼 하고 꼭 잘난 척 하는 거 같애. 에이, 커피 맛이 아니다... 이렇게 하고.... 아빠가 싫지?"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별 호응이 없는 걸 알아차리고 조용히 다시 <CSI>로 빠져듭니다.


아빠, 이 사람.
좋긴한데.... 엄마를 사이에 두고 보면 그냥 가만히 두기에는 참 껄끄러운 존재입니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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