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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376

종업 파티 ​ 종업식을 하고 새 교과서를 받고, 통지표를 받아 온 아이들과 함께 종업 파티다. 백 점을 맞아온 날보다, 그 어떤 날보다 많이 축하하고 싶은 날이 종업식 날이다. 방학식 날엔 피자 또는 치킨 중에서도 비싼 걸 시키고 콜라도 1.5 리터로 통 크게 쏘면서 축하 파티를 벌이곤 한다. (부재가 일상인 아빠는 빼고. 미안~) 올해도 무사히 !보다는 올해도 잘했어! 진짜 잘했어! 적극적인 의미로. (현승이 표현대로 자랑은 않.이.지.만) 어릴 적에 종업식을 떠올리면 통지표와 함께 받은 상장 한두 개가 늘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가지고 집에 가서 대단한 칭찬을 받진 못했지만 한 학년을 마치며 받는 기분 좋은 보상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종업식은 늘 무언가 풍성했던 기억이 있다. 채윤이도 현승이도 학교에서 상을 .. 2015. 2. 14.
약 올리는 음악 ​ 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라디오를 켜는 것. 이것은 20여 년의 습관입니다. 온종일 집에 있는 날은 93.1이 내내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했죠.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던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뉴스와 아침 드라마로 시작해야 하는 하루였습니다. 요즘, 20여 년 된 습관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정상 출근하는 날(비정상 출근은 새벽기도가 곧 출근인 그런 출근) 남편이 "요즘에 음악을 안 들어?' 하며 라디오 켜는 일이 많았습니다. 4월 16일 이후로 어쩌다 보니 스르르 잊힌 습관입니다. 그럴 수 있다며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음악을 트니 현승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침에 장일범 아저씨가 얘기하는 라디오 틀면 짜증내는 거 알지? 왜 짜증 나는 줄 알아? 음악이랑 .. 2015. 2. 8.
아이 대접 ​ 엄마, 엄마는 나를 어른 취급하는데! 나는 아직 아이라고, 아이! 엄마 아빠가 생각이 좋은 엄마 아빠라서 나를 이렇게 키우는 건 알겠지만 나도 집에 티브이가 있고 컴퓨터 게임도 할 수 있고, 그런 걸 너무 부러워하는 아이라고. 엄마 아빠는 어른이라 아이 적의 마음을 잊어버린 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그래. 이렇게 자라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알아? 애들은 원래 부러워하는 거야. 아니, 아니! 지금 알아주는 것보다 더더더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해. 나를 큰 애로 대접하지 말고 아이로 대접하라고. 예를 들면, 나는 아직 아이라서 비엔나 소시지 이런 반찬 좋아해. 그러니까 비엔나 소시지에 케챱으로 해주는 반찬도 해주고 그러라고~오. 어, 여기..... 비엔나 소시지 볶음...... 2015. 2. 6.
네모의 꿈 나 심심해. 어, 너 심심해? 나는 심심달. 아, 진짜. 아빠 싫어. 재미도 없는 걸 맨날 해. 재밌고만. 여보, 난 재밌어. 당신은 심심달~ 그럼 나는 심심별. 이렇게 심심해, 심심달, 심심별 하는 시간이 많으면 듣보잡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 싱크대에서 나무 젓가락 몇 개를 가져가 제 방에서 끙끙거리더니, 엄마, 이리 와 봐. 나 집 지을 거야. 벌써 기둥 다 세워졌지? 그리고 한참 있더니, 엄마, 이게 뭐~어게? 정육면체! 딩동댕. 직육면체도 돼. 원래 정육면체는 직육면체도 되는 거야. 그리고 또 심심해 심심달 심심별의 시간이 흐른다. 마침내 계획에 없던 작품출시. 제목은 '네모의 꿈' TV도 컴퓨터 게임도 휴대폰 게임도 없는 세상. 답답한 세상. 짜증나는 세상. 가끔씩 이 세상의 여왕에게 분노가 치.. 2014. 11. 27.
남자의 자격 - 현승아, 너가 어젯밤에 수건 접어놨어? - 어. - 왜애? - 다른 빨래는 어떻게 접는 건지 잘 몰라서. - 그러니까, 왜 빨래를 접어? - 엄마가 주방에 계속 서 있어서.....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 그런데 왜 접었다고 말도 안 했어? - 다 접고 졸려서 나도 모르게 그냥 잤어. 모름지기 남자라면! 가사를 대하는 이런 자세. 머스트 해브 자세. 2014. 11. 5.
싸울 거야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누나가 열공 중이다.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엄마의 태도가 전에 없이 나긋나긋하다. 홍삼도 주고, 졸려서 힘들다 하면 밀크 커피도 타준다. 관심받고 싶은 현승이는 괜히 노래를 틀고, 말을 시키고, 누나를 찔러보고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누나의 짜증과 엄마의 '누나 편들기'였다.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온갖 구박을 받다가 결국 정식으로 삐쳤다. 그런데도 엄마는 따뜻하게 돌봐주지 않고 알았어, 닌텐도 20 분 해! 차겁게 말했다. 안!!!!!!해!!!!!! 쾅쾅쾅쾅 걸어 다니며 씻고 옷을 갈아입더니 휙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냥 재우는 건 아닌 것 같아 곁에 가서 안아주고 찔러보고 얼르고 달래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도 들지 않는다. 곁에 누워서 등을 긁어주려 해.. 2014. 10. 29.
수선의 손 엄마! 누나! 이거 봐. 으흐흐흐흐흐. 손에 머리카락 한 뭉텅이를 들고 방에서 나와 엄마와 누나가 기겁을 했습니다. 으악, 이거 뭐야? 어디서 났어? 으흐흐흐흐. 그리고 이것도 봐. 이거 엄마 머리에 파마하는 거, 깨끗해졌지? 여기 붙은 머리카락 내가 다 떼어냈어. 재밌어. 엄마, 봐바. 깨끗해졌지? 몇 년 쓰면서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싹 떼어내 새 것 같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아빠로, 아빠에게서 현승이로 '수선의 손, 정리의 손' 대물림입니다. 아버님은 수선의 달인이셨습니다. 결혼 후 첫 여름을 맞아 신혼집 현관에 예쁜 발을 사다 걸었습니다. 그런데 길이가 짧아서 밑으로 모기 다 들어오게 생겼습니다. 어느 날 퇴근했더니 아버님 수선의 손이 지나간 흔적이 보입니다. 전혀 다른 재질의 천이었던.. 2014. 9. 24.
우크렐레를 사랑한 시인 여름 내내 우크렐레를 끼고 더위도 물리치던 현승이의 사랑이 쉬 식지 않습니다. 코드는 강의 영상을 보고 할 수 있는데 스트록이 영 안 된다며 챙챙챙챙 하고 있는데 기타 좀 치는 아빠가 도와줍니다. 조금 도와주더니 아빠도 아예 기타를 들고 즉흥 듀엣을 합니다. 현승이를 꼭 닮은 우크렐레, 아빠와 한 몸 같은 기타. 참 잘 어울립니다. 봄봄봄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싱어도 등장. 한 때 '밤의 여왕의 아리아_지옥의 복수심 내 마음 불타오르고'도 가볍게 불러제꼈는데, 어쩌다 고음불가 중2가 되어 '제주도 푸른 밤'도 힘겹네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정말로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2014. 9. 12.
청출어람 현승아~아, 김현스~응. 우리집 앞 길에서 현승이를 부르는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 (머리로 놀기 좋아하는) 동네 친구 세 명과 레고 한 판 하고 들어온지 10분 만이다. 이번엔 (몸으로 놀기 전문) 두 명의 친구가 왔다. 여러 번 길을 건너 망원동에서부터 왔다. 점심 먹어야 하는데.... 엄마, 나 점심 먹어야 놀 수 있지? 잠깐만, 나 빨리 점심 먹을게. 기다려. 벌려놓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자 샐러드를 쌓아 넣은 모닝빵을 급히 먹는다. 앉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하며 먹는데 먹는 입과 말하는 입, 둘 다를 포기할 수 없다. 먹으면서 동시에 떠들어 댄다. 엄마, 있잖아 J 말이야.(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 1) 걔는 (에니어그램) 8번 같애. 하겠다고 하면 힘으로 딱 밀어붙여. 그래서 J가 하.. 2014. 9. 6.
파승칼 하나님이 지금까지 내가 기도한 것 중에 80%는 안 들어주셨어. 그래? 그러면 너 그런 하나님을 믿어 안 믿어? 그래도 믿긴 믿어. 왜애? 안 들어주긴 했는데 그래도 좀 하여튼 믿어. 그렇다고 안 믿는 건 좀 불안하고, 믿는 게 더 안전한 것 같애. (그 자식 입을 가만히 안 놔두고 떠들어대서 도무지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짜증내던 아빠가 엄마에게 속닥속닥) 파스칼이야. 파스칼. 파스칼이 그랬어. 네 가지 가정을 한 거지. 천국이 없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없다. (거봐 맞지. 오케이) 천국이 없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있다.(낭패)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없다.(할 수 없지)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 죽어보니 있다.(올레~) 그러니까 천국이 있다고 믿는 것이 제일 낫다는 거지. 파스칼의 논.. 2014. 9. 1.